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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도 안 그래요"…유명 유소년 합창단의 '똥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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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페셜 훅!뉴스

    "군대도 안 그래요"…유명 유소년 합창단의 '똥군기'

    • 2020-10-09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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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모가 데리러 와도 선배 허락 없이는 갈 수도 없어
    '허락없이 핸드폰 불가', '허용된 것 외 모두 불가' 등
    대물림된 '규칙'... 어기면 중학생 선후배끼리 벌 세워
    "언니들이 무서워서"... 스트레스 속 음악의 꿈 접기도
    합창단 측 "잘못 인정, 아이들과 적극 소통·교육할 것"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2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김승모 기자 (CBS 심층취재팀)

    ◇김현정> 뉴스 속으로 훅 파고드는 시간, 훅!뉴스. CBS 심층취재팀 김승모 기자 나와 있습니다. 오늘 심층취재팀에서 준비한 뉴스는 뭡니까?

    ◆김승모> 방송에서 표현하기가 좀 그렇지만 ‘똥군기’라는 표현 들어보셨죠?

    ◇김현정> 적절한 용어는 아니네요. 군기는 군기인데, 너무 고압적이고 어처구니가 없는 군기를 얘기하는 거 아니에요?

    ◆김승모> 꼭 필요한 군대에서의 기율도 아니고, 이런 군기가 있어야 할까 싶은 곳에서 강요되는 군기를 비꼬아서 그렇게 말하기도 하죠.

    ◇김현정> 가끔 대학에서 필요 없는 군기들이 남아있다 이런 걸 지적할 때 비꼬아서 말하기도 하잖아요.

    ◆김승모> 그런데 중학생들, 특히 함께 화음을 맞추는 유소년 합창단 안에서 이해가 안 되는 규율이 강요되고 있다는 제보가 들어왔습니다.

    ◇김현정> 유소년합창단이요?

    ◆김승모> 군대에서도 이렇게는 안할 것 같은 상명하복의 규칙들이 있고, 일부는 규칙 때문에 꿈을 접기도 했다는데요. 그 취재 내용을 전해드리겠습니다.

    ◇김현정> 저는 군기얘기 하시길래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곳인 줄 알았는데 너무 뜻밖의 장소가 나왔습니다. 유소년합창단. ‘유소년 합창단의 어이없는 똥군기’요. 어떤 곳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건가요?

    ◆김승모> 문제가 지적된 곳은 바로 ‘월드비전 합창단’입니다.

    월드비전 음악원 어린이합창단 (자료사진)
    ◇김현정> 월드비전 합창단이라면 굉장히 역사가 오래된 곳이고 청소년들이 가고 싶어 하는 곳 아닌가요?

    ◆김승모> 맞습니다. 엄격한 심사를 거친 단원들이 국내뿐 아니라 국외에서도 활발한 공연을 펼치는 곳으로 유명하죠. 1960년 선명회어린이합창단이란 이름으로 시작했으니 역사가 60년이나 됐고요, 다수의 유명 성악가나 대중가수를 배출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그 안에서는 이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하네요. 우선 들어보시죠.

    [녹취 : 제보자]
    “학생들이 물론 합창단이라는 공동 생활을 하면서, 뭔가 좀 더 결속력을 다지는 부분에서는 규칙들이 필요할 수 있지만 과한 규칙들이 몇 가지가 있어서 문제를 제기했던 거구요. 특히, 예를 들어 버스를 타고 가다가 선배 언니를 만나면, 같이 따라가서 언니가 가도 된다고 할 때까지... 정말 말도 안 되는 거 많았구요.”


    ◇김현정> 제보자의 음성인가요? 일단 한 가지 예를 들었네요. 길을 가다 선배를 만나면 그 선배를 반드시 따라가야 하고, 가도 된다는 말이 있을 때까지 멈출 수가 없다?

