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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의생' 안은진, 고백 신에서 차를 샅샅이 본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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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슬의생' 안은진, 고백 신에서 차를 샅샅이 본 까닭

    [노컷 인터뷰] '슬기로운 의사생활' 추민하 역 안은진 ①

    지난 3일 오전, 서울 양천구 목동 CBS노컷뉴스 사옥에서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 추민하 역 배우 안은진의 내방 인터뷰가 진행됐다. (사진=황진환 기자)

     

    "와, 차 진짜 깨끗하다. 아무것도 없어, 아무것도. 교수님은 하여튼 다 반전이에요, 반전."
    "내가 차 더럽게 쓸 것처럼 생겼니?"
    "아뇨, 깔끔하신 건 아는데 그래도 이 정도일 줄은 몰랐어요. 집도 엄청 깔끔하죠?"
    "나 안 깔끔해. 치우기 싫어서 그냥 아무것도 안 하는 거야. 집에도 아무것도 없어."

    율제병원 산부인과 레지던트 2년차 추민하(안은진 분)와 조교수 양석형(김대명 분)의 대화는 평범하기 그지없었다. 남자 사람 친구에게 걸려온 전화 이후, "저 좋아하세요?"라고 묻는 추민하의 벼락같은 말이 없었더라면. 웃으며 아니라고 한 양석형에게 추민하는 굽히지 않고 "전 좋아해요!"라고 말했다. 그때부터 양석형은 표정도 잃고 굳어버렸다.

    지난달 14일 방송된 tvN 목요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10회에서 나온 추민하의 고백 신은 의외의 지점에서 회자됐다. 어렵게 마음을 꺼내는 그 말을 하기 전, 양석형의 차 이곳저곳을 꼼꼼하게 확인하는 부분이었다. 극중 이혼한 양석형이 혹시 지금 만나는 상대가 있나 싶어, 차에서 그 흔적을 찾으려고 샅샅이 살핀 게 아니냐는 네티즌들의 추측이 뒤따랐다.

    지난 3일 오전, 서울 양천구 목동 CBS노컷뉴스 사옥에 내방 인터뷰를 온 안은진에게, 고백신을 두고 이런 반응이 나온 걸 알았는지 물었다. 안은진은 당시 대본에는 '차를 둘러본다' 정도로만 지문이 쓰여 있었던 것 같다면서, 네티즌들이 내놓은 다양한 해석을 무척 재미있게 보았다고 말했다.

    ◇ '슬의생' 제목도 몰랐던 때 본 오디션

    안은진은 '슬기로운 의사생활' 오디션을 아주 초반에 봤다. 드라마 제목이 확정되지도 않았을 때였다. 신원호 PD와 이우정 작가가 의학 드라마를 준비하고 있다, 정도만 알고 갔다. 당시 역할이 지정돼 있었냐고 묻자 안은진은 "그건 아니었다"라며 "오디션 현장에 여러 가지 대본이 있어서 한 번씩 읽어보고 감독님 얼굴을 뵀다"라고 설명했다.

    웬만한 배우는 다 도전한다는 말이 우스갯소리처럼 돌 만큼, 신원호 PD-이우정 작가 작품에 참여하고 싶어 하는 배우가 많은 상황. 안은진은 오디션을 어떻게 볼지 궁금했고 나름대로 자료 수집을 했다. '응답하라 1988'에 출연한 류준열과 박보검의 오디션 당시 영상을 보고 어떤 분위기구나 하는 것을 익혔다고 귀띔했다.

    안은진은 '슬의생'에서 율제병원 산부인과 레지던트 2년차 추민하 역을 연기했다. (사진=tvN 제공)

     

    안은진은 "저도 (형식 면에서) 비슷하게 본 것 같다. 그 영상이랑 비슷하게. 왠지 아무 말 대잔치하고 온 느낌이었지만. 오디션 보고 나면 제가 연기를 잘했다, 못했다 이러는데 ('슬의생' 오디션은) 그냥 이야기 나누다 온 것 같아서 더 감이 안 잡힌 것 같다. (합격할지) 전혀 감각이 없더라"라고 전했다.

    처음에는 오디션에서 떨어졌다고 생각했다. 지난해 초 오디션을 보았는데 오랫동안 연락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나중에 오디션 한 번 더 보자는 연락이 왔다. 안은진은 "그때 주변에서 누가 '의사생활'을 한다더라 하는 이야기가 들릴 때였다. 캐스팅이 끝났다고 알았는데 아직 안 뽑으셨나 궁금해서 갔다"라며 "윤곽 잡힌 상태에서 오디션 봤고, 그때 아주 빠르게 시작해서 거의 마지막에 합류했다고 보시면 된다"라고 말했다.

