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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 넘기기도 전에 어르신 입에 밥을 밀어 넣는"



보건/의료

    "채 넘기기도 전에 어르신 입에 밥을 밀어 넣는"

    08년부터 장기요양보험 정부 지원 시작
    독거노인, 경제적으로 어려운 분들이 많아
    보호사 숫자 적다보니 정해진 스케쥴 따라 움직여
    입소자 2.5명당 1명의 요양보호사 둬야 하지만
    주야간 교대 등 고려하면 3분의 1토막으로 줄어
    어르신 밥 넘기기전에 입에 밥을 밀어넣는 현실
    기저귀 찬 분을 왜 화장실 모시고 가냐며 혼나기도
    어느새 돌봄이 아닌 처치를 하고 있는 자신 발견
    국공립시설 증설하고 재정지원 확대 해야
    요양원 노인들, 가족 방문만큼 좋아하는 일 없어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 1 (18:15~18:55)
    ■ 방송일 : 2019년 6월 3일 (월요일)
    ■ 진 행 : 정관용 (국민대 특임교수)
    ■ 출 연 : 권지담 (한겨레 신문 기자)

     



    ◇ 정관용> 한겨레신문이 대한민국 요양보고서라는 기획기사를 지금 내보내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 요양현실을 보도하기 위해서 기자가 직접 요양보호사 자격증까지 따서 요양원에서 일하고 몇 주에 걸쳐 기획 기사를 내고 있는 건데요. 요양원은 사실상 수용소였다. 오직 죽어야만 퇴소할 수 있는 수용소. 이런 구절들이 눈에 띄네요. 이 기사를 쓰고 있는 한겨레신문 권지담 기자를 스튜디오에 초대했습니다. 어서 오세요.

    ◆ 권지담> 네, 반갑습니다. 권지담 기자입니다.

    ◇ 정관용> 이런 기획을 하게 된 배경이 뭐죠?

    ◆ 권지담> 저희가 한국 사회의 큰 문제로 두 개를 꼽았습니다. 청년과 노인. 저희가 청년 문제는 연재를 했었습니다. 위장취업을 그때도 해서 노동 문제를 저희가 밝혔었고 한 가지 노인은 어떻게 우리가 할 것인가라고 했을 때 그 돌봄 노동. 노인돌봄의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알고 직접 우리가 간접체험 말고 들어가서 실태를 낱낱이 밝혀보자. 그리고 거기에는 노인들의 삶은 어떤지를 좀 들여다 보자 해서 기획을 하게 됐습니다.

    ◇ 정관용> 요양원하고 요양 병원이 다른 거죠?

    ◆ 권지담> 그렇습니다. 요양병원은 말 그대로 의사가 상주하고 있는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고 재원이 국민건강보험입니다. 그런데 요양원은 의사가 없고 의료서비스를 받으려면 의사의 처방이 있어야 되고요. 국민건강보험이 아니라 장기요양보험에서 기금을 마련합니다.

    ◇ 정관용> 그러면 이런 요양원에 가 계시는 분은 비용은 전부 정부가 부담하나요?

    ◆ 권지담> 아니요. 100% 중에서 80%를 장기요양보험 기금에서 지급을 하고요. 20%를 개별 부담하고 있습니다.

    ◇ 정관용> 80%는 장기요양보험재원에서 나간다. 옛날로 치면 양로원이라고 부르던 그 곳이 요즘은 요양원이라고 부르는 거라고 이해하면 됩니까?

    ◆ 권지담> 그렇죠. 돈을 정부가 지급 하냐 안 하냐의 차이가 조금 있을 거 같은데요. 어르신들이 대부분의 생활을 보내고 있는다는 점에서는 성격이 비슷하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 정관용> 등급도 여러 등급이 있지 않나요, 요양원에도?

