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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업 3개월, 호텔은 폐가가 됐다…'오늘' 버티기도 어려운 호텔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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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경제

    휴업 3개월, 호텔은 폐가가 됐다…'오늘' 버티기도 어려운 호텔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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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텔 이미지' 걱정에 꺼려하던 코로나 임시생활시설, 호텔 문 닫을 위기에 시설 신청 줄이어
    객실 내 캠핑장 만들고 12시간짜리 '대실' 패키지도 판매…신세계조선호텔은 밀키트 사업 진출

    끼이이익.

    서울 명동의 A호텔 총지배인 B씨가 우산을 탁탁 털고 호텔 로비로 들어섰다.

    장마 탓에 낮인데도 호텔 안은 어두웠다. 우산을 탁탁 털어 물기를 털어낸 총지배인은 마스터키를 챙겨 곧장 304호로 향했다.

    키를 출입문에 대자 달칵, 하고 문이 열렸다. 객실 앞에 선 지배인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암막커튼이 쳐진 어두운 방을 가득 메운 건 시큼텁텁한 곰팡이 냄새였다.

    '방 안에 들어가지도 않았는데 입구서부터 냄새가 이렇게...'

    "호텔이 흉가처럼 변했다"는 객실 청소부의 말이 사실일 거라는 예감이 들었다. 직접 확인하기 두려웠지만 지배인은 조심스럽게 발을 뗐다.

    그의 예상대로, 객실 안은 곰팡이 투성이었다.

    한 달 넘게 장마가 계속된 상황에서 코로나19로 손님을 받지 않고 지난 6월부터 두 달 넘게 호텔을 운영하지 않다보니 호텔은 마치 폐가처럼 변해 있었다.

    객실 벽과 커튼에 곰팡이가 폈고 수도에서는 녹물이 쏟아졌다.

    지배인은 객실 곳곳을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호텔 사장에게 문자를 보냈다.

    '사장님, 영업 재개해야 할 듯 합니다. 이렇게 가다가는 리모델링 비용이 더 들겠어요.'

    ◇ 관광객 대신 코로나19 '환자' 받는 호텔들

    서울 시내 호텔에 외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끊긴 지 6개월째.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으며 지난 6월 기준 서울 시내 48개 호텔이 휴업에 들어갔다. 폐업을 신고한 호텔도 9개나 됐다.

    '가을이 되면 끝나겠지'는 헛된 희망이 됐다. 광화문 집회를 계기로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일주일 연장되면서 호텔들은 목숨을 건 각자도생의 길을 걷고 있다.

    지난 3월 코로나19 환자가 폭증하면서 정부는 호텔업계에 호텔을 임시생활시설로 활용하는 방안을 요청했다.

    당시만 해도 호텔업계는 정부의 제안에 부정적인 반응이었다.

    "이미지로 먹고 사는 호텔인데 당장 돈이 급하다고 코로나 환자를 받으면 나중에 코로나가 종식되고 정상 영업을 할 때 피해가 갈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었다.

    하지만 반 년이 지난 지금은 "임시생활시설 신청 또 언제 받냐"는 호텔업주들의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는 게 업계 종사자의 전언이다.

    중국인 관광객으로 북적였던 명동의 한 관광호텔도 현재는 임시생활시설로 운영되고 있다.

    호텔 관계자는 "객실 비용은 다 받지 못하더라도 인건비와 건물 보유세 등을 어느정도 충당할 수 있다"고 전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한 자릿수까지 떨어질 때만 해도 서울 시내 호텔 객실 이용률은 30%로 올라섰다.

    지난달에는 휴가철과 맞물려 주말 예약이 40%까지 올랐다. 하지만 광화문 집회를 시작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시행되면서 객실 이용률은 10%대로 떨어졌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6월쯤 휴업했던 호텔은 대부분 9월이나 10월 재오픈하겠다는 생각이었는데 오히려 상황이 더 악화돼 망연자실한 상황"이라며 "버텨야 내일도 있는 건데 호텔업계는 당장 오늘이 문제"라고 말했다.

    ◇ 재택근무용 호텔 패키지·실내 글램핑…호텔업계, 포스트 코로나 발맞추기 안간힘

    외국인 관광객 수요가 제로로 떨어지면서 호텔들은 다양한 '호캉스' 상품을 쏟아내며 국내 수요를 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신세계조선호텔은 재택근무하는 직장인을 위해 12시간짜리 '워크케이션' 패키지 상품을 내놨다.

    오전 8시 체크인해 당일 오후 8시에 체크아웃하는 '12시간 하프데이 스테이' 또는 다음날 12시까지 28시간 동안 업무와 휴식을 즐기는 '28시간 오버나잇 스테이' 중 취향에 따라 선택해 즐길 수 있다.

    호텔 객실에서 캠핑을 즐길 수 있는 이색 상품도 나왔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가 운영하는 더 플라자는 실내에 인조 잔디를 깔고, 연결객실을 활용해 최고급 캠핑 장비로 객실 내에서 글램핑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호텔 관계자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고객에게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자는 전략에 맞춘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플라자 호텔 커넥팅룸(연결 객실)에 꾸민 실내 글램핑.(사진 제공=한화호텔앤드리조트)

     


    일반 객실을 프리미엄으로 바꾸는 작업도 진행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 여행 비용을 국내 프리미엄 호텔 객실에 쓰는 소비 패턴이 증가하면서 최근엔 일반 객실보다 스위트룸같은 프리미엄 객실이 먼저 매진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일부 특급 호텔의 경우 밀키트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신세계조선호텔이 운영하는 광동식 차이니즈 레스토랑 '호경전'은 SSG닷컴과 함께 호경전의 대표 메뉴인 유니짜장과 삼선짬뽕 밀키트를 출시했다.

    호텔 관계자는 "지난 2018년 볶음밥 3종 세트를 출시했을 때 반응이 좋았다"며 "코로나 시대 가정간편식 시장이 커지는 상황이다보니 상품을 개발하게 됐다"고 전했다.

    호텔마다 각자의 전략으로 '생존'을 위한 고군분투를 이어가고 있지만, 코로나 사태가 언제 끝날 지 모르는 상황이다보니 호텔업계의 '내일'은 암담하기만 하다.

    한국호텔업협회 정오섭 사무국장은 "관광진흥개발기금을 지원받아 급한 불은 껐지만 문제는 지금부터"라며 "기금 지원이 한 번으로 제한된 데다 호텔은 일반 대출도 거의 막혀 있는 상태"라며 진흥개발기금 상환 유예와 지원금 범위 확대 등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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