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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이 직접 고용한 의사, 저는 왕진의사입니다"[뉴스업]



보건/의료

    "시민들이 직접 고용한 의사, 저는 왕진의사입니다"[뉴스업]

    양창모 왕진의사 인터뷰
    20년 간 600회 왕진 다닌 의사 양창모
    "진료실을 나서니 환자가 보인다"
    왕진의사 의료수가 개선됐지만 여전히 부족
    환자 가족들, 간병하지 않을 자유도 필요
    왕진, 공공의료 영역으로 전환해야

    ■ 방송 : CBS 라디오 <김종대의 뉴스업=""> FM 98.1 (18:25~20:00)
    ■ 진행 : 김종대 (연세대 객원교수)
    ■ 대담 : 양창모 (강원도 왕진의사)

    ◇ 김종대> 아프면 병원가는 일 참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느껴지네요. 경제적 여유가 없거나 도와줄 사람 없는 이들에게는 병원 가는 일 참 어렵고 힘든 일이죠. 이렇게 의료 사각지대에 있는 분들을 위해 한 평 반짜리 진료실을 뛰쳐나와서 직접 환자를 찾아가는 분이 있습니다. 병원 밖에서 만나는 환자들의 이야기를 책으로 엮어 화제가 되고 있는데요. 강원도의 왕진 의사 양창모 선생님 스튜디오에 모셨습니다. 안녕하세요.

    ◆ 양창모> 안녕하세요.

    ◇ 김종대> 왕진 굉장히 많이 나가시는 걸로 알고 있는데 이번 주에도 다녀오셨어요?

    ◆ 양창모> 네, 다녀왔습니다.

    ◇ 김종대> 어느 지역입니까?

    ◆ 양창모> 춘천 수몰지역인데요. 대부분 세상에 없는 사람들을 만나고 왔습니다. 없는 분들이죠. 왜냐하면 요즘 세상에 밥 굶는 사람이 어디 있냐 이런 얘기도 하시고 하지만 실제로는 그런 분들이 있거든요. 그리고 요즘 세상에 세탁기 없는 사람들이 어디 있냐. 그런데 그런 분들이 있어요.

    ◇ 김종대> 세상에 없으니까 당연히 의료 환경도 열악할 걸로 보여지네요. 20년간 왕진이 거의 600회가 넘으셨다.

    ◆ 양창모> 맞습니다.

    ◇ 김종대> 요즘 어떤 분들 돌보고 계십니까?

    ◆ 양창모> 지금은 댐 수몰지역 춘천이 춘천댐이 있잖아요. 그 댐 수몰지역 인근에 살고 계시는 시골 어르신들 댁을 방문하고 있습니다. 대개 차로 한 30분 정도. 많이 걸리면 1시간 반 정도까지 걸리고요. 어떤 때는 배 타고 호수를 건너서.

    ◇ 김종대> 그야말로 세상 밖으로 나가는 느낌이네요.

    ◆ 양창모> 그런 느낌이 있습니다.

    ◇ 김종대> 특히 그렇게 잊혀진 분들이랄까. 아까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분들 같다 이렇게 말씀하시는데 그런 분들을 이렇게 굳이 찾아가시는 먼 길. 시간도 많이 걸리고 불편하실 텐데요. 좋습니다. 일단 병원을 떠나서 이렇게 왕진의사를 선택하신 이유는 뭘까요?

    ◆ 양창모> 사실 병원에 찾아오는 환자들을 보면 편하잖아요. 하지만 한 번 더 생각해 보면 그 편하다는 것은 실은 의사 입장에서 편한 거고요. 환자 입장에서는 어떨까를 한번 생각을 해봤습니다. 저도 진료실 안에서 한 10년 넘게 동네 의사로 있었는데요. 그런데 좀 궁금했어요. 우리 병원에 오시는 어르신들이 병원을 어떻게 올까. 또 어떤 환경에서 사시는 걸까. 그런 게 좀 많이 궁금했고요. 그래서 병원 밖에 있는 어르신들의 삶을 한번 들여다보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 왕진을 시작했습니다.

    ◇ 김종대> 통상 의사라 그러면 진료실의 창문을 통해서 세상을 보는 분들이거든요. 그런데 정반대의 생각을 하신 것 같아요. 이렇게 왕진을 다니는 의사. 저는 거의 본 적이 없는데 많지 않죠?

