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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캅스'-'배심원들'-'보희와 녹양'은 모두 감독 데뷔작이다



영화

    '걸캅스'-'배심원들'-'보희와 녹양'은 모두 감독 데뷔작이다

    [노컷 인터뷰] 5월, 첫 장편 상업영화로 관객들 만난 세 감독
    '걸캅스' 정다원 감독 "도전하는 영화 찍고 싶어"
    '배심원들' 홍승완 감독 "재미-의미 있는 영화 만들고파"
    '보희와 녹양' 안주영 감독 "제가 봐도 재미있는 영화였으면"

    5월 9일 개봉한 영화 '걸캅스', 5월 15일 개봉한 '배심원들', 5월 29일 개봉한 '보희와 녹양'은 모두 장편 상업영화에 처음 도전한 감독들의 '데뷔작'이다. (사진=각 제작사 제공)

     

    올해는 유독 장편 극영화에 처음으로 도전하는 감독들이 많았다. '말모이' 엄유나 감독, '그대 이름은 장미' 조석현 감독, '기묘한 가족' 이민재 감독, '히치하이크' 정희재 감독, '돈' 박누리 감독, '선희와 슬기' 박영주 감독, '썬키스 패밀리' 김지혜 감독, '로망' 이창근 감독, '생일' 이종언 감독, '막다른 골목의 추억' 최현영 감독, '한강에게' 박근영 감독, '미성년' 김윤석 감독, '왓칭' 김성기 감독 등 신인 감독들이 다양한 장르와 이야기를 펼쳐보였다.

    5월에 관객들을 만난 영화 중에서도 따끈따끈한 데뷔작이 있었다. 여성 형사 콤비의 코믹 수사극 '걸캅스'(감독 정다원), 2008년 처음 국내에 도입된 국민참여재판을 소재로 한 '배심원들'(감독 홍승완), 잊었던 아빠 찾기 모험에 나서는 소년 소녀의 성장담 '보희와 녹양'(감독 안주영)이 그 주인공이다.

    CBS노컷뉴스는 '걸캅스' 정다원 감독, '배심원들' 홍승완 감독, '보희와 녹양' 안주영 감독을 각각 만나 그들의 '처음'과 '미래'에 관해 질문했다.

    ◇ 비디오 즐겨보던 꼬마, 진짜 '영화' 하다 : '걸캅스' 정다원 감독

    정다원 감독이 영화라는 매체와 친숙해진 시작점은 '외부'에서 왔다. IMF 경제위기가 닥쳐와 비디오 가게 아들이 됐고, 덕분에 만화책과 비디오를 즐겼다. 누군가는 '쟤는 왜 공부 안 하고 비디오만 볼까?' 걱정했겠지만, 그때의 경험이 영화감독이 되는 토양이 됐다.

    영화가 세상의 전부인 꼬마 토토와 어린 시절의 정다원 감독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극장에 날마다 나가면서 영사 기술을 배우는 토토를 만나게 해 준 '시네마천국'은 정 감독이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영화 쪽에 꿈을 품기 시작했다. "영화를 꼭 하고 싶었어요. 뭐가 됐든, 연기가 됐든, 영화 일이라면!"

    건국대학교 영화과 출신인 정 감독은 대학 때 처음 영화를 만들었다. 한 학기에 하나씩 찍어야 하는 커리큘럼에 맞춰 "많이 찍었다." 2017년에는 '장기왕: 가락시장 레볼루션'이라는 독립영화를 찍었다. 가락시장에서 장기왕으로 활약하던 한 남자가 정의를 위해 일생일대의 장기 대결을 벌이는 코미디다.

    '걸캅스'(5월 9일 개봉)는 그의 장편 상업영화 데뷔작이다. 라미란-이성경이 전·현직 형사를 맡아 시원하고 통쾌한 액션을 선보인다. 그간 한국영화에서 잘 볼 수 없던 '여성 형사 콤비물'이어서 개봉 전부터 주목받았다.

    그동안 찍은 단편·독립영화와 장편 상업영화를 만들 때 다른 점이 있는지 묻자 정 감독은 "영화 찍는 것 똑같은 것 같다"는 답을 돌려줬다. 그는 "단지 조금 더 규모가 커질 뿐이다. 마케팅해주시는 분이 생기고, 이런 매체 인터뷰를 하는 것? 찍는 건 똑같은 것 같다"고 부연했다.

    '걸캅스'로 장편 상업영화에 데뷔한 정다원 감독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확대이미지

     

    정 감독은 '술술', '열아홉, 연주', '비행소녀'와 본인이 감독한 '장기왕: 가락시장 레볼루션'을 비롯해 '퍼니게임',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 '타짜-신의 손'까지 장르와 규모를 가리지 않고 여러 작품에 배우로 참여하기도 했다.

