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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양식장 지붕 주택가 덮쳐…"놀랑 기절했수다"



제주

    [르포]양식장 지붕 주택가 덮쳐…"놀랑 기절했수다"

    태풍 휩쓴 2일 밤 제주시 종달리 주민 "나 죽었구나 싶었다"
    양식장 지붕 주택가 덮치면서 거리 곳곳 전쟁터 방불
    지붕에 빗물 새고, 정전에 촛불 켜며 뜬눈으로 밤 지새워

    태풍에 날아간 양식장 지붕이 제주시 구좌읍 종달리 주택가를 덮친 모습(사진=고상현 기자)

     

    "철근 막 날아왕(날아와서) 지붕이영 뭐영(지붕이고 뭐고) 몽땅 다 부서져 불고(부서지고). 전봇대 부서졍 번쩍번쩍하더니 집 사방에 불이 벌겅해서 놀랑(놀라서) 기절했수다(기절했다).

    3일 오전 제주시 구좌읍 종달리 한 주택. 이 주택에 사는 이발생(91) 할머니가 제9호 태풍 '마이삭'이 제주를 강타했던 전날(2일) 밤 상황을 떠올리며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초속 50m가 넘는 강풍에 인근 3305㎡에 달하는 광어 종묘 양식장 지붕이 날아가 이 할머니가 사는 집을 비롯한 인근 주택 3곳을 덮친 것이다.

    이발생 할머니가 빗물이 샌 안방 바닥을 가리키고 있다.(사진=고상현 기자)

     

    이 할머니는 "안방에서 자고 있었는데 와장창 하니 나 죽었구나 하고 기절행(기절해서), 30분 뒤에 깨낭(깨나서) 정신 촐렸다(정신 차렸다). 지금껏 지붕에 물 샌 거 닦느라 정신없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집 마당 곳곳에는 양식장 지붕 철근과 벽돌과 함께 철근에 맞아 깨진 지붕 파편이 나뒹굴고 있었다. 집안 안방과 부엌, 거실에도 빗물이 샌 흔적이 남아 있었다.

    바로 옆집에 사는 김순열(67) 할머니도 태풍이 들이닥쳤던 전날 밤을 떠올리며 "아찔했다"고 말했다. 김 할머니는 "와장창 소리에 집에 정전이 와서 밤새 촛불을 켜서 와들와들 떨며 밤을 지새웠다"고 했다.

    강풍에 전신주가 뽑혀져 나갔다.(사진=고상현 기자)

     

    태풍이 휩쓸고 간 이 일대는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거리는 양식장 지붕 철근 등이 나뒹굴고, 마을 돌담 곳곳이 무너져 내렸다. 이날 오전부터 제주시 공무원과 양식장 직원들이 구슬땀을 흘리며 복구 작업을 벌였다.

    피해 양식장 사장은 취재진에게 "참 속상하다. 지금 양식장 지붕을 다시 씌우는 작업을 하느라 정신없다. 광어 치어 피해 규모도 얼마나 되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태풍의 영향으로 제주지역에 최대 1000㎜가 넘는 폭우와 함께 최대순간풍속 초속 49m의 강풍이 불어 곳곳에 생채기를 남겼다.

    강풍에 지붕이 날아간 제주시 구좌읍 종달리 한 광어 종묘 양식장. 3일 오후 복구 작업이 한창이다.(사진=고상현 기자)

     

    3일 제주도 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태풍으로 인한 시설물 피해 건수는 공공시설물 266건, 사유시설물 490건 등 모두 749건이다. 구체적인 피해 현황은 가로수 97건, 전신주 27건, 간판 133건, 차량 13대 등이다.

    정전 피해도 속출했다. 태풍의 영향으로 서귀포시 호근동과 제주시 연동, 일도2동, 해안동 등 4만752가구의 전기공급이 끊겼다가 현재 복구가 완료됐다.

    농장과 양식장 피해 신고도 잇따르고 있다. 현재까지 피해 지역으로는 제주시 애월읍 어름리 양배추밭, 서귀포시 대정읍 감자밭, 서귀포시 성산읍 양식장 등이다. 정확한 피해 현황은 3일 오후 늦게 나올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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