     


    ◆ 양창모> 많지 않습니다. 굉장히 드문데요. 사실 병원이라고 하는 곳이 환자를 위해 설계됐다기보다는 대개는 의사를 위해 설계된 공간이거든요, 병원은. 여성분들 산부인과 진료 볼 때 부인과 진료하는 의자를 굉장히 불쾌한 경험으로 기억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다른 이유도 있지만 그게 최대한 의사가 진찰을 편하게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그런 어떻게 보면 굴욕적인 자세를 취하게 하는 측면도 있거든요. 그런데 병원 안만 그렇게 설계돼 있는 게 아니라 병원 밖에, 그러니까 환자들이 병원을 이용하는 시스템 자체도 사실 의사 위주로 설계돼 있어요. 그게 방금 질문하신 단적인 예가 우리 사회 왕진하는 의사가 몇 퍼센트나 되는지 보면 알 수 있거든요.

    ◇ 김종대> 얼마나 됩니까?

    ◆ 양창모> 실제 지금 제가 일하고 있는 강원도 지역에 강원도 지역에서 2019년도에 왕진 수가를 산정하면서 왕진의사 제도를 했어요, 시범사업을. 거기에 지원하신 분이 강원도에 세 곳밖에 없어요. 그러니까 강원도 전체의 한 3000개 정도의 병원이 있으니까 한 0. 1% 정도밖에 안 되는 겁니다, 실은.

    ◇ 김종대>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고 봐야 되겠어요. 이런 말씀 하셨어요. 왕진 가는 시간 대부분은 슬픈 얼굴을 마주하는 시간이다. 왕진을 다녀올 때마다 마음속에 하나둘씩 돌 하나를 얹고 돌아온다 이런 이야기 하셨어요. 그러니까 돌아오시는 길에 항상 마음이 무거우신 것 같은데. 어떤 이유일까요?

    ◆ 양창모> 무거울 때가 많습니다. 어제 제가 왕진갔던 어르신 댁 이야기를 해드려볼게요. 왕진을 하면 주로 의자가 없으면 방바닥에 앉아서 진료를 같이 보거든요. 그런데 진료하다가 허리를 펴려고 고개를 딱 뒤로 젖혔는데 천장에 문이 보이는 거예요. 깜짝 놀라서 보니까 오래된 가구 문짝을 떼어다가 그걸 지붕이라고 해서 지붕 대용으로 천장을 덮어놓은 거예요, 집이. 그러니까 어떻게 보면 이 문이 천장에 달린 집이거든요. 그런 문짝 하나로 하늘을 가린 곳에서 어르신이 뜨거운 여름도 지내고 추운 겨울도 나시는 거였던 거예요. 아마도 할머니는 평생 밤마다 그 문을 보면서 주무셨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 천장에 달린 문은 열 수 없잖아요. 그러니까 아마 평생 자려고 누울 때마다 그 문을 보면서 열고 나가고 싶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거죠. 그런 생각을 하면 마음이 무거워지는 게 있습니다.

    ◇ 김종대> 그렇군요. 그 문이 열리면 아주 별빛 쏟아지는 것도 보일 거고. 어떤 생각을 하셨을까. 어쩌면 죽음 이후를 생각하지도 않으셨을까. 또 이런 어떤 느낌도 들고요. 참 안타깝네요. 많은 사연들 마주하셨을 텐데 가장 가슴에 남는 사연이라면, 소개해 주시겠습니까?

    ◆ 양창모> 얼마 전에 저는 제 사진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곳에서 제 사진을 마주한 적이 있어요. 그게 이제 제가 15년 전에 근무하던 원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이라고 하는 병원에서 만난 할머니 댁을 제가 몇 달 전에 원주에 찾아가서 뵈었는데요. 그때 15년 전에 형편이 어려웠던 할머니가 심장수술을 해야 되는데 저희 협동조합 조합원분들이 십시일반으로 도와서 그 심장수술을 했던 분이세요. 그때 당시 아이 저금통을 깨서 후원하러 오신 조합원분도 있었고 또 어떤 분은 보호자가 없는 할머니를 대신해서 수술방 앞에서 밤새우고 이렇게 했던 그런 도움들을 많이 줬었거든요. 그렇게 해서 수술이 잘 돼서 할머니는 회복이 됐고. 또 저는 제가 원주를 떠나면서 연락이 끊어졌었는데. 한 3년 만에 다시 그 할머니 댁을 찾아가뵈었어요. 그런데 그 할머니댁 방안에 들어가서 보니까 돌아가신 할머니 남편분 사진하고 그 옆에 제 사진이 있는 거예요.

    ◇ 김종대> 그때 어떠셨어요, 느낌이?

