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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인이 만난 보통의 청년 준우, 그리고 생존



영화

    유아인이 만난 보통의 청년 준우, 그리고 생존

    [노컷 인터뷰] 정체불명 존재들의 위협, 그 속에서 살아남아라 ①
    영화 '#살아있다'(감독 조일형) 준우 역 배우 유아인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어느 날 갑자기 내가 살아가는 세상이 먹통이 됐다. 데이터, 와이파이, 문자, 전화 모든 것이 끊겼다. 창밖을 보니 아수라장이다. 정체불명의 존재가 사람을 물어뜯는 살풍경이 펼쳐진다. 내가 있는 내 집은 안전한 걸까.

    준우(유아인)는 자신의 눈 앞에 펼쳐진 모습이 믿기지 않는다. 제 역할을 못 하는 이성과 달리 오감은 준우가 위기 한가운데 놓였음을 인지한다. 이 와중에 가족들은 모두 밖에 있고, 그들과 연락마저 닿지 않는다. 준우가 해야 할 일은 오직 하나다. 살아남는 거다.

    남은 음식이 얼마 없다. 언제가 될지 모르는 날을 헤아리며 조금씩 나눠 먹으려 했지만, 라면 광고에 굴복해 마지막 식량을 먹어 치운다. 디지털 기기에 통달한 세대인 준우지만 아날로그 방식대로 라디오 주파수를 찾으려니 만만치 않다. 어딘가 모르게 어설픈 게 준우다.

    어디서나 볼 법한 요즘 청년 준우를 연기하는 배우 유아인은 어딘지 모르게 편안하고 친근하다. '베테랑'의 안하무인 재벌 3세, '사도'에서 비극적인 죽음을 맞은 세자, '버닝'의 불안한 청춘 등 꽤 묵직한 역할들을 맡아 온 유아인이 그 무게를 조금은 덜고 가벼움을 입었다. 그러나 '#살아있다' 속 준우가 겪는 생존의 절박함과 가족에 대한 그리움만큼은 절대 가볍지 않다.

    유아인은 홀로 생존한 준우의 막막함과 혼란, 절박함과 슬픔의 혼재한 내면을 누구보다 깊이 있게 그려냈다. 그가 표현한 준우를 보자면 홀로 살아남은 자의 삶이란 이런 건가 싶다. 지난 18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유아인에게 준우와 '#살아있다'에 관해 조금 더 이야기를 들어봤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 특별한 게 없어서 더 현실적인 인물 준우

    "한국 영화 '마녀'를 엄청 좋아했어요. 진지한 것만 하다 보니 뭔가 독특하고, 새롭게 시도되는 장르물에 대한 호기심과 도전 의식도 생겨나는 것 같아요. 다른 곳에서 움직이는 나를 보고 싶은 느낌도 있었고요. '#살아있다'는 장르물이 갖는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그 안에 신선한 시도가 엿보였어요. 인물을 바라보는 접근 자체도 신선했고요. 영화가 젊고 감각적인 터치가 있다고 생각했죠. 등장하는 소품도 동시대적인 느낌을 주고요. 매력이 있었어요."

    '#살아있다'는 원인불명 증세의 사람들이 공격을 시작하며 통제 불능에 빠진 가운데 데이터, 와이파이, 문자, 전화 모든 것이 끊긴 채 홀로 아파트에 고립된 이들의 이야기를 그린 생존 스릴러다.

    디지털 세대를 살아가는 청년 준우의 공간은 디지털 기기로 둘러싸여 있다. 극 중 생존을 위해 각종 디지털 기기를 이용하기도 한다. 와이파이 신호를 잡기 위해 드론을 이용하는가 하면, 유빈(박신혜)을 위기로부터 구해내는 데도 드론을 이용한다.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구조 요청 메시지를 남기는가 하면, 생존 영상을 찍으면서도 버릇처럼 영상 말미에 남기는 "구독과 좋아요"를 말하려 하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젊은 친구들, 내 또래 청춘 등을 연기해도 항상 이질감이 있는 듯한 느낌이 있었어요. 현실적임을 추구해도 표상 같은 인물이었다고 할까요. 그런데 준우는 더 진짜 같았어요. 딱히 특별할 게 없어서 더 진짜 같았죠. 펼쳐진 상황은 현실의 연장선이 아닐 것 같지만, 여기서 존재하는 준우라는 인물은 제 현실을 가장 많이 반영한 듯한 인물이에요."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 유아인, 홀로 남은 생존자의 고립과 외로움, 그리고 절망을 그려내다

    이처럼 영화는 우리 주변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인물의 생존을 이야기하는 스릴러물이다. '꼭 살아남아야 한다'는 가족의 메시지를 끝으로 모든 것이 끊기고 준우는 홀로 고립된다. 가족의 메시지가 준우를 살아남게 만든다. 가족사진 위로 '살아남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붙인 건, 적어도 세상에 준우 혼자 남은 게 아님을 잊지 않기 위해서다.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낯선 상황, 언제 목숨이 위험할지 모르는 불안과 공포 속에서 준우는 생존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한다. 그렇게 영화는 거의 중반까지 준우의 모습만을 비춘다. 준우를 통해 홀로 남은 생존자의 모습을 보여준다.

