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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B컷]"청탁있었다" 스폰서의 새 증언, 김학의 2심 변수될까



법조

    [법정B컷]"청탁있었다" 스폰서의 새 증언, 김학의 2심 변수될까

    덤덤히 최후진술한 김학의, 변호인 "소설 같은 공소제기, 대가성 없어"
    '스폰서' 최씨 새증언 공개되기도 "직무상 편의 제공, 청탁있었다" 주장
    檢 "검사와 스폰서 관계에 대한 사건, 확정적 무죄 줄 것이냐"

    ※ 수사보다는 재판을, 법률가들의 자극적인 한 마디 보다 법정 안의 공기를 읽고 싶어 하는 분들에게 드립니다. '법정B컷'은 매일 쏟아지는 'A컷' 기사에 다 담지 못한 법정의 장면을 생생히 전달하는 공간입니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지만 중요한 재판, 모두가 주목하지만 누구도 포착하지 못한 재판의 하이라이트들을 충실히 보도하겠습니다. [편집자주]
    2020.9.16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항소심 최후진술 中
    김학의 전 차관 "이유 여하 막론하고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돼 이 자리에 선 것만으로도 정말 송구스럽고 죄송한 마음입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그리고 주심 부장판사님, 배석 부장판사님. 그간 제 삶을 어찌 말로 다 표현할 수 있겠습니까. 생을 포기하려 한 적도 여러 번 있었습니다. 실날같은 목숨 하나 부지하고 사는데 사는 게 사는 게 아닙니다. 저는 이미 지워지지 않은 주홍글씨를 가슴에 깊이 새긴 채 살아갈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도 바람이 있다면 얼마 남지 않은 여생, 사회에 조금이나마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저로 인해 고통받은 가족들에게 봉사하면서 조용히 인생 마무리하고 싶은 것이 솔직한 저의 심정입니다. 한없이 부끄럽고, 또 부끄럽습니다. 현명하신 판단을 내려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지난 16일 서울고법 소법정.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항소심 마지막 진술을 위해 피고인석에 섰습니다. 지난해 11월 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다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풀려난 지 약 10개월 만입니다.

    신문 도중 억울하다며 대성통곡해 휴정까지 됐던 지난 1심 때와 달리 김 전 차관은 이번에는 비교적 태연한 모습이었습니다. 진술 중 감정이 북받쳤는지 잠시 목이 메기도 했지만 양복 윗 주머니에서 꺼낸 준비된 소감문을 별다른 표정 변화 없이 차분하게 읽어내렸습니다.

    혐의 한 마디 언급 없이 지난 과거를 술회하고 용서만을 구한 채 진술을 마친 것도 뇌물을 요구하거나 대가를 바란 적이 없다고 호소했던 1심과는 대조적이었습니다.

    김 전 차관의 항소심은 여론의 관심 속에 치열한 법정공방이 펼쳐졌던 1심과는 진행양상이 많이 달랐습니다. 1심에서는 준비기일만 2차례, 이후 9번의 정식 공판 끝에 선고가 내려졌는데 항소심에서는 준비기일 격인 첫 공판부터 이날 결심까지 단 세 차례의 공판만에 결론만 남은 상황입니다.

    '스폰서' 윤중천씨부터 윤씨 운전기사, 피해여성 등 1심 법정을 오간 증인들도 이번 항소심에는 나올 필요가 없었습니다. 항소심이 원심에서 조사된 증거 대부분을 그대로 받아들였기 때문이죠. 다만 또다른 사업가 최모씨만이 추가 증언할 필요성이 인정돼 항소심의 유일한 증인으로 2차 공판에 비공개로 출석했습니다.

    결국, 최씨의 추가 진술을 제외하고는 1심에 비해 이렇다할 추가 증거가 제출되거나 별다른 사정 변경이 없는 상황. 검찰의 질문에 "어차피 10년 이상 구형할 것이 아니냐"며 눈물을 쏟으면서 가슴 졸였던 1심과 달리 김 전 차관이 이번에는 보다 의연하게 선고를 기다릴 수 있는 이유인지도 모릅니다.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2020.9.16 김학의 전 차관 항소심 변호인 변론 中
    변호인 "검찰 고위직을 지낸 피고인은 원본 확인도 안 되는 동영상으로 조사받기 시작해 지난 7년 동안 온갖 비난 받으며 매우 어려운 나날을 보내야 했습니다. (중략) 7년도 더 지난 일을 뇌물죄로 의율하려다 보니 공소시효 문제가 생기고 이에 법정형을 맞추기 위해 억지로 뇌물 액수 높이기도 했습니다. 수뢰 후 부정처사죄는 마치 소설처럼 공소사실을 지어낸 느낌을 받습니다. (중략) 설령 피고인이 윤중천과 최모씨에게 향응을 받은 게 일부 인정되더라도 1심서 결론냈듯 직무관련성이나 대가성은 전혀 인정이 안 됩니다. 피고인에게 여러 불리한 진술을 하는 윤중천도 원심서 지금까지 피고인에게 어떠한 청탁도 한 적이 없다고 했습니다. 검사의 항소는 이유 없음으로 기각해주시길 바랍니다"
    그래서였을까요. 변호인도 선고 전 마지막 변론을 통해 검찰의 공소제기를 "소설같다"거나 "추론 같은 결과물"이라며 강도높게 비판했습니다. 설령 향응 제공이 인정되더라도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성이 없어 처벌할 수 없다고도 지적했습니다. 1심의 무죄 판단 근거를 그대로 인용한 듯한 대목입니다.

