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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종옥은 왜 그가 연기한 '화자'를 안쓰럽다고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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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종옥은 왜 그가 연기한 '화자'를 안쓰럽다고 했나

    [노컷 인터뷰] 농약 막걸리 살인사건이 일어난 그곳, 대천에 모인 사람들 ①
    영화 '결백'(감독 박상현) 채화자 역 배우 배종옥 - 1편

    (사진=㈜키다리이엔티 제공)

     

    ※ 스포일러 주의

    처음엔 호기심이었고, 만나보니 안쓰러웠다. 현실에서도 일어난 바 있는 시골에서 벌어진 농약 막걸리 살인사건을 어떻게 풀어갈지 궁금했다. 호기심으로 만난 시나리오 속 화자. 어느 날 갑자기 살인사건의 용의자가 된 치매 걸린 60대 여성, 아내, 엄마 화자의 삶을 시나리오 끝까지 마주했다. 화자의 삶이 안쓰러웠다. 배종옥이 만난 영화 '결백'과 채화자는 그랬다.

    평범한 시골 농가 대천의 장례식장. 농약을 탄 막걸리를 마신 마을 주민 1명이 사망하고 4명이 중태에 빠진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한다.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된 인물이 채화자다. 급성 치매에 걸려 조문객도 제대로 맞이하지 못한 채 남편의 장례식장을 지키던 화자를 모두가 '범인'으로 지목하며 비난한다.

    화자는 사건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는 것은 물론 딸 정인(신혜선)도 알아보지 못한다. 지난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화자를 연기한 배우 배종옥을 만나 '결백'과 화자에 대해, 그리고 '배우 배종옥'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사진=㈜키다리이엔티 제공)

     

    ◇ 배종옥이 만난 화자는 안쓰러운 여자였다

    '결백'은 박상현 감독이 우연히 뉴스를 통해 접한 독극물 살인사건에서 시작했다. 배종옥은 "뉴스에서 우연히 시골에서 벌어진 독극물 살인 사건을 접하게 됐다. 조용한 시골에서 누가 그런 일을 벌인 건가 등의 의문을 품고 있었다"며 "몇 년 뒤 '결백'의 시나리오를 보는데 사건을 어떻게 풀까 호기심이 생겼다. 마지막까지 이야기를 잘 풀어서 재밌었다"고 말했다.

    영화 속 화자는 아픈 아들 정수(홍경)를 챙기느라 미처 딸 정인에게 쏟아진 남편 태수(최홍일)의 핍박까지 막아주지는 못했다. 딸이 떠난 후 홀로 가족들을 챙기며 혹시나 정인이 돌아올까 마음 졸이며, 버텨내며 살았다. 박복한 화자의 인생은 꼬이고 꼬여, 급성 치매에 걸리고 살인 용의자로까지 몰리게 된다.

    "화자가 안쓰럽게 느껴졌어요. 부모도 없고 혈혈단신으로 살다가 착한 남편을 만났는데 그가 죽어요. 나중에 보니 현재 사는 남편이 그 착한 남편을 죽인 사람이라고 생각해봐요. 정말 쇼크가 올 거 같아요. 화자 나이가 60대 중반인데 거의 40~50년 되는 세월이에요. 그런 일을 겪은 화자를 가슴 깊이 이해하니까 안쓰럽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진=㈜키다리이엔티 제공)

     

    충격적인 과거의 진실을 마주한 화자는 모든 것을 놓아버린다. 자신은 물론 딸에 대한 기억까지 말이다. 화자를 가장 가까이서 지켜본 배종옥은 "정말 긴 시간 인생을 속고 살았다면 내가 여기서 더 살 이유가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살아야 할 의미를 잃으면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배종옥은 연기하면서도 과연 관객들에게 화자가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질까 우려하기도 했다. 박복한 화자의 감정, 치매에 걸려 기억이 왔다 갔다 하는 모습, 두 개의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모습과 맥락이 자연스럽게 다가갈 수 있도록 모니터도 많이 했다. 이 정도로 모니터를 많이 한 작품도 없었다.

    그는 "화자가 나오는 분량이 많지 않지만, 굉장히 오래 찍었다. 한 신을 거의 7, 8회 찍었다"며 "내가 계산하고 감정을 준비한 것보다도 훨씬 더 깊이 있는 감정들을 요구하게 되면서 현장에서 모니터를 엄청 많이 보고, 많이 보완했다"고 말했다.

    (사진=㈜키다리이엔티 제공)

     

    ◇ 배종옥이 말하는 '결백, 스토리의 힘 느낄 수 있는 영화

    '결백' 촬영 당시 연극을 병행했던 배종옥은 스케줄에 따라 영화와 연극 현장을 오갔다. 그 과정이 매우 힘들었지만, 이조차도 연기에 녹여냈다. 매 촬영 두세 시간씩 분장을 해야 했지만, 그 시간조차 60대 화자로 이입하는 시간이었다.

    그는 "육체적인 피곤을 많이 녹이며 이용한 부분도 있다"며 "기운을 빼야 하는 장면에서 기운이 없다는 생각만 한다고 빠지지 않는다. 배우가 어떻게 운영하는가의 문제"라고 말했다.

    현장에서 딸 정인으로 나오는 신혜선과 너무 많은 대화를 나누려 하지 않은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극 중 화자와 정인은 가족과 등진 채 살아오다 우연히 접한 뉴스에서 살인 용의자가 된 엄마를 보고서야 고향으로 내려온다. 긴 시간 모녀 사이에는 물리적으로, 감정적으로 거리가 있었다. 이를 캐릭터에 녹여내기 위해 현장에서도 어느 정도 거리감을 유지한 것이다.

    배종옥은 "어떤 분은 '왜 유난을 떨어?' '그게 중요해?'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사전 연기가 은근 중요하다"며 "시나리오를 보고 많은 준비를 하고 가지만, 현장에서 처음 맞닥뜨렸을 때 감정이 매우 중요하다. 만들 수도 있지만 만들지 않고 감정이 와준다면 좋기에 그런 부분을 가져가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사진=㈜키다리이엔티 제공)

     

    그만의 연기 철학에 관해 이야기하며 같이 호흡을 맞춘 신혜선에 대한 칭찬도 잊지 않았다. 그는 "현장에서 집중력 있고, 다른 사람의 의견을 참 잘 수용하는 배우였다. 나만의 색깔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가 안 되는 부분을 수용하면서 변화시켜야 한다"며 "신혜선은 감독의 의견도 잘 수용했는데, 그게 좋아 보였다. 단지 그 모습 때문만이 아니라 그걸 자기 걸로 만들어가는 태도에서 좋은 배우가 될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결백'은 코로나19 여파로 두 차례 개봉을 연기한 후에야 관객을 만났다. 배종옥은 영화를 보러 많이 찾아달라고 말하기 어렵지만, 그런데도 영화를 찾아준다면 '스토리의 힘'을 느낄 수 있을 거라고 했다.

    "스토리가 탄탄한 작품에 좋은 배우들이 함께해 상승효과가 있었던 거 같아요. 그래서 영화를 보러 오신다면 끝날 때까지 쭉 집중해서 볼 수 있을 거 같아요. 그리고 영화가 끝난 후에는 영화 속 화자와 정인을 이해할 수 있는 작품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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