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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혈사제' 배우 음문석 "장룡, 불쌍하고 외로운 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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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혈사제' 배우 음문석 "장룡, 불쌍하고 외로운 인물"

    [노컷 인터뷰] SBS '열혈사제' 장룡 역 배우 음문석

    최근 종영한 SBS 드라마 '열혈사제' 에서 장룡(롱드) 역으로 열연을 펼친 배우 음문석이 3일 오후 서울 양천구 CBS노컷뉴스 사옥에서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연습했어? 간장 공장 공장장은 장공장장이고. 해봐."

    SBS '열혈사제'에서 극 중 태국 출신 중국집 배달원 쏭삭(안창환 분)만 보면 '간장 공장 공장장'을 시키며 괴롭히는 장룡. 장룡은 극 중 황철범(고준 분)의 충직한 부하이자 악역이다. 그러나 마냥 미워할 수 없는, 얄밉지만 눈길이 가는 인물이 장룡이다.

    충청도 사투리와 베일 듯한 칼 단발, 화려하고 원색의 옷차림으로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잡은 장룡을 연기한 배우 음문석을 지난 3일 서울 양천구 목동 CBS 사옥에서 만났다. 인터뷰에 앞서 진행된 사진 촬영에서 "입을 너무 앙다물었네요"라며 다시 한번 찍자고 할 정도로 열정을 보였다. 인터뷰하면서는 극 중 장룡의 대사를 실감 나게 재현하는 등 적극적으로 임하는 모습을 보였다.

    음문석이 SBS '열혈사제'에 출연하게 된 것도, 장룡 역을 맡아 시청자의 사랑을 받은 것도 매사에 열정적인 태도가 만든 결과물이다. 역할을 위해 수없이 '왜'를 물었던 음문석에게 장룡은 과연 어떤 사람이었는지 이야기를 들어봤다. 실제 고향이 충청도인 음문석은 인터뷰하면서도 충청도 사투리가 묻어나 장룡을 떠올리게 했다.

    SBS '나이트라인' 4월 30일 방송 (사진=방송화면 캡처)

     


    ◇ '롱드' 장룡의 인기에 뉴스까지 진출…"정말 감사하다"

    SBS '열혈사제'는 분노조절장애 가톨릭 사제와 구담경찰서 대표 형사가 늙은 신부 살인사건으로 만나 어영부영 공조 수사에 들어가고 만신창이 끝에 일망타진하는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다.

    지난 4월 20일 시청률 22%(닐슨코리아 제공, 전국 기준)이라는 기록을 세우며 종영한 가운데, 드라마는 '악'에 대한 단죄를 제대로 보여준 작은 영웅들 '구담 어벤져스'의 승리를 통해 시청자에게 통쾌함을 선사했다.

    음문석은 드라마가 끝난 데 대해 "너무 아쉽고, 음, 아쉽고, 아쉽다"라며 "'열혈사제'가 100회까지 했어도 재밌었을 텐데, 1년 프로젝트로 했어도 정말 재밌게 했었을 것 같다"라며 진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드라마에서 장룡은 '신스틸러'로 시청자의 눈길을 제대로 훔쳤다. 장룡이라는 이름 외에도 '롱드래곤', '롱드'로도 불리며 그가 등장하는 장면이 이른바 '짤'(짤방의 줄임말로,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기 위해 인터넷에 올리는 재미있는 사진이나 그림, 동영상 따위를 이르는 말)이 누리꾼 사이에서 공유되는 등 '열혈사제'를 통해 음문석은 화제의 중심에 서게 됐다.

    최근 종영한 SBS 드라마 '열혈사제' 에서 장룡(롱드) 역으로 열연을 펼친 배우 음문석이 3일 오후 서울 양천구 CBS노컷뉴스 사옥에서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아직은 이름보다는 '장룡', '롱드' 등으로 많이 불리지만 음문석은 그 자체로도 "정말 좋다"라고 말했다. 그는 "드라마 안에 있던 인물을 밖에서도 살아있는 인물처럼 봐주시는 걸 보면서 장룡이라는 캐릭터가 정말 많은 사랑을 받았구나 싶다"라며 "내 원래 이름을 불러 주는 것보다 좋다"라고 말했다.

