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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P에 날아든 북한군 총탄…의도적 도발보다는 사고 가능성



국방/외교

    GP에 날아든 북한군 총탄…의도적 도발보다는 사고 가능성

    "도발로 보기에는 북한 측에 불리한 조건…강도도 약해"
    북한군과 영농지 등 특이 동향 없어 오발사고 등에 무게
    4발 총격 받고 20~30여발 경고사격 "현장 지휘관 판단으로 대응"

    지난 2018년 12월 15일 남북 군사당국은 9.19 군사합의에 따라 강원도 철원 지역의 중부전선 GP 일부를 철거했다. 사진은 폭파 전 GP의 모습. (사진=사진공동취재단/황진환 기자)

     

    북한이 지난 3일 오전 우리 군 GP에 여러 발의 총격을 가해 군이 경고사격 등 대응조치에 나섰다. DMZ 인근에서 처음으로 벌어진 9.19 군사합의 위반이다.

    군 당국은 총격 경위에 대해 다각적인 분석에 나섰는데, 일단 북한군의 의도적인 도발보다는 사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 날아온 총탄 4발에 경고사격 대응… 또다른 총격도, 군 통신선 답신도 전혀 없어

    합동참모본부는 3일 오전 7시 41분쯤 북한 측 GP에서 발사한 총탄 여러 발이 중부전선의 아군 GP에 맞는 상황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당시 GP 근무자가 여러 발의 총성을 들었고 주변을 확인한 결과, GP 외벽에 4발의 총탄이 박혀 있는 것이 확인됐다.

    군은 10여발씩 2차례의 경고사격을 한 뒤, 현 상황이 정전협정 위반이라며 상황이 확대되지 않도록 중단을 촉구하는 내용의 경고방송을 했다. 이후 북한 측의 별다른 특이 동향이나 또다른 총격은 없었다고 한다.

    이어 남북 장성급 회담과 군사회담의 우리 측 수석대표 명의로 대북 전언통신문을 보내, 상황을 설명하고 더 확대되지 않도록 하라는 요구를 보냈다. 방송과 전언통신문 모두에 대해 북한의 답신은 현재까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총탄에 맞은 GP는 DMZ 안에서 군사분계선(MDL)을 끼고 북한군 GP와 마주하고 있었다. 해당 GP와의 거리는 약 1.5km이며 이보다 더 동쪽에 있는 다른 북한군 GP들과 해당 GP와의 거리는 약 1.7~1.9km다. 다만 이 가운데 어느 GP에서 총탄이 날아왔는지는 군 당국이 분석 중이다.

    우리 군에 현재까지 인원이나 장비의 피해는 없다. 군 관계자는 만약 실제 피해가 있었다면 대응 조치가 달라지는지를 묻는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했는데, 이럴 경우 경고사격만으로 끝나지 않았을 것이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군은 지난 2015년 북한이 DMZ 목함지뢰 매설 사건을 일으킨 뒤 8월 20일 대북 확성기를 목표로 포격을 가했을 때 155mm 포탄 29발로 MDL 북쪽 500m 지점에 대응사격을 한 적이 있다.

    국방부는 이번 사건이 9.19 군사합의 위반에 해당된다는 입장이다. 북한의 군사합의 위반은 지난해 11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남북 접경지역인 창린도 방어부대를 찾아 해안포 사격을 지시한 이래 두 번째다. DMZ에서는 처음으로 벌어진 일이다.

    ◇ 의도적인 도발 가능성 낮게 평가… 조건은 불리, 강도 낮은데다 특이동향 없어

    9.19 군사합의에 따른 비무장지대(DMZ) 내 시범 철수 GP 가운데 역사적 가치를 고려해 원형을 보존하기로 한 강원도 고성의 한 GP를 지난해 2월 13일 국방부가 언론에 처음으로 공개했다. 이 GP에서 북한 측 초소가 해금강을 배경으로 보인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황진환 기자)

     

    앞뒤 정황을 따져보면 북한이 의도적인 도발을 했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당시의 조건이 하나같이 북한 측에 불리하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군 관계자는 "당시 안개가 짙게 끼어 시계가 1km 이내로 제한됐고, 보통 시간대가 근무 교대 이후 화기나 장비에 대해 점검이 이뤄지는 시간대였으며, 북측 GP 근처의 농사짓는 지역이나 북한군에 특이 동향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보통 도발을 계획한다면 시간, 장소, 기상 등을 모두 고려하는데 시계가 좋지 않고, 거리도 멀어 부적절한데다 우리 측 GP가 북한 측 GP보다 높은 지형에 있다"고 덧붙였다.

