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전체메뉴보기

[르포]"순간 30cm 차올라"…물폭탄 맞은 대전 아파트



날씨/환경

    [르포]"순간 30cm 차올라"…물폭탄 맞은 대전 아파트

    시간당 100㎜ 폭우에 아파트 2개동 침수…차량 50대 '둥둥'
    오후 12시 10분 기준 135명 구조·1명 사망…감전사고 대비 단전조치

    30일 집중호우로 침수된 대전 서구 정림동 코스모스 아파트(사진=김미성 기자)

     


    "갑자기 바닥에서 30cm까지 물이 차올랐어요. 제 방은 난리가 났죠."

    "새벽에 나오라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는데도 사람들이 듣질 못했어요."

    "핸드폰도 놓고나왔어요. 속옷이랑 성경책만 챙겼네요."

    "차도 못 움직이고 사람도 못 나왔죠. 가족들은 출근을 못 하니 회사에 사진을 찍어서 보내고…"


    30일 오전 기록적인 폭우로 침수된 대전 서구 정림동 코스모스 아파트에서 만난 주민들은 흥분된 목소리로 이같이 말했다.

    하늘 전체가 뚫린 듯 쉴새 없이 퍼붓는 '물폭탄'에 이 아파트 5개동 가운데 2개동과 주차장의 승용차 50여 대가 속수무책으로 빗물에 잠겼다. 이로 인해 1층 28세대를 포함해 총 235세대가 피해를 입었다.

    이날 오전 찾은 아파트는 그야말로 '쑥대밭'이었다. 아파트 뒤편의 갑천에서 차오른 물이 넘쳐흘렀고, 산에서도 빗물이 흘러내리면서 아파트가 침수됐다.

    콸콸 쏟아진 물 위로 자동차와 집기류, 쓰레기 등 잡동사니가 둥둥 떠다녔다. 들어찬 물이 빠지지 않으면서 현관과 도로를 구분하기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 아파트와 또 다른 아파트 사이의 담장도 무너졌다. 침수되지 않은 아파트 곳곳에도 물웅덩이가 가득했고, 토사가 흘러나와 누런 흙탕물로 변했다.

    30일 집중호우로 침수된 대전 서구 정림동 코스모스 아파트에서 소방대원들이 구조활동을 펼치고 있다.(사진=김미성 기자)

     

    긴급출동한 소방대원들은 구명보트를 이용해 주민들을 구조했다. 감전사고를 대비해 단전조치가 이뤄졌다. 오후 12시 10분 기준 135명의 주민이 구조됐고, 50대 남성이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끝내 숨졌다.

    잠옷차림으로 구조된 주민들은 허탈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침수된 D동에 사는 최모(70)씨는 "2층이라 방은 침수가 안 됐지만, 차량 두 대가 둥둥 떠다녔다"며 사고 당시 순간을 전했다.

    최 씨는 이어 "30분에서 한 시간 사이에 벌어진 일이라 너무 황당했고 차도 못 움직이고 사람도 못 나오니 가족들은 출근도 못 했다"고 말했다.

    침수된 2개동은 다른 아파트보다 지대가 더 훨씬 낮았다. 인근의 빗물이 아파트로 모일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이 같은 구조적 문제에, 이전에도 침수 피해가 있었지만 이후 대책은 없었다고 주민들은 말했다.

    D동 동대표인 신모(71)씨는 "97년도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 침수 피해"라며 "당시 구청 직원들이 나왔지만 개선된 건 없었다"라고 주장했다.

    신씨는 이어 "배수로 돌만 치웠지 확장은 안 했다"며 "물은 많고 구멍은 작으니 역류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또 주민들은 인근 아파트와 달리 해당 아파트의 피해가 컸던 이유 중 하나를 '경비원'의 부재로 꼽기도 했다.

    D동의 한 주민은 "아파트에 경비원도 없고 관리 안 되고, 얘기해줄 사람 없어서 더 이런 피해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70대 장모씨 역시 "옆 아파트는 새벽 3시부터 지하주차장에 물이 차니까 대피를 시켰다"면서도 "그때 대피가 됐으면 우리도 괜찮았을텐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장씨는 이어 "우리 위층에 사는 주민들이 자동차에 적힌 번호에다 하나하나 전화를 해서 차를 빼라고 알렸다"며 "나도 새벽에 물이 차오른다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지만, 자는 시간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나오질 않았다"며 고개를 저었다.

    한 주민은 "관리사무소에서 차를 이동 주차하라고 대피 방송이 나왔을 땐 이미 물이 다 차서 차를 움직일 수조차 없는 상태였다"고 말했다.

    대전시와 소방당국은 주민을 모두 대피시킨 뒤 침수된 차량을 이동 조치할 방침이다.

    대전 서구는 복수동 오량체육관에 이재민들을 위한 임시 시설을 설치하고 있다.

    이 시각 주요뉴스


    Daum에서 노컷뉴스를 만나보세요!

    오늘의 기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댓글

    투데이 핫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