    드라마와 장룡의 인기는 다양한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것으로 증명됐다. 지난 2일 SBS 예능 '가로채널'에 쏭삭 역의 안창환, 오요한 역의 고규필과 함께 출연하는가 하면, 4월 30일에는 SBS 뉴스 '나이트라인' 초대석에 출연하기도 했다. 이 같은 인기가 실감이 나냐는 질문에 음문석은 "정말 감사하다"라고 말했다.

    "아유, 저는 정말, 세상에 이런 일이에요. 진짜 꿈만 같아요. 누군가 관심을 가져준다는 건 기도를 해준다는 마음이라 생각해요. 요즘 정말 몸 둘 바를 모르겠어요. 정말 정말 소중한 시간이고 정말 감사한 분들이 많아요. '나이트라인' 초대석에 나가는 걸 보신 아버지는 정말 날아다니세요. 아버지가 뉴스에 나왔다는 것만으로도 '가문의 영광'이라고 하세요. 그걸 보면 제일 좋죠. 부모님께 어떤 물질적인 것을 드리지 않아도 자식이 잘되는 모습을 보면서 행복해하시는 걸 보면서 이것도 효도라고 생각을 해요. 요즘은 그게 너무 좋아요. 효도를 계속하고 싶어요. 계속 효도하려면 계속 일을 해야 하는데…."(웃음)

    드라마도 캐릭터로 성공적으로 마무리된 만큼 일도 많이 들어온다고 한다. 그러나 음문석은 신중해지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행복한 고민'을 하는 중이라고 했다.

    음문석은 "장룡을 사랑해주신 만큼 버금가는 걸 제가 보여드려야 한다는 책임감이 생긴다"라며 "사랑해 주신 분들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작품을 신중하게 고르고 있다"라고 말했다.

    최근 종영한 SBS 드라마 '열혈사제' 에서 장룡(롱드) 역으로 열연을 펼친 배우 음문석이 3일 오후 서울 양천구 CBS노컷뉴스 사옥에서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 상황은 코믹하지만 연기는 진지하게

    '열혈사제'에서 음문석이 맡은 장룡은 '악'에 속하는 인물이다. 장룡은 황철범의 충직한 부하이자 조직 내의 사고뭉치다. 과거 '부여 돌대가리 삼층 석탑'이라 불리는 지역 막싸움의 달인이었지만 서울에 와서는 신통치 않다. '강약약강'의 모습을 보이는 장룡에게 쏭삭은 좋은 타깃이 됐다.

    장룡은 쏭삭을 볼 때마다 "간장 공장 공장장은 장공장장이고. 해봐"라며 외국인인 쏭삭이 제대로 발음하지 못하면 뺨을 때린다. 음문석은 이 얄미운 장면을 시청자에게 제대로 보이기 위해 스스로도 "간장 공장 공장장"을 열심히 연습했다고 한다. 그의 말에 따르면 자신은 혀가 두꺼워서 원래 발음이 안 좋다고 한다. 한글자 한글자 하면서도 발음하기 너무 힘들어서 완성되기까지 시간도 많이 걸리고 고생도 많았다고 한다.

    음문석은 "그걸 제가 못하면서 남한테 시킬 수 있을까요? 그걸 못하는 순간 나는 바보가 되는 거다. 그래서 정말 자다가도 '간장 공장 공장장'을 할 만큼 연습을 많이 했다"라며 "1회부터 40회까지 제일 많이 연습한 대사가 '간장 공장 공장장'"이라고 웃었다.

    SBS '열혈사제' (사진=방송화면 캡처)

     


    강렬한 코미디와 다양한 패러디는 '열혈사제'의 인기 요인 중 하나다. 특히 음문석은 장룡 역할을 연기하며 약간은 호들갑스러운 카포에라 액션과 독특한 말투, 튀는 외형으로도 강렬하게 등장한다. 또한 이른바 '설사화' 장면은 지금도 명장면 중 하나로 회자되고 있다.

    이러한 장면들을 연기하면서 힘든 순간이나 어려운 적이 없었냐는 질문에 음문석은 "내게는 '리얼'이었다"라고 말했다.