    일반적으로 군사도발을 하려면 북한에 유리한 환경을 갖추고 있는 상태에서 하게 될 것인데, 전혀 유리한 환경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군의 설명대로라면 남북 GP는 서로를 볼 수 없는 상황이었다.

    군 관계자는 "합참으로서는 여러 국가 위기나 도발 상황에서 과도하게 대비를 해야 하는데, 그렇게 생각해도 이런 상황에서는 정확한 도발을 할 수가 없다"며 "GP 인근의 영농지에서는 사건 전에 농사를 짓고 있었고 사건 당시에도 짓고 있었으며 지금도 짓고 있다. 북한군도 특이 동향이 없기에 연계성을 따져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남북은 GP에서 기관총 등의 공용화기를 상대편을 향해 거치하고 있다. 군은 정밀분석과 증거 등을 통해, 이번 사건이 북한의 GP에서 통상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화기에 의해 일어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GP 사건 발생 시각이 근무교대 이후 점검이 이뤄지는 시간대였으며 그 과정에서 자연스레 총을 다뤘을 가능성까지 감안하면, 단순 오발사고 가능성이 높다는 해석에 좀더 힘이 실린다.

    전인범 전 특전사령관(예비역 육군 중장) 또한 "당시 근무 상황과 기상, 북한의 과거 도발 양상으로 보면 의도적인 도발보다는 우발적인 사고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며 이런 해석에 힘을 보탰다.

    그는 "사격을 할 때 당연히 위에서 아래로 쏘는 것이 유리한데 이번에는 그 반대다"며 "명백한 도발 행위라고 할 수 있는 (2010년) 천안함 폭침이나 연평도 포격, (2015년) 목함지뢰 매설 사건과 비교해볼 때 도발이라고 불리기엔 약하다"고 덧붙였다.

    ◇ 군 대응은 적절했나

    군 관계자는 우리 군의 대응 사격과 경고방송 등의 조치에 대해 "해당 부대 지휘관이 판단해 전술적으로 이뤄진 조치이며, 북한군이 9.19 군사합의를 위반한 사항이 있다고 판단해서 매뉴얼대로 현장 조치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제법상 군사적인 공격을 받을 경우, 자위권 차원에서 비슷한 종류의 화기로 공격을 받은 만큼의 대응을 하는 것(비례성의 원칙)은 어느 정도 인정된다.

    다만 전인범 전 사령관은 "대응 자체는 현재의 매뉴얼에 입각해 잘 했지만, 해당 매뉴얼에 다소 생각해볼 점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의 의도적 도발인지 여부가 불분명하고, 생명에 직접적인 위협이 없음에도 총을 쏜다는 것은 보여주기 위한 사격이지 자위권에 입각한 대응이 아니라고 본다"며 매뉴얼 자체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다만 이번 사건을 일으킨 쪽은 명백히 북한인 만큼 "성의 있는 북한의 답변이 필요하며 북한의 행동에 대해 한 번 더 주의를 환기시키고, 대비태세를 공고히 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도 지적했다.

    군 관계자 또한, "9.19 군사합의의 정신은 남북간 문제를 할 수 있다면 평화적으로 해결하자는 그런 부분 아니겠나"며 "그런 차원에서 우리 군과 국방부도 남북 통신망을 통해서 지속적으로 조치들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고 기자들에게 부연했다.

    이번 GP 총격 사건을 계기로 DMZ 인근에서 벌어지는 군사적 상황에 대해 체계적인 대응 원칙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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