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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랑 500만원 손에 쥐고 길거리에 내몰린 아이들



광주

    달랑 500만원 손에 쥐고 길거리에 내몰린 아이들

    [부모도 국가도 외면한 18살 보육원생의 홀로서기②]
    500만 원에서 800만 원…기준 없는 보육원생 자립정착금
    광주시10년 새 고작 100만원 오른 500만 원 지급
    30대 캥거루족만 36만 명인데 보호종료아동은 18살에 자립해야
    최소 10년 일찍 사회에 나와 생활고 겪는 경우 '다반사'
    보호종료아동 홀로서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지원금

    김한영 기자

     

    보육원과 그룹홈 등에서 자란 보호아동 2천 5백여 명은 아동복지법에 따라 만 18세가 되거나 보호목적이 달성되었다고 인정될 경우 보호조치가 종료된다. 이에 따라 이들 시설의 보호아동들은 최소 만 18세가 되면 홀로서기를 시작해야 한다.

    보호가 종료된 아이들은 제대로 된 준비 없이 험한 세상에 내던져지다보니 사회 정착에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 법적·제도적 지원이 턱없이 부족해 대부분의 아이들이 생활고에 시달리고 심적 갈등을 겪기도 한다. 아무런 보호장치 없이 냉혹한 현실에 마주치는 아이들은 각종 범죄의 표적이 되고 불법 도박 등에 대한 유혹에 쉽게 노출되고 있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광주 CBS노컷뉴스는 만 18세에 홀로서기를 해야 하는 보호종료아동의 자립에 대한 각종 문제점을 짚어보고 이들의 성공적인 자립을 위해 필요한 대안을 제시하는 '부모도 국가도 외면한 18살 보육원생의 홀로서기'라는 주제의 기획보도를 마련한다.[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①"도대체 몇 명이 더 뛰어내려야 세상이 바뀔까요?"
    ②달랑 500만원 손에 쥐고 길거리에 내몰린 아이들
    (계속)


    2020년 시도별 자립정착금. 아동보장관리원 제공

     

    ◇500만 원에서 800만 원까지…기준 없는 자립정착금

    500만 원에서 800만 원. 지난 2020년 보호종료아동 한 명에게 지급된 자립정착금이다.

    21일 보건복지부 산하 아동보장관리원 등에 따르면 지난 2020년 보호종료아동 한 명에게 지급한 자립정착금은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인천이 800만 원으로 가장 많았다. 인천을 제외한 나머지 16개 시도는 보호종료아동에게 500만 원을 지급했다. 지난 2005년 자립정착금 사업이 지방이양사업으로 전환되면서, 지자체 재정 형편에 따라 지급되기 때문에 특별한 지원 기준이 없는 실정이다.

    광주시의 경우 500만 원을 지원하고 있다. 지난 2011년 광주시의 자립정착금은 400만 원으로 10년이 지난 현재 겨우 100만 원이 올랐을 뿐이다. 광주시의 지난 2019년 기준 재정자립도는 전국 광역시 평균보다 낮았지만 복지예산의 비중이 가장 높았던 점을 감안하면 보호종료아동에 대한 지원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반면 경기도는 이달 초 자립지원금을 500만 원에서 1천만 원으로 2배 인상했다. 지자체별로 천차만별인 자립정착금은 보호종료아동들이 홀로서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대부분의 보호종료아동들은 지원받은 자립정착금을 주거를 위한 보증금으로 사용하거나 보육원 퇴소 이후 휴대전화 구매 등 생필품을 구매하고 생계비를 지출하는 데 사용한다.

    정부는 자립정착금과 별개로 3년간 매월 30만 원씩 자립수당을 지원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큰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 자립을 앞둔 한 보육원생은 "주거지원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는 하지만 현재 기준의 자립정착금으로는 생활비가 턱없이 부족해 친구들에게 돈을 빌려야 할 것 같다"고 토로했다. 보육원 출신 김모씨(25)도 "500만 원의 자립정착금을 3달 만에 다 소진했다"며 "보육원에서는 물건을 나눠서 사용하기 때문에 퇴소 시 구입해야 할 물건이 많다. 맨몸으로 나와 옷과 화장품 등을 구매하는 데 사용했다"고 말했다.

    보호종료아동들을 대상으로 정부가 임대료 지원 등 주거지원 통합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지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대상 인원과 지원금도 제한적이다. 그러다보니 퇴소 후 받는 정착지원금과 매월 3년 동안 받는 30만원의 자립수당으로는 생계를 꾸려나가기가 늘 빠듯하다.

    스마트이미지 제공

     

    ◇취업 안 하고 부모와 사는 30대 캥거루족 36만 명인데…18살 보육원생이 자립을?

    통계청이 지난해 12월 22일 발표한 2019년 중·장년층 행정통계 결과를 보면 30세 이상 자녀 105만 4000명이 중·장년 가구와 함께 사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가운데 미취업 자녀는 35만 7000명(33.8%)이었다. 30대 이후에도 취업하지 않고 부모와 함께 사는 이른바 '캥거루족'이 36만여 명이나 되는 것이다.

    이처럼 최근 적지 않은 청년들이 부모 밑에서 30대까지 보살핌을 받고 있다. 그럼에도 보호종료아동들은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진 지원 없이 또래 친구들 보다 최소 10년 이상 일찍 사회에 나와 생계를 걱정하고 있다. 보호종료아동들은 먹는 것부터 입고, 잠자는 것까지 모든 것을 스스로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근에는 경기 불황과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아르바이트 조차 하늘의 별 따기라 자립은 막막한 상황이다.

    ◇보호종료 전 아동 설문조사…자립에 대한 두려움과 경제적 부담 느껴

    상황이 이렇다 보니 보호종료를 앞둔 보호아동들은 자립에 대해 큰 부담을 크게 느끼고 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광주지역본부는 지난 2020년 2월부터 3월까지 한 달간 보육원과 그룹홈 등에 거주하는 만 15세 이상 아동을 대상으로 보호아동의 진로와 자립 관련 욕구 조사를 실시했다.

    설문조사에 응한 광주지역 보호아동들은 자립 준비가 어려운 이유로 '자립에 대한 두려움'(31.8%)과 '경제적 부담'(26.1%), '자립 정보 부족'(16.5%) 등을 꼽았다.

    이처럼 보호아동들은 어린 나이에 미래에 대한 '기대'보다는 자립에 대한 '두려움'과 경제적인 '부담'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

    광주지역 한 보육시설 관계자는 "부모가 무슨 일이 생겨서 아이가 세상에 홀로 남겨지더라도, 아이들이 적절한 나이가 될 때까지는 마음껏 공부하고 자유롭게 꿈을 꿀 수 있어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해 너무나 안타깝다"면서 "정부는 아동복지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부터 최우선적으로 살펴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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