    ◆김승모> 월드비전 합창단 사정을 잘 아는 제보자가 조심스럽게 알려 왔는데요. 길을 가다 선배들을 만나면 일단 무조건 그 곁에 머물러야 하고, 심지어 부모님이 데리러 왔어도 선배들이 보내줘야 갈 수 있다는 겁니다.

    ◇김현정> 이 합창단이 중학생들로 이뤄졌다고 했잖아요. 선배를 후배가 보호하겠다는 차원은 아닌 걸로 들리는데요.

    ◆김승모> 중학생, 간혹 초등학교 6학년 학생까지 이 합창단에서 활동하는데, 이런 식으로 선배에 대한 복종을 강요받는다고 해요. 단순히 문화가 아니고, 아이들이 만들어서 공유하는 명문화된 규칙이 있었습니다.

    ◇김현정> 학생들이 공유하는 아예 명문화된 규칙이요?

    ◆김승모> 몇 가지 소개해드리면, ‘음악원이 있는 지하철역 근처에서는 선배가 허락하지 않는 한 핸드폰 켜지 않기’, ‘3학년 앞에서 2학년에게 말하거나 눈 마주치거나 인사 금지’, ‘연습시간에 의자 1/3만 앉기’, 그리고 의사소통을 금지하는 내용까지 포함돼 있습니다.

    ◇김현정> 지금 명문화된 규칙을 보여드리고 있습니다. 단원들, 학생들 사이 만들어진 규칙인데 아니, 말 하는 것도 금지예요?

    ◆김승모> 네. 자유롭게 대화할 수 있는 분위기는 아닌거죠. 온라인에서의 규칙도 따로 있는데요, 자기 얼굴 사진, 셀카를 올릴 때는 민낯, 생얼 사진만 올려야 하고 파마 형태를 한 머리 사진도 안 됩니다. 그 외에 무엇, 무엇을 할 수 있다고 예외적으로 허용한 것을 제외한 ‘모든 것은 불가’라고 못 박았습니다.

    ◇김현정> 허용한 것 외에는 모두 불가? 이게 중학생들끼리의 규정이에요?

    ◆김승모> 그렇습니다. 복장규정까지 대단히 구체적인데요. 합창단 연습할 때는 물론, 일상생활에서도 함께 있다면 바지는 청바지나 검은 바지만 입어야 하고, 티셔츠는 꼭 바지 안에 넣어 입어야 한다고 하네요. 민소매나 몸에 달라붙는 티셔츠도 안 되고요. 머리도 하나로 높게 묶어야 하는데 검정 머리끈만 사용하도록 하고 있어요.

    ◇김현정> 요즘 학교에서도 복장자율화인데 상당히 시대착오적이라는 느낌이 들거든요? 만약 이런 규칙을 어기면 어떻게 돼요?

    ◆김승모> 단정한 용모 수준을 넘어선 것 같은데 규칙을 어기면 ‘돌기’라는 일종의 벌칙을 받아야 하는데, 구체적인 설명은 제보자의 말로 다시 들어보겠습니다.

    [녹취 : 제보자]
    “뭔가 아이가 잘못해서 선배한테 혼날 때는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돌다’라는 표현을 쓰는데 오른쪽 팔을 위로 들어서 팔이 귀에 닿고 손등부터 어깨까지가 완벽하게 일자를 이루도록 한 상태로 흔히들 말하는 어릴 때 저희가 ‘손들고 있어라’ 선생님께서 예를 들면. 그런 식으로 해서 체벌을 하는 식의 것들이 행해지고 있고...”


    ◇김현정> 손들고 있으라는 벌을, 중학생 선배가 중학생 후배에게 내리는 거예요?

    ◆김승모> 그 자세도, 양팔은 아니고요 오른팔을 들어서 팔이 귀에 닿게 하고 손등부터 어깨까지 완벽하게 일자가 돼야 한다고 하네요. 눈은 코를 보는데 고개를 내려서는 안 되고요. 지금 말씀드린 것은 직접 마주한, 대면 상황이고요. 온라인 단체방에서는 잘못을 지적당하면 5줄 정도로 자기가 어떤 규칙을 위반했는지 설명해야 하고, 그리고 당사자를 포함한 모든 후배들이 일일이 ‘미안해요’라는 말을 올려야 한다고 하네요.

