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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부문 정규직화' 4년 지나도 여전한 가시밭길



경제 일반

    '공공부문 정규직화' 4년 지나도 여전한 가시밭길

    인국공부터 건보공단까지 끊이지 않는 비정규직 제로 정책에 대한 반발
    공공기관 정규직 전환 중 절반 가량은 자회사…새 정부에선 고용 안정도 장담 못해
    차기 정부는 고용 안정보다 처우 개선으로 정책 초점 옮길 듯
    "'비정규직 로또' 아닌 고용의 정상화 과정으로 이해토록 공감대 형성부터 마쳐야"

    18일 국민건강보험공단 제3차 사무논의협의회가 열리는 여의도 한 호텔 앞에 주차된 국민건강보험공단 직원들의 시위트럭에 고객센터 직원 직고용 반대 메시지가 적혀 있다. 연합뉴스

     

    건강보험공단 이사장 단식 사태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 임기 내내 논란에 휩싸였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정책이 차기 정부에서는 후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 주 건강보험공단은 정규직 전환 정책 논란의 한가운데에 섰다.

    정부의 정규직 전환 정책에 따라 외부 민간기업의 위탁을 멈추고 건보공단이 직접 고용하라고 요구한 고객센터 노조와 공정성,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반발한 정규직 노조가 대립하자, 김용익 이사장이 지난 14일부터 이례적으로 단식을 벌이며 노조 간의 대화를 촉구한 것이다.

    결국 지난 18일부터 고객센터 노조가 파업을 멈췄고 갈등이 일단 봉합됐지만, 이번 건보공단 사태에서 보듯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정책을 둘러싼 갈등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노동존중사회'를 선언한 문 대통령이 2017년 취임 직후 첫 업무지시로 추진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정책이 상당한 성과를 거둔 것도 사실이다.

    지난해 연말 기준, 정부는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목표를 97.3% 달성했다. 특히 전환을 마친 인원 중 73.3%는 공공부문에서 직접 고용했고, 83.7%는 별도 경쟁 없이 즉시 전환 채용됐다.

    하지만 이른바 '공정성' 논란으로 여론의 반발에 휩싸이고 정책 동력을 잃으면서 이 성과마저도 빛이 바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자회사 설립이 사실상 불가능한 중앙행정부처나 지자체 등을 제외하고 공공기관만 살펴보면, 간접고용 노동자 중 48.8%가 자회사로 옮겨졌다.

    그런데 정규직 전환 정책 추진 과정에서 문 대통령의 리더십이 차지했던 역할이나 자회사 제도의 특성 등을 감안하면, 새 정부가 들어선 다음에는 이들이 대량 해고 위기에 직면할 수도 있다.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김혜진 상임활동가는 "무기계약직이라도 공공기관이 직접 고용했다면 적어도 일방적인 구조조정이 벌어지기 어렵지만, 자회사는 정부가 바뀌면 유턴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김 활동가는 "자회사는 정부 정책 기조가 바뀌면 언제라도 자회사가 없어지거나, 인원을 축소하거나, 아예 공공기관 지정에서 탈락시킬 수도 있다"며 "정부가 외주화, 민간위탁, 기간제 활용 등 복잡해진 고용구조를 단순화해야 했는데 이를 해결하지는 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성신여자대학교 권오성 법학과 교수도 "지금의 자회사 모델은 단순히 직무 일부를 떼어 다른 법인격으로 빼놓은 것에 불과한 일종의 간판 사기"라며 "(전환된 노동자들의) 차별적 처우를 가리는 엄폐물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여론의 반발에 더해 공공부문 일선에서도 정규직 전환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다보니, 차기 정부에서는 정책 초점이 현 정부의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보다 노동 조건 격차의 해소로 대체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김종진 선임연구위원은 "인천국제공항부터 건보공단까지 공정성 논쟁이 나오는데 여야를 막론하고 차기 정부는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얘기를 꺼내지 못할 것"이라며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직영화를 시도한 정부는 문재인 정부가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것 같다"고 내다봤다.

    이어 "다만 일부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했으니, 다음 정부에서는 고용 안정성 문제보다 차별 개선 쪽으로 정책 포커스가 바뀔 것으로 본다"며 "이미 전환을 마친 공무직, 자회사에서도 동일노동 동일임금이나, 비임금적 차별 문제 등 열악한 처우를 개선하라는 얘기가 많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정규직 전환 정책이 온전한 마침표를 찍으려면 국민들이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도록 지금부터 사회적 논의를 이어가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 남우근 정책연구위원은 "현재 정규직 전환 논란은 마치 비정규직 노동자가 로또라도 맞는 것처럼 시혜적 관점으로 접근하는 왜곡된 인식에 기반하고 있다"며 "그동안 공공부문이 무분별하게 간접 고용을 확대했던 것을 정상화하는 과정이라고 보고, 사업의 기본 원칙과 배경을 국민들과 정확히 공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북대 문무기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고용 형태 전환은 사용자에게 주어진 법적 의무가 아닌,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적인 문제"라며 "그만큼 아직 논쟁적인 사안인 점을 고려해 밀어붙이기보다는 국민 모두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사회적 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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