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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한 채팅할 사람"…미성년자 일상으로 파고드는 '그루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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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사고

    "야한 채팅할 사람"…미성년자 일상으로 파고드는 '그루밍'

    • 2020-06-24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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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주빈 검거 100일, 우리 사회 달라졌나②]
    청소년 10명 중 1명은 온라인서 '성적 유인' 경험
    카톡·SNS·게임 통해 접근…"용돈·아이템 주겠다"
    '온라인 그루밍'의 시작…'n번방' 성착취로 연결
    현행법상 처벌 어려워…"그루밍 방지법 제정해야"

    '박사' 조주빈이 검거된 지 100일이 넘었다. 온라인에서 은밀히 자행되던 성착취 범죄에 경악한 우리 사회는 이후 숱한 대책을 쏟아냈지만, '실제' 변화가 있었는가를 묻는다면 확신에 찬 답은 어려워 보인다. CBS노컷뉴스는 연속 기획으로 '디지털 성범죄'의 현 상황을 점검하고, 이를 뿌리 뽑기 위한 앞으로의 과제를 짚어봤다.[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①'박사' 조주빈 검거 100일…달라진 檢警, 그러나 여전한 법원
    ②야한 채팅할 사람…미성년자 일상 파고드는 그루밍

    (계속)


    국내 한 유명한 모바일 게임에서 한 이용자가 게임 아이템으로 '자영(자위영상)'을 구한다는 글을 올리고 있다.(사진=게임 채팅창 캡처)
    "자영(자위영상) 사요, 파는 분 친추(친구 추천)", "인스타 맞팔할 십대 추천 선귓(먼저 귓속말)", "성인 노예나 변녀 구함", "몸사 보여드릴 분 친추", "야한 채팅할 사람 귓속말 ㄱㄱ", "OO(아이템) 받을 변노예 친추 인증필수"

    글로벌 누적 이용자 수가 1천만 명을 넘어선 한 모바일 게임 채팅창에 끊임없이 노출되고 있는 글들이다. 국내에서 지난달 출시된 해당 게임은 '전체 이용가'로 10~20대가 주로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야하게 놀 초딩만", "03년생 이하만 귓 ㄱㄱ" 등 미성년자를 타겟으로 한 채팅도 수없이 올라온다.

    특히 해당 게임에는 이용자들끼리 서로 연락처를 모르더라도 대화가 가능한 '음성채팅' 기능이 있다. 현금으로 산 아이템을 상대방에게 '선물'할 수도 있다. 채팅을 올리는 이들은 주로 "용돈을 주겠다", "아이템을 주겠다"고 말하며 일대일 음성채팅을 유도했다.

    게임 개발사는 자체적으로 '불건전 채팅 근절' 캠페인을 벌이고 있지만, 몰려드는 음란성 채팅들을 정화하기엔 역부족이다. '미성년자 대상 불건전 채팅 이용자'는 채팅을 영구적으로 제한하고, '불건전 채팅 이용자'에 대해서는 30일 동안 채팅기능을 정지하는 등 나름의 대책을 강구하고 있지만, 유의미한 변화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접근이 '성착취' 범죄로 연결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앞서 'n번방' 운영자들 또한 피해자들에게 '고액 알바' 등을 미끼로 접근해 신체 일부 사진을 받아낸 뒤, 이를 유포하겠다고 협박하면서 성착취물 제작까지 이어졌다.

    지난 19일 '디지털 성착취 근절을 위한 제도 개선'이란 주제로 열린 국회 토론회에서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윤정숙 연구위원은 "n번방 사건에서 보듯 신종 온라인 그루밍은 초기 단계에서 광고성 유인메시지 송신 등을 통해 관계 맺기를 시도하고 이후 개인의 성적 정보에 대해 이야기하며 협박과 강요 등이 결합된 방식으로 전개돼 그 결과로 성착취가 빠르게 일어나고 있다"고 짚었다.

