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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박소담이 자랑한 '기생충'의 '든든한 배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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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컷 인터뷰] '기생충' 기정 역 박소담 ②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기생충' 기정 역 배우 박소담을 만났다.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 이 기사에는 영화 '기생충'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지난 4월 열린 '기생충' 제작보고회 때부터 봉준호 감독이 거듭해서 강조한 것이 있다. 영화의 상당 부분을 '훌륭한 배우들'에게 기댔다는 것이다. 황금종려상이라는 영예를 안은 제72회 칸국제영화제 때도, 국내에 처음으로 영화를 공개하는 언론 시사회 때도 마찬가지였다.

    반지하 방에 사는 가난한 기택(송강호 분)네와 어마어마한 부잣집 박사장(이선균 분)네, 서로 다른 두 가족이 우연한 계기로 만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기생충'은 모든 배우의 생생한 연기가 돋보인다. 오랜 시간 박사장네를 지켰던 가정부 문광(이정은 분)은 물론이고, 기택네 장남 기우(최우식 분)의 친구 민혁(박서준 분/특별출연)까지 소위 '죽는' 캐릭터가 없었다.

    서로 합이 잘 맞았고, 현장 분위기도 좋았던 것에 대해서는 배우들도 이견이 없었다. 영화 개봉 이튿날이었던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박소담 역시 다른 배우들 이야기를 할 때 신이 나 보였다.

    특히 좁은 반지하에서 부대끼며 촬영한 '가족들' 관계성에 대해서는 "돈은 많이 없지만 누구 하나 미워하거나 원망하거나 그런 적은 없었던 것 같다"고 바라봤다.

    일문일답 이어서.

    ▶ '기생충'은 두 가족의 영화다. 기정이 속한 가족의 관계성을 어떻게 봤는지.

    정말 돈은 많이 없지만 (웃음) 가족들끼리 누구 하나 서로 미워하거나 원망하거나 그런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정말 사랑이 많은 부모님 밑에서 자란 저희 둘(기우-기정)이기 때문에 보통의 남매들과는 조금 다르게, 치고 받고 싸우고 이런 느낌보다는 서로 돕고 너무 위해주는?

    기정이와 기우가 어릴 때는 방도 같이 썼을 텐데 (지금은) 기우가 방이 없지 않나. 오빠가 저한테 양보를 해 줬던 것 같다. 저희 가족 분위기는 정말 쿵짝이 잘 맞고 (웃음) 뭔가 그렇게 사는 삶에 대해서 누구도 불평하지 않았을 것 같다. 태어나서부터 저희는 그렇게 살았기 때문에, 그게 우리의 삶이라는 부분을 그대로 가져갔던 것 같다.

    박소담은 '기생충'에서 최우식과 남매 연기를 펼쳤다. 두 사람은 그전에는 닮았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었는데, 봉준호 감독이 찍은 사진을 보고 비로소 닮았다는 걸 알게 됐다고 입을 모아 웃음을 자아냈다. 맨 아래 사진 왼쪽부터 배우 최우식, 송강호, 장혜진, 박소담 (사진=㈜바른손E&A 제공)

     

    ▶ 영화 내 가족의 앙상블이 매우 잘 살았다는 평이 많다. 진짜 가족 같다는 반응도 많았고.

    감독님의 힘이 컸다. 저희도 각자 시나리오를 보면서 서로 너무 좋다는 얘기를 했다. 감독님의 완벽한 콘티와 그 믿음 덕분에 저희가 현장에서 정말 즐겁게 다양한 시도를 하면서 찍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송)강호 선배님이 너무 편하게 해 주시니까 저희도 어느 순간부터 '아부지'라고 부르는 게 편할 정도로 호흡을 주고받는 게 좋더라. 내 연기를 정말 폐 끼치지 말고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컸는데, 영화가 '같이 하는 작업'이라는 걸 되게 많이 느꼈던 것 같다. 호흡을 주고받는 것을 감독님이 정리를 잘 해주시고, 제가 뭘 해도 선배님들이 다 받아주시고 그러다 보니까 저도 믿고 몸을 던졌던 것 같다.

    ▶ '기생충'에서 만난 배우들과 작업해 보니 어땠는지 이야기가 듣고 싶다.

    아부지는 처음부터 이상하게 편안했다. (웃음) 저희 첫 촬영이 반지하였는데, 현장에서 저희보다 편하게 입고 다니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그 좁은 공간에서 같이 누워 있으면서 가까워진 것 같다. 정말 처음부터 저희가 연기를 할 수 있게끔 자리를 딱 잘 만들어주셨다. 그게 너무 감사하다. (장)혜진 언니도 정말 유쾌하고 에너지가 너무 좋았다. 선균 오빠랑 같이 한예종 1기 선배님이셔서, 처음에 저도 너무 긴장했는데 딱 만나니까 에너지가 너무 좋았다. '우리들'에서 엄마 연기를 보고 '와, 저분 누구지? 너무 좋다!' 생각했는데 이번에 호흡 맞추게 돼서 좋았다. 언니의 유쾌한 에너지 덕에 되게 많이 웃었다.