    ◇김현정> 문제를 지적당한 당사자뿐만 아니라 다른 후배들도 다 미안하다고 써야 해요?

    ◆김승모> 일종의 연대 책임과 같은데요. 대답은 거의 실시간으로 이뤄져야 합니다. 대답이 늦으면 또 이를 지적하는 내용이 이어집니다.

    ◇김현정> 어이없는 웃음이 나오는데.. 합창하겠다고 모인 중학생들이 꼭 이런 식으로 생활해야 하나 싶은데요.

    ◆김승모> 그렇다 보니 이런 분위기에 질려 꿈을 포기하는 학생들까지 있었는데요, 몇 해 전 합창단에서 나간, 이제는 성인이 된 전직 단원의 말을 들어보시죠.

    [녹취 : 전직 단원]
    “저는 이제 언니들이 무서워서 그만둔 게 사실은 제일 컸던 것 같아요.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노래하는 것은 지금도 너무 좋아하고 너무 즐거운데, 언니한테 스트레스를 너무 받아서 공연을 못 가겠는 거예요. 어머니께서 대신 퇴단 절차를 밟아주셨고, 짐도 제가 안 가져오고, 어머니가 대신 가져다주시고 그랬어요. 그때는 무서워가지고”


    ◇김현정> 너무 무서워서 짐도 찾으러 못 갔다? 정말 어렵사리 들어간 자리일 텐데 선배들이 무서워서 탈퇴할 수밖에 없었다. 전직 단원의 말이라면 이 규칙이 어제 오늘 얘기가 아닌 것 같네요?

    ◆김승모> 말하자면 전통처럼 수년에 걸쳐 대물림됐다고 합니다. 후배로서 당하다가 선배가 돼서는 다시 그 규칙을 지키라고 강요해왔던 것이죠.

    ◇김현정> 아이들이 어렸을 때 대인관계에서 부정적인 경험을 하고 그 상처가 쌓이면 나중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거든요.

    ◆김승모> 전문가들도 아직 어린 학생들이 잘못된 관계 설정으로 인한 스트레스에 힘들어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습니다. 정현주 이화여자대학교 음악치료학과 교수의 말입니다.

    [녹취 : 정현주 이화여자대학교 음악치료학과 교수]
    “음악성은 오히려 살려줘야 하고, 좀 더 창의적이고 자유할 수 있게끔 분위기가 그것을 배양해주어야 하는데, 이거는 오히려 더 눌리는, 중학생이기 때문에 다이나믹한 관계적 역동에 민감하잖아요. 그런데 그것을 좀 더 누른다고 하면, 글쎄요 저는 아이들이 많이 힘들어할 것 같아요.”


    ◇김현정> 당연히 학생들 정서에 영향을 미치겠죠. 그리고 실제 부담과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해 꿈을 접은 사례도 있다고 했잖아요. 단원들 사이 대물림된 악습이라면, 학생들을 지도해야 할 선생님들은 이런 규칙들을 몰랐을까 싶은데요.

    ◆김승모> 약간 교묘한 부분이 있긴 합니다. 말씀드린 ‘돌기’ 벌칙을 수행할 때는 공식적으로 선생님 앞에서는 하면 안 되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지적을 받아 오른팔을 쭉 뻗어 들고 있다가도, 연주실 문이 열리면 손을 내리고 눈을 바로 해야 해요. 혹시라도 선생님이 들어온다면 보이지 않게 말이죠.

    ◇김현정> 숨긴다고 숨겨지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이렇게 오랫동안 악습이 이어졌다면 모를 수 없는 것 아닌가요?