    이어 "이런 면에서 온라인 그루밍은 오프라인상의 접촉형 성범죄가 실질적으로 일어나기 위한 예비행위만이 더 이상 아니다"라며 "만일 이전처럼 오프라인상 물리적 행위가 일어날 때까지 기다린다면 이미 아동이 그루밍을 당했거나 비접촉 성학대를 당했을지도 모르기 때문에 아동을 보호하기에 '너무 늦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일상으로 파고든 성착취 '그루밍'…관련규정 없는 현행법으론 한계 '뚜렷'

    (일러스트=연합뉴스)
    미성년자를 상대로 한 성착취 시도는 점점 더 일상으로 파고들어 오고 있다.

    대표적 예인 그루밍(Grooming)은 본래 마부가 말을 빗질하고 목욕시켜 말끔하게 꾸민다는 데서 유래한 용어로 해외에서 먼저 정립된 개념이다. 영국의 케임브리지 사전 정의에 따르면, 그루밍은 '아동과 성적인 관계를 맺기 위해 온라인상으로 친구가 돼 이를 종용하는 범죄활동'(the criminal activity of becoming friends with a child, especially over the internet, in order to try to persuade the child to have a sexual relationship)을 뜻한다. 즉 가해자가 피해자와 친밀한 관계를 형성한 상태에서 피해자를 심리적으로 조종해 성적 행위 등으로 유도하는 '길들이기'로, 피해자들이 'n번방'의 세계를 손쉽게 벗어날 수 없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내놓은 '2019 성매매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 3년간 인터넷을 통해 성에 관한 대화, 나체·신체의 일부를 찍은 사진 및 영상 등 송부유인 등 '성적 유인' 피해를 당한 경험이 있는 청소년은 '10명 중 1명' 꼴(11.1%)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전 등의 대가를 약속하며 만남을 갖자는 제안을 받거나 '오프라인 만남'까지 이어진 경우도 1.1%로 조사됐다.

    가해자들의 성적 유인이 가장 많이 이뤄진 경로는 카카오톡·페이스북 메신저 등 '인스턴트 메시지'가 28.1%, 트위터·인스타그램 등 SNS(사회관계망서비스) 27.8%, 인터넷 게임 14.3% 등의 순이었다. 이같은 접근은 대부분 인터넷에서 처음 만나 일면식도 없는 관계(76.9%)였다. 청소년들이 활발히 접속하는 '온라인 플랫폼'이 그루밍 범죄의 온상이란 점이 재확인된 셈이다.

    지난 2018년 스마트폰 게임 채팅방에서 A씨를 만난 B양(당시 13세)은 '나체를 보여주면 돈을 주겠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받은 후 사진을 보냈다. 그러자 알몸 사진은 물론 자위영상 등까지 보내라는 요구에 직면했고, 답을 하지 않으면 학교에 영상을 유포하겠다는 협박에 시달려야 했다. 텔레그램을 둥지로 삼은 'n번방' 사태가 보여주듯, 종전과 달리 '비대면 접촉'만으로도 얼마든지 아동·청소년을 상대로 지속적인 성착취가 가능해진 것이다.

    하지만 현행법상 그루밍을 확실히 제재할 수 있는 규정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루밍에 준하는 유사행위들을 처벌하는 법령이 일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를 그루밍 범죄사례에 일괄 적용하기엔 현실적으로 한계가 뚜렷하다.

    이를테면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청소년성보호법) 11조는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제작(미수)·판매·유포·알선·소지' 등 범행에 착수했거나 도중에 중단한 경우를 규제대상으로 명시하고 있지만, 성착취물 제작을 '요구'하는 행위는 들어가지 않는다. 청소년성보호법 13조 2항은 '성매수를 위하여 유인·권유'한 행위에 대해 1년 이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고 있지만 성매수가 아닌 '성적 목적의 행위'는 법망에 포섭되지 않는다. 아동·청소년 피해자와의 '쌍방향'적인 성적 대화, 아동·청소년에게 음란물을 보내는 행위 등에 대해선 가중처벌 규정이 별도로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양의 탈을 쓴 늑대'와 같은 그루밍 범죄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특화된 법제화가 시급한 상황이다.

