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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터뷰]김시은이 '빛과 철'을 도전이라 말한 이유



영화

    [EN:터뷰]김시은이 '빛과 철'을 도전이라 말한 이유

    날카롭게 부딪혀 강렬하게 빛을 낸 사람들 ③
    영화 '빛과 철' 희주 역 배우 김시은 <상>

    영화 '빛과 철'에서 희주 역을 맡아 열연한 배우 김시은. 찬란 제공

     

    ※ 스포일러 주의

    희주(김시은)는 교통사고로 인해 갑작스럽게 남편을 잃었다. 남편의 죽음은 다른 이의 남편을 죽음 직전까지 몰았고, 희주의 삶 역시 불행의 바닥으로 떨어졌다.

    아마도 그날 이후일 것이다. 끊임없는 불안과 이명이 희주를 괴롭힌다. 그런 상황에서도 희주는 다시 직장으로 돌아와야 했다. 그리고 불행의 연속인지 운명인지 남편의 교통사고 피해자 아내 영남(염혜란)과 마주치게 된다.

    지금의 삶도 너무나 무거운 희주 앞에 영남이 끼어든 것도 모자라 낯선 아이 은영(박지후)까지 찾아와 알 수 없는 말을 건넨다. 불안과 혼란이 뒤엉킨 속에서 희주에게 남편의 교통사고와 관련한 중요한 진실 한 조각이 던져진다.

    영화 '빛과 철'(감독 배종대) 속 희주는 삶의 의욕을 잃은 채 등장해 불안과 죄책감에 시달린다. 감정적으로 험난한 희주라는 인물을 배우 김시은은 매 순간 강렬하게 그려낸다. 김시은에게도 쉽지 않은 역할이었다. 최근 화상으로 만난 김시은이 배우 인생에서 커다란 도전을 만난 이야기를 들려줬다.

    영화 '빛과 철' 스틸컷. 찬란 제공

     

    ◇ 김시은에게 도전이었던 희주

    희주는 초반부터 삶에 대한 의욕을 잃은 모습을 보인다. 가해자의 가장 가까운 가족으로서 느끼는 죄책감, 어쩌면 피해자일지 모른다는 단서 하나에 매달리는 모습, 영남과의 감정적 대결 등 쉽지 않은 캐릭터다.

    "난도로 치면 굉장히 상인 거 같아요. 저에게도 굉장히 큰 도전이었고, 그만큼 잘 해내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부담감이 있었던 건 사실이에요. 잘 해내야 한다는 중압감에 짓눌려서 희주를 찾아가고자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극 중 희주와 닮았던 것 같아요."

    '빛과 철'은 각자의 이유로 교통사고의 진실을 마주하기를 회피하고, 믿지 않으며, 더 이상의 침묵을 거부하는 가해자의 부인 희주와 피해자의 부인 영남, 그리고 영남의 딸 은영이 빚어내는 감정의 명과 암을 섬세하게 담아낸다. 그렇게 영화는 중반까지 그날 밤 교통사고의 팩트를 좇는 희주의 고군분투를 따라 직진한다.

    "희주라는 인물이 굉장히 아프게 다가왔어요. 겉으로 봤을 때는 일단 1차적으로 교통사고로 인해서 상대방 피해 가족에게 죄책감을 갖고 있죠. 더 들어가서는 남편의 죽음의 원인이 혹시 '나'는 아닐까 하는 죄의식에서 벗어나지 못하지만, 동시에 무척이나 벗어나려 애쓰는 인물이에요. 남편과의 관계가 중요했고, 이를 설정하고 체화시키는 과정에 대해 만반의 준비를 했어요. 첫 단추를 잘 끼워야 뒤에 드러나는 일들과 잘 맞부딪히겠다고 생각했죠."

    영화 '빛과 철' 스틸컷. 찬란 제공

     

    ◇ 김시은이 본 희주는 커다란 바위에 짓눌려 사는 인물이었다

    '빛과 철'이 주요하게 이야기하는 키워드 중 하나는 바로 '죄책감'이다. 희주는 가해자의 가장 가까운 인물로서 피해자 가족에 대한 죄책감뿐 아니라 남편과 제대로 소통하지 못한 채 떠나보낸 죄책감까지 가진 인물이다.

    김시은은 그런 희주를 보고 "굉장히 커다란 바위에 짓눌려서 사는 인물처럼 느껴졌다"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남편이 사고로 죽기 전 희주가 이혼을 원했고, 의도치 않았어도 화살이 남편에게 가해졌을 거예요. 그런 와중에 남편이 죽어버리니 그 화살이 희주에게로 오는 거죠. 남편의 죽음이 사고가 아니라 스스로 선택한 죽음이면 어떡하지? 죽음의 원인 제공이 나면 어떡하지? 물음표가 희주를 계속 화살처럼 쫓아다니죠. 희주는 거기서 벗어나고자 하는 인물인 것 같아요."

    김시은은 쌓이고 불어난 무게에 짓눌려 사는 인물이 희주라고 설명했다. 영화 초반부터 희주 얼굴에 드리운 그림자의 정체다.