    ◆ 권지담> 아까 장기 요양법에 따라서 1등급부터 5등급까지를 평가받는데요. 1등급부터 2등급까지, 그러니까 상태가 최중증. 거의 와상 환자인 경우가 시설에 입소할 수 있고요. 3등급에서 5등급은 원래는 입소할 수 없는데 그중에서도 일부 생활이 안 되시거나 혼자 사시는 분들은 상황에 따라서 요양원에 들어가실 수 있습니다.

    ◇ 정관용> 그걸 노인분들의 몸 상태에 대한 이야기이고 요양원의 시설이나 인력이나 이런 가격이나 이런 면도 천차만별 아니냐 지금 제가 그거 여쭤보는 거예요.

    ◆ 권지담> 요양원 따라서요. 정부가 장기요양법에 따라서 그 기금을 받는 곳은 사실은 그 재원 안에서 운영되기 때문에 요양원 내부에서의 서비스 질의 차이는 요양보호사나 원장들의 마인드에 따라서 물론 바뀔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요양보호사의 숫자나 수가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그런 서비스가 크게 다르기는 저는 쉽지 않다라고 생각하고요. 물론 민간기관 중에서도 보증금과 한 달에 몇 백 만 원씩을 내면 좀 더 서비스질이 높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곳도 있습니다.

    ◇ 정관용> 일부 있다는 거고 대체로 장기요양법에 따라서 설립된 요양원들은 대동소이하다 이렇게 봐도 된다?

    ◆ 권지담> 정부가 운영하는 국공립시설은 전체 중에서 1%기 때문에 사실은 나머지는 다 민간시설에서 운영이 된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 정관용> 그런데 바로 이런 장기요양보험료를 따로 걷기 시작하고 이런 제도가 만들어진 게 그리 오래되지는 않았죠?

    ◆ 권지담> 2008년도부터 시행이 됐으니까 지금 거의 10년이 조금 넘었습니다.

    ◇ 정관용> 다음에 민간 사설요양원들이 우후죽순처럼 늘어나지 않았나요?

    ◆ 권지담> 그렇습니다. 정부가 당장 노인을 어떻게든 돌봐야 하는데 재원이나 시스템이 마련돼 있지 않으니까 그때는 민간기관들한테 독려를 해서 사실상 이걸 장려했던.

    ◇ 정관용> 만들도록, 그렇죠. 그래서 이제 가족들이 모시기 힘들거나 그런 경우에 이런 시설에 보내지게 되고 정부 지원을 받게 되고 그러면서 이제 상당히 많아진 거예요.

    ◆ 권지담> 그렇습니다.

    ◇ 정관용> 전체 통계가 있습니까? 몇 군데가 있고 어르신 몇 명 정도가 여기 계신지?

    ◆ 권지담> 제가 정확히는 기억이 안 나는데요. (체감상) 편의점보다 많은 숫자라 보시면 됩니다. (3월 기준 전국 장기요양기관은 2만1천여개, 이중 요양원 등 시설이 5338곳) 전국에 굉장히 많이 있고 또 노인분들도 65세 이상이면 등급을 받을 수가 있거든요. 그러니까 사실 노인 인구가 지금 굉장히 많잖아요. 대부분의 어르신들이 이 등급을 받고 있다라고 보셔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 정관용> 그냥 누워 계실 수밖에 없는 상태면 누구나 입소 자격이 생기고. 그렇죠? 그렇지는 않다 하더라도 보호해 줄 분이 없다거나 이런 경우에는 입소자격이 생긴다.

    ◇ 정관용> 대부분 그런데 저소득층 분들이 많겠죠.

    ◆ 권지담> 그렇죠. 왜냐하면 본인이 거동을 하거나 생활이 가능하거나 아니면 가족 중에 누가 돌봐줄 수 있거나 아니면 상주하는 간병인을 둘 경우에는 사실은 요양원에 갈 필요는 없죠. 그런데 대부분 혼자 사시거나 독거노인이시거나 경제적으로 좀 어렵기 때문에 정부의 도움을 받아서 들어갈 수밖에 없는 그런 분들이 많다고 보시면 됩니다.

    ◇ 정관용> 바로 그 현장에 들어가시기 위해서는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가져야 한다고요. 직접 따셨어요?

