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정선섭(재벌닷컴 대표)
"조원태 대표 이사가 공동 경영의 유훈과는 달리 한진그룹을 운영해 왔고 지금도 가족 간의 협의에 무성의와 지연으로 일관하고 있다. 거듭된 요청에도 최소한의 사전 협의도 하지 않고 경영상의 주요 사항이 결정되고 발표됐다."
누구 말이냐 하면 한진그룹 조현아 전 부사장이 공개적으로 동생을 비판하면서 한 말입니다. 현재 대한항공 회장은 동생 조원태 씨고요. 조현아 씨는 직책이 없어요. 그런데 이제부터는 경영을 가만히 두고보지 않겠다라는 선전포고를 한 셈이죠. 그러자 대한항공직원연대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통해서 경영 복귀 반대 투쟁을 전개하겠다고 어제 입장을 냈습니다.
도대체 우리나라 국적기 대한항공에서는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지 짚어보고 가죠. 재벌닷컴 정선섭 대표 연결이 돼 있습니다. 정 대표님, 안녕하세요?
◆ 정선섭>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뵙습니다.
◇ 김현정> 오랜만입니다. 고 조양호 회장이 사망했을 때 이런 남매 간 분쟁이 나오지 않겠는가 했는데 그때는 잘 마무리가 되는 느낌이었거든요. 그런데 왜 갑자기 이렇게 된 겁니까?
◆ 정선섭> 갑자기라는 것보다도 사실은 그 예고편이 지난번에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동일인을 지정할 때, 동일인이라는 것은 법적 용어입니다만 대표자, 즉 회장을 얘기하는 거거든요, 대규모 기업 집단의. 그때도 가족들 간에 사실은 상당한 분쟁 소지가 있었죠. 이곳저곳에서 불거져 나왔는데 그것이 일단 상속 과정에서 계속 진행되면 문제가 되니까 아마 잠복돼 있지 않았나 하고요.
그다음에 조현아 전 부사장이 아버지의 유훈을 어겼다. 이런 얘기를 했는데 그 유훈을 들은 사람은 조원태 회장이거든요, 현재. 유일하게 미국으로 건너가서 임종 때 있었다는 거니까. 그런데 가족 간에 화합을 통해서 경영하라. 이 말 자체가 각 형제들 간에 또는 엄마나 이런 가족들 간에 해석이 좀 다른 거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들어요.
◇ 김현정> 그렇게들 생각하세요. 이번 11월 인사가 결정적으로 조현아 씨를 화나게 하지 않았느냐, 자극하지 않았느냐. 이런 분석도 나오던데.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있는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왼쪽)이 23일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원을 통해 "조원태 대표이사가 공동 경영의 유훈과 달리 한진그룹을 운영해 왔고, 지금도 가족 간의 협의에 무성의와 지연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 정선섭> 그렇죠. 조현아 씨는 아마 앞으로 상속이 끝나고 나서 기대했던 어떤 재산 분할이라든가 독자 경영 이런 걸 생각했을 거예요. 틀림없이 현재 비슷한 지분 구조를 가지고 있으니까. 그런데 본인이 장악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일부 계열사. 거기에는 당연히 본인이 측근 인사를 했단 말이에요.
◇ 김현정> 본인은 빠져 있지만 지금 측근들이 계열사 곳곳에서 대리 경영같이 하고 있었군요?
◆ 정선섭> 그렇죠. 이를테면 호텔이라든가 이런 데는 상당히 그동안에 자신을 지지하고 따랐던 임원들을 배치하고 있었는데 이 인사에서 이 사람들을 배제시키니까 이제 동생이 완전히 자기를 그룹 경영에서 배제시키려고 하는구나. 그러면 나중에 하나도 가진 게 없는 그런 이름만 있는 주주뿐이다. 이런 생각을 했을 가능성이 있죠.
