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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차 없는 차량행진도 감염 확산?"…'집시 전면금지' 부글부글



사건/사고

    "하차 없는 차량행진도 감염 확산?"…'집시 전면금지' 부글부글

    지난 26일 중대재해법 제정·김진숙 복직 촉구하며 도심 '차량행진'
    경찰 "금지통고 집회 강행" 내사 착수…"채증자료 분석 후 출석 통보"
    주최 측 "견인·과태료까지 경찰 대응 일관성 없어…법적 대응도 검토"
    인권위, 집시법 개정안 관련 "집시 절대적 금지, 과도한 제약 우려"

    지난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주변 대로에서 차량행진에 참여한 시민들과 경찰 사이 대치가 이어지고 있다.(사진=이은지 기자)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코로나19의 '3차 대유행'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방역상 이유로 제한되고 있는 집회·시위 관련 '기본권 제약' 논란이 커지고 있다.

    주말을 맞아 연내 중대재해기업처벌법(중대재해법) 제정과 김진숙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의 복직을 촉구하며 '드라이브 스루'(Drive-Thru) 집회에 나섰던 시민단체들은 당일 검문 실시 등 '원천 봉쇄'에 나선 경찰에 대해 "계엄령보다 더하다"며 비판했다.

    29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지난 26일 서울 도심에서 차량행진 방식의 집회를 실시한 '생명을 살리고 해고를 멈추는 240 희망차량행진 준비위원회'(준비위) 관계자들에 대한 내사에 착수했다. 이들이 당국의 '금지 통고'에 불복하고 당일 집회를 강행했다는 이유다.

    경찰 관계자는 "(주최 측이) 금지통고를 받았던 것은 사실이고, 관련해 다툴 부분이 있었다면 (법적) 절차대로 진행했어야 한다"며 "지난주말 일이다 보니 진행된 것은 (별로) 없지만, 확보된 채증자료를 정리하는 중이다. (분석이 끝나면) 주최 측에 대해 출석요구서를 발송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 26일 '생명을 살리고 해고를 멈추는 240 희망차량행진 준비위원회'가 서울 여의도 전경련 건물 앞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과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의 복직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사진=이은지 기자)

     

    앞서 준비위는 "한 해 2400명이 일하다 죽는 무참한 현실을 바꿔야 한다는 간절함을 담아 '240대의 희망차량'이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앞에서 출발한다"며 240대의 차량이 '비대면' 드라이브 스루 방식으로 참여하는 집회를 신고했다. 이들은 집회로 인한 코로나19 확산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무(無)하차'를 원칙으로 △차량 1대에 1명씩 탑승해 100m 간격 유지 △서울시내 규정속도인 시속 50km 운행 등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이에 서울지방경찰청은 지난 24일 "노조 단체 소속 회원들이 연대해 전국 각지 또는 수도권 일대 거주자들이 일정시간대 특정 장소에 다수 집결할 가능성이 높다. 집회 준비과정부터 종료 시까지 불특정 다수의 접촉을 통한 코로나 전파위험이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집회 금지방침을 알렸다.

    하지만 준비위는 출발지를 서울 곳곳으로 분산하는 '우회 전략'을 택해 집회를 예정대로 개최했다. 경남 거제·부산·대구 등 사전에 참여를 신청한 단체 관계자들과 시민들은 각 차량에 중대재해법 제정과 김진숙 위원의 복직을 촉구하는 스티커 및 깃발을 부착하고 국회→서울고용노동청→광화문의 경로로 행진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과정에서 준비위가 기자회견을 연 여의도 주변 대로 등에서 참여자들과 경찰 측 대치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당일 경찰 대응을 둘러싼 양측의 의견은 첨예하게 엇갈렸다. 준비위에 속한 '비정규직 이제그만 공동투쟁'(비정규직 공동투쟁) 김수억 대표는 "경찰이 집회 참여차량 2대를 견인했고, 딱지를 떼는 일까지 있었다"며 "또 스티커와 깃발을 뗀 차량을 통과시키기도 했지만, 아닌 사례도 있는 등 경찰 대응이 일관되지 않았다. 어떤 경우는 '왜 막는지 (우리도) 모른다. 위에서 시키니 하는 것'이란 취지로 이야기하기도 했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저희는 금지통고 자체가 부당하다는 입장을 이미 표명했다. 코로나 방역과는 무관한 시민들의 이동의 자유까지도 막는 것은 기본권 침해라 본다. 부당한 공무집행을 하면서 과태료까지 부과하는 것은 재산상 피해를 주는 것"이라며 "법률 자문을 구하며 법적 대응도 논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6일 집회를 막기 위해 서울 여의도 전경련 회관 근처에 배치된 경찰 경력과 차량의 모습.(사진=이은지 기자)