    ◆ 권지담> 그렇습니다.

    인천 ㅊ요양원에 설치된 시시티브이(CCTV)를 한눈에 모아 볼 수 있는 화면. 요양원 곳곳에 설치된 시시티브이는 24시간 돌아간다. 낙상하거나 배회하는 노인을 확인하기 위해 요양보호사들은 쉬는 중에도 눈을 시시티브이에 둬야 한다. (사진=한겨레 권지담 기자 제공)

     


    ◇ 정관용> 이거 시험보는 건가요. 어떻게 하는 건가요?

    ◆ 권지담> 이것도 국가시험이라서요. 국가에서 보는 시험을 봐야 되고요. 지난해 9월 말부터 정부가 지정한 교육원에도 시험을 볼 수가 있어요. 그 교육원에 등록해서 수업을 듣고 240시간 교육과 실습을 수료해서.

    ◇ 정관용> 240시간?

    ◆ 권지담> 네. 필기와 실습 이 모든 것을 병행해서 들어야 하고요. 그래서 11월에 시험을 봐서 1월 말부터 2월 말까지 한 달 동안 일을 하게 됐습니다.

    ◇ 정관용> 어디 한 군데 요양원에 갔습니까, 아니면 여러 군데를 돌아다녔습니까?

    ◆ 권지담> 총 두 곳인데요. 인천에 있는 곳과 부천에 있는 곳을 두 곳을 갔고 이 두 곳은 한 원장이 운영하는 곳이었습니다.

    ◇ 정관용> 같은 원장이 운영하는 두 곳에.

    ◆ 권지담> 네, 그렇습니다.

    ◇ 정관용> 첫 번째 기획기사 제목이 숨 멈춰야 해방되는 곳. 기자가 뛰어든 요양원은 감옥이었다 이런 제목입니다.

    ◆ 권지담> 참, 사실 저희도 감옥이라는 표현을 써야 하는지 아니냐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했었는데요. 제가 수용소라는 의미를 검색을 해 보니까 많은 사람들이 집단적으로 한 곳에 가두거나 모아놓는 곳이더라고요.

    ◇ 정관용> 수용소가 그렇죠.

    ◆ 권지담> 그리고 요양원은 마음대로 나갈 수가 없습니다. 앞서서 설명해 주셨지만 죽어야지만 비로소 퇴소할 수 있고 내가 원할 때 음식을 먹거나 대소변을 볼 수 없고요. 개인의 자율성과 개성이 없다라는 점에서 상당히 비슷하지 않나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 정관용> 함부로 나갈 수 없다, 그건 뭐 이해할 수 있죠. 안전상의 문제 때문에. 그런데 그 시설에서 무슨 마당 같은 것도 없죠. 건물밖에 없으니까.

    ◆ 권지담> 네, 그렇습니다. 거의 침대. 개인의 방과 거실밖에는 노인들이 움직일 수 없고 그러면 아까 말씀하셨지만 일단 배회하시는 분들은 위험하기 때문에 나갈 수가 없고 나머지 분들은 다 도움이 없이는 누군가의 도움이 없이는 휠체어에 앉으실 수가 없기 때문에.

    ◇ 정관용> 못 움직이시니까.

    ◆ 권지담> 요양보호사들이 두세 명이 붙어서 휠체어에 앉혀야지만 거실에 가실 수 있는 분입니다.

    ◇ 정관용> 가신 두 곳이 총 몇 명 정도가 있는 요양원이었습니까?

    ◆ 권지담> 28분 정도가 있었습니다.

    ◇ 정관용> 28명. 1인 1실이에요, 어떻게 됩니까?

    ◆ 권지담> 제가 있던 곳에 1인 1실은 한 분 있었고요. 왜냐하면 이게 1인실이면 10만 원씩을 매달 받아요.

    ◇ 정관용> 추가로.

    ◆ 권지담> 2인실도 금액이 5만 원 더 내야 하니까 대부분 4인실, 3인실 이렇게 있었습니다.