    산부인과 레지던트 2년차인 추민하는 율제병원의 내로라하는 열정의 아이콘이었다. 공부해 보고 싶은 파트도, 해 보고 싶은 수술도 많아 늘 바쁜 캐릭터였다. 왜 추민하가 산부인과를 택했다고 생각해 본 적 있냐고 물으니 안은진은 "그 생각은 한 번도 해 보지 않았다. 산부인과구나~ 했다. 그건 제가 시즌 2까지 정리해 오겠다"라고 말해 웃음을 유발했다. 이어 "대본으로 유추하면 의사가 된 이유는 알 것 같다. 기왕 공부하는 거 랩실에 박혀 있는 것보단 의사가 되자, 였던 것 같다"라고 밝혔다.

    ◇ 명은원 선생은 잘 지내냐고 묻자…

    소개 글에도 나와 있듯, 추민하는 공부에만 매달려 그 외의 것들에서는 어색하고 서툰 모습을 노출하는 인물이다. 캐릭터의 재미를 더한 것 특징 중 하나는 상당히 독특한, 보편적이지 않은 화장법이었다. 사람들의 시선을 확 뺏는 강렬한 메이크업은 대본에서부터 세세하게 나타난 부분이었다. 안은진은 "늘 특이한 게 나와서, 저도 그다음에 뭐가 나올지 궁금했다. 가늠하지 못한 상태에서 (대본) 보는 재미가 있더라"라고 말했다.

    이전 인터뷰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메이크업으로 '흑진주'를 꼽았던 안은진. 그는 "데일리로는 절대로 못 한다"라면서도 "저는 다 괜찮았다"라고 유쾌하게 답했다. '마카롱 같다'는 평을 들은 초록 섀도 메이크업을 묘사할 땐 "아시죠? 2000년대 초반 '쎄씨' 메이크업!"이라고 해 금세 기자의 공감을 끌어냈다.

    화면에 제대로 담기지 못해서 아쉬운 메이크업은 있다. 물광 메이크업이다. 안은진은 "그 물광을 표현하기 위해서 기초부터 아주 기름기 많은 걸 다 쌓아 올리고 현장에 갔고, 자다 일어나면 기름이 반들반들하게 차올라 있었다. 누가 봐도 진짜 반들반들했고, 글리세린도 발라서 볼 땐 진짜 심했는데 카메라에서는 그게 표현이 잘 안 됐다. 생각보다는 무난하게 나와서 '까먹고 기름을 안 찍고 나온 줄 알았다'는 말을 들었다. 재미있었다"라고 말했다.

    산부인과 레지던트 2년차인 추민하는 극중 동기인 명은원(김혜인 분)의 불성실한 태도 때문에 혼자 많은 일을 떠안고 힘들어하는 에피소드가 나온다. 양석형(김대명 분)은 나중에 추민하에게 미안하다며 앞으로 이런 일이 또 벌어지면 적극적으로 개입해서 해결하겠다고 약속한다. (사진='슬의생' 캡처)

     

    율제병원 안팎의 사람들을 고루 비추며 이야기를 풀어나간 '슬의생'에서 가장 뜨거운 반응을 얻은 추민하 에피소드 중 하나가 '여우와 곰' 에피소드였다. 일이 쏟아지는 상황에서도 그걸 나누기보다 환자 보호자와 담소 나누는 데 여념 없는 '천사' 레지던트 명은원(김혜인 분) 선생 때문에 고생하는 내용이었다. 명은원은 환자 사망을 이유로 잠수하고 출근하지 않아 추민하는 3일 연속 당직을 했고, 당장 수술이 필요한 위험한 환자까지 맡았다.

    '슬의생' 시청자 중에 '그' 명은원이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운을 떼니, 안은진은 "전국에 계신 분들이 너무 공감하시는 것 같았다. 너무 격공(격하게 공감)하시는 것 같은…"이라며 "은원 샘은 한 10부 정도 이후로 거의 나오지 않았는데 (그 역할을 한) 우리 혜인이는 너무 잘 지내고 있다"라고 답했다.

