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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생신고도 안 된 8살 딸, 왜 엄마 손에 죽어야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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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페셜 훅!뉴스

    "출생신고도 안 된 8살 딸, 왜 엄마 손에 죽어야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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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적 남편'과 이혼하지 않은 채, 8년 전 새로 얻은 딸
    친모 "생활고" 주장…친부, 별거에도 딸 위해 생활비 대줘
    딸 출생신고 위해 백방으로 뛴 친부…현행법상 어려워
    휴대전화 메모장에 "딸 없이는…" 친부마저 극단 선택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2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김정훈 기자 (CBS 심층취재팀)

    ◇ 김현정> 뉴스 속으로 훅 파고드는 시간, 훅!뉴스. CBS 심층취재팀 김정훈 기자가 나와 있습니다. 오늘은 낳아준 엄마에게 죽임을 당한 여덟 살 여자아이 사건, 정말 충격적인데요. 이 사건을 갖고 오셨다고요?

    ◆ 김정훈> 네. 인천에서 일어난 일인데, 친모가 만 8세 딸을 숨지게 했고, 그 충격에 친부까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안타까운 사건입니다. 그런데 의문스런 점들, 아쉬운 점들이 한둘이 아니어서 취재해 봤고요. 취재 결과를 전해드리겠습니다.

    8살 딸의 호흡을 막아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어머니 A(44·여)씨가 지난 17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 김현정> 저도 이야기를 듣고 너무 미스터리한 게 많더라고요. 우선 어떤 사건인지 짚어보죠.

    ◆ 김정훈> 지난 15일 오후였습니다. 인천 문학동의 한 주택에서 44살 백모씨가 119에 신고를 한 거예요. 아이가 숨졌으니 와달라는 건데, 당시 상황을 119구급대 관계자의 말로 들어보시죠.

    [녹취/119구급대 관계자]
    "(신고 내용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구급차를 보내 달라, 아이가 죽었다. (그래서) 주소를 물어보니까 주소만 간단하게 대답하고 끊은 겁니다."

    "(갔을 때는) 집안에 혈흔이 조금 있었고요. 엄마 상태는 구급 대원이 말을 거니까 눈은 뜨는데 말은 못 하는 상태. 호흡과 맥박은 있었지만, 의식이 좀 낮은 상태라 대답은 못 했습니다."

    ◇ 김현정> 119 구급대가 가보니 아이는 이미 숨져있었고, 엄마도 의식을 잃어가는 상태였다는 얘기네요?

    ◆ 김정훈> 네. 발견 당시 친모 백모씨는 자해를 한 상태였는데, 화장실에서는 옷가지를 불에 태운 정황도 있었습니다.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져 현재는 의식을 되찾았고요. 다만 8세 딸은 숨진 지 이미 며칠이 된 상태로 발견됐다 하네요.

    ◇ 김현정> 그럼 엄마는 이미 아이를 며칠 전에 이미 죽이고 나서, 본인도 극단적인 선택을 하다가 119에 연락한거에요?


    ◆ 김정훈> 현재까지의 경찰 조사 결과, 친모 백씨는 지난 8일 딸을 숨지게 한 뒤 일주일이 지난 15일 바로 그 집에서 자해를 하다 119에 신고한 것으로 나타납니다. 그런데 참극은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 김현정> 딸의 아버지까지 목숨을 끊었다면서요.

    ◆ 김정훈> 친부는 백모씨가 자해를 시도한 그날, 경찰 조사를 받았습니다. 사실 친모와 친부 이 둘은 그간 동거를 했을 뿐이고, 법적 부부가 아니고요. 반년 전부터는 따로 떨어져 지냈던 것으로 알려지는데요.

    ◇ 김현정> 동거를 하다가 별거를 했어요?

    ◆ 김정훈> 네. 그렇게 지내다 갑작스런 연락에 친부가 경찰서에 와보니, 딸은 숨지고 백씨가 자해했다는 거예요. 그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그날 밤 투신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그래픽=고경민 기자
    ◇ 김현정> 안타까운 사연인데, 친모 백씨가 딸을 죽이고 자살까지 시도한 그 이유도 나왔어요?

    ◆ 김정훈> 처음엔 생활고 때문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는데, 문제는 이들의 생활상을 정확히 아는 사람이 없다는 점입니다. 정 어려우면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신청을 했을 법도 한데 그렇지도 않았고요, 이곳에 주소지 등록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 김현정> 주소지 등록도 안 했어요? 주변 이웃들도 그 형편을 모르던가요?