    "준우보다 더 극한의 감정을 느끼는 인물을 연기한 적은 있죠. 그런데 준우만큼 진폭이 큰, 아주 평범함과 극단적 상황까지 감정이 크고 넓은 친구는 오랜만이었어요. 아니, 거의 처음이었던 것 같기도 해요. 초반에는 계속 혼자 나오다 보니까, 감정 표현에 대한 어려움보다는 그 안에서 루즈하지 않게 텐션을 이어갈 수 있는 흥미로운 연기를 펼쳐 보이는 게 숙제였죠."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혼자 잘하면 되는 듯 보이지만 극 전체로 놓고 봤을 때는 흐름과 호흡이 중요한 만큼 그 안에서 균형을 맞춰가는 연기가 중요하다. 유아인은 이를 위해 계속 현장 편집본을 보면서 다음에 전개되는 상황과 호흡을 그려가며 연기했다.

    준우의 고립은 꽤 오랜 시간 지속된다. 언제 구출될지 모르는 막막한 상황, 식량은 떨어지고 날짜만 무심하게 지나간다. 희망은 줄어들고, 줄어든 공간만큼 절망과 공포가 채워진다. 고립된 생존자의 불안과 스트레스 등 복잡한 감정이 폭발하듯 펼쳐져 나오는 순간이 영화에 등장한다.

    "그 신에 대한 고민이 많았어요. 명장면으로 남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포인트가 있는 장면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작품이 다루고 있는 고립, 외로움, 절망 같은 것들이 응축된 에너지로 표현될 수 있는 장면이었어요. 감독님에게 그 신을 조금 더 크게 키워가자고 제안했죠. 바로 뒤 가족들의 마지막을 인식하는 장면이 나오는지라 톤 조절도 필요했어요. 가족들의 죽음이 훨씬 더 큰 감정일 텐데, 앞에서 그보다 더 큰 감정이 나오는 것에 대한 우려가 있었죠."

    조일형 감독과 논의하면서 준우의 감정폭 등을 조절했다. 개인적으로 유아인이 연기 욕심을 가진 장면이기도 하다. 준우의 감정이 조금은 은유적으로 표현되는, 함축적인 의미를 가진 장면이 되기를 바랐다. 그의 바람만큼이나 생존이라는, 거대한 절체절명의 명제 앞에 애써 억눌러 온 모든 감정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는 장면은 관객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 유아인, '#살아있다'를 통해 살아있음을 느끼다

    극 중 상황에 변화가 찾아오는 건 유빈의 등장으로 인해서다. 가족이 어딘가에서 살아있을 거란 믿음으로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했던 준우는 가족의 죽음을 인지한 후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한다. 그런 준우를 물리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살린 게 박신혜가 연기한, 또 다른 생존자 유빈의 존재다.

    "서로 떨어져 있어야 하는 순간이 많았지만, 함께 할 때는 많이 대화하고 토론하면서 함께 만들어가는 느낌으로 영화에 참여했어요. 영화 초반에 제가 오래 등장하다가 이후에 신혜씨가 등장하다 보니, 서로가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을까 걱정을 많이 했죠. 신혜씨가 첫 촬영을 마치고 그 편집본을 받았을 때 정말 만족스러웠어요. 묘한 안정적인 균형감이 생기는 걸 느껴서 신혜씨의 등장 차제가 굉장히 반갑고 즐거웠어요."

    유아인은 마지막으로 코로나19로 일상을 어떻게 살아갈지 고민하는 관객들에게 '#살아있다'를 통해 '살아있음'을 느끼길 바란다고 전했다.

    "요즘 살아있다는 것에 관해 많은 분이 깊은 생각을 가져가는 시기일 거 같아요. '#살아있다'를 통해 나 역시 살아있다는 게 어떤 느낌인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생존 그 자체를 위한 삶의 미션이 뭔지 많이 생각할 수 있었어요. 관객분들도 '#살아있다'를 통해 살아있다는 느낌을 듬뿍 가져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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