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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 인터뷰]'유리창의 나비' 수지트 비다리 "자기 자신을 찾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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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컷 인터뷰]'유리창의 나비' 수지트 비다리 "자기 자신을 찾기를"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 뉴 커런츠 출품작
    '유리창의 나비(Butterfly on the Windowpane)' 수지트 비다리(Sujit Bidari) 감독

    영화 '유리창의 나비'를 연출한 수지트 비다리 감독. (사진=부산국제영화제 제공)

     

    다채로운 빛으로 반짝이는 날개를 갖고 무수한 광경이 펼쳐진 세상으로 날아가는 나비. 작디작은 알에서 깨어나 애벌레가 됐을 때만 해도 나비가 어떤 날개를 갖고 날아오를지 알 수 없다. 그러나 분명한 건, 아직 날개를 펼치지 못했지만 애벌레는 날아오를 날을 잊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 뉴 커런츠 부문에 초청된 네팔 영화 '유리창의 나비'는 소녀 비디야가 성장하는 과정을 남동생 바산타의 시점으로 그려가는 이야기를 담았다. 이를 '시'라는 소재로 아름답게 풀어낸다.

    지난 26일 화상 인터뷰를 통해 '유리창의 나비'를 연출한 수지트 비다리 감독과 만나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지난 26일 진행된 영화 '유리창의 나비' 관객과의 대화를 통해 국내 영화팬들과 만난 수지트 비다리 감독과 비디야 역의 배우 칸찬 치마리야의 모습. (사진=부산국제영화제 제공)

     

    ◇ 감독의 경험 녹아든 작품이자 첫 장편 '유리창의 나비'로 BIFF 초청

    네팔 독립영화인인 수지트 비다리 감독은 대학에서 시나리오와 연출을 전공했으며, 졸업 작품인 단편 '사비트리'(2013)로 세계 여러 영화제에서 수상했다. 현재 에베레스트영화아카데미의 크리에티브 디렉터이자 강사, 오스카국제대학에 시간강사로 재직 중이며, 영화사 ARKO FILM을 운영하고 있다. '유리창의 나비'는 수지트 비다리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본격적인 인터뷰에 앞서 그는 "먼저 모두에게 내 영화를 보여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며 "나뿐만 아니라 네팔 장편으로서는 주요 영화제에 초청된 게 이번이 처음이다. 그래서 나를 뉴 커런츠 부문에 초청해주신 부산국제영화제에 감사드린다"고 소감을 전했다.

    영화의 주인공인, 영리하고 야심 있는 비디야는 네팔의 시골 마을에 사는 열세 살 소녀다. 비디야에게는 노름에 빠진 한량 아버지와 말썽꾸러기 남동생 바산타, 그리고 딸 비디야를 자기처럼 살게 하지 않겠다고 결심한 엄마가 있다.

    보수적이고 답답한 시골 마을에서 벗어나 도시로 가는 것, 그곳에서 시를 쓰고 공부를 하며 자신의 꿈을 이루는 것이 비디야가 간절히 원하는 삶이다. 그러나 비디야의 꿈은 예기치 못한 상황들로 자꾸 꼬여만 간다.

    '유리창의 나비'의 시작은 감독 개인이 겪은 일과도 맞닿아 있다. 그는 "영화를 통해 내가 개인적으로 성장한 사회와 구성원에 관해 이야기하려 했다. 특히 여성 가족과 구성원은 사실 어려운 현실을 맞닥뜨리고 있다"며 "여성들은 크게 웃지도 못하고, 많은 경우 여성성을 강요받기 마련이다. 이러한 현실을 영화로 표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감독은 "어떻게 보면 개인적인 이야기라고도 할 수 있다"며 "어머니, 그리고 많은 여성 형제가 있다. 때로는 싸우기도 했지만 서로 사랑하며 자랐기에 그들의 이야기를 남매의 이야기라는 방식으로 표현하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이러한 성장 환경은 영화의 시점을 독특하게 만든 배경이기도 하다. 영화는 비디야의 이야기이자 동생 바산타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보통 성장 영화가 주인공의 시선을 따라간다면, 영화는 주인공 동생인 바산타의 시선을 따라 흘러간다. 이는 감독이 애초부터 의도한 방식이기도 하다.

    수지트 비다리 감독은 "나의 누나, 어머니의 자화상이라고도 이야기할 수 있었기에 더더욱 동생의 시점이 도드라지게 됐다"고 전했다.

