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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워 바디' 이후, 최희서는 달리기의 상쾌함에 눈 떴다



영화

    '아워 바디' 이후, 최희서는 달리기의 상쾌함에 눈 떴다

    [노컷 인터뷰] 영화 '아워 바디' 배우 최희서-안지혜, 한가람 감독 ①

    지난달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재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아워 바디' 주역들을 만났다. 왼쪽부터 배우 안지혜, 한가람 감독, 최희서 (사진=영화사 진진 제공)

     

    ※ 영화 '아워 바디'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2017년 촬영한 후 2년 만인 올해 9월 개봉해 관객들에게 공개된 영화 '아워 바디'(감독 한가람). 8년간 고시 공부만 하며 자신의 몸과 마음을 방치하던 주인공 자영(최희서 분)이 우연히 달리는 여자 현주(안지혜 분)를 만나 함께 달리기 시작하면서 세상 밖으로 나오는 현실적인 이야기를 섬세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아워 바디'는 지칠 대로 지친 청춘이 달리기 시작하면서 어떻게 바뀌는지를 차근차근 담아낸다. 동시에 운동을 시작하고 나서도 바뀌지 않는 부분을 보여준다. 영화의 태도가 대체로 무덤덤한데도 무섭게 현실적이라는 느낌을 주는 이유다.

    개봉을 이틀 앞둔 지난달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재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아워 바디'의 주역들을 만났다. '아워 바디'로 장편영화 데뷔작을 내놓은 한가람 감독과 각각 자영, 현주 역을 맡은 배우 최희서와 안지혜가 한자리에 모였다.

    셋이 모이니 더 화기애애하고 재미있었다. 웃거나 맞장구치며 격하게 공감을 표하기도 했고, 각자가 어떤 답을 하는지 귀 기울여 들으면서 서로의 생각을 알아가기에 1시간 남짓한 시간은 상당히 짧게 느껴졌다.

    다음은 질문과 답을 정리한 것이다.

    ▶ '아워 바디'는 달리고 땀 흘리며 운동하는 이들의 이야기다. 자영은 현주를 보고 달리기 시작하고 일상에 작은 변화를 겪는다. 한가람 감독의 자전적인 얘기를 바탕으로 쓰였다고 들었는데, 영화를 찍고 나서 운동에 대한 태도가 달라진 부분이 있는지 궁금하다.

    한가람 감독 : 달리기만 한 건 아니다. 여러 가지 운동을 하면서 느꼈던 거를 다 담은 거다. 운동하는 것에 대해서는 당연히 긍정적인 기능도 있지만, 때로는 '내가 여기 중독돼서 여기서만 느낄 수 있는 쾌감과 성취감을 느끼려고 너무 열심히 하나?' 하는 생각도 드는 것 같더라.

    최희서 : 나중에는 자영이가 헬스장에 다니는 장면이 나온다. 기구 운동을 열심히 하고 땀 흘리는 장면. (영화에) 운동 자체에 대한 은유가 있긴 하다, 달리기로만 함축했지만. 저는 (영화 찍고 나서) 날씨가 좋으면 뛰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전 러닝머신은 아예 안 뛴다. 달리기의 쾌감을 느끼고 난 다음이라 그런가 이렇게 날씨 좋은 날에는 다시 뛰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리고 달리기 자체가 꽤 고단한 운동이라 어느 정도의 고비를 넘겨야 한다. 5분 뛰어놓고 너무 상쾌함을 느낀다? 조깅은 20분 이상은 뛰어야 하는 것 같다. (웃음) 그런 상쾌함에 눈을 뜬 것 자체가 (과거와) 많이 다른 것 같다.

    안지혜 : 근데 저는 그전에도 달리기는 항상 했다. 촬영 전이나 후나 운동은 저한테 너무 중요한 부분인 것 같다. 제가 운동을 하다 보니까 몸이 굳는 것에 예민하고 민감하고 걱정하는 편이다. 그래서 유연성 운동을 안 하면 몸이 아파지기도 한다. 굳지 않게 항상 움직인다. '체조 선수 했었는데 이렇게 몸이 굳으면 안 되지!' 하면서 항상 체력을 올려놓으려고 하는 것 같다.

    '아워 바디'는 8년간 행정고시에 번번이 떨어지며 몸과 마음이 지칠 대로 지친 청춘 자영이 우연히 달리는 여자 현주를 만나 함께 달리기를 시작하면서 세상 밖으로 나오는 이야기다. (사진=한국영화아카데미 제공)

     

    ▶ 아무래도 달리기가 주요 소재로 나오다 보니 뛰는 장면이 많다. 찍으면서 힘들었던 장면을 꼽는다면? 아니면 가장 좋았던 장면을 들려줘도 좋다.

