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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작렬] '몸캠피싱' 협박에 10대는 스스로 맞섰다



사회 일반

    [뒤끝작렬] '몸캠피싱' 협박에 10대는 스스로 맞섰다

    10대 "어른들에 말해도 더 좋아지는 것도, 해결되는 것도 없다"

    A양은 도움이 안 된다고 했다. 밤마다 협박범의 '더러운' 메시지가 A양을 괴롭혔다. 일주일의 지옥 같은 시간을 관통하면서도, 입을 열 수 없었다. 아니 입을 열지 않았다. 도움이 안 되니까. 어른들은….

    친구들이 편했다. 친구들은 혼내지 않으니까. 이해해주고 위로해줬다. 밤에는 골목길을 함께 걸으며 지켜줬다. 협박범의 수법과 대처법은 '검색'하면 됐다. 어른은 도움이 안 됐다.

    "다들 이런 일 있으면 어른들한테는 말 안 해요. 저희끼리 위로해 주는 게 낫지, 어른들한테 말해봤자 더 좋아지는 것도 없고, 해결되는 것도 없으니까…."

    사연을 다 듣고 말미에 "왜 엄마, 아빠나 선생님한테 얘기하지 않았냐"고 물었다. A양의 대답에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나도 어른인데…이건 뭐지?'

    "좋은 어른이 없어 보이는 거죠. 어른들은 싸우는 사람들, 공부만 하라는 사람들, 돈이 최고라고 하는 사람들. 아이들 눈에도 그런 것들이 두드러지게 보이는 거다. 의지하고 싶은 어른이 아닌 거죠."

    (사진=A양 제공)

     

    호서대 청소년문화‧상담학과 김혜원 교수의 얘기다.

    김 교수는 "특히 아이들이 성 문제에 있어서는 가슴 아픈 얘기를 한다. 자기들을 착취하는 게 어른들이 아니냐, 성 상품의 수요자가 어른들이 아니냐고 한다"며 "어른에 대한 실망감이 크다"고 전했다.

    아이들과 어른들의 신뢰가 무너진 현실. 혼나는 게 싫은 아이들. 그럴 바에는 스스로 해결하는 게 낫다는 생각이다. 물어볼 필요도 없다. 인터넷으로 검색하면 된다.

    김 교수는 "어른을 만나서 물어보려는 청소년들이 없다. 검색하는 것에 아주 어렸을 때부터 노출이 돼 왔다"며 "문제는 인생 문제나 사회 문제, 살아가는 문제 같은 것들은 검색으로 되는 게 아닌데도 아이들은 그런 것들을 구분하는 게 어렵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청소년들에게 단 한 사람이라도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어른이 없다면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 교수는 "가정에서든 학교에서든 관계가 끊어진 어른들만 주변에 있었다면, 아무리 문제가 커져도 없는 건 마찬가지"라며 "극단적인 선택을 막을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A양도 친구들과 직접 협박범을 잡을 계획까지 세웠었다. 다행히 계획을 실행에 옮기진 않았지만, 만약 흉기라도 든 협박범과 맞닥뜨렸다면 끔찍한 상황이 전개될 수도 있었다.

    신뢰, 믿음을 회복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전문가들은 아이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마음을 헤아려 주는 게 중요하다는 것.

    또 어른들이 제시하는 해결법이라는 것들이 진정으로 누구를 위한 해결법인지 따져볼 필요도 있다고 강조했다.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자료사진)

     

    고촌중 이미진 전문상담교사는 "학교폭력 문제의 해결방식도 아이들의 마음을 치유한다기보다는 행정적 해결에 가깝다"며 "아이들은 자기에게 상처를 준 친구를 처벌한다고 해서 자신의 아픔이 치유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너 틴트 바르고 다니지 말라고 그랬잖아!", "너 엄마가 SNS 하지 말라고 그랬지!"

    A양은 결국 이번에도 또 혼나고 말았다.

    '협박받은 게 내 잘못인가. 틴트를 바르고, SNS를 하는 게 잘못인가. 다음엔 절대 말하지 말아야지'라고 생각하고 있지 않을까.

    오늘은 A양에게 전화라도 걸어봐야겠다. "혼자 많이 힘들었겠다…."

    [관련기사 2019년 11월5일자 CBS노컷뉴스 'A양의 '공포의 일주일'…페친이 내 알몸 사진을 요구했다']

    ※ 노컷뉴스의 '뒤끝작렬'은 CBS 노컷뉴스 기자들의 취재 뒷얘기를 가감 없이 풀어내는 공간입니다. 전 방위적 사회감시와 성역 없는 취재보도라는 '노컷뉴스'의 이름에 걸맞은 기사입니다. 때로는 방송에서는 다 담아내지 못한 따스한 감동이 '작렬'하는 기사가 되기도 할 것입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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