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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년생 김지영' 제작자 "매 상황이 모험·도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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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2년생 김지영' 제작자 "매 상황이 모험·도전이었다"

    [노컷 인터뷰] '82년생 김지영' 제작사 ㈜봄바람영화사 박지영-곽희진 대표 ①

    지난달 23일 개봉해 14일 현재 누적 관객수 333만 9363명을 기록한 영화 '82년생 김지영' (사진=㈜봄바람영화사 제공)

     

    ※ 영화 '82년생 김지영' 내용이 나옵니다.

    100만 부를 넘겨 밀리언 셀러가 된 소설 '82년생 김지영'은 영화 개봉 전후로 판매량이 더 뛰었다. 온·오프라인 서점 관계자들은 영화 예고편이 공개되고 개봉이 다가옴에 따라 판매량이 증가했다고 입을 모았다. 이제 '82년생 김지영'은 판매 부수 120만 부를 기록한 작품이 됐다.

    영화 '82년생 김지영'(감독 김도영)은 ㈜봄바람영화사의 첫 작품이다. 같은 회사에 다니다가 비슷한 시기에 퇴사하고 '영화 일'을 해 보자는 마음으로 뭉친 두 사람은, '수요 기획' 시간에 '82년생 김지영'을 화제로 올렸다.

    유명 국회의원이나 연예인 등 셀럽이 언급하기 전, 재빨리 작품의 가치를 알아본 이들은 비교적 수월하게 원작 판권을 살 수 있었다. 원작자인 조남주 작가도 이들이 영화에서 보여주고 싶었던 방향성에 공감했다.

    누적 관객수 267만 5131명일 당시인 지난 6일 오후,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봄바람영화사의 박지영-곽희진 대표는 처음으로 만드는 영화였기 때문에 모든 것이 새로운 도전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다음은 일문일답.

    ▶ 박지영 대표는 마케팅 분야를, 곽희진 대표는 판권과 지식재산권 관련 업무를 했던 것으로 안다. 싸이더스에 다니다가 비슷한 시기 퇴사했는데, 퇴사 이유는 무엇이었나.

    박지영 : 특별한 건 없었고 조금 쉬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다. 어떤 걸 해 봐야겠다는 계획을 갖고 (퇴사) 한 건 아니다.

    곽희진 : 맞다.

    ▶ 같은 회사 동료로 일하다가, 이제는 동업자가 되었다. 어쩌다 둘이 함께 뭉치게 됐나.

    곽희진 : 오히려 동료로 있으면서 일하는 방식도 잘 알고 있었다. 친구 사이라면 일적인 면으로는 어떤지 모르지 않나. (직장) 동료였기 때문에 서로 업무 성향 알고 있었고, 워낙 가깝게 지내서 좋아하는 것들과 취향이 많이 비슷하다는 걸 알았다. 자연스럽게 퇴사 후 그런 생각을 하게 됐다.

    박지영 : 네, 맞다. 그만두고 꼭 같이하자 이런 건 아니고, 비슷한 시기에 그만두고 각자 다른 회사에 취업할까, 다른 걸 뭘 할까 하다가 둘 다 기획하는 일에 관심이 있었다. (전 직장에서) 각자 했던 업무가 좋게 시너지를 발휘할 것 같고, 둘이 뭘 하면 재밌고 즐겁게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부터 거창하게 뭐가 있었다기보다는 '같이 한번 시작해 보자!' 이렇게 해서 그렇게 조금씩 오게 된 것 같다.

    ▶ 이미 많이 들었을 것 같지만 한 번 더 묻겠다. '봄바람영화사'라는 사명은 어떻게 짓게 되었는지.

    곽희진 : 같이 일하기로 하고 회사 차려야 하니까 가장 먼저 고민해야 하는 게 이름이었다. 사내 공모전처럼 했다.

