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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잔혹 학대, 난간에 선 9살 소녀…이웃들은 몰랐다



경남

    [르포]잔혹 학대, 난간에 선 9살 소녀…이웃들은 몰랐다

    이웃 주민들 "아이 본 적이 없다. 학대 생각도 못했다" 충격
    창녕 이사 오기 전 거제서도 학대 증언 나와

    지난달 29일 창녕 한 편의점 CCTV영상 일부 캡처. (사진=이형탁 기자)

     

    경남 창녕에서 9살 딸이 계부와 친모로부터 고문 수준의 학대를 당하는 동안 이웃 주민들은 아무도 몰랐다.

    9살 A양이 살던 창녕의 한 빌라 주변은 산으로 둘러싸인 조용한 동네다. 집에서 5분 정도 걸어 나와야만 마을이 보인다.

    주민들은 A양의 존재를 대부분 몰랐고 학대 사실도 언론을 통해 알았다.

    11일 기자가 만난 한 주민은 "그 아이는 본 적이 없다. 진짜 그런 일이 있는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충격적인 반응을 보였다. 다른 주민도 "쓰레기 봉투에 기저귀가 있어서 아기가 사는 건 대충 알았는데 그 아이를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은 무관심했던 자신을 자책하기도 했다. 그는 "두 달 전쯤 그 아이가 부모와 함께 지나가는 걸 봤다"며 "하지만 학대는 생각도 못했고 그럴 줄 알았으면 좀 더 관심을 가졌을 텐데"라고 말을 잇지 못했다.

    A양과 가해 부부가 살던 집. (사진=이형탁 기자)

     

    마을 주변 500m에는 면사무소와 보건소도 있었고, 파출소와 소방서도 보였지만,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했다. 코로나19 탓에 집 밖을 나오지 못한 상황도 있지만, 부모가 A양을 밖에 내보내지 않은 이유도 있었다.

    A양의 존재를 모를 정도로 조용한 빌라 안에서는 고문 수준의 엽기적인 학대가 이뤄졌다. 계부와 친모는 쇠막대기와 빨래 건조대로 때렸고, 프라이팬으로 지져 화상을 입혔다. A양이 경찰에 진술한 "나갈 거면 네 손가락 지져라. 너 지문 있으니까"라는 계부의 엽기적인 발언은 사실로 확인됐다.

    집 베란다에서 이틀 동안 A양의 목을 쇠사슬로 묶어 난간에 자물쇠로 고정해 움직이지 못하도록 했고, 욕조 물에 머리를 담가 숨을 못 쉬게 하는 등 9살 아이가 감당하긴 힘든 잔혹한 학대가 이뤄졌다.

    이에 A양이 4층 빌라 베란다 창문 밖으로 나가 옆집으로 목숨을 건 탈출을 감행했고, 인근 편의점까지 1km나 되는 거리를 맨발로 도망쳤다.

    A양은 경찰에서 2년간 학대를 당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지난 1월 창녕으로 이사 오기 전에 살던 거제에서도 학대를 당했는지를 조사하고 있고, 이와 관련한 증언도 나오고 있다. 멍든 자국을 본 친구가 묻자 A양은 "넘어져서 다쳤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0일 아동학대 가해 부부가 자해시도 뒤 병원에 이송되고 있는 CCTV영상 일부. (사진=이형탁 기자)

     

    A양은 위탁가정에서 2년간 생활한 뒤 2017년 집으로 돌아오면서 잦은 폭행을 당했다고 아동전문 보호기관에 진술했다.

    전날 A양의 동생 3명에 대해 안전을 이유로 법원이 임시 보호 명령을 내리자 계부와 친모는 머리를 벽에 박고 건물에서 뛰어 내리려는 등 자해 소동을 벌였다. 이들은 이후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고 있다.

    A양은 지난달 29일 오후 집에서 탈출했다가 창녕 한 거리에서 같은 또래 아이를 둔 시민에게 구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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