    ◆ 김정훈> 이웃들의 말을 들어보려 그 모녀가 살던 곳을 직접 찾아가 봤습니다. 그 집 현관은 폴리스라인으로 봉쇄돼 있었고요, 베란다 햇살이 비치는 쪽에는 아직도 두 사람의 옷이 나란히 걸려있어서 마음이 아팠습니다. 집은 조금 외진 곳에 위치해 있어 지나다니는 사람도 많지 않았는데, 그나마 만난 이들은 이 모녀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더라고요. 그 지역 복지담당 공무원에게도 모녀에 대해 물어봤는데, 이전에 살던 곳에서 주소지 이전이 안 된 터라 어떤 사연도 알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들어보시죠.

    [녹취/사회복지 담당 공무원]
    "특별한 게 없어요. 그 사람이 유대 관계가 있다거나…통장님들도 활동을 하지만, 각각 누가 어떻게 사는지 알 수가 없잖아요. 그리고 주소가 돼 있으면 주민등록 조사 같은 걸 하니까 일일이 방문해서 확인해 볼 수는 있는데."

    ◇ 김현정> 주소지 등록도 안 돼 있어요. 법적으로 이 마을 사람이 아니었다는 거예요. 더 기가 막힌 건 숨진 딸은 8살이 되도록 출생신고가 안 돼 있었다는 거예요?

    ◆ 김정훈> 8살이 될 때까지 출생신고조차 돼 있지 않았습니다.

    ◇ 김현정> 그러면 행정적으로 법적으로 이 아이는 존재하지 않았다는 얘기네요?

    ◆ 김정훈> 형식적으로 그렇습니다. 원래는 지난해 학교에 입학했어야 하는 나이입니다. 생각해보세요. 요새는 아동학대나 방임이 의심될 경우 행정관청이 적극적인 조사에 나서거든요. 만약 어머니나 딸이 기초생활 수급 대상자였다면, 또 딸이 학교의 관리망 안에라도 있었다면 그 생활이 어떻게든 포착됐을 가능성이 높죠. 하지만 출생신고도 돼있지 않았던 터라 이들이 극단적 상황으로 몰리는 동안 누구도 그것을 알아챌 수 없었습니다.

    ◇ 김현정> 한두 살도 아니고 8살이 될 때까지 출생신고를 하지 않은 건 도무지 이해가 안 가는데. 그러면 어머니나 아버지가 딸이 클 때까지 방임했다는 겁니까?

    ◆ 김정훈> 그런데 친부는 딸을 각별히 아꼈다는 게 경찰의 설명입니다. 친모와 갈라진 후에도 택배일을 하면서 번 돈으로, 넉넉지는 않아도 꾸준히 생활비를 대줬다고도 하고요. 또 어떻게든 딸의 출생신고를 하려고 법원에 민원도 넣고 경찰서를 찾아다니며 백방으로 노력했다고 하는데요, 경찰 관계자의 말로 들어보시죠.

    황진환 기자
    [녹취/사건 담당 경찰 관계자]
    "심사를 받으려고 노력을 했었어요. 친부가. 법원에 그런 것도 민원실에 해보고, 경찰에도 알아보고 구청에도 알아보고 많이 그랬던 건 맞아요."

    "이 사람들 생활비를 친부가 대줬어요. (아빠도 넉넉지 않을 거 같은데?) 그래도 생활비를 대줬던 걸로 알고 있어요. 넉넉지는 않게 대줬지만…"

    ◇ 김현정> 넉넉지 않은데 생활비 대주려고 했고 출생신고를 시도했던 흔적이 있고 그런데 왜 안 된 겁니까

    ◆ 김정훈> 친부가 노력해도 딸의 출생신고도 못하는 상황이 얼핏 이해되지 않죠. 그렇게 만든 큰 장애가 있는데, 친모는 앞서 다른 사람과 결혼했던 그 혼인관계를 아직 법적으로 정리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 김현정> 정리하면, 친모는 이미 결혼한 사실이 있는데 이혼하지 않은 채로 다른 이와 만나 딸을 낳았다는 것이죠? 새로 만난 남성, 또 그 사이에서 낳은 딸이 이번에 숨졌고요.