    박지영 : 둘이서! (웃음)

    곽희진 : 아이디어 내다가 '봄바람'이 딱 저희가 가지고 있는 정서, 하고 싶은 방향과 맞닿아 있는 단어 같아서…

    박지영 : 봄바람이라는 게 되게 반가운 바람이지 않나. 약간 따뜻한 바람이고, 그리고 좀 기분 좋게 해주는 그런 바람이다. 저희가 만든 영화가 소소하게나마 사람들한테 작은 즐거움을 줄 수 있었으면 하는 거였다. 리더 필름(영화 시작 때 나오는 제작사 소개 화면)에서도 봄바람이 엄청 세지는 않다. 사람들의 마음을 작게 건드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다.

    '82년생 김지영'으로 첫 영화 개봉작을 선보인 ㈜봄바람영화사의 박지영-곽희진 대표를 지난 6일 오후,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왼쪽부터 곽희진, 박지영 대표 (사진=김수정 기자)

     

    ▶ 영화에서 김 팀장(박성연 분)이 새로 차리는 회사 이름도 봄바람인데 의도한 건가.

    곽희진 : 영화를 위한 장치였다. (웃음)

    박지영 : 특별히 저희가 의도했던 건 아니고 처음에 시나리오 작업해 주신 작가님이 김 팀장도 처음 시작하고 저희도 처음 시작하니까, 하고 재미있는 장치로 넣어주신 거다. (웃음)

    곽희진 :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발견해주시더라. (웃음)

    박지영 : 저희가 엄청 유명한 제작사도 아니니까… 처음에 나오는 화면을 누가 그렇게 보겠나 싶었는데… (웃음)

    ▶ '82년생 김지영' 아이템은 '수요 기획' 시간에 나왔다고 들었다. 첫 작품으로 하게 된 이유도 궁금하다.

    박지영 : 저희가 회사 생활을 되게 오랫동안 해 왔으니까 회사(봄바람영화사) 시작하고 나서도 여기에 취업했다고 생각하고 그냥 다녔다. 회사를 운영한다기보다는 회사에 다니자? 대표 직함을 갖고 있긴 하지만 직원처럼 일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곽희진 : 주말에는 밖에서 만나고.

    박지영 : 월요일에는 서점이나 박물관 다니기도 하고 신작 영화는 금요일에 보고 얘기했다. 시나리오 같은 것들도 저희가 많이 보고 찾아야 하니까 돌아다니는 시나리오나 시나리오 마켓에 올라와 있는 걸 보는 날을 하루 정했다. 매 요일 업무를 정했다. 수요일은 수요 기획 날이었고, '82년생 김지영'은 떠올렸던 아이템 중 하나였다.

    곽희진 : 수요 기획은 소설, 웹툰, 영화 등 각자 재미있는 걸 발견하고 추천하는 시간이다. 같이 바고 디벨롭(발전)하는 게 수요 기획의 취지였다. 그런 와중에 읽게 된 게 '82년생 김지영'이었고 둘 다 읽고 나서 너무 내 이야기 같고, 내 친구, 내 가족의 이야기라는 생각을 했다. 이 이야기라면 영화로 해도 되지 않을까 하는 데에는 이견이 없었던 것 같다.

    박지영 : 다른 아이템도 문의하긴 했는데, 출판사, 판권사 (진행 상황이) 빨랐다. (원작자인) 조남주 작가님도 미팅했는데 저희 방향성과 의도에 대해 크게 공감해 주시고 빨리 결정해 주셨다.

    ▶ '82년생 김지영'은 책으로 나왔을 때도, 영화화 소식이 나오고 업데이트될 때도, 개봉 전에도, 후에도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지지하고 기다리는 관객도 있었으나, 보지 않고도 욕부터 하는 쪽도 있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다고 보나.

