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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위기에도 차분했던 기름값…중동은 석유패권을 잃었다



경제 일반

    전쟁위기에도 차분했던 기름값…중동은 석유패권을 잃었다

    올해 이란 위기와 지난해 사우디 사태의 교훈
    '석유패권 중동에서 미국으로 옮겨가'
    전쟁위기, 중동악재에도 원유값 '안정적'
    산유국 1위 오른 미국이 국제원유값 주도
    미국發 공급 넘친다…"중동악재? 옛날 얘기"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숨진 이란 쿠드스군 사령관 솔레이마니. (그래픽=김성기PD)

     

    미국이 이란 군부 실세를 살해하고 이란은 미사일 공격으로 미군기지를 때리는 등 중동 지역이 전쟁 직전까지 갔지만 국제 원유가격은 안정적이었다. 가격 급등은 없었고 오히려 꾸준히 내려가 제자리를 찾는 데까지 일주일도 걸리지 않았다.

    업계는 올해 '이란 전쟁 위기'와 지난해 일어난 '사우디아라비아 정유시설 드론 피격 사태'를 보며 세계 석유 패권이 중동에서 미국으로 넘어간 것으로 확실시하고 있다.

    세계 산유국 1위에 오른 미국이 국제 원유가격을 주도하면서 기름값이 이제는 더 이상 중동 리스크에 휘둘리지 않게 됐다는 것이다.

    ◇ 전쟁 위기에도, 시설 파괴에도 기름값은 '차분'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2일, 이란 군부 실세인 쿠드스군 사령관 거셈 솔레이마니를 살해하자 이란은 8일, 이라크 내 미군 기지 두 곳에 미사일을 쐈다.

    전면전 직전까지 갔던 두 나라의 갈등은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 공격에 대한 대응을 경제제재 수준으로 제한하면서 일단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중동 지역에서 전쟁 발발 위기가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었지만 국제 원유가격은 차분했다.

    미국의 드론 공격, 이란의 미사일 보복에도 국제유가는 배럴당 70달러 이하를 꾸준히 유지했다. 브렌트유와 서부텍사스유 가격은 솔레이마니 사망 이전보다 더욱 내려갔다. (그래픽=김성기PD)

     

    솔레이마니 사망 직후 열린 3일 시장에서 국제 원유가격은 일제히 소폭의 상승세를 보였지만 시장 개장 사흘 만에 곧장 하락세로 전환됐다.

    이란이 보복을 공언했고 미국도 대응 계획을 발표하며 특수부대를 추가 배치하는 등 내내 전운이 감돌았지만 원유가격은 내리막을 걸었다. 8일, 이란이 미군 기지에 미사일을 쏜 최악의 상황에서도 원유가는 안정적이었다.

    결과적으로 중동발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국제 원유시장에서 기준점이 되는 유종인 두바이유와 브렌트유, 서부텍사스유 모두 배럴당 60달러 수준을 유지했다. 서부텍사스유는 8일(현지시각) 기준 59.61달러까지 하락했다.

    지난해 9월 일어난 사우디아라비아 정유시설 드론 피격 사태 때도 상황은 비슷했다. 사우디 하루 산유량의 절반이 날아가며 시장이 흔들렸지만 국제 원유가격은 금방 제자리를 찾아갔다.

    당시 상황을 보면 예멘 반군의 드론 공격으로 사우디 내 최대 정유시설과 유전이 파괴됐다. 사우디 하루 산유량의 절반인 570만 배럴 생산에 차질이 빚어졌다. 전 세계 산유량의 5%에 달할 정도로 매우 큰 피해 규모였다.

    (그래픽=김성기PD)

     

    하지만 원유가격이 제자리를 찾는 데는 2주도 안 걸렸다. 당시 두바이유 가격은 사건이 발생하기 전인 13일 배럴당 58.36달러에서 발생 후인 16일엔 63.88달러, 17일 67.53달러까지 올랐지만 18일부터 곧장 꾸준히 하락해 2주도 안 돼 원래 가격으로 돌아왔다. 브렌트유와 서부텍사스유도 급등 없이 가격이 유지됐다.

    ◇ '셰일혁명' 미국이 기름값 정한다…중동 영향력↓

    이처럼 중동의 영향력이 약해진 데는 미국의 영향이 컸다.

    미국이 '셰일오일' 시추에 성공하며 산유량을 크게 늘렸고 결과적으로 원유 공급량이 넘쳐나면서 세계 시장에서 중동 영향력이 줄었다. 중동 리스크에도 국제 원유가격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가장 큰 이유다.

    셰일오일은 지표면 부근에 있는 일반적인 원유와 달리 땅 밑 3,000m에 있는 퇴적암 셰일층에서 뽑아내는 원유이다. 시추 기술이 어렵고 결과적으로 채산성이 낮다 보니 200년 가까이 땅속에 묻혀 있었다.

    하지만 미국은 지난 2008년부터 본격적으로 셰일오일 개발에 들어가 2011년 끝내 생산에 성공했다. 전 세계 셰일오일 매장량의 70%가 미국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오클라호마 주 네마하 광구에 있는 한 셰일가스 생산시설. (사진=장규석 기자/자료사진)

     

    이른바 셰일혁명 덕에 미국은 세계 1위 산유국에 올랐다. 미국은 지난해 9월에는 석유 수입량보다 수출량이 더 많아지며 사상 처음으로 석유수출국 지위도 받아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석유를 뽑아내는 미국이 이제는 세계에서 석유를 가장 많이 수출하는 자리까지 넘보고 있다. 현재 미국은 사우디와 러시아에 이은 3위 석유수출국이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미국이 산유량 세계 1위에 오르면서 국제시장 영향력이 커졌다"며 "이제 중동에서 생산량이 줄어도 세계 시장이 받는 타격이 약해졌다"고 설명했다.

    한편, 한국의 경우 아직까지 원유 수입량의 70.8%를 중동에서 충당하고 있다. 중동 악재가 한국 원유 수입에는 차질을 줄 수 있는 것이다.

    다만 한국의 중동 원유 의존도는 계속해 낮아지고 있고 미국 의존도는 상승하고 있다. 대한석유협회에 따르면 한국의 미국산 원유 수입은 지난 2017년 하루 3만 4,000배럴에서 지난해 37만 3,000배럴로 약 11배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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