◇ 김현정> 그러면 지금 대리인들을 통해서 이렇게 뒤에서 경영을 하다가 언젠가 분위기가 좀 괜찮아지면, 여론이 호전되면 언제라도 경영 일선에 복귀할 생각이었던 거군요. 그랬는데 자신의 측근들을 이렇게 배제시키는, 쳐버리는 걸 보면서 결국 들고 일어난 거다.
◆ 정선섭> 그렇죠. 자기를 지지하는 임원이 없으면 나중에 복귀할 수 있는 길이 없죠.
◇ 김현정> 일단 직원들 분위기는 흉흉하더라고요. 일단 익명 게시판 보니까 '마녀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힘을 모으자' 이런 글도 올라오고 대한항공 노조에서는 경거망동한 행동이다. 자숙과 반성의 시간이 선행돼야 한다. 모든 수단을 통해서 복귀 반대 투쟁 전개할 거다. 이런 성명도 나오고.
◆ 정선섭> 그런 것들이야 사실은 익명성이 있고 또 본인이 정확한 걸 밝히지 않기 때문에, 신상을. 누군가의 사주를 받아서 했을 수도 있는 거니까. 어쨌든 간에 사회적 여론은 조현아 씨한테 우호적이지는 않죠.
◇ 김현정> 여전히 안 좋죠.
◆ 정선섭> 땅콩 회항 이후에 보여주는 어떤 모습들이 사실은 조원태 씨도 마찬가지입니다마는 크게 자녀들에 대한 인식이 별로 좋지 않은 상황이죠, 지금은.
항공업계 재편 시작되나 (CG=연합뉴스TV)
◇ 김현정> 지금 항공 업계가 굉장히 어렵잖아요, 전반적으로. 대한항공도 어렵고. 그런데 이렇게 가족 간 분쟁까지 터지게 되면 상황이 더 심각해진다는 걸 분명히 알 텐데, 알면서도 왜.
◆ 정선섭> 그건 참 이해가 안 되는. 이번에 남매의 난은 발단부터 이게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이게. 사실은 대한항공이라는 것이 우리나라의 국적기이기도 하지만 한국의 대표적인 항공사 아닙니까. 우리나라 항공 산업 자체를 뒤흔들 수 있는 그런 아주 중요한 문제예요. 그런데 그것도 어떤 경영인이라든가 오너 일가에 대한 국민적, 사회적 여론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이렇게 불거진다는 것은 별로 좋지는 않고요.
그리고 우리나라의 항공산업을 잠깐 얘기하면 미국에서도 비슷했습니다마는 미국에서도 한동안 국내선, 국제선 이런 걸 해가지고 항공사들이 난립을 했거든요. 그것이 한 10년 전에 거의 다 부서지고 해가지고 지금은 거의 정리가 된 상황이에요. 우리나라도 최근 들어서 이상하게 저가 항공이다 하면서 업체가 지금 5, 6개 정도가 난립하고 있거든요. 이건 구조 조정을 통해서 산업 합리화 문제가 관련이 있는데 이건 아마 정리가 돼야 될 그런 상황이에요.
두 번째로 우리나라의 지배율이 높은 아시아나항공도 지금 매각 상태잖아요. 이런 상황에서 또 선발 주자인 대한항공이 이런 경영권 분쟁에 휘말려 있다. 이건 우리나라 항공 산업이 앞으로 참 먹구름 속에 있는 거죠, 지금.
◇ 김현정> 좀 우월 의식, 특권 의식이 있어서 그런 거 아니에요, 대한항공 일가가?
◆ 정선섭> 대한항공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재벌가의 문제를 그대로 보여주는 하나의 단편인데요. 예를 들면 대한항공이라는 것이 지금 부채 비율이 거의 1000%에 가까운데 이 1000% 가깝다는 것은 거의 은행이라든가 채권단에서 돈을 대주고 있다는 거거든요.
◇ 김현정> 1000%면.
