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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전에 신호등도 OFF 오싹", 텍사스 주민들 생존기



미국/중남미

    "정전에 신호등도 OFF 오싹", 텍사스 주민들 생존기

    90년만의 한파 텍사스 속수무책
    주지사는 신재생에너지 탓만
    주민들은 울타리로 장작불
    의원은 휴양지 칸쿤서 '욜로'

    텍사스 오스틴 인근 간선도로. 정전으로 신호등 마저도 죽어있다. 교민 A씨 제공

     

    미국 전역에 역대급 추위가 몰아친 가운데 90여년만의 한파로 재난 사태를 빚고 있는 텍사스주의 주민들은 아직도 생애 처음 경험하는 한기와 사투를 벌이고 있다.

    갑작스런 기온 하강으로 발전시설들이 멈춰서면서 한때 400만명에 이르던 전기 미수급자는 18일(현지시간) 오전 현재 100만명 대로 떨어졌다.

    이날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전력 공급이 끊긴 대다수의 지역은 텍사스주 도시들이라고 한다.

    미국 언론들은 전기 공급으로 난방이 끊기자 열기를 얻기 위해 분투를 벌이고 있는 텍사스 주민들의 삶을 전하고 있다.

    눈이 녹으면서 얼어붙은 채로 축 늘어진 텍사스 주택가의 나뭇가지가 재난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케한다. 교민 A씨 제공

     

    아이들 장난감을 불태웠다거나 목재 펜스(울타리)를 빼다가 난로 땔감으로 썼다는 경험담들은 재난지역에 고립된 사람들의 생존기처럼 생생하다.

    텍사스 오스틴에 사는 교민 A씨도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요 며칠 사이 텍사스가 거대한 난민수용소처럼 변한 것 같다고 말했다.

    텍사스 주도 오스틴 북부의 교외도시에 살고 있는 그는 한파로 전기가 나가자 어쩔 수 없이 '캠핑모드'로 돌입했다고 한다.

    아이들에게는 두꺼운 옷을 꺼내 입히고, 난방을 위해서 캠핑용 난로를 꺼내 떼기 시작했다.

    빛을 잃은 집안. 인터넷까지 끊기면서 이동통신이 외부와 연결해 주는 유일한 줄이었다. 교민 A씨 제공

     

    그러나 정전 복구가 지연되면서 프로판 가스가 이내 동났다. 가스 판매처를 수소문해 집을 나선 뒤 곳곳에서 '비현실적인' 모습과 마주해야했다.

    평소 텍사스에서는 구경하기 어려운 눈길이 그랬고, 더욱이 녹지 않은 채 얼어버린 이면 도로는 서울의 겨울을 잠시 연상시켰다.

    제설 작업이 안돼 있는 대로도 낯설기는 마찬가지였다.

    신호등 조차 작동되지 않은 모습은 더욱 충격이었다.

    주요 간선도로의 신호등이 나간 것은 도시가 마비된 거나 마찬가지로 생각돼 더욱 공포스러웠다.

    주유소 풍경도 난민촌과 다르지 않았다.

    자신과 같은 처지의 사람들이 빈 프로판 통을 들고 장사진을 치고 있었다. 그는 2시간 가량을 줄을 선 뒤에야 겨우 가스통을 채울 수 있었다.

    프로판 가스통을 들고 긴 줄을 선 텍사스 남성들. 교민 A씨 제공

     

    다행히 그가 사는 지역은 전날부터 일부 전기가 들어오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러나 시간제로 전기가 들어오는 '배급식'이었다.

    식량 배급을 연상시키는 전기 배급이 북한이 아닌 미국 땅에서 일어날 줄은 몰랐다.

    그는 "전기가 끊기지 않은 지금은 천국"이라며 "전기가 아직도 들어오지 않은 지옥이 아직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먹거리는 다행히 한파 직전에 장을 봐둔 게 있어서 이웃들 보다는 불편함이 적었다고 했다.

    인근 마트들은 전기공급 등 때문에 5시간 밖에 영업을 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코스트코에 들어가기 위한 행렬이 쇼핑센터 곳곳으로 이어져 있다. 교민 A씨 제공

     

    그 마저도 마트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1시간 정도는 기본으로 기다려야 한다.

    오스틴 남부에 사는 또 다른 교민 B씨는 이번 한파에 역시나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특히 밤인데도 불이 켜지지 않은 고층 아파트는 한편으로는 두렵기까지 했다고 했다.

    오스틴에 30년 가까이 살아오면서 텍사스에 대한 자부심이 컸던 그였기에 인프라가 추위에 맥없이 무너지는 것을 보고 참담했다는 것이다.

    정전 때문에 난방 뿐 아니라 상수공급도 받지 못하고 있다고 했고 화장실이 얼어붙어 생활도 이만 저만이 아니라고도 했다.

    그는 "오늘과 내일만 잘 견디면 토요일부터는 영상의 온도가 된다고 하니 기다려보는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기가 나간 오스틴 아파트의 모습. 교민 B씨 제공

     

    사실 텍사스는 세계 유수의 에너지회사의 본사가 집결해있고 '서부 텍사스산 원유'가 석유값의 척도로 활용되고 있는 사실이 말해주 듯 '에너지의 땅'이다.

    겨우 영하 18도 밖에 안되는 한파로 에너지 빈곤지역으로 전락한 이유는 발전기 건설 비용을 줄이기 위해 내한 설비를 제대로 하지 않은 때문으로 드러나고 있다.

    그렉 애봇 텍사스 주지사는 이와 관련해 풍력과 태양광 발전이 추위를 견디지 못하고 멈춰선 게 주요한 문제였다고 말하면서 신재생에너지의 비극을 프레임으로 만들려하고 있다.

    뉴욕타임즈 캡처

     

    그러나 뉴욕타임스는 이날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이 얼어붙으면서 난국을 초래했다며 반론을 펴고 있다.

    주지사로서 비상 상황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데 대한 비난을 회피하고 책임을 면해보기 위해 다른 희생양을 찾아 나섰다는 비판이다.

    특히 텍사스의 이번 에너지 재난사태는 갑작스런 에너지 공급 차질에 대비한 전력연계망을 갖추지 않은 때문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평소 충분한 에너지 수급 때문에 다른 주(州)들과 전력 거래를 할 수 없도록 폐쇄 전력망 체계를 만든 때문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텍사스 에너지 사태는 인재라는 말이 나온다.

    재난 사태가 쉽게 개선되지 않고 있는 상황인데도 애봇 주지사는 '태양이 뜨면 모든 게 나아질 거'라는 한가한 말을 하면서 다시 한번 입방아에 올랐다.

    차기 공화당 대선주자로 꼽혀온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은 멕시코 휴양도시 칸쿤으로 휴가를 떠나 빈축을 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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