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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혜의 나라' 성혜와 송지인의 닮은 점, 막막함과 묵묵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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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혜의 나라' 성혜와 송지인의 닮은 점, 막막함과 묵묵함

    [노컷 인터뷰] '성혜의 나라' 성혜 역 송지인 ①

    영화 '성혜의 나라'에 출연한 배우 송지인이 지난달 20일 오후 서울 양천구 CBS노컷뉴스 사옥에서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쉼 없이 아르바이트를 한다. 새벽에도 몸을 움직이며 돈을 번다. 유통기한이 임박한 편의점 음식으로 끼니를 때우고, 학원에 가 취업을 준비한다. 꾀부리지 않고 몸이 부서져라 일하는데도, 반지하 월세방의 삶을 '유지'하는 것조차 버겁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연인은 도무지 합격할 것 같지가 않다.

    올해 1월 30일 개봉한 영화 '성혜의 나라'(감독 정형석) 주인공 성혜는 '선택하지 않는 편을 선택한다'는 점에서 현재 한국사회를 사는 '취업준비생'이라면 어렵지 않게 이입할 수 있을 만한 인물이다. 송지인은 '성혜의 나라'에서 타이틀롤 성혜를 맡아 공허함과 씁쓸함이 밴 희망 없는 청춘의 얼굴을 그려냈다.

    지난달 20일 오후, 서울 양천구 목동 CBS노컷뉴스 사옥을 찾은 송지인을 만났다. '성혜의 나라'로 첫 장편영화 주연을 맡은 그에게 이 작품은 의미가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송지인은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성혜가 '흔히 볼 수 있는 불쌍한 캐릭터'가 아니라, 자기만의 '강함'을 지녔다는 걸 알았다. 누군가의 부름이 있어야만 일을 계속할 수 있는 배우와, 회사의 선택을 받아야 하는 취준생은 비슷한 면이 있다는 것도 깨달았다.

    ◇ 선택을 '주관 있게' 할 수 있는 사람, 성혜

    송지인이 정형석 감독에게 '성혜의 나라' 시나리오를 받은 건 2017년 9월이었다. 송지인은 시나리오를 읽고 성혜가 '강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흔한 불쌍한 캐릭터인가 했는데 계속 읽다 보니, 그렇게 수동적이지 않고 미래를 생각하는 강한 여자 같았다"라고 말했다.

    성혜는 대기업 인턴으로 일하다가 성추행을 당하고, 이 사실을 고발한다. 피해자인데도 된서리를 맞은 건 오히려 성혜였지만, 자신에게 닥칠 불이익을 감수하고도 불의를 그냥 넘기지 않고 공론화한다.

    송지인은 "여자들끼리 모였을 때 누구 한 명이 얘기하면 다들 '나도 그런 적 있다'고 하지 않나. 내가 피해를 볼까 봐 걱정해서 어쩔 수 없이 넘어가거나, 속 시원한 대처를 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은데 성혜는 부당함을 알린다. 굉장히 용감하게"라며 "선택을 주관을 갖고 할 줄 아는 사람이라는 점에서 매력을 느꼈다"라고 말했다.

    올해 1월 30일 개봉한 영화 '성혜의 나라'는 스물아홉 청춘 성혜(송지인 분)가 힘겹게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현실을 묵묵히 보여준다. (사진=아이 엠 제공)

     

    엉뚱하고 엽기적인 4차원('청담동 살아요'), 사내 핫 뉴스를 가장 빨리 알고 있는 까불거리는 계약직('직장의 신'), 성형에 약간 중독된 성형 미인('호구의 사랑'), 이혼 경력이 있는 발랄한 수능 출제위원('나의 흑역사 오답노트') 등 조금은 '푼수기 있는' 역할을 자주 맡았던 송지인. 그에게 건조하고 애처로운 성혜는 확실히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송지인은 "(그동안) 발랄하거나 외모가 화려한 캐릭터 위주로 했다. 아니면 좀 단아하거나. 이렇게 굉장히 리얼한(현실적인) 역할은 처음 해 봤던 것 같다. 자연스럽고 리얼한 건 처음이었지만 너무 좋았다. 그냥 저를 보는 것 같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원하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시간을 쪼개가며 애쓰지만 영 출구가 보이지 않는 것, 성혜의 삶이 그랬다. 송지인도 학생 때나 연기를 시작하고 나서야 다양한 아르바이트를 경험해 보았기에 어렵지 않게 공감할 수 있었다.