    ◆ 양창모> 제가 이제 그 사진을 보면서 반성을 많이 했어요. 그 방에 제 사진이 할머니 방을 지키고 있는 동안에 나는 어디서 뭘 하고 있었을까라는 생각도 했고요. 그러니까 수술이 잘되고 나서 제 마음의 짐은 좀 덜었지만 할머니 삶의 짐은 하나도 바뀐 게 없으니까. 여전히 혼자 살고 계시고 또 거동은 더 많이 불편해지셔서 방에서 나오는 것도 힘들어진 상황이 됐어요, 이제는. 그런데 할머니가 제 사진을 한 장 더 가지고 싶다고 하셔서 같이 사진을 찍었는데. 시력이 안 좋으셔서 사진을 코앞에 가까이 가져가야 또 확인하실 수 있더라고요. 그런 모습을 보면서 좀 저 자신이 그동안 왜 할머니한테 연락이 없었을까. 그런 걸 반성을 많이 했습니다.

    ◇ 김종대> 그 할머니한테 우리 양창모 의사가 어떤 분이었을까. 저는 너무도 고맙고 계속 좀 관계를 유지하고 싶었던 분이었을 것 같아요.

    ◆ 양창모> 맞아요.

    ◇ 김종대> 그리고 말씀 중에 협동조합 얘기를 하시는데요. 협동조합이라는 건 어떤 협동조합 말씀하시는 겁니까?

    ◆ 양창모>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이라는 곳이 있어요. 기존의 병원들은 대부분 의사가 아니면 법인체가 그 병원의 주인이잖아요. 그런데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은 시민들이 돈을 출자해서 병원을 세우고 그리고 의사를 고용하는 방식으로 유지가 되는 곳입니다.

    ◇ 김종대> 아, 그렇군요. 어떤 큰 병원이나 이런 개인 병원에서 고용하는 게 아니라 시민들의 힘으로 의사를 고용하는 거예요. 그런데 이거 실례되는 질문일지도 모르겠는데. 이런 왕진의사 지원하는 법이 거의 없다고 말씀하셨잖아요. 그런 건 결국은 의사로서 먹고 살기 어렵기 때문에 왕진다니고 하면 돈은 언제 벌고 생계는 언제 하느냐. 이런 생각이 있을 법도 한 거 아니겠습니까?

    ◆ 양창모> 네, 그렇죠. 실제로 저희가 왕진수가 시범사업 한다고 아까 말씀드렸잖아요. 왕진이 지금 그래도 옛날보다는 더 많이 좋아졌어요. 옛날에 제가 초창기 원주에서 왕진 갔을 때는 한 번 가면 몇 사건이 걸렸든 그냥 1만 원 받았거든요. 지금 그래도 그 정도는 아닙니다.

    ◇ 김종대> 지금은 좀 개선이 됐다 이 말씀인데 그래도 여전히 의사들한테는 조금 부족하지 않겠어요?

    ◆ 양창모> 그렇습니다. 왜냐하면 보통 왕진할 때 이동 시간이 최소 1시간 이상 소요돼요. 그러면 일일 왕진 했을 때 볼 수 있는 수익이 동일한 시간대에 의사선생님이 진료실에서 벌 수 있는 것에 비해서는 굉장히 적어요. 그래서 현재의 왕진 수가가 그대로 유지된다면 왕진에 참여할 의사는 굉장히 소수로 제한될 것 같아요.

    ◇ 김종대> 그렇군요. 어쨌든 왕진이 이렇게 찾아가는 의료행위다 보니까 원래 병원에 있으면 치료 못 받는 사람이 사실상 치료를 받게 되는 이 차이는 분명히 존재하는 것 같고요. 그래서 왕진은 어떤 공급을 찾아가는 의료행위다 이렇게도 말씀하셨어요.

    ◆ 양창모> 맞습니다.

    ◇ 김종대> 가족들이 간병하지 않을 자유를 줘야 된다 이런 말씀도 하셨더라고요. 어떤 이유로 이런 지적하셨습니까?

    ◆ 양창모> 제가 시골에 왕진을 가보면 부부 중 한 분이 몸이 불편해서 다른 분이 간병을 하는 걸 자주 봅니다. 그런데 대부분 간병하는 분은 남편, 그러니까 간병을 받는 분은 남편이고요. 아내 분이 간병을 하세요.

     


    ◇ 김종대> 그런 경우가 허다하죠.

    ◆ 양창모> 거꾸로인 경우는 별로 없어요. 그런데 한국 사회는 그래서 여성 돌봄 노동으로 유지가 되는 나라라고 저는 생각을 해요. 그러니까 국가가 책임져야 될 공공의료의 공백을 메우는 게 그 할머니들의 돌봄 노동이에요.