    배우 경험이 연출하는 데 어떤 영향을 줬냐고 물으니 정 감독은 "제가 경험이 많지는 않지만 연기했을 때 애매모호한 디렉팅이 어렵더라. 최대한 정확하게 얘기하려고 노력했다, 애매모호하지 않게. 그런 점은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라고 바라봤다.

    아직 영화 일을 한 지 오래되지는 않았으나, 잃고 싶지 않은 초심은 있다. 영화를 일로 보지 않는 것이다. 정 감독은 "'일처럼 느껴지면 영화를 안 해야지'라는 생각을 항상 한다. 저는 현장 나가는 게 제일 재미있고 신난다"면서 "제가 영화를 워낙 좋아하기 때문에, 일처럼 하기 싫은데도 의무로 해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정 감독은 앞으로 '도전하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여성 형사를 주인공으로 세운 '걸캅스'가 그랬듯, "일반적인 것보다는, 기존 관습들과는 뭔가 다른 영화"를 선보이는 게 목표다.

    마지막으로 영화에 꿈을 품은 후배들에게 한 마디를 부탁했다. 그러자 정 감독은 "저질러야 하는 것 같다, 뭐가 됐든. 이 영화판이 되게 좁지 않나. 갈 수 있는 길도 너무 제한적이고. 저도 어려웠다"면서 "그냥 쓰고 그냥 찍고 그 방법밖엔 없는 것 같더라. 영화 쪽이 아니더라도 저지르지 않으면 어떤 것도 일어나지 않는 것 같다"고 밝혔다.

    ◇ 데뷔작부터 만개한 '집요함' : '배심원들' 홍승완 감독

    '배심원들'(5월 15일 개봉)은 제목이 곧 내용인 영화다. 한때 'OOO들'이라 이름 붙은 영화가 많이 나와서 피로감을 느꼈을 관객들도 있겠지만, 기존에 나온 'OOO들'과는 당연히 다른 매력을 지닌 영화다.

    화려하고 잘난 사람이 주인공인 영화는 아니다. 우리 주변에도 있을 법한, 조금은 쪼잔하고 조금은 이기적이며 아집이 있고, 그러면서도 조금의 무안함과 부끄러움을 느끼는 평범한 이들이 배심원으로서 대한민국 첫 국민참여재판에 참여한다는 내용이다.

    어찌 보면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국민참여재판을 중심 소재로 내세우지만 영화는 어렵지 않다. 그렇다고 설명만 가득하지도 않다. 이야기는 몰입도가 높다. 한국 사회를 사는 사람이라면 최소한 한두 번쯤은 마주했을 편견이 튀어나오는데, 보기 좋게 배반당하는 식으로 이어지는 전개가 눈에 띈다.

    무엇보다 '법' 이야기인 만큼, '법리적으로 말이 되게' 영화를 만드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홍승완 감독은 '배심원들' 속 중심 사건을 설계하기 위해 1심과 2심이 엇갈린 판결 540여 건의 판결문을 참조했고, 추락사와 관련된 판결문 80여 건을 추가로 살폈다. 전·현직 법조인에게 도움말을 구했고, 로스쿨 청강도 했다.

    첫 장편영화에 쏟아부은 '집요함'은, 재미와 의미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고 싶어 하는 본인의 목표에 다다르기 위해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었는지도 모른다.

    '배심원들'로 장편영화에 데뷔한 홍승완 감독 (사진=CGV아트하우스 제공) 확대이미지

     

    홍 감독은 공대생으로 학부 시절을 보냈다. 학보사 활동을 하다가 영화의 매력에 빠져 많이 챙겨본 것이 출발점이 됐다.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에 입학해 본격적으로 영화 공부를 시작했다.

    필모그래피는 단출한 편이다. '배심원들' 개봉 전에는 영상원 때 만든 24분짜리 단편 '가족 나들이'가 전부였다. 홍 감독은 "장편도, 상업영화도 처음이다. 학교 다닐 때 찍었던 단편들 외에는 첫 작업"이라고 덧붙였다.

    홍 감독은 잘나고 권위 있는 엘리트들보다는 그렇지 않은 보통 사람들에게 시선이 더 간다고 밝혔다. 본인 표현에 따르면 "본능적인 호기심" 때문이다. 그는 "이를테면 사회적으로 잘 나가는 사람들, 이미 훌륭한 권위를 지닌 사람들에게 묘한 반감이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이야기를 만들 때도 약간 어리숙한 성격의 인물에게 애정이 간다. 제 성격도 그런 편이라 그 영향이 있을 수도 있다"면서 웃었다.

