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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장풍' 김경남이 본 '갑의 세상', 그리고 천덕구의 '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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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장풍' 김경남이 본 '갑의 세상', 그리고 천덕구의 '정의'

    [노컷 인터뷰] MBC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 천덕구 역 배우 김경남

    배우 김경남 (사진=제이알이엔티 제공) 확대이미지

     


    전문 흥신소 '갑을기획'의 사장 천덕구는 법망을 벗어난 자신만의 방법으로 공무원인 고용노동부 구원고용노동지청 소속 조진갑(김동욱 분)을 도와 '갑질' 타파에 나선다. 비록 학창시절 학교와 사회로부터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았지만, 남들은 업신여길 수 있는 흥신소를 운영하는 사람이지만, 천덕구는 흥신소 직원을 가족처럼 챙기고 정의를 위해 물불 가리지 않고 나서는 모습을 보인다.

    지난 5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천덕구 역의 배우 김경남은 "감독님께서 믿고 맡겨주시고, 작가님도 힘을 실어주셔서 자신감 있게 잘 해낼 수 있었다. 동욱이 형(조진갑·조장풍 역)도 잘할 수 있을 거라고 격려해줘서 든든했다. 주변 사람들의 도움으로 잘 버텨내지 않았나 싶다"라며 고마움을 표현하며 인터뷰를 시작했다.

    배우 김경남 (사진=제이알이엔티 제공) 확대이미지

     


    ◇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상과, '갑'과 싸운 천덕구

    김경남은 '조장풍'에서 조진갑을 도와 낮은 단계에 있는 갑 상도여객 진짜 사장 구대길(오대환 분)부터 시작해 한 단계 한 단계 갑들을 물리치며 결국 최강의 갑 양인태 의원(전국환 분)까지 법의 심판대 위에 세운다. 공무원과 흥신소 사장이라는 말도 안 되는 조합은 갑에 대한 을의 반란을 성공시킨다. 이를 보며 시청자들은 현실에서 이룰 수 없는 정의 구현에 통쾌함을 느꼈다.

    "정말 재밌었어요. 엄밀히 말하면 천덕구는 법의 테두리를 벗어나는 행동을 많이 했어요. '조장풍'이 현실에 기반한 판타지 드라마라 가능했던 부분이에요.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것을 드라마를 통해서 시청자가 재밌게 볼 수 있게끔 한 점이 재밌었어요."

    김경남은 자신이 맡은 천덕구라는 인물에 대해 "굉장히 순수한 캐릭터"라고 설명했다. 그는 "물론 어떻게 보면 거친 모습도 있고 다듬어지지 않은 모습도 있다. 조진갑 선생님과 또 다른 피해자인 선우(김민규 분)라는 친구에 대한 부채감도 있었다"라며 "그렇지만 천덕구라는 인물이 갑을기획이라는 흥신소 사장이긴 하나, 나름의 철학이 있는 인물이다. 세상에 법으로는 안 통하는 게 있다는 걸 알고 나름의 방식을 세워 덕구만의 방식으로 갑의 불의에 맞서 싸워왔다"라고 말했다.

    천덕구는 법의 테두리 밖에서 조진갑이 할 수 없는 일들을 돕는다. 어쩌면 이 자체가 판타지적인 설정이지만, 그렇기에 구대길부터 양인태까지 다양한 층위의 갑들을 단죄할 수 있었다.

    MBC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 천덕구 역 배우 김경남 (사진=방송화면 캡처) 확대이미지

     


    '조장풍'이 시청자의 호응을 얻은 이유 중 하나는 임금 체불, 부당 전보, 부당 해고, 복직 투쟁, 산재 불인정, 재벌 3세의 횡포, 정경유착 등 현실에 산적한 사회 문제를 정면으로 다뤘다는 데 있다. 실제 사건과 소재를 바탕으로 드라마의 사건을 재구성했다. 이뿐만이 아니라 양인태의 '저수지'로 불리는 비리 증거물 창고를 여는 비밀번호 '0416',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검찰 조사 당시 사진 패러디 등 사회 부조리와 부도덕에 대한 크고 작은 패러디 또한 '조장풍'의 볼거리였다.

    이 같은 사회적 요소에 대해 김경남은 "잘못된 부분은 잘못된 부분이고, 함께 분노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라며 "나도 대본상에 있었던 현실의 사건들에 대해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화가 났던 부분이 있었다. 잘못된 건 고쳐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소신을 드러냈다.

    부당노동행위를 감독하는 특별근로감독관이 주인공이고, 한국노동조합총연맹, 한국공인노무사회가 함께 하는 드라마인 만큼 현장 노동환경 개선에도 힘썼다고 했다. 김경남은 "스태프 대표를 선출해서 서로 지켜야 할 점에 대해 서명하고 촬영을 시작했다. 근로 시간을 지켜가며 촬영했고, 촬영할 장면이 남아도 시간이 넘어가면 안 되므로 다음으로 미뤘다"라며 "드라마 제작 일정이 너무 타이트하고 체력적으로 오버페이스로 진행되는 면이 있다. 배우로서 이번 '조장풍'처럼 여유로운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MBC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 천덕구 역 배우 김경남 (사진=방송화면 캡처) 확대이미지

     


    ◇ 현실과 판타지 사이 균형점을 찾아 고민하다

    한편으로는 드라마가 '조장풍'이라는 히어로를 내세워 다소 비현실적이고 판타지적인 방법으로 전개해가고 있지만 현실에 기반한 내용을 다룬다는 점에서 균형을 잡아가는 데 어려움도 있었다.