    곽희진 : 캐스팅 기사 나가고 그때부터 외적인 논란이 좀 있었는데 사실 놀랐다. 생각했던 것보다는 격렬한 반응이라 놀라기는 했는데, 사실 저희 작품뿐만이 아니라 어느 책이나 영화든 다양한 생각과 의견이 있는 거니까. 다만 저희는 영화를 제작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이슈나 논란에 흔들리기보다는, 더 잘 만들어서 개봉까지 시키는 게 할 일이고 역할이었다. 더 좋은 영화를 만들기 위해 고민을 많이 했던 것 같다.

    ▶ 영화 제작 과정에서 가장 난관이었던 건 무엇인가.

    박지영 : 매 상황이 새롭기도 하고, 매 상황이 저희한테는 고민이었다. 한 단계 한 단계를 그냥 넘어간다는 생각을 못 했다. 저희 앞에 엄청 긴 계단이 펼쳐져 있는데, 한 스텝 한 스텝 이 계단을 넘어가면 다음 계단 있고, 그러니 하나하나 열심히 올라가자. 그 순간은 힘들어도 잠깐 쉬었다가 또 올라가고, (그러고 보니) 올라와 있는 것 같다. 저희한테는 개봉이 최종 목표이기도 했고. 그냥 매 상황상황이 다 모험이고 도전이었다. 특정한 어느 한 포인트가 어려웠다기보다는.

    곽희진 : 그 과정마다 배우분들 오시고 감독님 오시고, 여러분이 많은 도움을 주셨다. 그래서 개봉까지 잘 왔다.

    2016년 10월 출간된 조남주 작가의 소설 '82년생 김지영'은 올해 10월 기준으로 누적 판매 부수 120만 부를 기록한 밀리언 셀러다. 1982년에 태어난 김지영이라는 여성의 삶을 담아낸 작품이다. (사진=민음사 제공)

     

    ▶ 영화는 예상했던 일정 안에 개봉한 건가.

    곽희진 : 예상했던 스케줄대로는 진행이 됐다. 촬영 때 날씨 운도 좋았고 크게 회차 밀리는 거 없이 잘 진행됐다.

    박지영 : 딱 타이밍이 맞아서 촬영하고 후반 작업하고 바로 개봉했다.

    곽희진 : 가을쯤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저희 영화의 정서와도 잘 맞는다고 생각했다.

    ▶ 유영아 작가가 시나리오 작업을 했는데 영화화 과정에서 어떤 부분이 잘 살아났다고 보나.

    박지영 : 처음에 원작 판권을 확보하고 나서 연락했다. 소설은 에피소드가 쭉 나열된 르포 형식이라 영화적 서사를 세워야 했다. 드라마 서사 세우는 데 능하고 노련한 작가님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유영아 작가님이 생각났고, 작가님도 원작에 대해 굉장히 공감을 많이 해 주셨다.

    곽희진 : 큰 틀의 서사와 가족 이야기가 잘 담겼다.

    ▶ 영화를 만들면서 원작의 이 부분은 잃지 않고 갖고 가야겠다 싶었던 게 있는지.

    곽희진 : 그 결국은 결말 부분인 것 같다. 원작에서는 현실을 고발하지만 되게 답답한 결말로 끝났다. 원작 작가님, 편집자들을 만나면서도 저희는 그 책을 보면서 그래도 김지영을 위로하고 응원할 수 있었으면 좋겠고, 더 나아가서는 주변을 돌아볼 수 있는 이야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얘기했다. 이 기조를 놓치지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가져갔다.

    ▶ 원작과 결말이 다른 건 어쩌면 용기 있는 선택일 수 있다. 바꾸게 된 계기는.

    박지영 : 어떤 것을 취하고 버릴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많았다. 우리가 세운 이야기는 현재의 김지영 중심으로 그녀의 이야기를 따라가는 거다. 그에 맞는 잘 맞는 (원작의) 에피소드를 사용하기도 했다. 전반적인 분위기는 지금 얘기한 것처럼 응원하고 위로하고 격려하고 싶다는 거였다. 영화 보시는 분들이 그런 마음을 느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어서, (결말이) 원작과 다르더라도 잘 전달된다면 무리 없다고 봤다.

