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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다룬 영화 '악질경찰'이 이선균에게 오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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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호 다룬 영화 '악질경찰'이 이선균에게 오기까지

    [노컷 인터뷰] '악질경찰' 조필호 역 이선균 ①

    지난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악질경찰' 조필호 역을 맡은 배우 이선균을 만났다.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 이 기사에는 영화 '악질경찰'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지난 12일 언론 시사회가 열리기 전까지, '악질경찰'(감독 이정범)이 세월호 참사를 다룬다는 사실은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한국 영화에서 이미 자주 봐 온 '비리경찰'이, 더 거대한 악을 만나 각성하고 조금 더 나아지는 류의 작품 정도로 예상됐다.

    하지만 이 영화는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것들을 우회하지 않고 보여준다. 영화 초반 카메라가 비추는 경찰서부터가 '안산 단원경찰서'다. 세월호 참사를 다루겠다는 의지를 숨기기는커녕 적극적으로 드러낸 셈이다.

    2015년 안산 단원고에 다녀온 후 세월호 참사를 꼭 '이야기하고 싶었다'는 이정범 감독의 작업이 완성돼 관객 앞에 나오기까지 햇수로 5년의 세월이 걸렸다. 기획 때부터 어려웠고 투자에도 난항을 겪었단 이야기는 이미 여러 차례 보도되기도 했다.

    여러모로 부담스러울 수 있는 이 영화에서, 이선균은 타이틀롤 '악질경찰' 조필호 역을 맡았다. 1년 가까이 주인을 찾지 못해 돌고 돌던 대본이 본인에게 왔을 때, 이선균은 이 감독에게 고마움을 느꼈다고 했다. 많은 이들이 주저했다는 이야기는 정작 작품 선택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한다.

    작품 합류에 결정적이었던 것은 신뢰였다. 이정범 감독은 한예종 졸업 작품을 통해 인연을 맺은 '생애 첫 감독'이었다. 이선균은 그를 믿었고, 그렇게 '악질경찰'은 시작될 수 있었다.

    지난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악질경찰' 조필호 역을 맡은 배우 이선균의 라운드 인터뷰가 진행됐다. 그는 개봉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던 만큼 뭉클한 마음이 크다고 털어놨다.

    ◇ '악질경찰'이 이선균에게 오기까지

    이선균은 이정범 감독과 한예종 동문이다. 이정범 감독의 졸업 작품으로 인연을 맺은 후 15년 만에 '악질경찰'로 다시 만났다. 이선균은 언론 시사회 때도 이 감독을 '내 인생의 첫 감독'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자연스레 영화의 우여곡절을 목격했다. '악질경찰'은 세월호 참사를 다뤘다는 이유로 기획 단계부터 투자, 제작 모든 부분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이선균은 범죄물이라는 장르 안에 세월호 참사를 어떻게 담아낼지 치열하게 고민한 이 감독을 가까이서 지켜보기도 했다.

    그래서일까. 개봉 소감을 물으니 "뭉클하다. 개봉하는 게 감격스럽기도 하고 애착이 간다"고 답했다. 특히 이 감독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그 고민과 진심을 알기에 더 그렇다고 덧붙였다.

    이선균이 맡은 조필호는 말 그대로 악질이다. 범죄를 사주하고 뒷돈을 받아 경찰 감찰팀에게 감시받는 처지다.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악질경찰'과 이선균이 만나기까지도 시간이 꽤 걸렸다. 많은 배우들에게 거절당한 시나리오라는 것은 알았다. 이 감독은 부담을 느낀다면 거절해도 괜찮다고 했으나, 이선균은 오히려 고마웠다고 말했다.

    "저는 인간적으로 형을 굉장히 믿는 게 있어요. 돌아돌아 (작품이) 제게 왔지만, 제게 왔다는 게 전 고마웠어요. 남들이 주저한 걸 이미 들어서 그런지 (결정을) 좌지우지할 만큼 영향이 있진 않았어요. 우리가 어떤 어른인가, 각성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해서 전 그걸 장르 영화에도 충분히 녹일 수 있다고 봤고요. 가장 큰 이유는 이정범 감독을 믿었기 때문이죠."

    그는 인터뷰에서 이 감독을 '믿는다'는 말을 자주 했다. 15년 만에 재회한 작업 역시 좋았다고 전했다. 물론 이선균 역시 이 감독에게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주로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 묻자 "들어가기 전에 여러 가지 부침이 있었던 것도 알고, 저한테 부담 안 주려고 했던 게 많았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민감한 소재가 상업영화에 들어가 있지만, 형이 하고자 하는 출발점을 놓치면 안 된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 사명감에 너무 빠져서 영화가 딥(deep)해져도 안 되고, 영화적인 걸 놓쳐서도 안 된다고… 많은 걸 논의했던 것 같다"고 부연했다.

