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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알못]다들 국토위·산자위만 가면 소는 누가 키웁니까



국회/정당

    [정알못]다들 국토위·산자위만 가면 소는 누가 키웁니까

    [정·알·못 위한 쉬운뉴스⑪] 인기 상임위
    국토·산자·정무위 VS 국방·외통·환노위
    이유는 지역현안, 후원금, 네트워크 등

    더불어민주당 안규백 의원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20대 국회 하반기 국방위원장을 지냈던 안규백 의원은 이번에 국토교통위원회를 1지망에 썼습니다. 지난 10년간 국방위를 지켜왔고 나름 전문성도 인정받았지만 이번 만큼은 지역 여론을 무시할 수 없었다고 합니다.

    이처럼 국토위는 여야를 막론하고 최고 인기 상임위로 꼽히지만, 국방위는 지원자가 없어 늘 서로 떠미는 분위기입니다. 왜 어디는 인기가 있고, 어디는 인기가 없을까요? 정치 잘 알지 못하는, 일명 '정알못'을 위한 쉬운 뉴스. 오늘은 상임위를 파헤쳐봅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회의장 자료사진 (사진=윤창원 기자)

     

    ◇ 인기만점 국토위

    정알못 10편에서 설명 드렸듯 우리 국회는 상임위원회 중심으로 운영이 되고 있습니다. 사안별로 분과를 나눠 여기에 의원들이 들어가는 구조인데 현재 이런 위원회가 18개(예결위 포함) 정도 있습니다.

    이 상임위에 개별 의원들을 배치하는 권한은 각 당의 원내지도부가 갖고 있습니다. 전문성과 선호도, 당내 역학관계 등을 반영하겠죠. 의원들은 이미 1, 2, 3지망을 적어 냈다고 합니다.

    인기 상임위는 국토교통위,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 그리고 정무위 등입니다. 최근에는 행정안전위, 교육위도 많이 지원한다네요. 반면 국방위, 외교통일위, 환경노동위는 자원하는 경우가 별로 없습니다.

    지난해 7월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박순자 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 박순자 '버티기'도 지하철역 때문?

    의원들이 국토위나 산자위 등으로 앞다퉈 몰려가는 이유는 뭘까요?

    첫째는 지역 현안에 있습니다. 안규백 의원 지역구인 서울 동대문을에는 재개발 지구가 34곳이나 된답니다. 사실상 지역 전체가 개발 이슈와 관련이 있다고 해요. 배봉산 군부대 이전도 어느 정도 마무리됐으니 주민 입장에서는 전철역 하나 더 끌어오는 데 안 의원이 힘 써주길 바랄 터입니다.

    국토위가 인기만점이라는 건 지난해 박순자 당시 자유한국당 의원 사례에서 극명하게 드러납니다. 한국당에선 그에게 국토위원장 임기가 끝났으니 이만 물러나라고 했었죠. 하지만 박 전 의원은 전임 지도부에게 약속받은 임기를 채우겠다며 버텼습니다.

    나경원 당시 원내대표를 저격하면서 기자회견장에서 거의 '필리버스터'를 방불케 했던 사건, 기억하실지 모르겠습니다. 박 전 의원은 그러다 '당원권 정지' 징계까지 받았죠. 이렇게 무리했던 이유가 지역구에 있는 지하철 신안산선 착공식에 국토위원장 자격으로 참석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정치권에선 파다했습니다.

    둘째는, 씁쓸하지만 후원금 문제입니다. 교육위를 예로 들어볼까요. 교육위가 소관하는 정부부처는 딱 하나 교육부밖에 없습니다. 다만 교육부엔 산하기관 6곳, 기타공공기관 19곳, 준정부기관 3곳이 얽혀 있죠. 국립대 39곳과 사립대, 전국 각급 학교까지 따지면 이해관계가 맞닿은 곳을 셀 수도 없을 겁니다. 교육위원 신분으로 출판기념회 한 번 열면 화환이 끝없이 늘어선다는데 후원금은 어떨까요.

    물론 현행법상 기관에서 직접 후원금을 건넬 수 없고 직무연관성이나 대가성이 문제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건 뇌물 아니냐. 후원금 때문에 상임위를 정하는 사람은 국회의원 자격도 없다(미래통합당 소속 전 국방위원)"라는 일갈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셋째는 네트워크에 있습니다. 무슨 말이냐고요? A은행이 연말에 김장봉사, 연탄봉사 한다고 쳐봅시다. 전국 252개 지역구 가운데 어디로 갈까요. 기왕이면 국방위원 지역구보다 정무위원 지역구로 가지 않겠습니까. 이해관계가 걸려 있으니 잘 보여서 나쁠 것 없겠죠. 그러면 해당 의원은 "내가 유치해 왔다" 하고 과시할 수 있고, 상부상조가 될 겁니다.

    20대 국회의 국방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리고 있는 모습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 소는 누가 키우나

    반면 국방위나 외통위 같은 데선 그런 걸 기대할 만한 구석이 별로 없다고 합니다. 소관 부처에 국정감사 자료를 요구해도 "국가 안보상 공개할 수 없다"며 거부하기 일쑤고 어렵게 민원을 해결해도 관련자가 대부분 군인이라 지지세력을 넓히기도 어렵답니다. 환노위는 밀려드는 민원을 계속 들어내는 것조차 벅차다고 하고요.

    때문에 이런 곳에는 정책보단 정치, 특히 정무적인 영역에 시간을 쏟는 의원들이 자리를 채우는 편입니다. 이번에 더불어민주당 출신 전 국방위원에게 "나중에 또 당선되면 국방위 할 수 있겠냐"라고 물었더니 "나도 4년 희생했으면 젖과 꿀이 흐르는 곳 좀 해야 하지 않겠냐"라는 답이 돌아온 것도 같은 맥락이겠죠.

    특히 국방위는 군 출신 의원들도 의지를 보이지 않아 지원자가 민주당 1명, 통합당 1명에 불과했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이번에도 전·현직 지도부가 대거 들어갈 것으로 전망됩니다.

    지난 4월 오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리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외통위 역시 중진 다선 중심으로 운영돼 왔습니다. 이런 우스갯소리까지 나올 정도입니다. 보수정당 당대표를 지냈던 모 외통위원이, 회의실 문을 닫으라는 심부름을 시키려고 위원들을 죽 살펴봤더니, 다들 '대표님' 출신이어서, 아이고... 결국 본인이 닫고 왔더랍니다.

    하지만 국방, 외교통일, 환경노동 분야 어느 하나 국회 역할이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당장에 얻을 게 별로 없어도, 개털이어도, 다들 국토위 산자위만 가면 소는 누가 키우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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