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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터뷰]박본 "K팝은 한국사회 완벽주의 표본이죠"



공연/전시

    [EN:터뷰]박본 "K팝은 한국사회 완벽주의 표본이죠"

    국립극단 신작 연극 '사랑Ⅱ' 극작 겸 연출
    K팝 소재로 타인과 경쟁 통해 완벽함 갈망하는 한국사회 이면 꼬집어
    독일서 나고 자라…"한국과 독일에서 모두 이방인…한국어 공부할 것"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7월 18일까지

    작가 겸 연출가 박본. 국립극단 제공

     

    "K팝은 타인과 비교를 통해 완벽함을 추구하는 한국사회와 닮았습니다."

    한국계 독일인 작가 겸 연출가 박본(34)의 촌철살인이다. 박본은 지난 23일 개막한 국립극단 신작 연극 '사랑Ⅱ LIEBEⅡ'를 극작·연출했다.

    '사랑Ⅱ LIEBEⅡ'는 2017년 베를린연극제 희곡부문(으르렁대는 은하수)을 수상하는 등 독일을 넘어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박본이 국립극단과 처음 작업한 작품이다.

    최근 국립극단에서 CBS노컷뉴스와 만난 박본은 '꿈이 실현된 느낌이다. 가족과 친척을 만나러 1년에 1~2번씩 한국을 방문했지만 언어장벽으로 소통이 잘 안 됐다"며 "이번 공연을 통해 제가 무슨 일을 하고,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하는지 보여줄 수 있어 감사하다"고 했다.

    '사랑Ⅱ LIEBEⅡ'는 K팝을 소재로 타인과의 경쟁 가운데 완벽함을 갈망하는 한국사회의 이면을 꼬집는다.

    "한국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작품을 위한 리서치 중 하루 15시간씩 훈련하는 아이돌 문화를 봤고, 음악의 독창성 보다 완벽성에 초점을 맞추는 모습이 흥미로웠죠. 한국사회는 다른 사람, 다른 사회, 다른 대상과 비교를 통해 완벽성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유럽과 차별화됩니다."

    박본은 "K팝은 하나의 장르로 규정하기 어렵다. 여러 장르를 혼합하고 그중 핵심만 가져와 완벽하게 만들어낸다"며 "대표적인 예가 K팝에 들어가는 랩이다. 18살 짜리 K팝 아이돌이 부르는 랩에는 문화·역사적 맥락이 빠져 있지만 즐기고 싶고 듣고 싶은 매력이 있다"고 했다.

    국립극단 제공

     

    K팝과 K드라마의 단골 소재인 사랑에서 출발한 이 작품은 '사랑의 후속편'이라는 의미로 '사랑Ⅱ LIEBEⅡ'라는 제목을 붙였다. K팝·K드라마와 사랑은 어떤 연결고리가 있을까. "이 작품은 사랑의 더 좋은 버전을 찾기 위한 여정이고 그것을 연예산업에 빗대어 표현하고 싶었어요. 연예산업은 완벽함을 추구하니까요."

    작품의 구조와 형식에 K드라마의 성격을 반영한 점도 눈에 띈다. "K드라마는 여러 장르가 혼합되어 있어요. 로맨틱 코미디에서 시작해서 복수극, 공포극, 액션을 거쳐 로맨틱 코미디로 돌아오는 식이죠. 이러한 형식이 관객에게 흥미를 유발할 수 있을 거라 봤어요. "

    '사랑Ⅱ LIEBEⅡ'는 아이돌이 되고 싶었지만 실패한 후 스스로 목숨을 끊은 3명(현무·청룡·주작)이 주인공이다. 여전히 아이돌이 되고 싶었던 이들은 '지구의 핵'에서 4번째 멤버 '이무기 짱'을 직접 키워 아이돌 그룹 '슈퍼 한(恨)'을 결성한다. 작품 속에는 이무기, 사신(四神) 등 한국적 서사와 세계관이 두드러진다.

    박본은 "작품을 위한 리서치 중 '이무기 설화'를 알게 됐다. 뱀이 용이 되려면 1천 년을 견뎌야 하는데, 누군가 용이 아니라고 하면 다시 뱀의 상태로 돌아간다. K팝 아이돌은 하루 15시간씩 훈련해도 그 존재를 부정당하면 아무 것도 아닌 존재가 된다. 그런 점이 이무기와 닮았다"고 했다.

    한국 특유의 '한'(恨)의 정서도 배웠다. "한국과 달리 독일은 '한'이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지만 이번 작품을 하면서 제가 추구해온 감정이 '한'이었다는 걸 알았죠. '한'은 한평생 탐색해야 할 주제입니다."

    박본은 독일에서 나고 자랐다. 10대 시절, 베를린 민중극장이 운영하는 청소년 프로그램 p14에서 극작과 연출을 배운 것을 계기로 연극계에 발을 디뎠다. 독일과 한국에서 모두 이방인 취급받지만, 이러한 상황은 그에게 동서양에 대한 균형잡힌 시선을 선물해줬다.

    "독일에서는 외모가 달라서, 한국에서는 한국말을 못하고 한국문화를 잘 몰라서 사람들이 저를 이방인으로 대해요. 다만 3~4년 전부터 한국사회가 한국어를 못하는 교포를 포용해주는 느낌이 들어요. 저한테도 한국적인 습관이 있어요. 항공기 안에서 독일인은 앞사람이 짐을 다 올릴 때까지 기다린 다음 지나가는 반면 한국인은 뒤에 있는 사람이 먼저 지나갈 수 있도록 좌석에 몸을 붙여 피해주죠. 개인적으로 저는 한국 스타일을 선호합니다. 하하"

    앞으로 계획을 묻자 "한국어 공부"라고 대답했다. "제가 한국어를 못하는 점이 이번 작업에서 가장 어려운 지점이었어요. 서로 같은 언어를 공유해야 제가 누구인지 보여주고 신뢰를 쌓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다음에 한국에서 작업하면 한국어로 연출하고 싶어요."

    그러면서 "K팝의 매력은 귀여움에 있다. K팝 아이돌 중에서는 '리그 오브 레전드'(LoL)의 가상 걸그룹 'K/DA'의 소연을 좋아한다. '이무기 짱'을 연기하는 김예림 배우에게 '소연처럼 해달라'고 주문했다"고 웃었다.
    국립극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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