◆ 정선섭> 자기가 지금 혼자서 독립할 수 있는 그런 상황도 아니고 그렇다면 금융권에서 지원한다는 것은 결국은 따지고 보면 국민들이 지원한 거나 마찬가지예요. 그런데 본인들이 사유물처럼 이렇게 형제 간에 싸움을 하고 네 재산, 내 재산, 네 몫, 내 몫 이렇게 따지는 것은 저희가 좀 이해가 안 되죠.
◇ 김현정> 아니, 이런 거 아니에요. 우리를 어떻게 하겠어. 우리 대한항공인데, 우리나라 국적기 1호인데 우리를 어떻게 하겠어. 이런 특권 의식이 그 일가에게 있는 건 아닌지 좀 걱정이 됩니다.
◆ 정선섭> 그건 특권 의식, 바로 거기서 출발하는 거죠. 특권 의식이 아니라 사유물로 생각하고 있는 거죠.
◇ 김현정> 아무튼 이 남매의 난, 결과는 어떻게 될 걸로 보세요? 지금 여러 분석들 나오는 것, 전망 나오는 거 제가 조금 추려보면 내년 3월에 한진칼 주주총회가 열리는데 지금 대한항공은 압도적으로 지분을 높게 가진 사람이 없기 때문에 결국 외부 주주인 강성부 펀드하고 조현아 씨가 손을 잡고 조원태 회장을 대표 이사직에서 물러나게 하지는 않겠느냐. 이런 전망도 나오던데 어떻습니까?
◆ 정선섭> 그건 아마 잘못된 전망 아닌가 싶고요. 왜 그런가 가면 강성부 펀드, 즉 KCGI라는 사모펀드 회사는 대한항공의 어떤 정상적 발전을 위해서 투자자로 존재해야 되는 것이지. 만약에 조현아 전 부사장하고 손을 잡고 한다 그러면 조현아 씨도 국민적 지지라든가 사회적 여론이 좋지 않은데 그렇게 해서 조원태 회장을 물러나게 한다. 그건 좀 말이 안 되고요. 어쨌든 간에 형제들이 지금 가진 지분이 거의 25-26%밖에 안 되잖아요, 가족 자체가 갖고 있는 게.
◇ 김현정> 가족 전체 거 합쳐도.
◆ 정선섭> 네, 그러니까 한 4분의 1밖에 안 되는데. 외국인 주주라든가 아까 얘기한 강성부 펀드라든가 이런 지분이 많이 분산돼 있단 말이에요. 이 분산된 지분을 우리가 과거부터 얘기했던 것이 지분을 분산화시켜서 공정 경쟁을 통한 어떤 정상적 경영. 이런 것들을 우리가 요구하는 거잖아요. 그런데 이것이 한쪽으로 잘못 쏠림이 있어가지고 오히려 더 악화시키는 이런 상황이 된다면 그건 또 주식 시장 또는 지분 구조에서 문제가 있는 거죠. 그러니까 이런 지배 구조 속에서는 아마 강성부 펀드가 해야 될 역할은 주주 총회에서 보다 정상적으로 궤도에 오를 수 있는 그런 경영 구조를 가져갈 수 있는 그런 도움을 줘야 되겠죠.
우기홍 대한항공 대표이사가 3월 27일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에서 열린 '대한항공 정기 주주총회'에 참석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 김현정> 결국은 어떻게 될 걸로 보세요? 그냥 다 일가들이 이 그룹을 쪼개서 가는 방향으로 갈 거라고 보십니까?
◆ 정선섭> 저는 그럴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고 봐요. 어차피 다른 우리나라의 재벌가들에서 벌어진 싸움들을 보면 결국은 재산 분할이거든요.
◇ 김현정> 그렇더라고요.
◆ 정선섭> 내 몫을 달라는 거니까. 그런 쪽으로 독립 경영 체제를 가져가지 않겠나 그런 전망이 높죠.
◇ 김현정> 여기까지 보죠. 고맙습니다.
◆ 정선섭> 감사합니다.
◇ 김현정> 재벌닷컴 정선섭 대표였습니다. (속기=한국스마트속기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