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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꽃' 이준기는 어떻게 뻔한 사이코패스를 탈피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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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악의 꽃' 이준기는 어떻게 뻔한 사이코패스를 탈피했나

    [노컷 인터뷰]'악의 꽃' 백희성·도현수 역 이준기 서면 종영 인터뷰
    전형성 벗어난 사이코패스 연기로 시청자들 설득→연기 호평
    "액션 워낙 좋아하지만…감정 디테일에 더 집중했다"
    "문채원과는 평소 연기 고민 나눠…놓치는 부분 채워줬다"

    배우 이준기. (사진=나무엑터스 제공)

     

    단순한 사이코패스가 아니다. tvN 수목드라마 '악의 꽃' 이준기의 배역은 사실상 1인 2역이나 다름없었다. 누구보다 다정다감한 남편이자 아빠인 백희성(이준기 분)은 사실 '도현수'라는 정체를 숨기고 살아가는 인물이다. 직접 살인을 저지른 적은 없지만 연쇄살인마 아버지를 둔 도현수는 이런 사이코패스 기질을 물려 받았다.

    차라리 완벽한 악역이었다면 쉬웠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준기는 복잡한 감정의 층위를 가진 사이코패스 역을 납득 가능하게 풀어가야 했다. '무감정한' 사이코패스의 캐릭터적 특징은 오히려 이준기에게 고민만 더했다.

    그럼에도 이준기는 결과적으로 시청자들을 설득하는데 성공했다. 온 몸을 날리는 액션 연기보다 감정과 '디테일'에 집중해 '고밀도 감성 추적극'이라는 드라마 장르를 스스로 증명해보였다. 그는 끊임없는 의심과 진실의 교차점에 서서 자기 몫을 넘치게 해냈다.

    다음은 코로나19로 인해 서면으로 진행된 이준기와의 일문일답.

    ▷ 코로나19 속에서 '악의 꽃'이 무사히 마쳤다. 종영 소감 부탁드린다.

    = 매 작품이 그랬지만 이번 '악의 꽃'은 끝나고 나니 유독 복합적인 감정이 많이 느껴진다. 작품을 완주했다는 안도감, 초반에 느꼈던 무게감을 무사히 완결로 승화시켰다는 성취감, 그리고 현장에서 동고동락하며 달려온 모든 분들을 떠나보냈다는 헛헛함까지. 게다가 종영 후 바로 인터뷰까지 진행하니 모든 것들에 대한 그리움이 다시 느껴지면서 더욱 만감이 교차한다. 참 외로우면서도 많은 것들에 감사한 지금이다.

    ▷ 백희성과 도현수를 연기할 때 특별히 중점을 둔 부분이 있다면?

    = 다양한 인물들과의 관계에서 보여지는 리액션들에 상당히 공을 들였다. 감정을 느낄 수 없는 현수이기에 작은 표현부터 리액션 하나하나가 씬 자체에 큰 힘과 설득력을 줄 거라고 생각했다. 물론 저 혼자 연구하고 고민한다고 되는 부분은 아니었다. 그래서 감독님과 작가님을 비롯한 현장에서 저를 가장 가까이서 보는 카메라 감독님까지. 그리고 배우 한 분 한 분과 계속해서 서로의 생각들을 나눈 거 같다.

    자칫 잘못하면 너무 뻔하거나 단조롭게 표현돼 도현수란 인물이 무감정 사이코패스로만 보여질 수 있었기 때문에 더 디테일한 부분에 신경을 쓰고 집중했었다.

    배우 이준기. (사진=나무엑터스 제공)

     

    ▷ 금속공예가, 아빠 등 다양한 면모를 지닌 캐릭터 구축을 위해 특별히 준비한 게 있다면?

    = 금속공예가로 살아가는 백희성의 모습은 무엇보다 자연스러워야 했다. 그래서 촬영 전 유튜브로 연기에 참고할만한 공예 작업 영상들을 찾아보며 미리 상상해 뒀고, 실제 금속공예가분을 만나 짧게나마 공예가의 손길이 느껴질 수 있는 디테일을 배웠다.