    안지혜 : 저는 달릴 때는 사실 그렇게 힘들지는 않았는데 힘들었던 거는 추워서… (웃음) 남산 쪽 백범광장 (찍을 때) 그때 바람이 많이 불었다. 그때가 조금 힘들었고, 달리는 건 오히려 좋았다. 좋아하는 장면은 현주랑 자영이랑 마지막에 서로 바라보고 있을 때. 현주 사고 나기 바로 직전 그 장면이 제일 좋은 것 같다. 가로등 불빛 밑에서 바라보고 있는 건데 개인적으로 되게 소중한 순간이었다. 되게 소중하고 따뜻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촬영하면서.

    최희서 : 저는 힘든 장면이 너무 많아서… (일동 웃음) 하나를 꼽을 수가 없어서… (일동 웃음) 아무리 생각해도. (웃음) 좋은 장면도 너무 많다. 현주랑 술 마시는 장면이 좋았다. 저희가 어떤 동성애 코드가 있는 건 아니었지만, 자영이가 현주를 굉장히 동경하고 좋아하지 않나. 친해지기 어려울 것 같은 사람과 친해져서 집까지 갔을 때 그 느낌이 났던 것 같다. 서로 성적 판타지 같은 되게 재밌는, 개인적인 얘기를 하지 않나. 그때 자영이가 현주를 바라보는 눈빛이, 스크린으로 봤을 때 '어? 저거 자영이가 진짜 현주 좋아하는 얼굴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현주도 자영이를 바라보는 눈빛이… 되게 나른하게 바라보는데 저는 그 케미스트리가 되게 좋게 나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크린에서 보니 연기적으로 좋았다.

    아, 힘들었던 장면은! 현주 따라가다가 힘들어서 지쳐 무너지는 장면이다. 실제로 찍기도 많이(여러 번) 찍었고,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많이 들었다. 그곳에서 자영이가 정말 좌절을 한 번 하고 (웃음) 울음이 터져 나와야 그다음 고비를 넘어서 달리기가 편해진 자영이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그 연기할 때 많이 힘들었던 것 같다.

    한가람 감독 : 제가 촬영하면서 좋았던 장면은 달리기 장면도 좋긴 했지만 자영이랑 엄마랑 대화하는 장면이 좋았던 것 같다. 되게 일상적이고 현실적인 부분인데, 엄마랑 딸의 미묘한 감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한 게 그 감정이 잘 살아난 것 같아서 그게 일단 좋았다. (달리는 장면은) 배우분들도 힘들었는데 촬영하는 것도 좀 힘들었다. 저예산 영화이다 보니까 장비가 풍족하지 않아서 힘들게 힘들게 찍었다. 리어카를 타고 찍기도 해서. (웃음)

    ▶ 최희서가 잠시 언급하긴 했지만, 영화 안에서 현주와 자영의 관계가 흥미롭다고 생각했다. 둘은 어떤 사이라고 생각하면서 연기했나. 한가람 감독에게는 둘 사이를 어떻게 설정했는지 묻고 싶다.

    자영은 우연히 밤거리를 달리는 현주를 보고, 혼자 달려보기 시작한다. 이후 현주와 같이 운동하는 무리에 합류한다. (사진=한국영화아카데미 제공)

     

    안지혜 : (현주는) 자영을 통해서 자기 모습을 분명히 좀 느꼈을 것 같다. 겉으로 표현은 안 하고 티는 안 내지만, 좀 챙겨주는 듯한 느낌? 우리 집에도 오라고 하고, 운동화 끈도 묶어주고. 사실 (자영의) 운동화 끈 단단히 묶어주는 게, 저는 '앞으로 좀 잘 살아라' 하는 마음이었던 것 같다.

    최희서 : 어렸을 때 되게 반에서 공부를 잘하는 친구라든가… 대학교 들어가서 여자 선배인데 되게 멋있다고 느껴지는 감정, 동성인데 저 사람처럼 되고 싶다고 느끼는 멋있음이 (현주에게) 있었을 것 같다. 외모와 아우라에서 (그런 기분을) 느낀 것 같은데, '알고 보니 이런 면이 있고 저런 면이 있었네?' 하면서 충격이 컸을 것 같다. 내가 이 사람을 잘 몰랐나? 내가 좋아하는 모습은 생각보다 되게 겉모습이고, 속마음은 잘 몰랐다는 느낌 때문에 자영이는 계속 뛰고 현주가 (생전에) 했던 말을 하는 게 아닐까. 술 마시려고 운동한다고 말하고, 나이 많은 사람의 몸에 관심을 가져서 그런 일도 일어나고. 그만큼 자영이한테 현주가 영향을 많이 줬다는 뜻일 거다.

    한가람 감독 : 저는 현주랑 자영이가 어떻게 보면 되게 하나같다는 생각도 든다. 현주는 자영이가 겪었던 일을 먼저 겪었던 사람이고 자영이는 현주가 지나가는 길을 지나가게 되는 거다. 근본적으로 다른 길이지만. (둘은) 단순한 친구라고는 설명이 안 될 수도 있는 거 같다. 사실 자영은 현주에 대해서 아는 것도 별로 없었다. 겉모습과 건강한 기운에 매료되고, 엄청나게 좋아하고 따라다니니까. 자영이라는 사람이 뭔가에 하나 꽂히면 푹 빠진다.