    영화 '유리창의 나비' (사진=부산국제영화제 제공)

     

    ◇ 더 나은 삶을 향한 소녀의 꿈, '시'를 통해 그려내다

    비디야는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고 싶다. 그러나 현실이 비디야의 발목을 잡는다. 집안 형편뿐 아니라 여성은 순종적이어야 한다는 보수적인 분위기 역시 비디야가 날아오르는 걸 막는다. 심지어 여성으로 한 단계 성장했다는 증거이기도 한 생리의 시작 역시 일종의 터부처럼 여겨지며 가족들과 분리돼 지내야 한다.

    비디야의 성장 과정을 그려가는 과정에서 보이는 건 여성이 마주한 현실이다. 이는 네팔의 현실이자 지금을 살아가는 여성들이 마주한 세계이기도 하다.

    "더 나은 세계가 있다는 걸 알게 되면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할 거라고 생각해요. '더 나은 세계가 없다고, 알지 못한다고 생각하면 무엇을 시도할 수 있을까?'라는 포인트에서 시작했어요. 네팔의 많은 여성은 그들이 무엇을 꿈꿀 수 있는지, 삶의 목표나 이유조차 알지 못한 채 살아가는 경우가 대다수죠. 이유도 주어지지 않은 채 범죄자처럼 취급 되는 그 사회에 관해 이야기를 하려 했어요."

    이러한 닫힌 세계를 벗어나 비디야는 열린 세계로 나아가고자 한다. 영화에서 비디야가 꿈을 꾸고, 미래를 향해 나아갈 수 있는 원동력을 제공하는 건 '시'다. 자신을 둘러싼 자연을 통해 살아있다는 생명력을 느낀 비디야는 고스란히 시로 옮긴다. 비디야의 꿈을 시로 풀어낸 데 대해 감독은 "시를 굉장히 사랑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전작 단편 중 시를 기반으로 한 작품이 있다. 사실 영화를 만드는 것보다 시로 나 자신을 표현하는 게 훨씬 더 쉽다고 생각한다"며 "영화를 제작하는 것은 많은 어려움이 있는데, 영화와 시가 함께 어우러진다면 내 생각을 더 깊이 표현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영화의 마지막, 비디야가 쓴 시를 바산타가 낭독하는 장면이 나온다. '유리창의 나비'가 말하고자 하는 지점과도 맞닿아 있는 시다. 콘셉트와 아이디어는 있었지만 어떻게 풀어갈지, 어떤 단어를 써야 할지 좀처럼 떠오르지 않았다.

    숙제처럼 내내 그를 괴롭혔던 시는 엔딩 장면 촬영 하루 전 기적처럼 완성됐다. 그는 "새벽 5시 촬영을 앞두고 3시에 펜과 종이를 붙잡고 머리를 쥐어짜고 있을 때, 전반적인 이야기를 이 시로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생각했고 그때서야 시를 쓸 수 있었다"고 웃으며 회상했다.

    영화 '유리창의 나비' (사진=부산국제영화제 제공)

     

    ◇ 애벌레에서 나비로 성장하듯…'자기 자신'을 찾아가길

    영화에서 시만큼이나 주요하게 나오는 소재 중 하나가 '나비'다. 제목에서도, 영화 속 장면에서도, 비디야의 시에서도 나비가 등장한다. 나비와 관련된 지점들을 뒤따르다 보면 비디야의 성장도, 감독이 영화를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도 발견할 수 있다.

    감독은 "초반부에 유리병에 담긴 나비가 나오는데, 이는 촬영하기 1~2주 전 각본에 추가하게 된 장면"이라며 "비디야뿐만 아니라 그의 엄마나 할아버지, 가족들을 비판하고 싶지 않았다. 그저 애벌레였던 비디야가 나비가 되는 과정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싶었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외부인이 보기에는 현실 내지 사회를 떠나 훨훨 날아가는 장면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다"며 "비디야는 단순했던 삶에 조금씩 변화를 일으킨다. 나로서는 1차적인 성장 과정에 있던 비디야가 2단계, 3단계로 나아간다는 탈바꿈의 과정을 표출한 장면"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하지만 결국에는 영화를 볼 관객분들이 나비가 무엇을 상징하는지 해석을 해주셔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수지트 비다리 감독은 자신의 영화를 찾아 준 관객, 앞으로 찾아 줄 관객들을 향해 메시지를 남겼다.

    "저는 감독의 아이디어나 감정을 통해 한 편의 영화가 만들어진다고 생각해요. 그 감정은 사회나 가족, 개개인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모두가 공감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한국에 있든, 멕시코에 있든, 관객들이 영화 속에서 공감할 수 있는 인물이 단 한 명이라도 있었다면 성공적이라고 생각해요. 영화 속 인물들을 통해 가족의 모습을 발견하고, 무엇보다도 자기 자신을 찾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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