    "늘 얘기하고 싶은 부분인데 혜인이는 너무 맑고 착하고 순수해요. 은원이처럼 머리 굴릴 줄 모르는 친구고요. 은원 샘은 너무너무 얄미웠지만, 혜인이는 정말 따뜻하고 곰 같은 아이라는 걸 너무너무 얘기하고 싶었어요. 어필하고 싶어요! (웃음) 현장에서도 제가 더 수다스러워요. 혜인이 자체가 되게 차분하고 느리고 참한 사람이에요. 곰 같은 연기자가 너무 연기를 잘했다고 써 주세요. (일동 폭소)"

    ◇ 양석형 교수에게 고백하던 날, 왜 차를 꼼꼼히 봤을까

    추민하의 짝사랑 역시 중요한 에피소드였다. 추민하는 양석형의 차에 타서 이곳저곳을 열어보고 둘러보며 차가 진짜 깨끗하다고 말한다. 일부 시청자들은 극중 이혼남인 양석형이 지금 만나는 사람이 있는지 확인하는 센스 있는 행동이었다며 추민하를 칭찬했다. 이런 반응을 알았을까.

    안은진은 "여러 가지 해석을 봤는데 굉장히 재미있게 봤다"라면서도 그런 행동을 한 데에 어떤 의도가 있진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냥 진짜 신기했다!"라며 "(양석형의 차에서) 여자의 흔적을 찾는다기보다는… '진짜 깨끗하다! 역시 우리 선생님은 반전이다!' 이렇게 접근했다"라고 덧붙였다.

    추민하는 왜 곰 같은 양석형을 좋아하게 된 걸까. 안은진은 "아싸(아웃사이더) 같지만 수더분하고 꿍꿍이가 없다. 표현이 부족한 부분은 친밀해지면 다 얘기할 성격이기 때문에, 그런 부분이 가장 좋지 않나"라고 팔불출다운 면모를 드러냈다.

    안은진은 산부인과 조교수 양석형에게 자꾸만 신경이 쓰이는 자신을 발견한다. 율제병원에서 남다른 '열정'을 자랑하는 그답게, 양석형에게도 돌려말하지 않는 '직구'로 고백한다. (사진='슬의생' 캡처)

     

    실제 양석형과 김대명도 닮은 점이 많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안은진은 "접점이 너무 많은데 오빠는 양석형 교수님보다 좀 더 외향적인 느낌이다. 굉장히 따뜻하고 후배를 챙겨주는 마음, 섬세한 부분은 되게 비슷하다고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 같이 일해보고 싶은 교수는

    과를 바꿀 수 있다면 같이 일해 보고 싶은 교수가 있느냐는 질문에 안은진은 '살짝 솔직하게'와 '정말 솔직하게' 두 가지 버전의 답을 준비해 다시 한번 폭소를 일으켰다. 우선 '살짝 솔직한' 2등은 신경외과 채송화(전미도) 교수였다.

    그럼 '정말 솔직한' 답은 누굴까. 예상치도 못한 이름이 나왔다. 바로 JTBC '부부의 세계'에 나오는 배우 이무생이었다. 안은진은 "저는 성공한 덕후니까… 말하자면 이무생로랑(이무생의 별명) 교수님! 최고다. 윤기 샘도 너무 멋있고. 이무생로랑 선배님께 그냥 팬인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처음 대본으로 만났을 때와, 시즌 1을 마치고 난 후 추민하란 인물을 보다 잘 알게 된 것 같냐고 물으니, 안은진은 "인물 소개에 나왔던 것 정도는 알았는데 대본을 받으면서 더 덧붙여졌던 것 같다. 처음보다는 캐릭터에 대해 생각하는 게 더 풍성하게 되는 것 같다"라고 답했다. 극중 외과 레지던트 장겨울(신현빈 분)과 방탄소년단 팬클럽 '아미'여서 친한 설정은 언제 알았는지 묻자 "중간에 알았다"라며 "이렇게 스타일 다른 사람끼리 어떻게 친구인가 했는데 '아미'란 말에 끄덕끄덕했다"라고 전했다.

    "(드라마 찍으면서) 율제병원이 근처에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 데 가면 믿고 맡길 수 있는 느낌이 강할 것 같아서요. 물론 민하 캐릭터도 그렇지만 다 소소하고 따뜻한 얘기라서, 대본을 전체적으로 볼 때도 마음 편히 봤어요. 저는 ('슬의생'으로) 큰 병원이나 의사 선생님과 친밀해진 느낌이었어요. (의료진이) 너무 고생하신다는 것도 알게 됐고요." <계속>

    배우 안은진 (사진=황진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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