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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문에 자꾸 등장하는 '성접대'표현…괜찮은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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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

    판결문에 자꾸 등장하는 '성접대'표현…괜찮은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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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7년간 형사범죄 판결문에서 100건 넘어
    성범죄 아닌 뇌물·청탁 범죄 '일부분'으로만 다뤄져
    '자발' 전제한 성접대 아닌 성착취 등 대체어 검토해야

    (사진=연합뉴스)

     

    이른바 '장·학·썬'(장자연·김학의·버닝썬) 사건의 공통 범죄행태인 '성접대'가 언급된 형사범죄 판결문이 최근 7년간 100건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성접대라는 단어 자체가 3명 이상이 개입된 복합 성매매 범죄를 단순 뇌물·청탁 범죄의 일부분으로 치환한다는 점에서 법률용어와 규제 공백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CBS노컷뉴스가 대법원 판결문 열람 시스템을 통해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2013년 이후 확정된 형사판결 중 '성접대'라는 단어가 포함된 판결문이 107건에 달했다. '성적 접대행위', '성로비', '몸로비', '성상납' 등 비슷한 의미의 다른 키워드 검색결과를 포함하지 않았는데도 100건이 넘는 셈이다.

    107개 판결문의 주된 기소혐의는 뇌물수수·공여(25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뇌물 등) 위반(12건), 공직선거법 위반(10건) 등으로 부정한 청탁 과정에서 이뤄진 범죄가 절반을 차지했다. '성접대'가 언급된 판결문 중 성매매 알선 혐의로 기소된 경우는 2건에 불과했다.

    현행법상 '성접대'는 '성매매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성매매피해자보호법) 제2조 5호에 정의돼 있다. 거래나 업무관계에 있는 상대방에게 거래나 업무행위에 대한 대가로서 성을 제공하거나 알선·권유하는 행위다.

    성접대라는 단어가 처음 법률용어가 된 것은 2011년 김춘진(현 더불어민주당) 의원 발의안을 통해서다. 성매매피해자보호법상 국내외 성매매 실태조사 항목에 성접대를 포함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법률에 의미를 규정했다.

    실무적 차원에서 정의됐을 뿐 현행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이하 성매매처벌법)에서는 성접대를 처벌 대상으로 포섭하지 못하고 있다. 성매매처벌법은 성행위 서비스를 구매하는 남성과 이를 제공하는 여성 사이 2자관계로 성매매를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과 건설업자 윤중천, 고(故) 장자연씨 사건, 버닝썬과 연예기획사 YG 성접대 의혹 등에서 나타나듯 성접대는 3자 이상이 성매매에 개입하는 구조다. 성행위 서비스에 돈을 지불한 사람과 실제로 서비스를 누린 사람, 서비스를 제공한 사람과 해당 금전이나 이득을 취한 사람이 모두 다르다.

    그럼에도 법률영역에서 모호하게 접대, 대접, 청탁의 일환으로만 제3자 성매매가 다뤄지면서 성접대의 본질이 '성범죄'라는 점이 가려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장·학·썬 사건에서는 성매매에 동원된 여성들이 성매매 알선자의 지속적인 강압이나 폭력 상황에 놓여있었거나 약물에 의한 피해를 당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에 해외에서는 이처럼 다양한 성매매 행태를 규율하기 위한 법 개정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대구가톨릭대 박찬걸 교수의 논문에 따르면, 스웨덴은 2005년 형법 개정을 통해 "돈을 대가로 일시적 성관계를 획득한 자"를 성적 서비스 구매자로 처벌하면서, 이 대가가 다른 사람에 의해 약속되거나 지불된 경우도 포함했다.

    성접대가 법률용어로까지 쓰이는 것을 부적절하다고 보고, 해당 범죄의 본질과 구체성을 드러내는 다른 단어를 찾는 노력도 진행 중이다. 김정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박사는 "성접대라는 단어에는 여성이 자발적으로 접대를 하고 그를 통해 이득을 얻는다는 의미가 전제돼 있다"며 "피해나 강요의 맥락을 포함할 수 있는 '성 착취' 등이 대체어로 검토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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