    ▶ 지영이 카페에서 '맘충'(기자 주 : 엄마를 뜻하는 영어 단어 '맘'과 벌레 '충'을 합친 단어로, 아이를 키우는 엄마를 비하하는 말)이라고 비난받는 장면도 달라졌다. 무례하게 군 사람에게 맞서는 것으로.

    곽희진 : 지영이가 자기의 목소리를 찾는 장면으로 포커싱했다. 거기서부터 한 발짝 나아가고, 그런 모습으로 다들 응원과 격려를 받았으면 좋겠다는 메시지를 주고 싶었다. 그래서 그렇게 연출됐다.

    ▶ 일상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대사가 많았는데, 가장 공감 가는 대사를 꼽을 수 있나.

    박지영 : 제일 많이 회자되는 건 "지영아. 너 하고픈 거 해" 이거 같다. (웃음)

    곽희진 : 저희는 많이 보니까 모든 씬들의 대사, 워딩을 다 기억한다. 그래서 편집 과정에서 (영화 대사가) 저희 둘만의 유행어처럼 되더라. (일동 웃음) 원작에 나왔던 대사도, 유 작가님과 감독님이 써준 대사도 각기 잘 살아서 굉장히 (마음을) 잘 건드려주는 말이 된 것 같다.

    ▶ 특히 여성 관객들에게서 많이 울었다는 반응이 많은데, 어디서 가장 울컥했는지 궁금하다.

    박지영 : 지난주 극장에 가서 일반관에 들어가서 봤다. 영화 보는 환경에 따라서 느끼는 감정이 다른데, 이미 너무 봐서 저희끼리 볼 때는 감정이 무뎌져 있는 경우도 있다. 근데 이 영화를 처음 보는 분들이랑 같이 보면 (그분들의) 감정이 직접 체감되니까 저도 감정에 움직이게 되더라. 영화를 처음 만들었고, 이 영화에 대한 사람들 반응이 궁금해서 그런지 그런 작은 반응 하나하나가 너무 소중하다. 영화를 일반 관객분들이랑 보는 게 너무 좋다.

    곽희진 : 저는 저번 주 아침 타임에 봤는데 누구나 느낄 수 있는 '미숙아!' 씬에서 울컥하더라.

    '82년생 김지영' 200만 돌파 기념 인증 사진. 왼쪽부터 배우 공유, 정유미, 김미경, 김도영 감독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 영화를 보고 나면, 지영 곁에는 꽤 좋은 사람이 많아서 상황이 그나마 나은 것 아니냐는 반응도 많다. 특히 정대현(공유 분) 같은 남편이 진짜 있냐는 물음도 농반진반으로 나온다.

    박지영 : 감독님이 그런 말씀을 하셨다. 대현이는 아주 착하지도 나쁘지도 않은 캐릭터라고. '이제 세상에는 좋은 사람이 훨씬 더 많아요'라는 대목이 원작에 있는데, 사실 정대현이 엄청 좋은 사람이라기보다는… 세상에 그런 사람이 많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 아닐까. (웃음)

    곽희진 : 인터뷰 때 감독님이 많이 말씀하신 게 있다. 아무리 싱싱한 오이여도 본인이 식초 물에 들어가 있으면 피클이 될 수밖에 없다고. 정대현도 그런 사람 같다. 주위 관습에 영향을 받아서 그런 게 아닐까.

    ▶ 사소한 질문인데 영화 시작 때나 마지막에나 '82년생 김지영'이라는 제목이 아주 크거나 눈에 띄게 배치돼 있지 않고 평범한 글씨체에 작은 크기로 돼 있더라. 그렇게 한 이유가 있나.

    박지영 : 그냥 전체적인 영화 기조가 담백하게 덤덤하게 가는 것이어서…

    곽희진 : 뭔가 덧씌우려고 하지 않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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