    "아무래도 그 부분이 가장 신경이 많이 쓰였고, 작품이 끝나고 나서도 개인적으로 생각했을 때 내가 이 경계를 잘 지켰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특히나 천덕구라는 역할이 만화적으로 표현되는 게 있어서 조금 더 현실적으로 납득할 수 있을 만큼의 그림이 나와야 좋지 않을까, 아니면 좀 더 만화적으로 가도 되지 않을까. 그래서 감독님과 상의도 많이 했죠. 감독님께서 배우들을 존중해주고, 아이디어도 많이 수렴해주면서 함께 만들어갔기에 그런 부분을 믿고 같이 재밌게 연기할 수 있었어요."

    대본 곳곳에 포진된 사회 반영 모습에 김경남은 "너무 놀라웠다"라고 했다. 그는 "사실 대본을 봤을 때 몰랐던 부분도 있었다. 그래서 방송 나온 걸 보고 실제 있었던 일이라는 걸 알았고, 연기랄 하면서도 몇 군데 놓친 부분 있었던 거 같다"라며 "작가님이 대단하다고 느낀 거 같다. 시청자 입장에서도 드라마를 보면서 다시 한번 기억하고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MBC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 천덕구 역 배우 김경남 (사진=방송화면 캡처) 확대이미지

     


    ◇ '조장풍'이 말한 '연대'의 힘, 현실에서 조금씩 실천해 나가야

    현장에서 박원국 PD가 현장에서 나오는 배우들의 의견도, 애드리브도 적극 반영했다고 한다. 김경남은 "박원국 감독님의 연출 스타일이 정말 날 것으로 나올 수 있는 것을 좋아하신다. 대본상의 대사가 다 끝나고도 계속 컷을 안 하고 어떤 상황이 나올까, 덕구로서 김경남이라면 어떤 연기가 나올까 지켜보는 부분이 많다"라며 "그러다보니 애드리브가 조금씩 있었다. 그걸 방송에 그대로 사용했다"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선우가 자신이 '트로이의 목마'가 되겠다고 하자 천덕구가 "트로이 뭐? 그건 뭔데?", "그런데 트로이가 뭐야? 목마 타는 데야"라고 한다든가, '스모킹 건'(특정 행위나 가설을 입증하는 결정적 증거)에 대해 '스모크 권'이라고 하는 게 천덕구 역 김경남의 애드리브였다.

    김경남은 가장 좋아하는 대사로 마지막 32회에서 조진갑의 내레이션을 꼽았다. 조진갑은 "인생이란 변수로 가득 찬 지뢰밭길인데 절대 혼자서 가지 말 것. 같이 가야 오래 가고 함께 가야 더 안전하다는 사실을 꼭 기억하길 바란다"라고 말한다. '조장풍'이 말하고자 하는 '연대'의 힘을 압축한 문장이다. 김경남은 "마지막 조장풍의 내레이션을 듣고 굉장히 울컥했다"라고 말했다.

    "과연 이렇게 쉽게 갑질이나 부당함이 타파될까, 시원하게 해결될 수 있을까를 생각하면 판타지 드라마라는 장르가 조금 씁쓸하게 다가오더라고요. 그래도 이런 드라마가 세상이 조금씩 변해가는 데 도움이 되면 좋겠다는 바람이에요. 개인적으로도 우리가 변화하는 데 노력을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배우 김경남 (사진=제이알이엔티 제공) 확대이미지

     


    ◇ 신뢰받는 배우, '궁금한' 배우가 되고 싶은 김경남

    지난 2012년 연극 '사랑'으로 데뷔한 김경남은 무대와 스크린, 브라운관을 오가며 진중함과 가벼움을 오가며 자신만의 매력을 선보였다.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으로 첫 주연을 맡은 김경남은 이번 작품을 통해 TV드라마 연기에 대해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었다.

    그는 "동욱이 형이 타이틀 롤을 맡아서 드라마를 이끌어 가는 과정을 보며 많이 배우고 느꼈다. 연극과 달리 드라마는 대본이 끝까지 나온 상황이 아니라 매번 인물을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라며 "동욱이 형은 극을 이끌어 가는 인물의 입장에서는 다음 대본에서 어떻게 연결될지까지 디테일하고 치밀하게 감독님과 상의를 굉장히 많이 했다. 이렇게 드라마를 해야 하는 거라는 걸 많이 배웠다"라고 설명했다.

    매 작품마다 연기에 대한 고민도 달라지고 또 새롭게 생겨나기도 한다. 이번에도 김경남은 '내가 잘하고 있는 걸까', '어느 정도 선을 지켜가며 캐릭터를 만들어야 할까' 등 고민이 많았다. 그때마다 김동욱이 "잘하고 있다, 하던 대로 하면 된다"라며 응원을 해줬고, 그게 큰 도움이 됐다. 그게 아직도 마음속에 크게 남아있다고 말했다.

    김경남은 이처럼 많은 사람을 만나고 한 작품씩 끝날 때마다 자신의 편, 자신의 동료가 늘어가는 걸 느끼면서 배우로서 일하길 잘했다는 생각을 한다고 했다. 그리고 그 순간들이 고맙다고 말했다.

    "솔직히 말해서 데뷔 초나 나이가 어릴 때는 제가 조각 같은 얼굴도 아니고 굉장히 애매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이제는 자꾸자꾸 저를 좋게, 긍정적으로 보려고 해요. 매력이 있을 수 있는 얼굴이고, 또 어떻게 연기하느냐에 따라 많은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앞으로 배우로서 잊히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봐요. 잠깐 이렇게 보고 반짝하는 게 아니라 꾸준하게 기억에 남고 꾸준히 신뢰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그리고 김경남이라는 배우가 다음에는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까 기다림을 주는, 그런 '궁금한 배우'가 되고 싶어요."
    배우 김경남 (사진=제이알이엔티 제공) 확대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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