    따뜻한 아빠로서의 모습은 사실 애드리브가 많았다. 감독님께서 그냥 여러 가지를 시도해 볼 수 있게 믿고 맡겨 주셨다. 그래서 꽤나 많은 것들을 은하와 만들어 갔던 거 같다. 은하와 함께하는 날이면 좀 더 일찍 가서 웬만하면 떨어져 있지 않으려고 노력했었다. 어떤 날은 연기한 것보다 은하랑 너무 재미있게 놀아서 피곤했던 적도 있었다. 도현수의 모든 서사들은 결국 각 인물들과의 관계성에서 나오는 표현들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런 부분들에 차별성을 두기 위해 집중했었다.

    ▷ 배우 문채원과는 극 중 부부로 호흡을 맞췄다. 실제로 두 사람의 '케미'는 어땠나?

    = '악의 꽃'이라는 작품을 고민하기 전에도 몇 번 만나 각자 고민중인 작품 이야기라던지 인생이야기들을 나누곤 했다. 작품을 두고 고민이 많았을 때도 채원씨가 "오빠가 충분히 매력적으로 만들 수 있는 캐릭터다"라는 이야기를 해줘서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다. 현장에서의 배우 문채원은 섬세하고 집중력이 상당히 높다. 그리고 본인이 그 감정을 해석할 수 있을 때까지 고민하는 배우다. 그래서 서로 연기 합을 맞춰갈 때 제가 감정적인 부분에서 더 자극 받고 도움을 받았다. 제가 놓칠 수 있는 부분들을 많이 채워줬다. 마지막에는 차지원을 떠올리기만 해도 가슴이 먹먹해졌다.

    ▷ 아파트 난간 씬, 물고문 씬 등 고난도 액션이 많았는데 특별히 힘든 점은 없었나?

    = 많은 분들이 아시다시피 평소 운동을 좋아하기 때문에 생각보다 체력적으로 힘든 부분은 없었다. 그래서 힘들고 지치기보다는 '내가 얼마나 동선을 만들고 액션을 취해야 시청자분들이 이 씬에서 오는 감정과 느낌을 오롯이 받아 들이실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많이 했다.

    사실 이번 작품을 시작하기에 앞서 기존에 제가 좋아하는 액션을 10분의 1정도로 줄이자고 다짐했었다. 제가 평소에 보여드리던 액션들은 상당히 많은 합이 있어 화려하거나 거칠다. 하지만 그런 액션이 이번 작품에서는 도움이 되질 않을 거라 생각했기에 액션보다는 감정에 더 집중했던 거 같다. 처절하게 내몰리는 씬들의 경우에는 대역 없이 직접 몸으로 들이받고 던져지고 부서지고 하면서 저 스스로뿐만 아니라 시청자분들이 보시기에도 더 몰입될 수 있도록 노력했다.

    배우 이준기. (사진=나무엑터스 제공)

     

    ▷ 작품 속에서 기억에 남는 장면을 꼽는다면?

    = 하나도 빠짐없이 저는 정말 다 좋았다. 기억에 남는 명대사는 마지막 회에서 현수가 지원이에게 해주는 "내가 더 잘해줄게요. 내가 더 좋아해 줄게요"라는 대사다. 기억을 잃은 현수가 가슴속 어렴풋이 남아있는 과거 지원이 내밀었던 따뜻한 사랑을 되돌려주는 거다. 두 사람의 새로운 사랑과 인생을 뜻하는 거 같아서 현장에서도 눈물이 마르지 않았다.

    ▷ '악의 꽃'은 이준기에게 어떤 의미였나?

    = 저는 삶에 있어서 내가 성장하고 잘 되는 것보다는 내가 꿈꾸는 것들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하고 있다는 충만함과 행복감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게 저의 삶의 의미이자 중요한 가치다. 그렇기에 이번 '악의 꽃'은 또 한 번 저에게 좋은 자양분이 됐고 인간 이준기를 한층 더 견고하고 풍성하게 만들어줬다고 생각한다. 나는 참 복이 많은 사람이구나 또 생각한다. 정말 모두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다.

    ▷ 앞으로의 활동 계획은?

    =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분들이 힘들어하고 있는 시국이기에 미약하게나마 즐거움과 기쁨, 희망을 드릴 수 있다면 무엇이든지 하고 싶다. 특히 저는 직업이 배우이기 때문에 좋은 작품으로 즐거움을 드린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 성실하게 몸과 마음 잘 준비해서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다음 작품을 맞이할 수 있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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