    ◇ 조필호가 '악질'이었어야 하는 이유

    이선균은 '악질경찰'에서 조필호 역을 맡았다. 뒷돈 챙기고 비리엔 눈감고 범죄를 사주하는 악당 같은 인물이다. 급전이 필요해지니 한기철(정가람 분)을 시켜 경찰 압수창고까지 털 생각을 한다. 하지만 왜 이렇게까지 악질이 됐는지 전사가 자세히 나오진 않는다.

    이선균은 "플래시백으로 나오진 않지만 민재(김민재 분)와의 대화에 어떤 사건이 있다"면서 "집요하게 파고드는 곁가지들이 있는데 그 부분이 (영화에선) 생략됐다. 좀 더 들어갔다면 필호가 왜 이런 인간이 됐는지가 보일 텐데 흐름상 날아갔다"고 설명했다.

    이선균은 "불화와 불안의 시대를 보냈을 것 같다. (필호도) 돈 때문에 악한 행동을 하는 거니까. 부끄러움도 없이 행동하는 나쁜 어른"이라고 덧붙였다.

    이선균은 '악질경찰'로 이정범 감독과 15년 만에 다시 작업했다.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초반부턴 혀를 끌끌 차게 만드는 악질로 그려진 건 '필요'에 의해서이기도 했다. 이선균은 "빈틈과 떨림, 인간미가 있는 인물이어야 나중에 각성하는 효과가 있다고 감독님이 말씀하셨다. 저도 그걸 염두에 두고 연기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저뿐만 아니라 다 너무 못됐고 나쁘고 저질인 인간들이지 않나"라며 "정말 자기밖에 모르는 탐욕스러운 어른들. 거기서 가장 질 나쁜 인간이지만 각성하는 효과가 있기 위해서 연민 있는 인간으로 그려지지 않았을까"라고 바라봤다.

    일을 마치고 온 기철에게 소금을 뿌린다거나, 매일 영양제를 먹는 등 자잘한 부분에서 현실감을 더한 것도 있다. 그는 "자기 몸을 엄청 챙기지 않나. 자기밖에 모른다. 그러면서 남에겐 린치를 가하는 이율배반적인 인물이다. 그런 행동 하나하나가 캐릭터를 만드는 데 도움을 줬다"고 말했다.

    ◇ 멋짐을 포기하고 한껏 고생한 끝에 탄생한 액션

    이선균은 '악질경찰'을 찍으면서 온갖 고생을 다 했다. 극중 태성그룹 회장 정이향(송영창 분)의 오른팔로 온갖 지저분한 일을 처리하는 권태주(박해준 분)와 엉겨 붙어 몸싸움을 벌였고, 물이 가득한 욕조에 갇히기도 했다.

    정말 고생이 많았겠다고 하니 그는 "멋진 거 안 할 때는 고생을 많이 해야 한다. 많이 당해야 한다. 고통이 느껴지게끔"이라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이번 액션 장면을 위해 이선균은 박해준과 같이 스턴트 훈련을 하고 합을 많이 맞췄다고 한다.

    아파트에서 벌이는 육탄전은 영화에서보다 실제 커트가 더 많았는데 콘티가 바뀐 것이라고. 이선균은 "끊어가지 못하니까 더 리얼하게 해야 했다"며 "해준이가 제게 린치를 가했지만 해준이도 많이 아팠을 거다. 저도 실제로 많이 때려서… 최대한 현실적인 공간에서 리얼하게 보이는 액션을 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가장 걱정했던 부분은 욕조에 갇히는 장면이었다. 이선균은 "(다들) 정말로 너무 염려를 많이 하더라. PD부터 해 가지고. 다행히 저는 폐소공포 그런 게 없다. 그런 게 있으면 굉장히 찍기 어려웠을 거다. 물에 들어가는 것에 그닥 겁내지 않는다"고 말했다.

    배우 이선균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이어, "수영은 제가 못 하지만 도와주시는 가드분들도 있어서 생각보다 저는 별로 걱정 안 했다. 혹시 숨 막히면 신호를 보내면 되니까. 수월하게 촬영했다"고 밝혔다.

    이정범 감독은 원빈 주연작 '아저씨'(2010)로 자신만의 액션 스타일을 선보인 바 있다. 이선균은 '아저씨'가 멋지고 스타일리시한 액션이었다면, '악질경찰'은 그보다 더 현실적인 면을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무술감독이 '아저씨' 때도 했던 박정률 감독인데 너무 좋아요. 굉장히 오픈돼 있고요. 아이디어도 많고. (이 감독의 전작인) '열혈남아'에도 되게 현실적인 액션이 있잖아요. 저희 영화 구조가 처음부터 비슷한 것 같아요. (이 감독이) '아저씨'와 '우는 남자'에서 장르적인 고민이 컸을 것 같아요. 아무래도 '아저씨'가 액션에선 한 획을 그은 영화니까요. 이번엔 초심으로 돌아가지 않았을까 해요. 원래 자기가 했던 대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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