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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분묘권 있어도 토지사용료 내야"…관습법 깼다



법조

    대법 "분묘권 있어도 토지사용료 내야"…관습법 깼다

    "사유재산도 보호해야"…30년 만의 판례 변경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스마트이미지 제공

     

    남의 땅에 분묘(무덤)를 설치하고 20년간 지내왔더라도 추후 땅주인이 나타나 토지사용료를 요구하면 그 때부터는 줘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관습법에 따라 인정되던 분묘기지권을 일부 깨고 사유재산권과 조율하는 방향으로 판례가 변경됐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9일 땅주인 A씨가 자신의 땅에서 조상 묘를 관리하던 B씨를 상대로 낸 지료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A씨는 2014년 경매절차를 통해 경기 이천시의 한 땅을 사들였는데, 이미 해당 토지에는 B씨가 20년 이상 관리해 온 조부와 부친의 분묘가 있었다. A씨는 B씨에게 자신이 땅 소유권을 취득한 이후부터의 사용료를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분묘기지권은 타인의 토지에 설치된 분묘를 소유하기 위해 그 분묘가 있는 토지를 사용하는 권리로, 현행 민법이 아닌 관습법상 인정되는 권리다. 토지 소유자가 분묘 설치를 승낙했거나, 소유자의 승낙이 없이 분묘를 설치한 경우더라도 20년간 평온·공연하게 점유한다면 시효로 그러한 권리를 얻게 된다.

    1심은 "분묘기지권을 시효취득한 경우 지료를 지급할 필요가 없다"며 기존 판례에 따라 A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그러나 2심은 "분묘기지권을 시효취득하는 경우에도 적어도 토지 소유자가 지료 지급을 청구한 때부터는 지급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A씨의 손을 들어줬다.

    판결. 스마트이미지 제공

     

    대법원은 2심 판단에 따라 기존 판례를 변경하기로 했다. 대법원은 "자신의 의사와 무관하게 성립한 분묘기지권으로 인해 토지 소유자는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며 "일정한 범위에서 토지 사용의 대가를 지급받을 수 있도록 해 당사자의 이해관계를 합리적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관습법상 분묘기지권을 인정해온 취지는 분묘 수호와 봉제사를 위해 필요한 범위에서 타인의 토지를 사용하도록 하려는 것일 뿐, 분묘 소유자와 토지 소유자 중 어느 한 편의 이익만을 보호하려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대법원은 "다만 오래전 분묘를 설치한 시점에서부터 소급해 지료를 모두 지급하도록 하면 장기간의 지료를 일시에 줘야 하고 이를 지체하면 분묘기지권 자체도 소멸할 수 있어 관습법상 분묘기지권의 시효취득을 인정해 온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번 판결에 따라 앞으로 분묘기지권을 시효취득한 사람은 토지 소유자가 지료를 청구하면 그 때부터 지급할 의무가 생기게 됐다. 토지 소유자의 경우 지료 채권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10년의 소멸시효가 적용된다. 지료를 2년 이상 지급하지 않으면 토지 소유자가 분묘기지권 소멸을 청구할 수 있지만, 만약 당사자 간 협의나 법원의 판결로 그 지료 액수가 정해지지 않은 상태라면 지료 지급을 지체한 것으로는 볼 수 없어 분묘기지권 소멸청구도 허용되지 않는다.

    대법원은 "분묘기지권의 시효취득을 인정해 온 관습법의 취지를 존중하고 분묘의 존속과 법적 안정성을 도모하면서도, 토지 소유자의 일방적 희생을 막고 사유재산권을 존중하는 전체 법질서에 부합하는 해석을 한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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