    인천 ㅊ요양원에서 식사를 거부하는 노인에게 기자가 환자 영양식과 약을 함께 먹이려고 하고 있다. 요양원에서 노인들이 자신의 의지로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식사를 거부하는 것이다. (사진=한겨레 권지담 기자 제공)

     


    ◇ 정관용> 그리고 본인이 원할 때 식사도 못한다?

    ◆ 권지담> 네.

    ◇ 정관용> 배식 시간이 따로 정해져 있군요.

    ◆ 권지담> 아무래도 적은 요양보호사들이 많은 노인들을 케어해야 되기 때문에 정해진 시간의 스케줄에 맞춰서 딱딱 움직여야만 이 모든 일이 제시간에 가능해서 어르신들이 배가 고프다고 해서 혹은 내가 바쁘다고 해서 시간을 바꾸기가 어려운 상황입니다.

    ◇ 정관용> 하루 일과가 어떻게 되는 겁니까, 어르신들?

    ◆ 권지담> 일단 큰틀에서는 새벽 6시에 기상을 하게 되어 있고요. 그다음에 저녁 6시에 오후 6시에 소등을 일부 하게 됩니다.

    ◇ 정관용> 저녁 6시에? 초저녁에? 하긴 뭐 어르신들은 초저녁 잠이 많다고 합니다만 어쨌든 딱 12시간 만의 활동시간이네요.

    ◆ 권지담> 저희가 한참 일하고 있을 시간이데도 사실상 그때 소등이 일부 이루어지고요. 그게 여름이든 겨울이든 계절과 상관없이 정해진 시간에 따라서 무조건 굴러간다는 점에서 그런 성격을 갖고 있는 것 같습니다.

    ◇ 정관용> 그러면 새벽 6시부터 그다음 일어나서?

    ◆ 권지담> 그리고 아침 식사를 하고 점심 식사를 12시 10분에 하고요. 그다음에 저녁 식사를 5시 20분쯤 합니다. 그렇게 크게는 축이 그렇고 사이사이에 오전에 9시랑 오후 2시 20분에 기저귀를 갈도록 돼 있습니다. 그래서 하루에 총 24시간에는 기저귀를 네 번 갈게 돼 있고요.

    ◇ 정관용> 밤중에도 기저귀 가는 게 있어요?

    ◆ 권지담> 한 번 있습니다. 그래서 그렇게 총 4번이 있고 중간중간에 오후 3시에 프로그램을 하도록 되어 있는데 그마저도 외부에서 무슨 강사가 오거나 자원봉사자가 없으면 프로그램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실정이었습니다.

    ◇ 정관용> 그런데 식사도 본인 손으로 직접 못하시는 분들이 많을 것 아닙니까?

    ◆ 권지담> 일단은 제가 치매나 와상 환자들이 대부분 들어간다고 말씀드렸는데요. 치매 환자들은 음식을 씹는 걸 까먹으시더라고요. 상상하시기 힘들 수도 있지만 내가 음식을 삼키고 씹는 걸 까먹어서 직접 먹여서 제가 씹는 모션을 해야지 삼키시는 분들도 있고 실제로 숟가락을 못 드시는 분들이 많기 때문에 직접 먹여드려야 합니다.

    ◇ 정관용> 그렇죠. 그러면 요양보호사 한 명이 몇 명의 어르신을 케어하게 됩니까?

    ◆ 권지담> 지금 법상으로는 2. 5명 노인의 2. 5명 당 요양보호사 1명이 돌보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러니까 25분의 어르신이면 10명을 둬야 하는 것이지요. 하지만 이게 주간과 야간 교대근무를 배려하지 않고 편성이 되다 보니까 3분의 1토막이 나는 겁니다. 그래서 거기다가 반차, 연차 근무까지 쓰다보면은 1인당 8명에서 9명을 보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 정관용> 그러면 8명에서 9명의 식사를 일일이 다 떠먹여드려야 된다는 거예요? 그러면 시간이 얼마나 걸려요?

