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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매입가 10%면 충분" 금융권도 '부동산 투기' 가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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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독]"매입가 10%면 충분" 금융권도 '부동산 투기' 가세

    개발 예정지만 정확히 찍어서 공동매입…인천‧경기 등 5곳서 발견
    '수익률 높은 재테크' 소문에 금융권 종사자들도 투기 합류
    오직 시세차익 목적…공동매입자들 서로 누군지 몰라
    공동매입 알선한 뒤 수수료 챙겨 서류상 흔적 없어…수사 확대 불가피

    경기도 시흥시 과림동의 LH 직원 투기 의혹 토지 모습. 황진환 기자

     

    전국을 돌며 토지매입자들을 모집해 정부나 지자체의 개발지역 토지에서 '쪼개기 매입'을 알선한 전문 부동산 조직이 활동한 정황이 포착됐다.

    이들의 투기 알선은 땅을 공동매입한 투기자들도 함께 돈을 냈던 사람들이 누군지 모를 정도로 비밀리에 이뤄졌다. 투기 유혹에 넘어간 이들 중에는 금융권 관계자도 포함됐다.

    ◇개발 예정지만 정확히 찍어서 공동매입…인천‧경기 등 5곳서 발견

    19일 CBS노컷뉴스가 2017~2021년 계양 신도시 내 토지거래 자료를 전수 분석한 자료를 보면 이 기간 이뤄진 전체 토지 거래 68건(중복 거래 포함) 가운데 1개의 필지를 2명이 이상이 매입한 이른바 '지분 쪼개기 매입' 사례는 21건이다. 쪼개기 매입 사례 21건 가운데 5건은 특정 기획부동산 조직과 연관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부동산 조직과 연관된 토지 매입은 계양 신도시 공공택지 개발사업부지뿐만 아니라 경기도 고양시 일산 테크노밸리, 남양주시 늘을수변공원 조성사업, 동두천시 국가산업단지 개발사업, 평택시 석정근린공원 민간공원조성 특례사업 등 4곳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해당 부지의 토지 소유자는 시행사의 보상이 예정돼 있다.

    이들이 산 땅은 대부분 매입 2년 이내에 정부나 지자체의 개발부지로 지정됐다. 이 투기에 동참한 매입자는 30명에 이른다. 투기자들의 거주지도 서울과 경기, 인천, 충남·북, 경남 등 전국에 걸쳐 있다.

    이들은 인천 계양 신도시 공공택지 부지를 제외하고 모두 경매를 통해 땅을 매입했다. 경매에 적게는 3명, 많게는 10명이 공동입찰하는 방식으로 땅을 사들였다.

    ◇'수익률 높은 재테크' 소문에 금융권 종사자들도 투기 합류

    투기자들은 인터넷이나 지인 등의 추천을 받는 등의 방식으로 부동산 조직과 결탁했다. '수익률 높은 재테크' 수단이라는 소문에 금융권 종사자들도 투기에 합류했다.

    자금 동원 능력만 있으면 누구나 투기할 수 있기 때문에 2곳 이상의 필지를 매입한 투기자도 최소 8명에 이른다. 이 부동산 조직을 통해 가장 많이 땅을 매입한 투기자는 인천 계양, 경기 고양·남양주·평택 등 4곳 11개 필지의 땅을 공동매입했다.

    부동산 조직이 주로 경매에 넘어온 토지를 매입 대상으로 삼은 건 직접 땅을 매입하는 것보다 초기 비용이 적게 들어가 투기자 모집이 수월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경매의 경우 낙찰 금액의 10%만 먼저 지급하면 매입이 가능하다.

    예컨대 1억 원에 낙찰된 토지는 1천만 원에 입찰한 뒤 잔금을 치르기 방식으로 매입이 이뤄진다. 대출도 용이해 낙찰가의 80~90% 수준의 대출도 가능하다. 소액으로도 투기가 가능한 것이다.

    기획부동산의 알선으로 개발 예정부지 2곳 이상 투기한 사람들 현황. 출처 정부 및 지자체 고시, 국토교통부 토지 실거래가시스템

     

    ◇오직 시세차익 목적…공동매입자들 서로 누군지 몰라

    투기자들은 토지 매입 후 보상 등을 통한 시세차익을 노렸기 때문에 땅을 함께 매입한 이들이 누군지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투기에 동참한 금융권 종사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땅을 같이 산 공동매입자들이 누군지 모른다"며 "부동산 관계자가 알아서 서류를 처리해줘서 만날 일도 없었다"고 말했다.

    투기에 동참한 계기에 대해서는 "거액을 대출하고도 상환을 잘하는 고객이 있어 비결을 물어봤다가 부동산 관계자를 알게 됐다"며 "공동매입자 가운데 부동산 관계자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종사자는 "지금은 해당 부동산 관계자와 연락이 닿지 않는다"며 "관계자의 연락처 등은 알려줄 수 없다"고 말했다.

    ◇공동매입 알선한 뒤 수수료 챙겨 서류상 흔적 없어…수사 확대 불가피

    일각에서는 이같은 부동산 조직 개입 정황은 기존에 알려진 투기 세력과는 다른 유형이라고 평가한다. 기존의 투기 세력이 개발 예정부지를 미리 매입한 뒤 이를 쪼개기 매각하는 방식으로 활동한데 반해 이들은 투기자들을 모아 개발 예정부지를 매입하도록 유도한 뒤 수수료를 챙기는 방식으로 활동했기 때문이다.

    3기 신도시인 계양 테크노밸리가 들어설 예정인 인천시 계양구 동양동 일대. 연합뉴스

     

    기존의 투기 세력이 서류상 흔적을 남겼다면 이들은 투기 당사자를 제외하면 찾을 수 없는 구조다. 투기자들에게 공동매입을 유도하면서 정작 투기자들끼리는 서로 정체도 모르게 매입하게 한 것도 이같은 취지로 보인다.

    민변 인천지부 한필운 사무처장은 "타 지역 거주민이 개발사업 예정된 부지 가운데 경매에 올라온 땅만 정확히 찍어서 입찰했다는 점에서 개발 정보를 미리 입수할 수 있는 부동산 조직이 연루된 것으로 보인다"며 "기존에 알려진 부동산 투기 세력과 다른 유형이어서 관련 수사도 확대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한편 인천경찰청은 계양신도시와 관련 토지 거래내역 921건과 800여명에 대해 조사를 진행해 이 가운데 부동산 투기가 의심되는 토지주 210여명의 토기거래 과정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경찰은 추가 조사를 통해 자료 확보가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도 염두에 두고 있으며, 투기 사실이 확인 되는대로 토지주들을 입건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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