    ◆ 김정훈> 그렇습니다. 그 친부가 딸의 출생신고를 할 때 걸림돌이 뭐냐면, '혼인 중에 임신한 자녀는 남편의 친생자로 법률상 강한 추정을 받는다'는 우리 민법 조항입니다.

    연합뉴스
    ◇ 김현정> 아직 이혼 관계가 아닌 상태에서 아이가 나오면 이혼하지 않은 그 남편의 아이일 가능성이 크다는 민법 조항.

    ◆ 김정훈> 그러니까 결혼한 상태의 여성이 낳은 아이는 일단은 법률상의 남편 자식으로 간주된다는 얘기죠.

    ◇ 김현정> 그렇죠 그런데 10년 가까이 키워온 친부가 ‘아닙니다. 내 딸입니다. DNA검사 해보세요'라고 주장해도요?

    ◆ 김정훈> 친모와 친부가 함께 주장한다 해도, DNA 분석 결과로 친생자 관계를 증명한다 해도 어렵습니다. 일단은 다툼의 여지가 없는 친모, 그리고 그 친모의 법률상 남편과의 딸로 출생신고를 해야 하고 이후 소송을 통해 부녀 관계를 사실에 맞도록 바꿔야 한다는데, 이 설명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아동인권위원회 신수경 변호사의 말로 들어보시겠습니다.

    [녹취/민변 아동인권위원회 신수경 변호사]
    "생부, 아이의 생부는 혼인관계가 없잖아요. 그 사람은 출생신고를 원칙적으로 못해요. 엄마만 할 수 있어요. 그런데 그 엄마는 출생신고를 하게 되면 자기의 호적상의 남편의 아이로 올라가게 된다. 다시 소송을 통해 자기가 아빠라는 것을 유전자 검사 등을 증거로 제출해서 다시 가져와야죠. 그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분명히 갈등이 발생할 거라고요."

    ◇ 김현정> 법적으로 결혼 상태에 있는 여성이 아이를 낳으면 그 아이가 누구의 아이건 무조건 법적 남편의 아이가 된다…

    ◆ 김정훈> 친모 입장에서, 얼굴을 본 지도 오래된 법적 남편에게 갑자기 혼외 딸이 생겼다는 통고가 전해지는 일, 그리고 그 남편을 상대로 법적 소송을 해야 하는 상황이 부담스럽기는 했을 겁니다.

    ◇ 김현정> 그런데 이혼을 왜 10년 동안 못했어요? 법적으로 정리를 못했어요?

    ◆ 김정훈> 그 상황을 저희도 취재해 보려고 했는데 그 부인, 10년 전에 헤어진 남편과의 얘기는 아직 드러나지 않고 있습니다. 어쨌든 과거의 법적 남편과 만나서는 안 될 곡절이 있다면 이 상황을 해소하기는 더욱 어려워 지는 것이죠.

    그래픽=안나경 기자
    ◇ 김현정> 아무리 그래도, 8살이 되도록 아이를 유령인간처럼, 아무런 의료보험 혜택이고 뭐고 못 받고 학교도 안 보내고 이렇게 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거 아닌가요?

    ◆ 김정훈> 이 때문에 출산이 이뤄지는 의료기관이 곧바로 출생 사실을 관청에 통보하도록 하는 제도 도입을 일각에서 주장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논의로 이어지진 않고 있습니다.

    ◇ 김현정> 결국 부모들의 복잡한 관계, 그리고 까다로운 규정으로 인해 딸은 유령이 됐어요. 법적인 인간으로 인정되지도 못했고, 관리의 사각지대 속에서 목숨까지 잃게 된 끔찍한 비극이네요.

    ◆ 김정훈> 친부는 스스로 목숨을 끊기 전 자신의 휴대전화 메모장에 먼저 숨진 딸을 혼자 보낼 수 없고 딸 없이 살 수 없다는 말을 남겼습니다. 가능한 방법들을 더 알아보았더라면, 딸의 출생신고라도 할 수 있지 않았을까. 더 지켜줄 수 있지 않았을까 자책하고 후회한 것 같네요.

    ◇ 김현정> 사정이 다를 수는 있겠지만, 저는 이런 식으로 법의 사각지대에 있는 가정, 아이들이 더 있을 것 같거든요. 조금 전에 얘기했던, 아이가 출생하면 의사가 의무적으로 출생신고 하도록 하는 것이나 법적으로 정리가 안 되더라도 일단 아이는 출생신고 할 수 있도록 하는 대안이 마련돼야 하겠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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