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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고들기]성폭력 2차 가해 보도에 일침 가한 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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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고들기]성폭력 2차 가해 보도에 일침 가한 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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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법원, 2018년 여배우 강제 추행 배우 조덕제 유죄 확정판결
    유죄판결 이후에도 조덕제 입장을 지속해서 게재하며 피해자에게 2차 가해한 언론
    법원, 피해자 손 들어줘…헤럴드경제, 93건 기사 삭제 및 정정보도문 게시
    성폭력 범죄에 '선정성'의 시선으로 접근한 언론 보도 문제 지적
    "언론사 전반에 대한 점검의 계기가 돼야 해"

    배우 조덕제가 지난 2018년 11월 종로구 종로 2가에 위치한 피앤티스퀘어에서 여배우 성추행 논란과 관련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피고(언론사)들은 각 허위보도 및 가해자인 조덕제의 입장에서 편향되고 왜곡된 보도를 함으로써 원고(반민정)의 명예를 훼손하였는바, 이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정신적 고통을 배상할 의무를 부담한다 할 것이다."

    법원이 배우 조덕제의 성폭력 범죄 관련 기사를 통해 피해자 반민정의 명예를 훼손한 언론사의 잘못을 인정, 기사 삭제를 결정했다.

    서울중앙지법 제14민사부(김병철 부장판사)는 헤럴드 경제 기사 50건과 헤럴드POP 기사 43건 등 총 93건의 기사를 삭제하고 정정보도문을 게시한다는 내용 등을 담은 화해권고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헤럴드경제는 지난 11일 정정보도문을 올리고 "헤럴드경제, 헤럴드POP 당사는 해당 성범죄 관련 기사에서 형사사건의 피고인인 조덕제에게 대법원 유죄 판결이 확정된 이후에도 조덕제에게 일방적인 입장에서 작성된 편향 보도가 있었던 점을 인정한다"며 "당사는 이번 보도 건을 언론사의 사회적 책임을 다시 한번 성찰하는 계기로 삼고자 하며, 향후 보다 성숙한 보도가 이루어지도록 노력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밝혔다.

    헤럴드경제가 지난 11일 게시한 정정보도문. (사진=화면캡처)
    ◇ 유죄판결 이후까지 쏟아진 피해자 '2차 가해' 기사

    앞서 대법원은 지난 2018년 9월 13일 강제추행치상 등의 혐의로 기소된 조덕제에게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 명령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3년 넘게 벌어진 법정 공방 끝에 조덕제의 유죄가 확정됐지만, 피해자를 향한 '2차 가해'는 계속됐다. 바로 언론 보도를 통해서다.

    삭제 결정이 난 기사들을 보면 <조덕제 "촬영 도중 성추행? 정신병자 아니면 할 수 없는 일">(2017.11.07.) <조덕제 소속사 대표 분노…"여배우 주장은 왜곡·명예훼손…참을 수 없다">(2017.11.21.) <조덕제, 13일 대법원 판결…"창살없는 감옥살이 4년째">(2018.09.11.) 등 조덕제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대변하는 내용이 많다.

    대법원 판결 이후에도 <배우 조덕제 통한의 심경…"스텝들 대부분 내가 희생물이었다고 생각">(2018.09.27.) <배우 조덕제의 '무죄주장'이 공감되는 3가지 이유>(2018.12.06.) <조덕제 "유죄 판결, 목에 칼이 들어와도 인정 못해">(2018.12.11.) <반민정 사건을 바라보는 제3자들, 연기한 것이 뭐가 잘못? 실형 받은 억울함 대변>(2019.01.07.) 등 가해자의 입장을 그대로 보도한 기사는 계속됐다.

    언론계 관계자들은 이번 사건이 언론이 가진 고질적인 문제를 다시금 확인한 셈이라고 말했다.