    "저희(배우)도 비정규직이잖아요. 예를 들어 회사에 다니면 월급을 다달이 받으니 올해 말까지만 다니고 퇴사할 거야, 내년부턴 새롭게 뭘 할 거야 이런 걸 세울 수 있는데 저희는 그런 걸 계획할 수가 없어요. 연말까지 일이 없을 수도 있고요. (웃음) 사실 배우로서 그런 게 가끔씩 막막해지는 시기가 있죠. 그래서 공감이 갔어요."

    성혜와 닮은 점을 묻자, 송지인은 "그냥 묵묵히 있는 것, 저도 그런 편이다. 좀 힘든 일이 있어도 특별히 해소하려고 하기보다는 일단 묵묵히 견딘다. 그게 좀 비슷한 것 같다"라고 답했다. 하지만 꾹꾹 누르기만 하면 화병 날 것 같아서 요새는 집에서 고양이를 붙잡고 있거나 매운 거라도 먹으며 빨리빨리 털어버리려고 노력한다고.

    ◇ '첫 주연작' 마친 소감

    '성혜의 나라'는 송지인이 주연한 첫 장편영화다. 송지인은 "워낙 처음부터 끝까지 나오다 보니까 부담스럽기도 하고, 영화가 잘 안 나오면 내 책임인가 싶었다. 촬영을 2년 전에 한 거니까 지금 보면 아쉽고 부족한 게 많이 보이더라. 한 작품에서 어떤 인물로 보이는지에 대해 조금 더 넓은 시각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라고 밝혔다.

    송지인은 '성혜의 나라'에서 타이틀롤 성혜를 맡아 승환 역의 강두와 연인 연기를 했다. (사진=닷팩토리 제공)

     

    송지인은 이 작품에서 강두와 연인 연기를 선보였다. 워낙 '대선배'여서 남자 주인공을 강두가 한다고 했을 때 걱정했다는 송지인은 "'내가 잘해야 할 텐데…' 싶었는데 굉장히 배려해 주셨다. 제 분량이 많아서 부담감이 있는 걸 아시고는, 옆에서 '괜찮다', '잘하고 있다'라고 많이 격려해주셔서 너무 감사했다"라고 말했다.

    강두는 '성혜의 나라' 개봉 인터뷰에서 송지인을 두고 '그렇게 예쁜 사람이 이 영화를 왜 하지 싶기도 했다'라고 말한 바 있다. 이 인터뷰를 언급하자, 송지인은 "인터뷰 보고 너무 고마워서 커피 사 드렸다"라며 웃었다.

    송지인은 "저희가 촬영하기 전에 두 달 동안 매일매일 연습했다. 강두 오빠가 승환이랑 혼연일체가 되었다. 승환 장면이 많지 않은데도 굉장히 고민 많이 하고 준비하셔서 좀 놀랐다. 그렇게까지 열심히 하실 줄 몰랐다"라며 감탄했다.

    '성혜의 나라'에는 드라마 '직장의 신'으로 인연을 맺은 이미도도 특별출연한다. 이미도는 당시 임신 초기였는데도 흔쾌히 수락했다. 송지인은 "사적으로는 친해도 같이 촬영하는 건 오랜만이었다"라면서 "언니가 연기를 너무 잘하더라. '왜 저렇게까지 얄밉게 잘하는 거야!' 싶더라. 참느라고 힘들었다"라고 웃었다.

    송지인은 여성 주인공 '성혜'를 앞세운 영화를 성별 구분 없이, 남성 관객도 공감을 하는 게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등장인물 승환에 이입하는 경우도 있었고, 본인도 취업 준비생이라 성혜를 보며 마음이 많이 아픈 경우도 있었다. 송지인은 "비슷한 세대 정도가 공감해 주시겠지 했는데, 세대를 넘어서 어른분들도 공감된다고 하실 때 많이 놀랐다"라고 덧붙였다.

    '성혜의 나라'는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개봉할 수 있었다. 송지인은 영화가 세상에 나올 수 있게 마음을 모은 사람들에게 너무 고맙다고 전했다. 그는 "만 이천 원 내고 극장 가서 영화 보는 것도 어려울 수 있는데, 그렇게 많은 분이 참여해 주실 줄 몰랐다. 너무 감사하다"라며 "엄청나게 오락성이 있는 영화가 아닌데도 이걸 보려고 마스크를 하고 극장 찾아주신 분들께 감사하다"라고 재차 강조했다. <계속>

    배우 송지인 (사진=황진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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