    ◆김승모> 그리고 보여드렸지만, ‘돌기’라는 벌칙은 학생들이 공유하는 규칙에는 별도로 ‘규칙 어긴 것을 걸리면 꼭 돌기’라고만 적혀 있을 뿐 구체적인 내용은 없습니다. 그리고 말씀하신 것처럼 선생님도 그렇고 학부모도 알지 않을까 생각하는데 전직 단원의 설명 들었는데요. 전직 단원 말로는 1, 2학년 학부모라면, 알음알음 알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하더라고요.

    ◇김현정> 그런데 왜 항의를 못 해요?

    ◆김승모> 당사자 어머니도 당시에 아셨고요, 다만 아이들이 선배를 무서워하고 어느 정도 군기가 잡혀 있구나 생각해 일종의 용모가 단정해 보이고 표현이 관리 측면이라고 하면 그런 측면에서는 좋게 보고 있을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선생님들도 알면서도 그러려니 했다는 편이 맞을 것 같은데요, 다시 제보자의 말을 들어보시죠.

    [녹취 : 제보자]
    “선생님들 안다고 생각되는 정황들이 여러 가지 있는 게, 예를 들면 선생님들이 수업하시는 도중에 학생들에게 실수하시는 부분이 있으실 거 아니에요, 그런 상황에서 “어? 선생님도 돌아야 해?"라는 말을 직접적으로 하신 경우가 되게 여러 번 있대요. 농담조로. 그렇게 잘못했을 때 선배들이 후배들에게 그런 식으로 한다는 것을 인지하고 계신 것 같아요.”


    ◇김현정> 선생님도 알고 있었을 것 같다는 얘긴데 월드비전 합창단 쪽 얘기도 들어보셨어요?

    ◆김승모> 합창단 측도 아이들이 만든 규칙을 어느 정도 알고는 있었습니다. 취재진이 만난 합창단 관계자는 학생들을 면담하는 과정에서 그런 내용들을 전해 들었고 만류도 했다고 합니다.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잘못을 인정하면서 앞으로는 아이들과 적극 소통하겠다고 하는데, 관계자의 말입니다.

    [녹취 : 월드비전 합창단 관계자]
    “좋은 연주, 연주자로서의 품위 이런 걸 유지하려고 하는 노력인데... 어떤 면에서는 심한 부분도 저희가 봤기 때문에 그렇게 하는 건 좋지만 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으니까 계속 아이들과 소통을 하는 거죠. 특히 주로 3학년 선배들이 많이 하니까 3학년과 따로 만나서 그런 부분에 대해 계속 교육을 하는 거죠.”


    ◇김현정> 연주자로서의 품위를 유지하려는 노력이라고 하는데 그 정도를 벗어난 걸로 느껴집니다. 어쨌든 고쳐나가겠다고 다짐하는 건 그나마 다행이네요.

    ◆김승모> 그렇습니다. 지금까지 이야기를 들어보면, 단순히 학생들끼리의 규칙이라고 보기는 힘들죠. 납득이 안 되는 무리한 제약도 여럿 보이고요. 한동안 체육계나 대학가 등에서 떠들썩했던 삐뚤어진 군기 문화마저 이제는 사라져간다고 하는데, 유소년 합창단 안에서 이런 모습을 접하니 마음이 무거웠네요.

    ◇김현정>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이 학생들에게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요. 주변 어른들의 책임도 크다는 생각이 들어요.

    ◆김승모> 물론입니다. 음악에 대한 꿈을 키우는 아이들이 완벽한 실력을 강요받는 현실이 있고요, 그 학생들을 이런 구조에 올려놓고 방관한 어른들이 있었던 거죠. 저희도 취재를 하면서 어찌 보면 피해자일 수 있는 학생들이 또 다른 상처를 받지 않을까 고민했지만, 이런 폐습이 근절돼야 한다는 생각에 보도하게 됐습니다.

    ◇김현정> 유소년 예체능 교육 현장에 이런 일이 또 있지 않을까 다른 그늘이 없는지 우리 어른들이 들여다봐야겠네요. 오늘 훅뉴스 지금까지 김승모 기자와 함께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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