    어떤 영화를 만들고 싶냐고 했더니, "굉장히 재미있으면서도 의미도 같이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답을 들려줬다. 그러면서 "이게 어떤 의지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제가 자꾸 끌리는 얘기가 있다"고 부연했다.

    이어, "'배심원들'도 되게 경쾌하고 가벼운 소동이라는 느낌 그 밑에 진지함과 묵직함을 가져가고 싶었다. 한없이 진지하기만 하면 재미없고, 한없이 가벼운 코미디는 제가 재미없어한다. 이게 다 섞여 있어야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 영화는 결국 '내가 좋아서' 하는 것 : '보희와 녹양' 안주영 감독

    어릴 적의 경험은 중요하다.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더 선명하고 강렬하게 감각하는 경우가 많고, 어른이 되고 나서도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보희와 녹양'(5월 29일 개봉)으로 첫 장편영화를 내놓은 안주영 감독은 아주 어릴 때부터 영화관에 다닌 경험이 '현재'를 있게 했다.

    안 감독은 영화관에 자주 데려가 주신 부모님 덕에 영화라는 매체가 익숙해졌다. 스필버그와 스탠리 큐브릭을 좋아하던 그는 자연스럽게 영화와 관련된 일을 하고 싶다는 데까지 생각이 미쳤다. 학부 때는 영화를 전공하지 않았으나, '영화를 하고 싶다'는 마음은 변하지 않아서 한국영화아카데미(KAFA, Korean Academy of Film Arts)에 진학했다.

    안 감독의 첫 작품 '물고기는 말이 없다'는 드라마·판타지 장르다. 독립영화계의 전도연이란 별명을 지닌, '응답하라 1988', '백일의 낭군님', '동네변호사 조들호 시즌 2' 등에 출연하며 이제는 얼굴을 널리 알린 배우 이민지가 주연을 맡았다.

    첫 작품을 소개해 달라고 하자, 안 감독은 "회사에 다니는 사회초년생이 어느 날 갑자기 회사가 가기 싫어서 땡땡이를 치고서는 어딘가를 돌아다니는 얘기였다. 돌아다니다가 이상한 일을 겪는다"고 설명했다.

    '보희와 녹양'으로 장편영화에 데뷔한 안주영 감독 (사진=KT&G 상상마당 측 촬영)

     

    '어른들이 모르는 아이들 세계'와 '아이들이 모르는 어른들 세계'를 오가는 싱그러운 영화 '보희와 녹양'은 원래 단편으로 구상하던 작품을 장편으로 발전시킨 것이다. 안 감독은 "저를 설득하기 위해서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말자. 30분짜리 단편을 4개 찍는 거다'라는 마인드로 시작했는데 사실 후반 편집하면서 그 생각이 완전히 다 무너졌다"고 털어놨다.

    그는 "길이는 30분짜리 4개가 맞는데 전체적인 호흡이나 디테일을 유지하는 게, 제가 엄청 커다란 짐을 짊어진 느낌이었다. 관객분들도 온전히 제 영화를 보기 위해 표를 끊어서 들어오시는 거니까, 그런 것들도 되게 부담되고"라고 말했다.

    이어, "(장편은) 확실히 좀 거대한 느낌이다. 호흡이 완전히 다르더라. 제가 느꼈을 때 단편은 어떤 한 포인트만 있어도 유지가 되는데, 장편은 처음-중간-끝을 다 아우를 수 있는 흐름이 있어야 하고, 그 흐름을 잘 타야 하며, 그 흐름을 잘 만들기 위해서는 되게 많은 것의 합이 맞아야 하더라"라고 전했다.

    안 감독이 만들고 싶은 영화는 "많은 분이 좋아해 주시면 좋겠지만, 일단 그래도 제가 봐도 좀 재미있는 영화"다.

    마지막으로 영화인을 꿈꾸는 이들에게 격려를 부탁했다. "저도 (이게) 마지막일 수도 있어요. 예전에 제가 선배한테 들은 말인데요. 어차피 다들 좋아서 하는 일일 거예요, 영화가 누가 시켜서 하는 게 아니까요. 되게 힘들 것 같은데 좋아서 하는 거니까 최대한 즐기면서 하면 좀 더 오래가지 않을까요. 힘들 때마다 자꾸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괴롭긴 한데 결국은 내가 좋아서 하는 거라고요. 이렇게까지 할 수 있는 것(장편영화 개봉)도 되게 운 좋은 상황이긴 하지만. 아무튼 그래서 마음가짐을 그렇게 가져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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