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2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박준영(변호사)
오늘 오후 1시 30분, 화성 연쇄살인사건의 진범으로 밝혀진 이춘재가 처음으로 법정에 섭니다. 이춘재의 공소시효는 끝났어요. 즉 이 재판은 이춘재 재판은 아닙니다. 화성 8차 사건의 진범으로 몰려서 20년 동안 억울한 옥살이한 윤모 씨 재심에 이춘재가 증인으로 나서는 거죠.
그가 증인석에서 어떤 말을 할까 이 부분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데요. 오늘 현장에서 직접 증언을 듣는 분. 이춘재에게 직접 질문을 할 분, 지금부터 연결해 보죠. 화성 사건으로 인해 억울한 옥살이를 했던, 윤 모씨 대리인 맡고 계세요. 박준영 변호사 연결돼 있습니다. 박 변호사님, 안녕하세요.
◆ 박준영> 안녕하십니까?
◇ 김현정> 오늘 처음으로 이춘재를 보시는 건가요?
◆ 박준영> 저도 처음으로 직접 대면하는 날입니다.
◇ 김현정> 기분이 어떠세요?
◆ 박준영> 부담이 되기는 하죠. 왜냐하면 예를 들면, 제가 진행하는 사건에서 어떤 의미 있는 일이 벌어지면 저는 CBS 김현정의 뉴스쇼나 CBS 정관용의 시사자키에서 연락이 오기를 바랍니다. 왜냐하면 말을 편하게 할 수 있거든요. 질문을 잘해 주시니까. (그런 것처럼) 오늘 제가 질문을 정말 잘해야 되는데. (그래서) 이춘재로부터 충분히 들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 김현정> 오늘 질문자로서 내가 정말 꼭 필요한 질문을 적절하게 해서 이춘재로부터 뭔가를 들어야 할 텐데 하는 부담감이 크다, 이 말씀.
◆ 박준영> 네.
◇ 김현정> 고유정이나 조주빈 같은 흉악범들은 얼굴 공개가 허용됐잖아요.
◆ 박준영> 네, 맞습니다.
◇ 김현정> 이춘재 얼굴도 당연히 촬영이 허가될 줄 알았는데 왜 안되는 겁니까?
◆ 박준영> 한마디로 말씀을 드리면 법상 근거가 없다는 겁니다. 이춘재는 피의자나 피고인이 아닌 증인이다 보니 얼굴 공개에 대한 근거가 법상 없었습니다. 그래서 재판부도 국민들의 알권리나 이 재판의 어떤 중요성 이런 걸 모르는 건 아닌데 이춘재의 초상권을 침해하는 법상 근거가 없다 보니까 어떻게 할 수가 없었던 겁니다.
◇ 김현정> 제가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이번에는 이춘재 재판이 아닌 윤 씨의 재심재판의 증인으로 오는 것이기 때문에.
◆ 박준영> 네, 맞습니다.
◇ 김현정> 지금 이춘재는 처제 강간살인, 사체 유기 혐의로 무기징역받고 형 살고 있는 거죠?
◆ 박준영> 맞습니다.
◇ 김현정> 다만 화성 건에 대해서는 아무 처벌도 받지 않는 것이고요?
◆ 박준영> 네, 그렇습니다. 공소시효가 다 지났습니다.
◇ 김현정> 알겠습니다.
◆ 박준영> 만약 오늘 이춘재가 법정에서 사실과 다른 증언을 했을 때는 위증으로 또 수사가 진행될 수는 있습니다.
◇ 김현정> 그거 하나가 관련해서 남아 있는 거군요.
◆ 박준영> 네, 맞습니다.
◇ 김현정> 오늘 위증할 것 같지는 않은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 박준영> 뭐 분명히 사실대로 얘기는 많이 할 것 같아요. 어떤 결과에 대해서. 다만 본인 내심의 의사.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또 자기 변명을 하지 않을까라는 그런 생각도 하고 있고요. 저희가 정말 궁금한 부분은 이춘재가 연쇄살인사건의 진범이다라는 사실도 중요하지만 도대체 어쩌다가 이 연쇄살인범이 됐는지 그 과정에 대한 얘기들이 정말 듣고 싶거든요. 그리고 또 어떤 본인의 가학적인 범행 방법이나 사체를 손괴하는 이상한 행태들에 대해서, 그 이유에 대해서 제대로 얘기를 해 줄까. 저는 정말 그게 듣고 싶은데.
