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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러져도 환자 살려야…" 대구서 사투 벌이는 간호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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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쓰러져도 환자 살려야…" 대구서 사투 벌이는 간호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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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구 동산병원 근무 자원한 부산보훈병원 간호사
    보호복에 얼굴 짓무르고 땀 범벅…'정신적 압박'까지
    부산 복귀 뒤 2주간 격리…"불편함보다 미안함 앞서"

    지난달 28일 오전 코로나19 확진자 격리병상이 마련된 대구동산병원에서 의료진이 근무를 교대하기 위해 걸어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나이팅게일 선서를 한 사람으로서 간호사가 필요하다는 말에 가만히 있을 수 없었지요."

    부산보훈병원 소속 32년차 간호사 장현주(52) 간호부장은 망설임 없이 대구행을 결정했다.

    장 간호사는 지난달 23일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부산보훈병원에서 대구 동산병원으로 파견 간 의료진 2명 중 한 명이다.

    보훈공단이 지난달 21일 각 지역 보훈병원에 간호사 파견을 요청해온 데 따른 것이다.

    이 소식을 들은 장 간호사는 항상 가슴에 지녀 온 나이팅게일의 희생과 봉사 정신에 더해, 간호실을 책임지는 관리자로서 솔선수범해야 한다는 책임감에 몸이 먼저 움직였다.

    장 간호사는 "부산에서는 저와 간호과장이 소식을 듣자마자 자원했다"며 "가족들과 별다른 상의 없이 급하게 결정을 내려서 그런지 대구로 가는 날 모두 얼떨떨한 표정으로 배웅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 텅 빈 거리·경찰 통제선…간단한 교육 뒤 바로 '투입'

    장 간호사 일행이 대구에 도착한 건 지난달 23일 오전.

    버스 창밖을 바라보니 높게 솟은 빌딩이 밀집한 시내 중심가임에도 오가는 사람이 없어 한적한 시골 분위기까지 났다.

    장 간호사는 대구 동산병원에 도착하자마자 TV 뉴스로 봤을 때보다 심각한 상황임을 직감했다.

    병원 정문과 부출입구는 경찰이 바리케이드를 치고 출입을 막고 있었고, 선별진료소 천막 근처로 보호복 입은 의료진이 바삐 오가는 모습이 보였다.

    장 간호사 일행은 병원 강당에서 보호복 착용 방법 등을 간단히 교육받은 뒤 곧바로 현장에 투입됐다.

    지난 2일 오후 대구동산병원에서 파견을 나온 간호사들이 병원 관계자로부터 교육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하루에 수십명의 환자를 상대로 검사를 위한 채혈과 객담(가래) 채집을 했다.

    비닐 재질로 된 보호복에 마스크와 고글, 장갑도 두 장이나 낀 상태로 병동을 오가니 금세 땀 범벅이 됐다.

    장 간호사는 "각종 보호장구 탓에 1시간만 지나면 얼굴이 짓무르고 호흡이 가빠 고글에 뿌옇게 김이 서리는 등 보호복 자체에 부담이 컸다"며 "2시간 하면 2시간 쉬는 식으로 일했는데도 의료진들이 체력이 떨어져 많이 지쳐 보였다"고 말했다.

    ◇ 체력 소진보다 정신적 압박이 더 힘들어

    장 간호사는 셋째 날부터 병동을 옮겨 투약과 바이탈 체크(혈압·체온 등 몸 상태 확인)를 하는 등 전반적인 간호 업무에 3교대로 투입됐다.

    동산병원에 있던 간호사들이 새로 병상이 마련된 인근 병원으로 옮겨가면서 환자를 돌볼 인력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었다.

    간호사 한 사람당 맡는 업무가 갑자기 늘어난 탓에 결국 함께 근무하던 동산병원 소속 수간호사가 과로로 쓰러지는 일까지 벌어졌다.

    그러자 간호사 2명이 자발적으로 '오프(근무 뒤 휴식)'를 반납하고 대신 근무에 나섰고, 이 소식을 들은 수간호사는 다음 날 다시 병동에 나왔다.

    장 간호사는 "다들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이 정도로 모두가 필사적인 현장 한가운데 있다는 심적인 압박이 엄청났다"고 말했다.

    지난달 28일 오전 대구동산병원에서 의료진이 근무 교대를 위해 보호장비를 착용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 전담병원에서는 이렇듯 체력적 어려움보다도 정신적 스트레스가 간호사들을 힘들게 했다.

    평소 병동에서는 보호자와 방문객이 병실과 복도를 자유롭게 오가며 간호사에게 환자 상태를 묻는 등 서로 활발히 소통이 이뤄지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코로나19 환자만 있는 격리병동에서는 움직이는 사람이 생소한 보호복 차림을 한 의료진밖에 없고, 환자와 의료진 모두 걱정과 두려움을 안고 있어 병동 분위기가 무거울 수밖에 없다.

    장 간호사는 "처음 병동에 투입됐을 때는 분위기가 섬뜩하기까지 했다"며 "다행히 환자분들 대다수가 의료진 통제와 안내에 잘 따르는 모습을 보며 어느 정도 적응은 됐다"고 말했다.

    ◇ 복귀 뒤 2주 격리, 불편함보다 미안함 앞서

    장 간호사 일행은 지난 1일 부산으로 돌아왔지만, 가족이 기다리는 집으로 곧바로 향하지 못했다.

    복귀 직전 코로나19 검사에서 모두 음성이 나왔지만, 그래도 가족이나 병원 동료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생각에 격리 상태로 지내기로 한 것이다.

    이들은 코로나19 최대 잠복기인 2주 동안 보훈병원 측에서 마련한 숙소에서 생활한 뒤 집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장 간호사는 "음식도 배달시켜 먹는 등 격리 생활이 불편한 건 사실이지만, 이 정도는 당연히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일선에서 고생하는 의료진들을 생각하면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복귀한 장 간호사 일행을 대신해 부산보훈병원에서는 간호사 2명을 또다시 일손이 부족한 대구로 파견했다.

    장 간호사는 이들을 포함해 대구와 각 지역에서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이고 있는 의료진에게 아낌없는 응원을 보내줄 것을 당부했다.

    장 간호사는 "특히 대구는 지금도 일선에서 일하는 분들이 많이 계시는데, 일주일만 근무하고 먼저 내려와 너무 미안한 생각이 든다"며 "낯선 환경에서 일하는 의료진들이 건강 잘 챙기시고 무사히 업무에 복귀할 수 있도록 응원 메시지를 보내주신다면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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