    "먼저 말씀드리고 싶은 건 '열혈사제'가 코미디 장르지만 단 한 번도 '레디 액션'을 했을 때 웃기려고 하거나 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어요. 저에게는 정말 매 순간이 '리얼'이었고 진짜 최선을 다했거든요. 연기하면서 웃음을 참기 힘들었던 건 '카포에라 장면'(7회 참고)이에요. 김해일 신부는 이 신부님이 돌아가시고 난 뒤 눈이 거의 돌아간 상태로 왔어요. 저하고는 정서가 완전 정반대인 상황이죠. 서로 하면서도 눈을 못 보고 끝냈어요. 나는 앞에서 카포에라 한다고 하고 있고, 김남길 형은 진지하고. 형도 웃음을 못 참아서 힘들어했어요. 또 하나는 성균 형이 저를 박치기한 후 둘이 땅에 쓰러져 마주 봤을 때다.(17회 참고) 그때 형하고 제가 마주 보고 있는 상황이 엄청 웃긴 거예요. 몸에 힘은 없고 반동을 이용해서 때리는 게 웃긴 거예요. 정말 웃음을 참으려고 혀를 깨물고 별짓을 다 했어요. '컷'하고 나니까 100여 명의 스태프도 다 웃음이 터졌어요."(웃음)

    최근 종영한 SBS 드라마 '열혈사제' 에서 장룡(롱드) 역으로 열연을 펼친 배우 음문석이 3일 오후 서울 양천구 CBS노컷뉴스 사옥에서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 '악'한 행동 뒤에 자리 잡은 장룡의 외로움

    장룡은 코믹한 캐릭터이지만 그가 하는 일도 코믹하지는 않다. 그는 분명 악역이다. 사람을 때리고, 괴롭히고, 사장이 시키는 대로 서슴지 않고 나쁜 짓을 저지른다. 시청자에게 장룡은 웃기거나 나쁘거나 둘 중 하나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직접 연기한 음문석에게 '장룡'은 어떤 사람이었을까. 음문석은 장룡을 '외로운 친구'라고 정의했다.

    "장룡은 외로운 친구예요. 그리고 불쌍한 사람이고요. 재밌는 장면 때문에 밝게 보는 분들도 계시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단 한 번도 목표를 이뤄본 적 없고, 자기가 원하는 일은 하지 못하고 타인이 시키는 일, 타인의 삶만 살다가 결국 구치소에 가는 비극의 남자예요. 저는 장룡을 연기하기 전에, 그리고 연기하면서 하나부터 열까지 이 친구가 '왜 그럴까'라며 '왜'를 많이 찾았어요. 쏭삭은 왜 때릴까, 이 신부님에게는 왜 그랬을까. 왜를 묻다 보니 장룡이 보였어요. 장룡은 내면은 약한데 늘 가면을 쓰고 살아요. 자기가 혼자 할 수 있는 건 없고 강한 사람한테 붙어 공생하죠. 결국 혼자서는 살지 못하고 고립된 친구예요."

    음문석은 장룡의 화려한 겉모습도 내면의 나약함을 감추려는 시도라고 봤다. 그는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구는 있지만 그게 잘 안되니까 머리도 길러보고, 옷도 튀게 입기 시작한 것"이라며 "장룡은 자신이 갖고 있지 못한 것들, 부족한 것들을 결국 외형적으로 꾸미면서 가리려고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음문석은 장룡이 쏭삭을 때리고 괴롭힌 것에도 이유가 있다고 말했다. 어느 날 우연히 본 쏭삭에게서 장룡은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쏭삭에게 자신이 투영되면서 못난 자신의 모습이 보기 싫어 때리고 괴롭힌 것이다. 음문석은 "나를 부정하고 싶고 인정하지 않고 싶은 마음이 폭력적으로 튀어나온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런 장룡이 하루는 쏭삭에게 호되게 당한다. 바보같이 당하고만 살지 않겠다며 각성한 쏭삭이 장룡을 제대로 응징해 준 것이다. 그러나 장룡이 진심으로 반성하게 되는 것은 자신이 맞은 그 날이 아니다.

