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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 자본'에 넘어가고 '대물림'되는 농산물 도매법인



광주

    '거대 자본'에 넘어가고 '대물림'되는 농산물 도매법인

    [농산물 산지폐기 부추기는 경매제도 ①]
    과점 등의 특혜 받으면서도 농산물 수급안정 기능은 도외시
    해마다 반복되는 농산물 산지폐기 원인 중 하나로 지목
    농산물 도매법인의 인수·합병·대물림 '일상화'… 인수·합병·대물림 막을 규정 없어
    도매법인 중 평가를 통해 재지정 탈락한 사례, 사실상 없어

    광주 각화동 농수산물 도매시장에서 지난 22일 경매가 진행되고 있다(사진=박요진 기자)

     

    농산물 경매제도를 운영하는 도매법인들이 최소한의 사회적 책무라고 할 수 있는 농산물 수급안정 기능은 도외시한 채 최고 7% 달하는 높은 수수료를 챙기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는 도매법인들이 경매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농산물 수급조절 기능을 수행해 농산물 가격 안정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며 과점 허용 등의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이른바 돈 되는 도매법인들이 농산물 유통과는 전혀 관련 없는 대기업의 손에 넘어가거나 자식 세대로 대물림되면서 부의 대물림 수단으로까지 악용되고 있다.

    특히 농산물 산지폐기가 수년째 반복되는 상황에서 농산물 수급안정 기능을 상실한 경매제도는 농산물 가격 폭락을 심화시키는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농산물 가격 제시라는 순기능을 고려할 때 농산물 경매제도를 완전히 폐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다만 계약재배 성격을 갖는 정가·수의매매제도 확대나 경매 없이 농산물을 유통할 수 있는 시장도매인 제도 도입 등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이에 광주CBS는 농산물 수급안정에 기여해야 할 도매법인과 경매제도가 농산물 수급안정을 저해하고 산지폐기를 부추기는 현상을 짚어보고 바람직한 대안을 제시하는 기획보도인 <농산물 산지폐기 부추기는 경매제도>를 보도한다.

    첫 번째 순서는 도매법인들이 거대 자본에 넘어가고 자식 세대로 대물림되고 있지만 관리 감독의 사각지대에 놓인 현실에 대한 고발이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거대 자본'에 넘어가고 '대물림'되는 농산물 도매법인 (계속)


    광주 각화동 농산물 도매시장에서 지난 22일 경매가 끝난 과일 등이 판매되고 있다(사진=박요진 기자)

     

    대기업과 사모펀드가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시장의 도매법인을 잇따라 인수하면서 도매법인의 경영권 획득에 제약을 둬야 한다는 주장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제기된다.

    서울 가락시장의 대아청과가 호반건설에 넘어감으로써 가락시장의 5개 도매법인 전체가 농업과는 관련성이 없는 대기업이나 사모펀드에 장악됐다. 이에 앞서 서울청과는 고려제강, 중앙청과는 태평양개발, 동화청과는 신라교역, 한국청과는 더코리아홀딩스가 소유하고 있었다.

    같은 업체가 수 십 년째 도매법인으로 재지정되는 상황에서 전문성이 검증되지 않은 2~3세대들에게 도매법인의 경영권이 넘어가는 현실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사실상 1인 주식회사 체계를 갖춘 일부 도매법인은 대표이사가 원할 경우 얼마든지 대물림을 시도할 수 있는 구조가 마련돼 있다. 주식 대부분을 친인척이나 지인들이 소유한 상황에서 이를 견제할 수 있는 견제장치가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도매법인들이 수행하는 사업의 공공성과 그들이 누리는 혜택에도 불구하고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 23조에만 위배되지 않는다면 얼마든지 인수·합병하거나 대물림하는 데 제약이 없다.

    26일 광주시 등에 따르면 농협과 원예농협을 제외한 광주지역 4개 민간 도매법인 가운데 2곳이 자식에게 경영권을 넘기거나 공동경영을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건설회사인 혜림건설 한동주 대표가 지난 2004년부터 운영하고 있는 두레청과의 경우 지난 2016년 한 씨의 딸을 공동 대표로 선임했다. 대전과 울산 등 상당수 도매법인 역시 자식과의 공동 경영 또는 대물림 경영이 이뤄지고 있지만 제대로 된 실태 파악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 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매년 전국 80여 개의 도매법인과 공판장을 대상으로 평가를 진행하고 있지만 공동 경영이나 대물림 등의 실태에 대한 점검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를 규제할 수 있는 규정이 없다는 이유를 내세운다.

    도매법인에 대한 평가 역시 농민의 입장을 대변할 수 있는 평가위원의 참여없이 진행된다. 유통 관련 전문가 4명이 전국의 모든 도매법인을 점검하고 있다.

    aT 관계자는 "법률이나 시행령에 근거해 도매법인에 대한 점검을 진행할 수밖에 없다"며 "일부 도매법인이 대물림되고 있다고 들었지만 실태를 따로 파악하지는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는 유통 관련 전문가만 평가위원으로 참여하고 있지만 농민 등 다양한 입장을 대변할 수 있도록 평가위원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농림부와 aT가 진행하는 도매법인에 대한 평가에서 도매법인으로 재지정되지 않은 사례가 사실상 없다는 점도 평가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게 한다.

    농림부와 도매법인의 개설과 관리·감독을 권한을 가진 지자체들은 지난 1992년부터 도매법인에 대한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30년 가까이 계속된 평가에서 도매법인으로 재지정되지 않은 사례는 지난 2016년 안양청과 단 한 곳뿐이다. 당시 안양청과가 대금을 결제하지 못하는 등의 파산 상태였다는 점을 고려할 때 평가 결과를 토대로 재지정이 취소됐다고 보기는 힘들다.

    지난 2014년부터는 도매법인을 개설하는 지자체의 도매법인에 대한 감사 규정이 법안에서 삭제됐다. 이 때문에 가장 많은 농산물이 유통되고 있는 가락시장을 관리하는 서울시는 도매법인들에 대한 평가를 하지 못하고 있다.

    서울시 농수산식품공사 관계자는 "지자체는 이름만 개설자일 뿐 도매법인에 대한 감독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농림수산식품부 유통정책과 관계자는 "관련 규정에 따라 도매법인들을 관리할 수밖에 없다"며 "도매법인들 역시 주식회사와 동일한 규정을 적용받고 있기 때문에 공공성을 이유로 다른 기준을 적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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