    우식 오빠는 정말 만나기 전까지 인정하지 않았는데 (웃음) 감독님이 찍으신 사진을 보고 잃어버린 동생을 찾은 것 같다고 인정할 수밖에 없더라. (감독님이) 저희 둘이 작품이 나올 때 누가 오빠고 누가 누나인지 조금 긴가민가 했으면 좋겠다고 하셨는데 실제로도 손이 많이 가는 스타일이라서… (웃음) 오빠가 그날(제작보고회) 이후로 걱정을 계속하면서 '저 말실수한 거 같아요' 이러더라. 저희는 그런 기우가 너무 귀여우니까 놀리는 건데 걱정도 많고 고민도 많고 그만큼 배려를 많이 한다. 저보다 나이가 있지만 어렵거나 그런 게 없고 너무 편안했다.

    (조)여정 언니는… (웃음) 연교를 어떻게 뻔뻔하게 속여야 되나 어느 수위까지 가야 되나가 고민이었다. 연기이긴 하지만 그 수위에 대한 고민이 계속 있었는데 언니의 눈을 본 순간 자신감이 생긴 거다. 언니가 너무 잘 믿어줬고, 연교도 그렇고 여정 언니도 그렇고 되게 사랑스러운 여자이지 않나. 그 예쁜 초롱초롱한 눈으로 열렬히 믿어주고 속아주니까 더 신이 나서 더 잘 속일 수 있었다. '언니, 너무 잘 속아줘서 고마워' 하니까 '기집애~ 날 이렇게 속이고' 그러더라. (일동 웃음) 언니도 저한테는 대선배님이셔서 어려울 수 있었는데도, 전혀 그런 부분이 없었다. 언니랑 호흡 맞추는 게 되게 신났다.

    박사장님은 제가 마주친 장면이 많이 없었다. 그냥 인간 이선균 배우로 본다면 너무나 유머러스하시고 츤데레이시다. 툭툭 말씀하시는 것 같지만 모든 배우를 뒤에서 다 챙겨주고 현장의 분위기메이커셨다. 삼행시면 삼행시, 홍보할 때도 보면 즉흥적으로 나오는 오빠의 센스가 있었다. 평상시에도 되게 센스 있으셔서 오빠 덕분에 아주 많이 웃었다.

    정은 언니는 같이 레드카펫도 걸었으니까… (웃음) 언니는 정말 사랑스러움 그 자체다. 저는 그전부터도 언니의 연기를 계속 봤지만, 어떻게 저렇게 연기를 하지 싶을 정도로 그걸 눈앞에서 보면 정말 너무 짜릿하다. 그때 누가 그런 말씀을 하셨는데 관객분들보다 저희가 먼저 (언니) 연기를 볼 수 있지 않나. 언니의 연기를 눈앞에서 본 게 정말 행운이었다. 저희 가족 씬 찍을 때, 언니 쪽엔 카메라가 없는데도 옆에서 대사를 해 주셨다. 그걸 너무 기가 막히게 하니까 너무 웃음이 터져가지고 (웃음) 다들 '정은아, 연습 그만해', '언니, 이제 연습 좀 그만해. 그만 잘해도 돼' 이런 농담을 할 정도였다. (웃음)

    왼쪽부터 배우 송강호, 장혜진, 이정은, 조여정, 최우식, 이선균, 박소담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제가 눈 똑바로 쳐다보면서 자리 좀 비켜달라고 얘기하는 장면에서도 언니의 그 표정에서 그 모든 게 다 표현되더라. 제가 계속 언니한테 사랑한다고 연기 좀 알려달라고 그런다. 연기력으론 말할 것도 없고, 정말 되게 사랑스럽고 사람 자체가 되게 좋다. 되게 많이 챙겨주고.

    정말 좋지 않은 부분이 단 한 사람도 없었던 현장이었던 것 같다. 그게 신기하다. 보통 작품 하나를 끝나면 쉬고 싶거나 여행 가고 싶거나 하는 마음이 들었다. 근데 이 현장은 끝나지 않았으면 했다. '우리 배우들이 흩어지게 된다면 어떡하지, 심심해서?' 이런 생각을 할 정도로 다들 너무 아쉬워했다.

    감독님한테도 너무 아쉽다고 했더니 '우리는 개봉도 해야 되고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내년까지 힘차게 가 보자고 아쉬워하지 말라'고 하셨다. 저희는 아마 계속 볼 것 같다. 너무 좋은 사람들을 만난 것 같다. 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이런 든든한 선배님들을 많이 만나게 된 건 너무 행운아였던 것 같다. 연기하면서 정말 신이 나고 행복했다. 예전에는 인터뷰한다고 하면 무서웠는데 지금은 너무 즐겁고, 하고 싶은 얘기가 너무 많고, 관심 가져주시니까 너무 감사하다.

    ▶ 공식석상에서도 그렇고 같이 칸영화제 참석했을 때도 그렇고 팀 분위기가 화기애애해 보이더라. 칸에 다녀온 소감도 궁금하다.