    ◆ 권지담> 원래는 한 시간 안에 식사와 정돈, 설거지까지 다 해결해야 하는데요. 18명이 보통 2명이서 18명을 이렇게 저희가 케어를 했거든요? 방을 3개를 뛰어다니면서 어르신들 밥을 드려야 했고 그러다보니까 어르신 밥이 채 넘어가기도 전에 또 밥을 밀어넣거나 씹는 중에 옆에 노인한테 밥을 먹고 또 옆방에 뛰어가서 그새 또 밥을 먹여야 하는 이런 게 반복이 됐고요. 사실은 먹는 게 이 어르신들 삶에서 거의 저는 다라고 생각하거든요. 요양원에서 별로 다른 것들의 활동이 없잖아요. 그런데 그마저도 눈을 맞추고 대화를 하면서 정성을 담을 그런 시간이 없는 이유가 거기에서 발생됐습니다.

    ◇ 정관용> 그리고 대소변도 자기가 원할 때 마음대로 못한다는 건 왜 그렇습니까?

    ◆ 권지담> 일단 요양보호사가 숫자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제가 있던 요양원에서 10명 중에 여섯 분이 기저귀를 찼거든요. 제때제때 대소변을 모시고 갈 수가 없기 때문에 편의상 혹은 효율적인 면에서 기저귀를 찰 수밖에 없습니다.

    경기 부천 ㅇ요양원 입소자인 김은희(가명·79) 할머니는 벽지에 있는 꽃그림을 ‘하느님’이라고 여겼다. 치매 환자인 할머니는 벽지가 해질 정도로 ‘하느님’을 어루만졌다. 종일 누워 지내는 할머니에게 ‘하느님’은 유일하게 기댈 수 있는 대상이었다. 할머니는 퇴근하는 기자를 붙잡고 “혼자 두고 가지 말라”며 울부짖기도 했다. (사진=한겨레 권지담 기자 제공)

     


    ◇ 정관용> 나는 화장실 가서 용변 보고 싶다. 나를 좀 데려다 달라 하면요?

    ◆ 권지담> 제가 그래서 한 분을 모시고 갔었는데요. 그분을 닦고 대변을 누게 하고 다시 옷을 갈아입히고 방까지 모시는 시간이 20분이 걸리더라고요. 그런데 그러는 시간 동안 누군가의 요양보호사는 그 20분의 몫을 또 해야 하는 거예요. 그러니까 저는 되게 혼났었습니다. 왜 굳이 기저귀를 찬 분을 왜 또 화장실에 모시고 가서 변기까지 또 막히는 바람에 제가 변기를 뚫는 시간이 또 걸렸는데 이 모든 것들이 1:1케어는커녕 1인당 8~9명을 보는 상황이 생기다 보니까 그렇게 일일이 한 분의 어떤 요구 사항을 들어줄 수 없는 그런 상황이 됐습니다.

    ◇ 정관용> 그리고 기저귀 가는 시간도 정해져 있다고요?

    ◆ 권지담> 네, 아까 말씀드렸지만.

    ◇ 정관용> 그 말은 아무리 대소변을 봤어도 그 시간이 아니면 기저귀 교환을 안 해 준다고요.

    ◆ 권지담> 일단 어르신들이 말씀을 하시기 힘든 상황인 것도 있고 거기다가 말씀을 잘 못하시거나 치매 환자시기 때문에 그렇게 다 갈아드리다 보니까 손이 부족해서 정해진 시간에만 갈아드리도록 되어 있습니다.

    ◇ 정관용> 네, 씻거나 이런 것들은 어떻게 합니까?

    ◆ 권지담> 목욕도 일주일에 한 번 그 방별로 돌아가거든요. 그래서 제가 갔을 때 설연휴 직전이었는데 어떤 어르신이 나 제발 아들 오기 전에 씻겨주면 안 되냐. 하지만 요일에 따라서 방 목욕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제가 그마저도 어르신들 마음대로 씻을 수가 없는 상황입니다.