     

    이에 반해 경찰은 △서울시가 '10인 이상' 집회를 금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신고인원(차량) 수가 기준 초과치였다는 점 △서울시청·국회·청와대 방면 도로 등 금지구간에서 차량시위를 하려 했던 점 등을 들어 '엄정 대응이 불가피했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또한 차량을 별도의 보관소로 끌고 가는 실제적 '견인 조치'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과태료 부과 역시 교통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대응이었을 뿐이라고 언급했다.

    경찰 관계자는 "깃발과 스티커를 붙이고 온 차량들은 집회·시위에 참여한 것이니, 이를 제거할 것을 설득하고 해산하라고 안내했다. 현장에서 이동명령 경고를 했는데 장시간 실랑이가 벌어진 것은 상황에 따라 설득과정이 길어져 빚어진 일"이라며 "모든 (대응) 기준은 (현장마다) 다 똑같았다"고 밝혔다.

    다른 경찰 관계자 역시 "완전히 (차량이) 견인된 일은 없었다. 교통 불편 때문에 차량 1대를 50m 정도 이동 조치한 것"이라며 "집회란 형식을 띠지 않고 (차량이) 이동했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딱지를 뗀 차량도 이동하란 말에 응하지 않아 주정차 관련으로 과태료를 내게 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소한'의 정치적 의사표현을 할 수 있는 창구인 집회·시위를 '전면 금지'하는 것은 과도한 기본권 침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는 지난 24일 상임위원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원욱 의원이 대표발의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에 대해 "감염병 확산 상황이나 재난사태 선포 상황과 같은 긴급한 상황에서 공공의 안녕질서 유지와 사람들의 안전을 위해 집시를 일정부분 제한할 필요성 자체는 부인하기 어렵다"면서도 "이러한 상황을 이유로 모든 집시를 일률적,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취지의 의견을 국회에 표명하기로 의결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계류 중인 해당 법안은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교통 차단 또는 집합 제한·금지가 내려지거나 재난사태가 선포된 지역에서 집시를 금하는 규정 신설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인권위는 "집시로 인한 각각의 위험상황을 구체적으로 고려하고, 집회시간·인원·방법·장소 등도 개별적으로 판단해 허용 또는 금지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헌법 및 국제인권기준에 따른 집회의 자유 보호 취지에 부합한다"며 "헌법재판소는 지난 2003년 집시로 야기되는 위험상황이 구체적으로 존재하지 않음에도 예외없이 금지하는 것은 과도한 제한에 해당하며, '금지에 대한 예외적 허용'을 둬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고 말했다.

    이어 "유엔(UN)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는 코로나19와 같은 공중보건 비상사태에서 모임(physical gathering) 제한은 필요하나, 법률에 근거해야 하고 불가피해야 하며 목적에 비례해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하고, 정부는 집시의 권리가 실현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며 "감염병 확산 방지 등의 공익과 집시의 자유라는 기본적 권리를 조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준비위 측은 연내 중대재해법 제정 등을 재차 촉구하기 위해 오는 31일 국회~청와대까지 약 100m 또는 240m 가량의 거리를 각각 두고 시민들이 '1인 시위'를 진행하는 방안도 고심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김수억 대표는 "산재 유가족 등이 (중대재해법 제정을 위해) 단식을 계속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는 최소한 생명에 대한 문제"라며 "어떤 방식으로든 목소리를 내야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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