◇ 김현정> 그러면 오늘 준비한 질문은 바로 그 부분인가요? 왜 그런 짓을 했습니까? 그것도 왜 그렇게 잔인하게 했습니까? 그걸 질문하실 건가요?
◆ 박준영> 상당히 많은 부분을 할애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저희가 이제까지 경험했던 여러 연쇄살인범들, 유영철이나 강호순은 그동안 그저 이상한 사람으로 치부했거든요. 그 원인이 뭔지 어쩌다가 저런 사람이 나오게 됐는지 우리가 잘 모르지 않습니까?
◇ 김현정> 그러네요.
◆ 박준영> 그런데 이춘재를 통해서 이런 연쇄살인범이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이나 점점 발전된 과정들에 대한 얘기를 들으면 우리가 할 수 있는 뭔가, 우리를 지키기 위해서, 우리를 안전하게 하기 위해서 우리가 할애해야 될 뭔가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그런 기대를 하고 있죠. 이번엔 8차 사건의 증인이긴 하지만 이춘재가 저지른 다른 사건들에 대한 얘기도 들을 필요가 있거든요. 특히 초등생 실종 사건 같은 경우에는 이춘재가 저지른 여러 사건 중에 시신조차 찾지 못한 사건입니다.
◇ 김현정> 화성 초등생 실종사건. 이건 8차 사건 이후에 발생했는데 단순 실종사건으로 그때 그냥 묵살이 됐던 그 사건인 거죠?
◆ 박준영> 네, 이 사건의 경우에는 이춘재로부터 들어야 될 얘기들이 참 많습니다. 왜냐. 그 당시 경찰들의 사체의 은닉, 이런 부분에 대해서 발표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다 부정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이춘재로부터 당시 사건 상황들 그리고 그 유괴했을 당시에 발견된 물건들에 대한 얘기를 좀 들어야 되겠습니다.
◇ 김현정> 그 화성 초등생 실종 사건은 이춘재가 비공식적으로는 자백을 한 건가요?
◆ 박준영> 자백했다는 걸로 제가 알고 있습니다.
◇ 김현정> 그렇죠. 하지만 공식적으로 오늘 법정에서 ‘내가 한 짓이다’ 라고 확인을 받는 건 다른 문제군요?
◆ 박준영> 네, 그리고 또 초등생 유골이 발견된 시점이 89년 12월 연말로 알고 있는데 그 당시 발견된 물건들을 이춘재로부터 확인을 받아야 됐습니다.
◇ 김현정> 그건 무슨 말씀이죠?
◆ 박준영> 줄넘기라든지 책가방이나 바지, 치마나 이런 것들. 당시 유골을 발견한 주민이 있었거든요. 주민이 발견한 물건들과 이춘재가 오늘 증언할 내용들이 별 차이가 없다면 증인의 진술에 어떤 신빙성이 부여되는 것이고 그 진술 내용에는 경찰, 그 당시 형사계장과 함께 유골을 확인했다라는 내용이 있거든요. 그렇다면 사체 은닉이라는 범죄를 우리가 입증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갖고 있습니다.
◇ 김현정> 그 아이 부모는 지금 사망신고도 아직도 못 하고 계세요? 30년째?
◆ 박준영> 제가 확인 다시 해 봤는데 지금도 사망신고를 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 김현정> 그렇다면서요. 얼마나 기가 막히면. 그리고 국가 상대로 한 배상 소송도 진행 중인 걸로 제가 알고 있거든요.
◆ 박준영> 네, 고소도 했고 국가배상소송 진행 중이고. 그런데 얼마 전에 초등생 어머님이 돌아가셨습니다. 이춘재의 자백 이후에 굉장히 힘들었고 그게 원인이 돼서 이렇게 또 빨리 돌아가신 것 같아요.
◇ 김현정> 아이고. 그 어머니 돌아가셨어요?
◆ 박준영> 네, 돌아가셨습니다.
◇ 김현정> 끝내 이춘재 입에서 공식적으로 내가 그랬다라는 말을 직접 못 듣고 가신 거네요.
◆ 박준영> 네. 그렇습니다.