    ◇ 정관용> 그러면 아침에 일어나서 식사하고 그냥 계속 누워계시고 점심 드시고 또 누워계시고 저녁드시고. 거실에 나갔다 왔다 하는 것도 없어요?

    ◆ 권지담> 그러니까 보행기나 보조기구를 이용해서 나가실 수 있는 분들은 그나마 거실에 갔다 오실 수는 있지만 한 10명 중에 5명 이상이 와상환자였어요, 대부분이. 왜냐하면 1, 2등급이 거의 들어가기 때문에.

    ◇ 정관용> 누워 있을 수밖에 없는.

    ◆ 권지담> 정말 요양 보호사들이 한 분을 앉히는 과정에 너무 많은 에너지와 힘이 필요하기 때문에 최소한의 어르신만 밖으로 내보낼 수밖에 없는 그런 상황이었습니다.

    ◇ 정관용> 두 번째 기사의 제목이 앉지 말고 뛰어다녀, CCTV는 요양사도 따라다녔다. 이건 무슨 제목입니까?

    ◆ 권지담> 그러니까 CCTV가 요양병원에 항상 있어서요. 요양보호사뿐만 아니라 노인들의 어떤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24시간 돌아갑니다. 그러니까 제가 첫날 근무할 때도 요양보호사가 제게 해 줬던 말이 사각지대를 알려줬습니다. 여기서, 여기서는 CCTV가 없으니까 쉴 수 있어. 그런 부분이 있고 뛰어다녀라고 했던 부분은 아까 그 음식 부분인데요. 제가 처음에 뭣도 모르고 이제 한번 침대 앉아서 한 숟갈씩 천천히 드리면서 담소를 나누고 있었는데 사회복지사가 뭐하는 거냐. 지금 시간이 없는데 그렇게 해서 하루 종일 먹일 거냐 뛰어다녀라라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처음에는 잘 몰랐는데 익숙해질수록 왜 그렇게 말했는지 알겠고 그렇게 해야만 처리가 가능해서 그런 표현을 썼습니다.

    ◇ 정관용> 보통 이런 요양원에서 근무하시는 분틀은 대부분 어떤 분들인가요?

    ◆ 권지담> 평균 50대, 60대가 많았고요.

    ◇ 정관용> 여성 분들?

    ◆ 권지담> 중장년 여성 분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이게 돌봄이라는 영역이 육아랑 어떻게 보면 비슷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육아를 경험했던 여성이 자연스럽게 이 돌봄 자리를 대체하게 되고 그리고 이게 강도는 높은데 임금은 낮다보니까

    ◇ 정관용> 임금은 어떤 수준이에요?

    ◆ 권지담> 8350원 최저시급을 받고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까 저도 왜 젊은 사람이 왔냐. 아르바이트를 하지 편의점 알바를 하지 왜 여기를 왔냐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이게 그래서 중장기여성들의 일자리로 그런 부분이 있습니다.

    ◇ 정관용> 그리고 그마저도 규정상 환자 2. 5명 대 한 명인데 이게 주 야간 구분이 없고 뭐하고 어쩌고 하다보니 현실적으로는 한 명이 8, 9명을 돌볼 수밖에 없는 여건. 이게 지금 정부가 설계해 놓은 거죠?

    ◆ 권지담> 맞습니다.

    ◇ 정관용> 최저임금을 주는 분들을 그나마도 넉넉히 쓰지 못하니 어르신분들은 보살핌의 대상이라기보다는 관리의 대상이네요.

    ◆ 권지담> 그래서 제가 기사에 돌봄이 아니라 처치가 이루어졌다는 표현을 썼는데요. 정말 저도 처음에는 그렇지 않으려고 다짐을 했지만 저도 모르게 어느 순간 정성보다는 효율을 또 처치를 하고 있는 제 자신을 발견하게 됐습니다.

    ◇ 정관용> 그래서 제가 처음에 여쭈어 본 거예요. 유독 우리 권지담 기자가 간 곳만 그런 것인지 다른 데는 좀 나은 건지. 그런데 지금 정부 설계가 그렇다면 다른 데도 비슷할 거 같은데요. 어차피 1인당 8~9명을 담당하는 거라면.