    언론개혁시민연대 권순택 활동가는 "그동안 언론에는 양쪽 의견을 동등한 수준으로 들어주는 게 '중립'이라는 의미로 잘못 사용됐다. 그 자체로도 문제가 많은 인식"이라며 "거기에 더해 성폭력 사건이 갖는 특수성을 향한 언론의 몰이해가 가장 큰 문제였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가해자의 주장 또한 '양측 주장의 하나'로 다수의 언론매체를 통해 보도됐다. 하지만 그 자체로 피해자에게는 2차 가해일 수 있다는 점을 보도하기 이전에 고려했어야 했다"며 "성폭력이 발생한 사건을 구체적으로 언급하는 것도 주의해야 할 일이지만 언론은 '선정성'을 동원해 조회 수를 늘리는 방식으로 이번 사건에 접근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사진=황진환 기자/노컷뉴스 자료사진)
    ◇ 법원, 성폭력 피해자를 향한 보도의 '2차 가해' 인정

    법원도 93건의 기사가 가진 문제점을 나눠서 짚어가며 언론의 '2차 가해'와 이로 인한 피해자의 피해를 인정했다.

    재판부가 지적한 문제는 크게 △허위내용이 포함된 기사를 통해 원고(반민정)의 명예를 훼손한 점 △가해자의 발언을 그대로 보도해 원고의 피해 내용을 왜곡한 점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않은 채 보도해 명예를 훼손한 점 등이다.

    재판부는 "가해자인 조덕제의 억울하다는 취지의 발언 및 유죄판결의 부당함을 지적하는 내용을 그대로 보도함으로써 범죄의 피해자인 원고의 피해 내용을 왜곡했다"며 "유죄판결의 범죄사실이 허위에 해당한다거나 해당 재판의 유죄판결이 불공정했다는 암시를 주게 하는바, 그 자체로 원고의 사회적 평가를 떨어트리는 불법행위에 해당한다"는 점도 명확히 했다.

    이어 "각 기사의 내용은 공공적·사회적인 것에 해당한다기보다는 가해자인 조덕제나 조덕제 측 지인의 입장 대변에 지나지 아니하고 그들의 원고를 비방하는데 있다"며 "조덕제 등의 발언은 진실성이 있다고 볼 증거가 없으며 피고들이 그와 같은 내용이 사실이라고 믿은 데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이를 종합해 보면 피고들의 원고에 대한 비방 목적 역시 인정된다 할 것"이라고 판시했다.

    배우 반민정 (사진=황진환 기자/노컷뉴스 자료사진)
    ◇ 기사 삭제해도 피해 원상회복은 안 돼…언론사 전반 점검의 계기 되어야 해

    이번 소송 결과를 계기로 언론사들이 자성하고, 성폭력 범죄에 관해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다시금 나온다.

    반민정에게 2차 가해를 한 언론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언론인권센터의 윤여진 상임이사는 이번 소송 결과가 갖는 의미에 관해 "한 매체가 한 사건에 대해서 반복적으로 상업적인 목적을 가지고 보도한 것에 대해서 굉장히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기사 삭제 결과가 나왔어도 피해가 원상회복되는 것은 아니다. 그로 인한 피해가 개인에게는 얼마나 컸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볼 수 있는 사건"이라고 말했다.

    권순택 활동가는 "이런 사건을 볼 때마다 참담함을 느끼는 부분은 언론이 쉽게 '가해자'에 공감하는 태도를 보인다는 점"이라며 "다양한 층위에서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에 언론들이 가담한 사건이다. 이번 사건은 언론의 참담한 수준을 드러낸 사건으로 기록될 거라 생각한다"고 짚었다.

    이어 "이번 사건을 통해 다시 한번 확인된 건 '인권보도준칙', '성폭력 사건 보도 가이드라인' 등이 일선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이라며 "편집국 내에서 '젠더 감수성'이 부족하다는 것도 마찬가지다. 이번 사건은 개별 기자들만의 문제로 볼 게 아니라, 언론사 전반에 대한 점검의 계기가 돼야 한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파고들기'는 CBS노컷뉴스 문화·연예 기자들이 이슈 깊숙한 곳까지 취재한 결과물을 펼치는 코너입니다. 간단명료한 코너명에는 기교나 구실 없이 바르고 곧게 파고들 의지와 용기를 담았습니다. 독자들 가슴속 깊이 스며드는 통찰을 길어 올리겠습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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