    ◇ 김종대> 사실 보통 일이 아니에요. 해도 표도 안 나고 24시간이고. 젊은 사람이 해도 힘들어요.

    ◆ 양창모> 그렇죠. 할머니들도 건강이 안 좋잖아요, 실은. 관절염이 있고 기본적으로 또 허리도 안 좋고. 근골격계 통증이 많은 분들인데 그분들이 또 남편분을 간병을 또 해야 되는 거죠, 24시간.

    ◇ 김종대> 그 무거운 몸 일으키고 용변도 다 처리해야 되고 이건 뭐 엄청나게 힘드실 건데.

    ◆ 양창모> 그렇습니다. 그런데 그게 국가에서 지원을 안 하는 건 아니거든요. 그런데 할머니들이 요양보호사 자격을 따야 돼요, 지원을 받으려면. 그렇게 해서 주는 비용도 20만 원이에요. 그러니까 하루 24시간 간병을 하는데 한 달에 20만 원을 주는 겁니다.

    ◇ 김종대> 그거 하루, 이틀 일당밖에 안 되는 것 같은데.

    ◆ 양창모> 그런데 할머니들이 또 되게 학습능력이 많이 떨어지시거든요. 그러면 그 요양보호사 자격시험을 봐서 합격하기 힘들어요. 그러니까 사실 그 20만 원도 그림의 떡인 경우가 많아요.

    ◇ 김종대> 그 정도 돈 가지고는 실효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겠네요.

    ◆ 양창모> 그러니까 그런 게 바뀌어야 되죠. 그래서 우리 가족을 내가 간병하지 않을 권리가 필요해요. 그러니까 그 권리를 가족들이 선택할 수 있도록 사회가 여건을 보장해줘야 합니다. 그래서 가족이 그를 간병하지 않는다면 사회가 그 사람을 간병해줘야 하죠. 그런데 만약에 가족이 간병을 선택한다면 사회가 치러야 할 공동체 비용을 어떤 조건이나 장벽 없이 가족에게 지불해야 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 김종대> 그렇군요. 진작에 우리가 고민했어야 될 문제인데 많이 좀 늦었지 않는가 하는 생각도 들어요. 2019년부터 왕진이 국가시범사업으로 지정이 됐다고 하네요. 그러면 동네 민간병원을 대상으로 이런 어떤 왕진이 이루어진다면 이거 도움이 안 될까요?

    ◆ 양창모> 지금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정책은 하고 있는데.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실제로 의사들한테 왕진이 그렇게 경제적으로 매력적이지는 않거든요. 그래서 지금의 수가체계를 개선시키지 않으면 아마도 참여하시는 분들은 소수가 될 것 같고요. 하지만 왕진 수가를 높이는 것보다 더 중요한 문제가 뭐냐 하면 이 왕진의 주체가 민간의료가 아니라 공공의료 영역으로 바뀌어야 된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왕진을 제 생각에는 왕진의사를 공무원화해야 돼요.

    ◇ 김종대> 공무원화한다.

    ◆ 양창모> 그래서 공공의료 안에 방문진료를 전담할 센터를 만들고 전문의를 양성을 해야 되는 겁니다.

    ◇ 김종대> 그리고 한 가지 더 여쭙고 싶은데 이게 마지막 질문이 될 것 같은데요. 어떤 진료를 병원에서 하는 것보다 이런 격오지 지역에서 소외된 지역의 왕진이 대세가 돼야 된다고 보시는 겁니까? 꼭 필요한 이유가 뭘까요? 한 번 더 강조해 주세요.

    ◆ 양창모> 농촌지역에 저희가 주로 가는 곳이 농촌지역인데 그 농촌지역에 가서 보면 한 달 전에 그런 경우가 있었어요. 왕진 가서 만난 할머니 한 분이 집에서 버스정류장까지 가는 데 중간에 3번을 쉰다고 해요. 그러면 제가 보니까 그 거리가 한 200m도 안 돼요. 그런데 그 거리를 관절염이 있고 허리도 굽어 있어서 그렇게 시간이 걸리는 거거든요. 그런데 그런 시골 어르신들이 버스를 2번,3번 갈아타서 시내 병원에 가는 거거든요. 그만큼 접근이 어렵다는 거죠.

    ◇ 김종대> 접근이 어렵기 때문에. 그게 절실하다는 말씀이네요. 오늘 우리가 조금 의료 소외된 지역을 구석구석 살피는 따뜻한 눈이 필요하구나, 이런 생각 갖게 됐습니다. 오늘 말씀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강원도 왕진의사 양창모 선생님, 말씀 감사합니다.

    ◆ 양창모>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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