    ▶ 자영과 현주가 현주 집에서 술을 마시면서 조금 더 가까워질 때, 솔직한 이야기를 할 때 왠지 모를 미묘한 긴장감이 느껴졌다. 혹시 의도된 연출인가.

    한가람 감독 : 저는 시나리오를 쓰면서 둘이 성적으로 연결되는 관계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냥 자영이가 현주 몸을 대놓고 본다. (웃음) 현주는 (자영 앞에서) 옷을 벗기도 하고, 그러고 복도로 나가기도 한다. 그런 현주를 보는 자영의 시선을 그대로 담으려고 했다.

    ▶ 자영에게 달리기를 알려준 현주는 영화 중반에 죽는다. 조금은 갑작스럽게 느껴지기도 했다. 원래부터 죽음이 결정되어 있던 건지 궁금하다.

    한가람 감독 : (그 과정이) 친절하게 나오진 않는다. 자영이도 현주를 잘 모른 채로 '건강하구나', '멋지구나' 하는 것처럼 관객들한테도 (현주에 대한) 정보를 많이 안 줬다. 근데 현주는 영화가 시작하기도 전에 현주는 (죽음을) 실행하려고 했다고 생각했다. 자영이가 몰랐던 현주의 다른 경험과 생각이 있다는 걸 표현하고 싶었던 것 같다. 운동해서 몸이 건강해지는 것이 삶이 건강해지는 것으로 바로 연결되지는 않는다는 걸 얘기하고 싶었다. 돌아보면 (현주의) 사망 플래그를 너무 조금 세운 건가 하는 생각도 든다. (웃음)

    '아워 바디' 한가람 감독 (사진=영화사 진진 제공)

     

    안지혜 : 이 시나리오 읽기 전에 '이번에 맡는 역은 죽지 않겠지?'라고 생각했다. 근데 현주 마지막이 또 죽는 거더라. (웃음) 진짜 너무 놀랐다! 그전(작품)에서 너무 많이 죽어서. 친구들이 막 '너는 죽어야 사는 여자'라고 그랬다. (웃음) 현주를 보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많이 했다. 현주에 대해서 (제 생각을) 많이 써 보고 정리해봤는데 별로 와닿지가 않더라. 이입이 잘 안 됐다. (웃음) 그냥 현주에게는 현실의 벽이 너무 높았던 것 같다. 그렇게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었다.

    최희서 : 삶에 대한 의문이었던 것 같다. 어떻게 사는 게 진짜 건강하고 잘 사는 건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을 것 같다. (자영은) 현주에 대해서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안 좋아 보이는 얼굴을 봤을 때도 자살을 생각할 정도의 우울함을 갖고 있다고는 생각 못 했을 것 같다. (지혜의 죽음을) 목격했을 때 인생 최대의 충격이었을 것 같다. 건강한 이 사람에게 사실 이런 슬픔이 있고, 이런 의문이 있었다는 것. 그게 자영에게 되게 죄책감이기도 하고 마치 과제처럼 남았을 것 같다.

    이 사람이 왜 죽었는지에 대해서 알고 싶었을 것 같다. 저 사람처럼 살고 싶다고 생각했던 사람이 막연히 사라지니까. 현주는 무엇을 원했을까, 현주가 하지 못했던 건 무엇일까를 찾는 게 저희 영화의 후반부라고 본다. 자영은 현주의 루트로 뛰어보고 현주 집에 가 본다. 정 부장이랑 자는 행위도 진짜 자려고 했던 게 아니라, 내 몸을 칭찬해주니까 또 눈앞에 있는 사람 몸에 관심 생긴 것도 현주의 영향이라고 생각했다. '나이 많은 사람이랑 자면 어떨 것 같아?'라고 했던 옛날 상황도 생각났을 것 같고, 그래서 일련의 사건들이 일어난 것 같다. 방황 겪고 난 뒤에야 회사도 그만두고 자영이답게 사는 것에 대해 생각하지 않나. 그러니 현주의 죽음은 (자영에게) 가장 큰 사건 중 하나다.

    ▶ 인생에서 아마 가장 충격적이었을 사건을 겪고 나서, 자영은 앞으로 어떻게 살지 상상해 봤나.

    최희서 : '조금 더 활동적인 일을 찾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사람들이 얘기하는 성공하는 삶에 대해서는 잣대에는 들어맞지 않지만. 공무원 시험을 다시 본다거나 하진 않았을 것 같다. 카페에서 알바를 시작하거나 동호회에 조금 더 나가본다든지 전혀 다른 삶의 기로를 선택해 보지 않을까. 그게 무엇이 됐든 간에. 자영이가 '다시 시작'하는 것으로 저희 영화가 끝난다고 생각했다. <계속>

    '아워 바디'에서 현주 역을 연기한 배우 안지혜 (사진=영화사 진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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