    "그러다가 영남까지 마주친 상황에서 은영의 한 마디가 한 줄기 빛처럼 다가온 거예요. 내가 살 수 있는 유일한, 비록 희미한 빛이지만 그 길밖에 없는 거죠. 희주는 그걸 바라보고 전력 질주하는 느낌이에요."

    영화 '빛과 철' 스틸컷. 찬란 제공

     

    영남과 거듭 맞부딪히며 극단으로 치닫던 희주의 감정 폭발에 제동이 걸리는 순간이자 대척점에 서 있던 두 인물의 감정에 전환점이 되는 것은 영화의 엔딩에 이르러서다.

    교통사고가 나던 날의 일을 말해줄 수 있는 영남의 남편이 깨어났다는 소식에 희주와 영남은 함께 차를 타고 병원으로 향한다. 그들에게 행방이 묘연한 은영에 대한 걱정은 뒤로 밀려났다. 그런 둘 앞에 갑자기 고라니가 나타나며 희주는 급브레이크를 밟는다. 희주는 고라니의 눈을 마주한 뒤 고개를 돌려 비로소 영남의 얼굴을 바라본다.

    고라니를 마주한 순간 김시은이 희주로서 느낀 감정은 "그만해"였다.

    "처음 제가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는 가해자와 피해자를 구분 짓기 위해 고군분투 하지만 그 누구도 아닐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 메시지를 던진다고 생각했는데, 희주로서 촬영 당시에 봤을 때는 남편이 생각났어요. 남편이 '이제 그만해'라고 말을 해주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만하라고 말하는 것 같은 고라니의 눈빛을 본 후 바라본 영남에게서 김시은은 "찰나지만 둘 사이에 비슷한 생각이 오갔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지금 남편이 깨어나서 어떠한 이야기를 할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지만, 더 중요한 은영이를 찾으러 가지 않았을까 싶다"고 말했다.

    영화 '빛과 철'에서 희주 역을 맡아 열연한 배우 김시은. 찬란 제공

     

    ◇ 한 줄기 빛을 만날 수 있는 영화 '빛과 철'

    희주와 영남은 대척점에 서서 강렬한 감정을 맞부딪히는 인물이다. 배종대 감독은 '어떠한 배우도 대본 리딩을 하지 않는다' '배우들을 사전에 만나지 않게 한다'는 두 가지 원칙을 세웠다. 영화에서 두 배우 사이 인간적인 감정이 묻어나지 않고, 현장에서 즉각적으로 만나 일어나는 불꽃을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김시은을 비롯한 배우들도 감독의 제안에 동의했다.

    "시나리오에서 영남은 마주치면 피하고만 싶은 인물이었어요. 그런데 막상 현장에서 만난 혜란 선배가 연기한 영남은 생각보다 온화한 인물이라는 걸 많이 느꼈어요. 그래서 희주가 영남을 대하기가 더 힘들었어요. 영남이 희주를 알아줄 거 같고 포용해줄 거 같은 눈빛으로 공장에서 마주치고 다가와요. 온화함에서 오는 힘이 더 무섭게 느껴졌던 거 같아요."

    김시은은 "희주는 바람 불면 사시나무 흔들리듯 흔들리고 발버둥 치는데, 영남은 굉장히 단단하게 보였다"며 "그런 모습에서 '나는 이렇게 고통스러운데, 왜 저 사람은 아무렇지 않아 보이지?'라는 생각에 뭔가 더 미워 보였던 거 같다"고 말했다.

    감독이 이처럼 과감한 방식까지 도입한 것은 배우들이 그동안 보여주지 못한 다른 모습을 끌어내고 싶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배우에게는 어려움과 도전이 공존하는 현장이었다. 김시은은 촬영 당시를 "매회, 매 신 희주를 찾아가는 과정"이었다고 회상했다.

    영화 '빛과 철' 스틸컷. 찬란 제공

     

    염혜란과 사전에 만나서 캐릭터나 작품에 관해 이야기한 적이 없는 만큼 더더욱 어려웠다. 영남이 희주를 알고 말을 거는 건지, 모르고 말을 거는 건지 알 수 없었다.

    "희주의 그 혼란스러운 감정을 모르겠더라고요. 그때는 뭔가 혼란스럽게 연기를 했다고 생각했는데, 그 알 수가 없는 게 맞는 거 같았어요. 당시에는 그게 너무 힘들었죠. 은영이가 아버지에 대해서 고백을 하기 전에 영남을 마주쳤던 장면들이 정답이 없는 건데, 저는 정답을 찾으려 했던 거 같아요. 그 과정이 힘들었어요."

    김시은은 이 모든 힘든 과정, 영남과 강렬하게 감정을 맞부딪히며 질주했던 그 과정을 담은 '빛과 철'이라는 제목이 굉장히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처음 제목을 들었을 때는 굉장히 상충하는 두 이미지가 만나는 게 생경하게 느껴졌는데, 막상 시나리오를 읽고 나니 제목과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어요.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무겁게만 풀어나가는 방식이 아니고 영화적으로도 재밌는 영화라 생각해요. 또 한 줄기 빛을 볼 수 있는 영화인 것 같아요."(웃음)

    <하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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