    ◆ 권지담> 그래서 대안 부분을 제가 너무 고민을 많이 해서 그러면 정부가 운영하는 곳은 어떨까. 적어도 거기는 이윤 추구를 원장이 안 하기 때문에 수익의 대부분을 다 인건비나 운영비로 사용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복지부 산하의 건강보험관리공단에서 직영하는 유일한 직영기관인데 서울요양원에 갔었습니다. 저는 얼마나 다를까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아무래도 공익을 위해서 이제 운영이 되고 정부가 기금을 대다수가 다 인건비로 투입을 하다 보니까 조금 나은 부분이 있었습니다. 시설도 훨씬 쾌적했고요. 269억 원을 들여서 정부가 시설을 지어줬기 때문에 다를 수밖에 없죠. 하지만 인원수는 7명밖에 더 많지 않았어요. 그래서 결국 식사시간에 그렇게 뛰어다니거나 급하게 밥을 먹일 수 있는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시사자키 방송 출연중인 한겨레 권지담 기자 (사진=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유튜브 캡쳐)

     


    ◇ 정관용> 참. 다음 세 번째 기사가 죽는 날만 기다린다. 보고 싶은 자식 향한 외로운 거짓말. 이런 제목이네요. 이건 또 어떤 의미의 제목입니까?

    ◆ 권지담> 가족들이 보고 싶을 수밖에 없잖아요. 사실은 그리고 내가 죽겠다는 생각을 항상 갖고 계시는 분들이기 때문에 하루하루가 더 간절할 수밖에 없는 분들인데 요양원에 오래 있을수록 더 독립심이 강해지시고 마음을 안 여시더라고요. 그러니까 저번에 한 번 제가 도와드리려고 했더니 나 평생 잡아줄 거 아니면 잡지마. 그러니까 5년 이상 계셨던 분이었습니다. 나이도 95세가 넘었는데 그분들은 이제 거의 자식들이 없거나 어쩔 수 없이 여기 오신 분들이기 때문에 마음을 열지 않고 내가 언제 죽기만을 좀 기다리시는 그런 분들이 많았고요.

    ◇ 정관용> 가족이 그나마 자주 오는 분들도 있어요, 어때요?

    ◆ 권지담> 자주 오시는 분들은 보통 입소한 지 얼마 안 됐을 때.

    ◇ 정관용> 초기에만.

    ◆ 권지담> 그리고 며느리가 가까이 살았을 때. 보통 며느리들이 아무래도 자주 모시다가 와서 그런지 자주 왔고요. 그리고 제가 있는 한 달 동안 설연휴를 제외하고는 대다수의 보호자들이 오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 정관용> 가족들이 자주 와서 또 본인들이 음식 준비해 와서 이렇게 할 수도 있는 거죠? 그런데 그게 안 되는 거죠. 어찌보면 그게 될 정도면 요양원에 모셨겠나 싶기도 하네요. 그렇죠?

    ◆ 권지담> 실제 일하고 있는 여성들은 그 시간 면회시간이 아침부터 오후까지만 정해져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 시간에 휴가를 내지 않은 이상 만나러 오기 쉽지 않고요. 알고 싶지 않아서 외면해서 또 안 찾는 분들도 있는 것 같아요.

    ◇ 정관용> 어떻게 해야 될까요. 어르신들에게 인권이라는 개념은 없는 것 같은데.