    김 전 차관 측은 결백의 근거로 들었지만 사실 1심 판결은 정확히 말하면 "잘못은 있으나 법적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것에 가깝습니다. 변호인이 말했듯 '김학의 사건'은 지난 2013년과 2015년 두 차례 수사에서 성범죄 관련 혐의로 의율됐다가 검찰에서 두 차례 무혐의 결론이 나왔습니다. 이후 이대로 미궁에 빠질 뻔한 의혹을 검찰 과거사위원회가 재수사를 권고했고 검찰은 뇌물 사건으로 방향을 재설정해 결국 김 전 차관을 의혹이 불거진 뒤 6년 만에 처음으로 기소했죠.

    가장 논란이 됐던 성접대 의혹도 재판부가 "성적접촉을 가질 기회를 윤중천으로부터 제공받아 온 사실은 인정된다"고 밝히며 사실상 인정됐습니다. 또한, 상품권을 여러차례 교부받거나 휴대전화 요금을 스폰서에게 대납시켰다는 등 향응 수수 의혹도 일부 사실로 받아들여졌구요.

    그럼에도 처벌할 수 없던 건 성접대의 경우, 공소시효가 이미 지났고 금품 및 향응 수수는 직무 대가성이 명확하게 입증되지 않아서였을 뿐, 김 전 차관이 결백해서는 결코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김 전 차관의 행위가 적절하지 않았다는 흔적은 판결 곳곳에 남았습니다.

    여전히 시효가 살아있는 뇌물 혐의에 대해서 추가로 직무 편의를 봐줬거나 대가성이 있다고 판단한다면 결론이 바뀔 여지는 충분히 남아 있다는 뜻이 되기도 합니다.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2020.9.16 김학의 전 차관 항소심 변호인 변론 中
    변호인 "최모씨는 이 법정에서 뇌물공여 사건 관련 피고인에게 청탁했다고 말하지만 이는 검찰 조사 진술내용과는 다릅니다. 최씨는 (2심에 와서) 어떤 필요에 의해 작위적으로 내용을 꾸며 증언했다고 보는 것이 사실에 부합합니다. 차명 휴대폰에 관하여서도 피고인 직무와 관련해 편의 제공한 것이라고 진술하지만 이는 원심 증언과 명백히 배치되는 내용입니다"
    이런 만큼 2심에서 추가된 유일한 증인 최씨의 진술이 1심 판결을 뒤집는 변수가 될지도 주목됩니다. 최씨는 앞서 비공개로 증인신문을 받아 그간 구체적인 진술 내용이 알려지지 않았었지만 변호인 측이 최씨의 진술 신빙성을 지적하는 과정에서 일부 드러났습니다.

    변호인은 신빙성을 부인했지만 최씨의 진술대로라면 그는 김 전 차관의 검사라는 지위를 기대하고 수사 관련 청탁했고 직무상 편의를 제공받았다는 취지로 진술했는데 이는 1심에서는 나오지 않았던 내용입니다. (최씨는 검찰 조사나 원심에서는 상품권이나 차명 휴대전화 등을 제공했을 뿐 직무 관련 청탁을 하거나 특정한 대가를 바라지는 않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1심이 김 전 차관의 향응 수수를 인정하고도 대가성이 입증되지 않아 뇌물수수 혐의를 무죄로 본 만큼 만약 1심 재판부가 최씨의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하면 결론이 바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2020.9.16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항소심 검찰 최종변론 中
    검찰 "소위 별장 성접대 사건으로 명명돼 사회적 논란이 됐던 사건이 성폭력 사건으로 다뤄지며 무혐의로 종결됐고 이후 끊임없이 부실수사 의혹들이 제기됐습니다. 급기야 검찰과거사위원회 수사 권고 관련 수사단이 출범해 이 사건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관계인에 대한 재조사를 통해 이 사건의 실체는 고위공직자의 금품 및 향응 수수사건이며 피해자 4명에 이르는 점을 확인했습니다. (중략) 피고인이 장기간 다액의 금품을 수수해온 사실이 명확히 확인됐음에도 1심은 안타깝게도 무죄판결을 선고했습니다. 이 사건은 단순히 피고인에 대한 뇌물수수 유무죄를 가리는 차원을 넘어 그동안 사회적으로 문제됐던 다수의 전현직 검사들의 '검사-스폰서 관계'를 어떻게 평가하고 바라볼 것인지와 관련된 사건이기도 합니다. 만일 1심처럼 무죄로 판단한다면 검사와 스폰서의 관계에 확정적 무죄를 주는 것이고 대다수 성실한 수시가관 종사자와 다르게 살아온 일부 부정한 이들의 날개를 달아주는 것과 다름 없습니다"


    항소심이 최씨의 추가 진술에도 원론의 판결을 그대로 유지할지, 아니면 반전 결론을 내놓을지는 물론 알 수 없습니다. 다만 김 전 차관을 법정에 세운 검사의 말마따마 이 사건은 유무죄 여부를 넘어 '검사와 스폰서' 관계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와도 연관된 만큼 결론이 바뀔 지 관심도 집중되고 있습니다. 김 전 차관의 항소심 선고공판은 다음달 28일로 예정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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