    ◇해외 60여개국 이미 '온라인 그루밍' 처벌…"대상범위 숙의 필요"

    해외에서는 이미 지난 2017년 기준 영국과 호주, 캐나다 등을 비롯한 63개국이 '온라인 그루밍' 처벌법을 시행하고 있으며, 일부는 이를 일망타진하기 위한 '잠입 수사'도 법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앞서 유럽 국가들은 2007년 '성착취 및 성학대로부터의 아동보호에 대한 유럽의회 협약'(란사로테 협약)을 맺고 "정보통신 기술을 이용한 아동에 대한 성적 제의가 반드시 직접 만남으로 이어져야 할 필요는 없다"며 "가해자가 온라인상에만 머물러도 아동에게 심각한 피해를 야기한다"고 선포하기도 했다.

    영국은 2003년 성범죄법(Sexual Offences Act)을 제정하면서, 15조 '성적 그루밍 등을 위해 아동을 만나는 행위(Meeting a child following sexual grooming)'와 16조 '아동과의 성적인 의사소통(Sexual communication with a child)'을 명문화했다. 대면 만남을 동반하지 않는 온라인상 관음증 등도 폭넓게 포괄하는 '그루밍 단속' 법령이다.

    이 법에 따라 영국에서는 18세 이상 성인이 상대가 16세 미만이거나 합리적으로 16세 이상이라 생각되지 않는 상황에서 '성적인 만족'을 얻고자 고의로 만나거나 성적 행위와 관련된 의사소통을 할 경우 10년 이하·2년 이하 징역에 각각 처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12세인 미성년자에게 페이스북으로 사진, 영상 등을 보내며 성적 대화를 시도한 가해자는 2년 6개월의 구금형과 6년간의 신상공개를 선고받았다.

    가해자가 본인의 직업을 범행에 '악용'할 소지가 있는 경우를 콕 집어 법정형을 규정하는 경우도 있다. 미국 미네소타주는 그루밍 범죄자가 치료사이거나 목회자, 구금시설 종사자, 특별운동서비스 제공자 등의 업무로 고용된 자일 때 3급 성범죄로 기소하고, 원칙적으로 1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만 달러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권인숙 의원(사진=연합뉴스)
    국내에서는 지난 11일 더불어민주당 권인숙 의원이 21대 국회 '1호' 법안으로 '온라인 그루밍 처벌법'(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상태다. 'n번방'의 후속대책 성격이 짙은 해당 법안은 △19세 이상의 사람이 아동·청소년에게 성적 목적의 대화 또는 대화에 참여시키는 행위 △성교·자위행위 등을 하도록 아동·청소년을 유인·권유하는 행위 △아동·청소년의 성매수를 위해 성을 팔도록 유인·권유하는 행위를 '그루밍'으로 규정하고 3년 이하 징역이나 2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다만, 온라인 그루밍은 일반 성매매와 다른 측면에서 피해자들을 '회유'해 성적 행위로 이끈다는 점에서 '성을 팔도록 권유한다' 등 발의안의 문구가 다소 애매하다는 의견도 있다.

    온라인 그루밍은 '과정 자체가 가해(offence specific process)'라고 강조한 탁틴내일 이현숙 대표는 "보호자나 다른 사람이 모르는 상태에서 (아동·청소년이) 사적 관계를 만드는 것 자체를 법으로 금지하기는 어려울 것 같고, 판례나 다른 형태로 규율이 돼야 할 것"이라며 "외국을 보면 선물도 그루밍으로 금지하는 곳도 있는데, 어디까지를 법으로 금지할지는 숙의 과정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온라인 그루밍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1차적 기준으로 가장 좋은 건 보호자에게 알리는 것이지만 온라인에선 그런 게 어렵고, 아이 입장에서는 부모의 허락을 다 받아야 한다면 반감이 생길 수 있다"며 "미국은 그루밍을 방지하기 위해 윤리강령도 만드는데, 최소한의 규제인 법 외에 공동체 내 규율장치를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여성인권위원회의 신고운 변호사 또한 "그루밍의 초기단계라 해도 처벌의 필요성이 있는 행위를 선별해 이를 처벌할 수 있도록 법제화해야 할 것"이라며 "성적 목적의 판단에 있어서는 가해자들이 실제 나이와 신분을 속여 접근했는지, 특별한 이유나 대가 없이 선물을 제공하며 호의를 사려고 했는지 등 제반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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