◇ 김현정> 따라서 오늘 이춘재의 그 말이 이춘재 입에서 나오는 걸 확인하는 게 참 중요하다. 그 말씀이시고 저는 앞에서 박준영 변호사가 하신 말씀도 중요한 것 같아요. 도대체 왜 그랬느냐. 뭐가 당신을 이렇게 만들었느냐 이걸 듣는 게 중요하다.
◆ 박준영> 네, 그걸 듣고 싶습니다. 그걸 솔직히 얘기해 줬으면 좋겠어요. 그게 그나마 우리 사회를 위해서 그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의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 김현정> 알겠습니다. 내가 진범이다라는 말도 공식적으로 우리가 들은 적은 없는데 그것도 오늘 듣게 되겠죠?
◆ 박준영> 네. 다 물어볼 겁니다, 질문사항이 상당히 많고요. 2시간 이상 질문할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 김현정> 2시간 이상 질문이 가능합니까?
연쇄살인사건 당시 현장 사진과 범인 이춘재[연합뉴스 자료사진]
◆ 박준영> 재판부에서 상당히 많이 배려해 주시고 계십니다. 원래 사건 관련 부분만 질문할 수 있는데 전체적인 질문을 다 할 수 있게끔 해 줄 것 같고. 오늘 제가 말씀드린 이춘재가 살인범이 된 원인들, 이 과정들에 대한 얘기도 충분히 들을 수 있게끔 질문의 기회를 주실 것 같아요.
◇ 김현정> 오늘이 재심의 9번째 공판으로 알고 있는데 이 다음 상황은 어떻게 남아 있나요?
◆ 박준영> 앞으로 상황은 이춘재 증언 이후에 곧바로 그날 법의학자를 통해서 이춘재의 증언 내용 중에서 법의학적 쟁점에 대해서 물을 계획이고요. 그리고 다음 재판 한 번 남아 있는데 피고인 본인 신문 그리고 검찰의 진술 그리고 최종 변론이 남아 있습니다.
◇ 김현정> 그렇죠. 사실은 이춘재가 진범이라고 자백을 했고 거의 대부분의 것들이 이미 확정적이 됐습니다마는 한 가지 엇갈리는 게 뭐냐면 당시 형사들, 윤 씨 상대로 강압수사 한 적 없다고 지금 계속 주장하고 있어요.
◆ 박준영> 그런데 또 상당히 의미 있는 증언도 있었습니다. 경찰들 여러 명이 증언했는데요. 실제 수사를 담당했던 사람들은 조서의 왜곡이나 그리고 또 폭행, 가혹행위 잠을 재우지 않은 부분 등 의미 있는 진술을 상당히 했고. 다만 지난번에 증언했던 어떻게 보면 수사 책임자라고 할 수 있는 형사 계장이라는 사람이 많이 부인을 했습니다.
◇ 김현정> 맞아요.
◆ 박준영> 많이 부인했고 좀 뻔뻔한 증언도 사실 했습니다. 그리고 이 사람의 어떤 문제가 좀 크다라는 생각도 갖고 있는데 사실 입증하는 게 한계가 있습니다.
◇ 김현정> 그렇죠.
◆ 박준영> 딱 연결이 끊어지거든요. 그런데 초등생 실종 사건의 경우에는 초등생의 시신을 발견한 사람으로 알려져 있고 또 삽을 가져오라고 해서 바로 묻어버린 사람으로 저는 알고 있거든요.
◇ 김현정> 동일인이군요.
◆ 박준영> 네, 그래서 실종 사건의 의미 있는 점을 이춘재로부터 끌어내서 이 사람의 지난 법정에서의 증언이 위증이라는 사실은 입증해야 되는 것 아닌가.
◇ 김현정> 알겠습니다. 그 부분까지 관심 있게 오늘 공판 지켜보겠습니다. 박 변호사님, 심호흡하시고요. 너무 긴장하지 마시고 오늘 질문 차근차근 잘해 주세요.
◆ 박준영> 네, 김현정 앵커같이 질문을 잘해 보겠습니다.
◇ 김현정> 힘내십시오. 고맙습니다.
◆ 박준영> 감사합니다.
◇ 김현정> 화성 연쇄살인사건의 진범 이춘재가 오늘 처음으로 법정에 섭니다. 그 이춘재에게 2시간여 동안 질문을 하게 될 박준영 변호사 미리 만나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