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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무슨 악플이냐" 피해자 울린 수사기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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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게 무슨 악플이냐" 피해자 울린 수사기관

    • 2020-02-06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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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훅!뉴스] '죽음의 악플', 242건 판결문 전수분석③

    지난해 연예인 두 명이 세상을 등졌다. 모두 악성 댓글로 인해 피해를 호소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후 악성 댓글로 인한 폐해와 이를 근절하자는 움직임에는 모두 공감했지만 구체적으로 무엇이 어떤 괴롭힘을 줬는지에 대한 고민은 부족하다. 온라인에서 유령처럼 돌아다니는 악성 댓글은 어디에서, 어떻게, 누구를 괴롭히는지 지난해(2019년) 악성 댓글 관련 판결문 242건을 전수 조사했다. CBS노컷뉴스는 판결문을 통해 들여다본 악성 댓글의 실태를 '죽음의 악플' 기획을 통해 5회에 걸쳐 내보낸다. 기사에 소개될 악성 댓글들은 판결문에 기재된 표현 그대로를 가져왔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① '악플' 판결, 전수 분석해보니…"아는 사람이 더 악질
    ② 목숨 빼앗는 악플로 유죄 받아도…"낼만한 벌금 수두룩"
    ③ 악플 피해자 울린 수사기관…"이 정도가 무슨 악플이냐"
    (계속)

    ◇ "악플이라기엔 애매한데…" 악플러 대변하는 수사기관?

    "경찰이 이건 악플이 아니라고 하는데 악플이 달린 걸 처음 봤을 때보다 더 모욕감을 느꼈습니다. 차라리 고소를 하지 말 걸 후회했죠."

    A씨는 지난해 한 언론과의 인터뷰가 인터넷으로 출고된 후 악성 댓글에 시달렸다. 무분별한 성희롱이나 외모비하의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자신의 신원이 고스란히 드러난 기사 속 악성 댓글들에 스트레스를 받던 A씨는 결국 경찰에 악플러를 고소하기로 마음먹었다.

    30개 정도의 악성 댓글들을 일일이 프린트해 들고 간 A씨에게 경찰은 '악플 평가'를 시작했다. 여성의 성기를 지칭하는 성희롱 표현이 들어있는 악성 댓글들을 보며 "이런 건 그냥 개인적인 의견 표명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명백한 욕이나 패륜적인 표현이 들어있는 악성 댓글이 아니라면 고소를 하지 말라는 것. A씨는 "악플러가 나에게 성적인 농담을 해서 내가 모욕을 당하고 피해를 봤다는데 그 피해를 왜 경찰이 판단을 하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추려진 악성 댓글로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도 A씨에게 고소 취하를 유도했다. 가해자의 사과를 받고 싶지 않다는 A씨에게 검찰이 "어차피 기각될 텐데 사건을 가져갈 필요가 없다"며 설득을 했던 것이다. "검사가 악플러를 대변하는 듯한 이야기를 하는데 말을 잘 들어보면 '이건 악플이 될 수 없다'는 강의를 듣는 느낌이었어요." A씨의 말이다.

    현재까지 A씨의 사건 중 4건은 혐의 없음, 거주지불명 등의 이유로 각하됐다. A씨는 "차라리 고소를 하지 말았어야 했는지 후회를 하고 있다"며 "모욕죄가 누구를 위한 법인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 악플 사건 늘지만…'고소부터 험난'

    (그래픽=김성기PD)

     

    악성 댓글 사건은 한 해에 1만건 이상이 신고되며 꾸준히 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2014년 8,880건이던 사이버 모욕죄 신고 건수는 이듬해 1만 5,043건까지 크게 늘었다. 지난 2018년에는 1만5,926건에 이르렀다.

    하지만 악성 댓글로 피해를 본 사람들 중 수사기관에 신고를 하는 비율이 미미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피해 건수는 더욱 심각하다고 볼 수 있다. 2016년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온라인 혐오표현을 경험한 성적 소수자, 장애인, 이주민, 여성 등 1,014명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악성 댓글을 경찰‧노동부‧국가인권위원회 등 공공기관에 신고한 사례는 10.0% 이하였다.

    A씨의 사례처럼 악성 댓글의 고소 과정이 어렵다는 것은 신고를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일단 피해자가 직접 증거를 수집해 수사기관에 제출해야한다. 힘들게 고소장을 제출하더라도 해외에 서버를 둔 SNS에 달린 악성 댓글은 신원조회도 힘들다. 선플SNS인권위원회 공익법률지원단장으로 활동했던 윤기원 변호사는 "일반 포털사이트에서의 악성 댓글의 가해자는 대부분 검거가 되는 편이지만 일반인이 전문가의 도움을 받지 않고 수사기관에 신고하기는 쉽지 않은 편"이라고 말했다.

    사건이 조사도 없이 각하 처리되는 경우도 있다. 신입사원이 사내에서 연쇄적으로 성폭행 피해를 당하고도 악성 댓글로 2차 가해에 시달렸던 이른바 '한샘 사건'이 대표적이다. 피해자의 변호를 맡은 법무법인 태율의 김상균 변호사는 "악성 댓글 고소 500여건을 경찰에서 일괄 각하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수백 개의 악성 댓글이 경찰 조사도 없이 종결된 것이다. 김 변호사는 "수사기관의 인력 문제를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악성 댓글을 수사에 착수조차 하지 않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검찰 스스로 인정한 들쭉날쭉 기준

    (사진=연합뉴스)

     

    사건이 검찰로 넘어간 후에도 악성 댓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어 혼선이 빚어지는 일도 발생한다. 지난해 10월 자유한국당 나경원 전 원내대표의 악성 댓글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대검찰청이 '처분을 보류하라'는 지시를 일선청에 내려 보낸 게 대표적이다. 당시 대검은 보류 요청 이유에 대해 "사건마다 처분이 제각각이어서 처리기준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나 전 원내대표는 지난해 6월 원내대표 선출 기사에 달린 악성댓글 170여개를 모욕 혐의로 무더기 고소했는데, 대검에서 처분 보류 결정이 나오기 전까지 결과는 기소유예, 벌금형 약식기소, 불구속기소까지 제각각이었다. 검찰이 스스로 악성 댓글에 대한 처분이 들쭉날쭉임을 인정한 것이다.

    김 변호사는 "모욕죄 자체가 어떤 표현으로 인해서 그 사람이 어떤 수치심을 느꼈느냐가 판단기준이니 검사나 판사도 사람마다 모욕적이라고 느끼는 경우가 다양하다"며 "판결이 들쭉날쭉할 수밖에 없고 양형기준도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CBS노컷뉴스는 지난해(2019년) 악성 댓글과 관련한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죄와 모욕죄 판결문을 전수 조사했다. 대법원 판결문 열람 서비스를 통해 '댓글', '악플' 등의 단어로 판결문을 검색한 뒤 내용을 확인해 기준에 맞는 사건들을 추렸다. 대법원에서 비공개 결정한 판결문은 제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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