    ◆ 권지담> 요양보호사뿐 아니라 지금 말씀하신 노인의 인권이 좀 인간의 존엄성이 상실된 곳인데요. 정부나 심지어 20년 넘게 이걸 연구한 분들 조차도 사실 해답이 없다. 나도 고민이다라고 하실 정도로 이 부분은 좀 사회적으로 많이 고민이 필요한데 일단 정부가 국공립시설을 늘리는데 많이 힘을 써야 된다 생각이 들고요. 물론 재원마련이나 이런 부분이 동반돼야 하지만 그리고 저는 보호자 분들이 제가 어쩔 수 없는 상황인 건 당연히 알지만 질 높은 서비스와 되게 좋은 시설보다도 가족의 방문만큼 대체할 수 없다는 생각을 그 안에서 많이 했고요. 그리고 사실 돌봄 문제는 유치원과 다르게 사람들이 숨기려고 하고 알고 싶지 않으려고 하거든요. 그러니까 불편한 진실인 거죠. 내가 그냥 부모님이 잘 계셨으면 하는 거예요. 그리고 안 좋은 걸 얘기하면 혹시나 우리 부모님이 불이익을 받지 않을까 얘기를 또 못하고.

    ◇ 정관용> 항의도 못하고.

    ◆ 권지담> 그런 부분들이 있는데 이제는 그럴 게 아니라 우리 모두가 나이가 들잖아요. 우리 모두의 문제라는 생각을 갖고 이것을 의제로 좀 키워서 정치적인 의제로 공론화하고 우리 모두가 고민을 해야 할 시점이 되지 않았나 이런 생각을 합니다.

    ◇ 정관용> 예산을 더 투여해서 요양보호사 한 명당 돌볼 어르신의 숫자를 줄여주는 게 제일 먼저 급선무 아닌가요?

    ◆ 권지담> 저도 그렇게 생각하는데요. 지금 노인수가 늘어나고 있어서 장기요양 보험 기금이 급격히 고갈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세금을 내고 있기는 하지만 저는 불가피하게 정부가 재원을 이쪽에 더 쓰거나 우리가 세금을 더내지 않은 이상 늘어나는 노인들의 이 돌봄서비스를 확 높이기는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 정관용> 그렇다고 이대로 둘 수도 없잖아요.

    ◆ 권지담> 그렇죠. 그래서 정말 우리의 문제로 급선무로 이 문제를 더 이상 방치하지 말고 다 같이 내 문제로 고민을 하지 않으면 10년 뒤에도,20년 뒤에도 저는 크게 달라지지 않을 수 있겠다라는 생각을 합니다.

    ◇ 정관용> 그리고 저는 이게 분명히 노인 문제이면서 명백히 저소득층 노인 문제라고 보여지거든요.

    ◆ 권지담> 그렇습니다.

    ◇ 정관용> 재산이 있는 분들 이런 데 안 가시겠죠?

    ◆ 권지담> 정말 좋은 요양원도 말씀하신 것처럼 있습니다. 하지만 몇 억의 보증금과 아까 말씀드렸지만 400만 원, 500만 원의 매달 돈을 내야지 그런 좋은 시설에도 들어갈 수 있거든요. 그런 데서 돌봄의 격차가 또 발생할 수 있죠.

    ◇ 정관용> 이거는 그야말로 지난 10년 전에 그냥 저소득층 노인 방치할 수 없다. 사회가 좀 책임져보자 해서 건강보험의 몇 퍼센트 부과를 해서 전 국민이 낸 돈으로 운영하는 시설이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이 수준이 이렇다. 그러면 우리 수준이 그런 거네요.

    ◆ 권지담> 안타깝게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부분인 것 같습니다.

    ◇ 정관용> 뾰족한 대안을 주시지 못하는 답답함. 저도 이해하겠습니다. 노인 수는 점점 늘어나고 예산은 한정이 되어 있고 예산 더 늘리자. 아무리 주장해도 갑작스럽게 늘리기는 어렵고 그런 거죠.

    ◆ 권지담> 그래도 제가 희망을 느낀 건 기사를 읽으시는 분들이 저도 곧 그곳에 들어갈 수 있고 요양원이 이 정도인지 몰랐습니다. 이런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된다면 나아지지 않을까.

    ◇ 정관용> 현실을 우리가 같이 알고 고민을 나눠야죠.

    ◆ 권지담> 그렇습니다.

    ◇ 정관용> 한겨레 신문의 권지담 기자 함께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수고하셨어요.

    ◆ 권지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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