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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작렬]'재판개입·유출' 판사들의 '무사 복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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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뒤끝작렬]'재판개입·유출' 판사들의 '무사 복귀'

    오늘은 피고인, 내일은 법복 입은 '재판장'
    "사법농단 법관엔 재판 못받아" 기피신청 어쩌나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는 13일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기소된 신광렬·조의연·성창호 부장판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날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신광렬·조의연·성창호 부장판사(왼쪽부터)가 1심 선고 공판을 마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대법원장은 2020. 2. 17자로 다음과 같이 인사조치하였음."

    17일 오후 5시가 넘어 대법원은 기자들에게 간략한 메시지를 보냈다. 지난해 3월 기소된 후 대법원이 직접 재판에서 배제했던 현직 법관 8명의 복귀를 알리는 내용이었다.

    8명 중 이태종 부장판사를 제외한 심상철·이민걸·방창현·임성근·신광렬·조의연·성창호 부장판사는 오는 3월 1일 부로 서울동부지법, 부산고법 등에서 다시 재판을 맡게 된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검찰이 이들을 기소했을 당시 "피고인으로 형사재판을 받게 되는 법관이 다른 한 편으로 재판업무를 수행한다는 것 자체만으로 국민의 사법신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이들에게 사법연구를 명했다.

    그러나 8명 중 4명에 대해 1심 결론이 내려졌을 뿐인 상황에서 "사법연구기간이 이미 장기화되고 있다"며 다른 선택을 했다. 1년이 지나면서 사법신뢰라는 가치보다는 사법행정상의 고려가 우선이 된 것이다.

    물론 급여는 받으면서 사실상 일은 하지 않는 상태를 오래 유지하는 것 역시 부적절할 수 있다. 그렇다면 대법원은 이들이 재판을 받는 1년간 앞으로 기소된 법관의 거취를 어떻게 할 것인지부터 법원 징계절차의 흠결 등에 대해 논의했어야 하지만 '복귀' 결정 외엔 없었던 셈이다.

    발표 방식 역시 지난해 3월 대법원의 '깜깜이' 징계 청구의 재연을 보는 듯 해 씁쓸함을 남긴다. 당시에도 김 대법원장은 검찰이 사법농단 연루 비위가 있다며 통보한 66명 중 10명을 징계하면서 "이로써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관련한 조사와 감사를 마무리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누가, 어떤 행위로, 어느 정도 수위의 징계를 받게 될 것인지 전혀 공개하지 않은 채 법원이 스스로 사법농단의 처리를 끝냈다고 선언한 것이다. 10명을 제외한 56명이 징계 대상이 되지 않은 것과 관련해서도 "32명은 이미 징계시효가 지났다"는 설명 외엔 들을 수 없었다.

    이번에도 대법원은 △판사들이 기소된 혐의와 △무죄의 이유 △그럼에도 인정된 문제점 등을 국민에게 공식적으로 설명하지 않은 채 늦은 오후 간략한 메시지만으로 '사법농단 자체 종결'을 시도했다.

    성창호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1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1심 선고를 마치고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이날 법원은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기소된 신광렬·조의연·성창호 부장판사에게 1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그러나 아직 재판은 끝나지 않았다. 신광렬·조의연·성창호 부장판사는 지난 13일, 임성근 부장판사는 14일 각각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형법상 범죄혐의를 묻기 어려워 무죄 결론이 나왔지만 검찰이 지적했던 공소사실 자체는 대부분 인정됐다.

    영장전담판사가 '법원 내부 필요에 의해' 검찰에서 온 수사 정보를 윗선에 보고하고, 청와대가 관심 있는 재판의 진행과 판결을 특정 방향으로 유도한 것이다. 특히 후자에 대해 심리한 재판부는 무죄를 선고하면서도 "법관 독립을 침해하는 위헌적 행위"라고 판단했다.

    법원 내부에서도 이번 조치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사실심인 2심에서도 계속 피고인 신분으로 출석해 재판을 받는 이들이 어떤 국민에게는 법복을 입은 '재판장'이 되는 간극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재경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재판 당사자들이 법관 기피를 신청하면 법원이 어떻게 판단할 것인지 의문"이라며 "1심에서 무죄가 나왔으니 '문제가 없다'고 법원이 말할 수 있나"라고 지적했다.

    고등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사법농단 반성을 형사절차에만 떠넘기고 법원은 사실상 손을 놓았다"며 "'사법행정상 어쩔 수 없었다'고 하는 것은 법원이 스스로 양승태 대법원 시절과 크게 달라지지 못했음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 노컷뉴스의 '뒤끝작렬'은 CBS노컷뉴스 기자들의 취재 뒷얘기를 가감 없이 풀어내는 공간입니다. 전 방위적 사회감시와 성역 없는 취재보도라는 '노컷뉴스'의 이름에 걸맞은 기사입니다. 때로는 방송에서는 다 담아내지 못한 따스한 감동이 '작렬'하는 기사가 되기도 할 것입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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