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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알못]정의당 성추문에 '2차 가해' 적었던 이유



국회/정당

    [정알못]정의당 성추문에 '2차 가해' 적었던 이유

    [쉽게 풀어쓴 뉴스] 정의당 성추행 사태
    가해자 인정과 사건경위 알려지지 않은 덕
    비공개 조사에 피해자 장혜영 용기도 한몫

    정의당 김종철 전 대표가 지난 20일 국회에서 신년기자회견에서 인사하는 모습. 윤창원 기자

     

    "꽃뱀이지?" "애초 불륜이었을 걸" "여자도 정말 마음이 없었을까?" "에이~ 그게 무슨 성추행이라고, 너무 예민하게 구는 것 아니야?" "그럴 사람이 아닌데 억울하게 발목 잡혔네"

    성추행 사건이 알려졌을 때 피해자에게 쏟아지는 이른바 '2차 가해'의 전형적인 모습입니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사태가 불거졌을 때 쉬이 확인할 수 있었죠.

    그러나 이번에 정의당 김종철 전 대표가 소속 국회의원을 추행한 사건에서는 이런 사례가 비교적 눈에 띄지 않습니다. "정의당은 차기 당대표 후보를 내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 자기들 주장이 모순되지 않는다(역사학자 전우용)"라며 비꼬는 수준에 그칩니다.

    왜 그럴까요. 뭐가 달랐을까요. '정알못' 뉴스, 오늘은 정의당의 사건 대응을 처음부터 하나씩 다시 짚어보겠습니다.

    ◇'진흙탕 싸움' 차단한 가해자 입장문

    첫째, 가해자가 인정했습니다.

    김 전 대표는 지난 15일 사건 발생 직후부터 여러 경로를 통해 피해자인 장혜영 의원에게 사과 의사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처음부터 변명이나 원망, 회피가 없었다는 점은 대부분의 성폭력 가해자와는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김 전 대표 입장문을 살펴볼까요.

    "피해자가 원치 않는 부적절한 신체접촉을 행함으로써 명백한 성추행 가해를 저질렀습니다(인정). … 머리 숙여 사죄드립니다(사과). … 어떠한 책임을 진다 해도 제 가해행위는 씻기 힘듭니다(책임)"

    사실 인정과 조건 없는 사과, 여기에 무한 책임까지 모두 담겼습니다. 추행은 분명한 잘못이지만 덕분에 사실관계를 다툴 필요가 없게 됐습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진흙탕 싸움'이 펼쳐지고, 피해자는 또 고통을 겪었겠죠.

    "네가 불쾌했다면 그건 미안해"가 아니라 "저열했던 저의 성인식을 바꿔나가겠다"라는 식으로, 반성과 성찰이 중심이 됐다는 점 역시 인상적입니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 윤창원 기자

     

    ◇본질 흐리지 않으려 구체적 설명 않기로

    둘째, 사건경위가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어딜 만졌다는 거야?"

    국회 출입하는 정치부 기자로서 요즘 가장 많이 듣는 질문입니다. 정의당 당원이나 다른 정당 관계자는 물론, 그냥 제 지인들도 많이 물어봅니다.

    궁금할 수 있죠. 초유의 사건이 신문에 대문짝만하게 실렸고 동시에 당대표가 (속된 말로) 날아갔는데, 도대체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설명이 되지 않고 있으니까요.

    정의당은 '성추행'이나 '부적절한 신체접촉'이라고 표현을 통일하되 사건경위를 공개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내용이 알려져 세간의 입방아에 오르는 것 자체가 피해자의 상처를 덧나게 할 우려가 있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그럴 경우 행위의 경중을 재단하는 반응이 뒤따를 게 뻔합니다. 저마다 다른 통념을 잣대로 "그 정도로 뭘 그래" 하기 시작하면 '존엄 훼손'이라는 본질이 흐려지고 사안은 또다시 논란을 부를 것입니다.

    윤창원 기자

     

    ◇전문가 홀로 일주일 비공개 조사

    셋째, 조사가 비공개로 진행됐습니다.

    당사자 의견이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확하지 않은 내용이 먼저 알려질 경우 입장이 왜곡되고 사태 해결은 더 요원해질 수 있습니다.

    이를 막고자 이번 사건은 당 젠더인권본부를 맡고 있는 배복주 부대표가 일주일 동안 혼자서 조사를 도맡았습니다. 배 부대표는 시민단체 '장애여성공감'과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상임대표 출신으로 성추행 사건 조사와 피해자 보호에 잔뼈가 굵은 인물입니다.

    장 의원이 성추행 피해자라는 낙인과 2차 가해의 위협을 무릅쓴 채 실명을 걸고 폭로한 것도 반박의 틈을 좁히는 계기가 됐을 것으로 분석됩니다. (그렇다고 모든 피해자에게 같은 방식의 대응을 요구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염려가 아예 없는 건 아닙니다. 익명성을 중심으로 한 온라인 공론장을 보면 지금도 2차 가해성 발언이 일부 오르내립니다. 정의당은 관련 사례를 당 홈페이지나 소셜미디어 공식 계정을 통해 취합하기로 했습니다.

    당의 혼란도 변수입니다. 정의당은 대표단과 의원단을 합해 이른바 '비상대책회의'를 꾸렸지만 아예 현 지도부가 총사퇴 해야 한다는 지적이 흘러나옵니다. 보궐선거 무공천 방안이나 당 해체론도 끊이지 않습니다. 갈등이 깊어질 경우 공격은 애먼 피해자를 향할 수도 있습니다.

    ※ [정알못] 코너는 정치를 잘 알지 못하는 이른바 '정알못'을 위해 일상 언어로 쉽게 풀어쓴 뉴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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