    SBS '열혈사제' (사진=방송화면 캡처)

     


    음문석이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마지막 40회에 있다고 말했다. 감옥에 들어간 장룡을 면회 온 쏭삭과의 만남에서 장룡은 그동안 내보이지 않았던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 잡은 진심을 꺼내 놓는다. 장룡의 외로움과 아픔이 조금이나마 걷히게 된 순간이다.

    "쓸데없이 여긴 왜 온겨. 쪽팔리게."(장룡)

    "언제까지인지 모르겠지만, 내가 여기 한국 계속 있는 다면, 돈 많이 벌 테니까, 갈 데 없으면 나한테 와."(쏭삭)

    "됐어, 인마. 너나 잘 먹고, 잘 살아, 인마. 나는 내가 어떻게든 잘 사니께, 너나 잘 살어."(장룡)

    "잘 지내, 내 친구 롱드."(쏭삭)

    "그래, 인마. 너도 오토바이 조심혀. 저번에 보니까 미친 듯이 땡기더만. 그러다 뒤져. 쏭삭! 와줘서 고마워, 친구야."(장룡)

    40회에서 쏭삭과 주고받은 대화를 떠올리며 음문석은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아직 드라마 끝난 지 얼마 안 돼서 그런가…. 죄송해요."라며 음문석은 눈물을 훔쳤다.

    "제가 장룡 역할을 하면서 제익 기억에 남는 대사는 마지막 회의 대사예요. 드라마의 1화부터 40화까지가 인생이라고 친다면, 장룡은 그 인생 동안 단 한 번도 마음 속 이야기를 한 적이 없어요. 사회적인 가면을 쓰고 겉과 속이 다른 인생을 살았던 친구죠. 가짜 인생을 연기하듯 살아온 거죠. 그런 친구가 유일하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진짜'를 말했어요. '와줘서 고마워, 친구야' 이 말 한 마디로 인해 장룡은 무너지게 돼요. 배우들은 '서브텍스트'(표면에 드러나지 않은 숨은 맥락)를 갖고 디테일을 많이 준비해요. 제가 생각했던 장룡은 나의 모습이었어요. 아무도 나를 찾아오지 않는 상황에서 내가 못살게 해서 너무 힘들었을 쏭삭이 찾아와서 친구라며 장룡을 받아준 거죠. 그걸 보면서 나를 돌아보게 된 거예요. 그러면서 지금 당장 내가 저 친구(쏭삭)에게 해줄 수 있는 건 뭘까 했을 때 '마음', '진짜 마음'인 거예요. 그래서 말한 게 '와줘서 고마워, 친구야'인 거죠."

    최근 종영한 SBS 드라마 '열혈사제' 에서 장룡(롱드) 역으로 열연을 펼친 배우 음문석이 3일 오후 서울 양천구 CBS노컷뉴스 사옥에서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 언제나 'ING'…계속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배우 음문석

    코믹한 모습 뒤에 외로움이라는 상처를 가지고 있었던 장룡을 누구보다 잘 이끌어내고 알아준 것은 음문석이라는 배우가 그만큼 진지하게 임했고, 연기에 대한 자신만의 철학을 갖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렇기에 음문석이란 배우가 '열혈사제'의 인기에 안주하지 않고 앞으로 더 나아가는 모습을 보여줄 거란 기대감을 갖게 한다. 앞으로의 목표에 관해 묻는 질문에 '음문석다운' 답변이 돌아왔다.

    "제가 음악을 하고 춤을 추는 등 다른 예술을 하다가 연기를 준비하면서 느꼈던 게 '어? 내가 좋아하는 모든 것을 연기라는 것 안에서 한 번에 다 할 수 있네?'라는 거였어요. 연기는 '종합예술'이에요. 그래서 앞으로 배우로서 나아갈 것을 생각할 때 할 게 너무 많은 거예요. 너무 많아서 지금은 그냥 다 해보고 싶어요. 목표라는 게 없어요. 그것보다는 지금은 뭐든지 다 하고 싶어요. 끝도 없을 거 같지만 다 하고 싶어요. 그래서 일단 목표 없이 'ING'로 계속 앞으로 나아가 보려고 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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