    저는 정말 아직도 얼떨떨하다. 칸에 다녀온 게 맞나 싶을 정도다. 그 당시에 저희 팀 분위기가 되게 좋았다. 국내에서 레드카펫(행사) 할 때는 혼자 드레스 입고 높은 힐 신고 걸어 들어가는 게 되게 부담이 되고 떨리기도 했다. 칸에 가서도 떨면 어떡하지, 넘어지면 어떡하지 하면서 (드레스) 앞이 트여있는 걸 입었다. 밟지 않으려고. 막상 딱 갔는데 저희 다 같이 걸어 들어가니까 굉장히 힘이 됐던 것 같다.

    나중에 한국에 돌아와서 사진들을 보니 그제야 실감이 났다. '검은 사제들' 이후로 이런 인터뷰가 처음이고, ('기생충') 언시 때도 제가 많은 분을 만나다 보니까 긴장되고 떨렸는데, 관심 가져주셔서 되게 감사하고 행복하다. 재작년에 감독님이 연락 주신 순간부터 '기생충' 찍을 때, 지금까지 계속 행복한 것 같다. 연기가 너무 하고 싶었는데 그 시기에 감독님 딱 만나게 돼서 신나게 재미있게 찍었던 것 같다.

    ▶ 몇몇 배우는 칸 황금종려상 받던 순간에 깬 채로 생방송을 봤다던데.

    아이, 제가… 이걸 숨기고 갈 수가 없는 게 저희 '기생충' 톡방이 있기 때문이다. (웃음) 제가 칸 다녀와서 감기에 걸려서 수액을 맞았다. '생방으로 봐야지, 설마 내가 자겠어?' 했는데 정말 잠깐 누웠는데 (다음날) 아침 7시인 거다. 톡방은 난리가 나 있고. 언니 오빠들이 '기정인 자냐?' 하시더라. (웃음) 저희 대사에 있는 것처럼 '역시 대성할 년이야' 이러시고. (일동 웃음) 그게 아니고 너무 아파서 일찍 잔 거라고 했다. 눈을 떠 보니 500개 넘는 카톡이 와 있더라, 많은 분들께 받아서. 제가 너무 늦게 봤다. 영상과 사진을 뒤늦게 돌려보고, 너무 벅차서 혼자 울먹거리면서 봤던 기억이 있다. (웃음) 그 후로도 정신 차리고 몇 번 더 봤다.

    제72회 칸국제영화제 당시 '기생충' 팀의 모습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 '기생충' 단톡방에서 배우들이 황금종려상 수상 순간에 무슨 이야기를 나눴는지 궁금하다.

    (생방송) 영상을 (사람들이) 많이 봐서 끊겼다고 하더라. 안 끊긴 누군가는 톡으로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강호 선배님이랑 감독님이랑 두 분이 폐막식 향해 걸어가는 사진도 보는데 정말 너무 멋있는 거다. 햇살 쫙 받으며 선글라스 끼고 걸어가시는데 영화처럼 화보처럼 너무 멋있더라. (웃음) 아부지가 '너네랑 같이 있었으면 정말 좋았을 것 같다'고 하셨다. 또 그런 순간을 언제 느낄 수 있을지 모르지만 감독님이랑 아부지랑 받으시니까 좋았다.

    ▶ 앞선 질문에서 '기생충'을 찍으면서 영화가 '같이 만드는 작업'이라는 것을 알았다고 답했다. 특별히 그렇게 생각한 계기가 있다면.

    그전 작품까지만 해도 제가 아직 여유를 가지고 연기할 상태가 아니었기 때문에, 이번 현장에서 처음으로 모든 스태프들의 얼굴을 다 기억했던 것 같다. '폐 끼치지 말고 내 연기만 제대로 잘 보여드리자. 잘 해내자'의 마음이 컸다면, 이번에는 영화가 만들어지는 시스템을 알게 됐다. 개봉하기까지 뒤에서 이렇게 많은 분이 일하시는 것도 몰랐다. 오디션 보고 현장 투입돼서 영화 찍고 개봉해서 인사드리는 그 사이사이를 보고 들을 여유가 없었다. 현장에 계신 스태프분뿐만 아니라 우리 영화 한 편 들어가기 위해서 곳곳에서 우릴 도와주시는구나, 이걸 알게 됐다. 내가 카메라 앞에 서기까지 이렇게 많은 준비가 필요하구나를 온몸으로 느꼈고, 더 잘해야겠다고 느꼈다.

    ▶ 마지막으로 '기생충' 관객들에게 한마디 부탁한다.

    정말 이 영화를 만난 것 자체가 너무 행복했다. 작업 자체가 너무 좋았다. 작년 2018년은 '기생충'으로 인해서 제 에너지가 되게 밝아졌기 때문이다. 이렇게 재미있게 작업한 걸, 좋은 소식으로 많은 분께 인사드릴 수 있게 돼서 너무 행복하다. 그냥 편안한 마음으로 보러 오셔서, 다 보시고 난 뒤에 주변 분들이랑 이런저런 얘기 나눌 수 있는 영화였으면 좋겠다! <끝>

    배우 박소담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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