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관
20일 새벽 서울 은평구 대조동의 한 나이트클럽에서 불이나 화재 진압에 나섰던 소방관 세 명이 숨졌다. 관할 지역에선 7년 전 6명의 소방관이 화재 진압 도중 순직해 안타까움을 자아내기도 했다. 왜 이 같은 일들이 반복되고 있는 것일까?
◈혹시나 하는 생각에…불구덩이 속으로
이날 새벽 5시 반쯤 나이트클럽 화재 진압에 나섰다 순직한 소방관은 조기현 소방장(45), 김규재 소방장(41), 변재우(35) 소방사로 모두 은평소방서 화재진압팀 소속.
이들은 연기와 열기로 한 치 앞도 제대로 볼 수 없는 상황 속에서도 나이트 클럽 화재를 진압하기 위해 건물 외벽을 뚫고 2층으로 진입했다. 혹시나 있을지 모르는 인명을 구조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일명 ''샌드위치 패널''로 된 건물 천장이 조명장치 등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무너져 내리면서 건물 안에 고립됐고 이들은 동료 소방관들에 의해 구조됐지만 끝내 사망했다.
바로 지난 2001년 3월 4일 홍제1동의 한 가정집의 불을 끄려다 건물이 무너져 내리면서 6명의 소방관이 매몰돼 숨진 사고와 똑같은 상황이다.
은평 소방서 한 소방관은 ''''소방관은 현장에 가면 불을 끄고 인명 구조를 하러 불구덩이라도 뛰어들 수밖에 없는 것이 숙명이다''''라며 ''''이번은 나이트클럽에서 불이 났고 밤새 영업을 하는 곳도 있기 때문에 혹시나 하는 마음에 불길에 들어간 것''''이라고 말했다.
◈건물 붕괴에 안전수칙은 무용지물 소방구조 시의 안전 수칙이 있긴 하지만 건물 붕괴와 같은 돌발 상황에서 이 같은 수칙들이 무용지물이 되는 것 또한 소방관들이 순직하게 된 원인 중 하나다.
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내부 규칙인 소방활동안전관리수칙에 따라 화재와 구급 구조 등 각 분야에서 안전관리 수칙이 망라돼 있고 건물이 무너질 것을 대비해 현장 지휘관이 현장을 잘 살펴야 한다는 등의 규정이 있긴 하지만 붕괴를 예측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건물의 붕괴는 지진처럼 진동이 있는 것이 아니라 갑자기 무너지는 것이기 때문에 사람이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고 밝혔다.
◈재난관리등급 책정은 외형에만 그쳐 [BestNocut_R]
소방관들이 각 구청에서 관리하고 있는 건물의 재난관리등급에 따라 건물의 노후도나 위험 상황 등을 파악한 뒤 화재 현장에 출동하기도 하지만 재난관리등급을 나누는 기준이 외형 등에만 그치는 것도 문제다.
이날 화재가 난 나이트클럽 건물의 재난관리 등급은 A 등급. 각 지역 구청은 건물의 안전도에 따라 이상이 없고 안전한 시설이지만 정기점검이 필요하면 A 등급, 보수 정비가 필요하면 B등급, 조속한 보수가 필요하면 C 등급, 건물이 노후하다면 E 등급 등으로 기준을 나눠 등급을 매기고 있다.
그러나 건물의 재난관리등급을 매기면서 건물 구조물의 재질 등을 위험 기준으로 삼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천장 구조물 등이 화재 발생기 유독가스를 내뿜는 스티로폼 패널 구조로 이뤄져 있다고 해도 겉으로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위험도가 낮은 A 등급을 받게 되는 것이다.
구청관계자는 ''''관계기관 등이 등급을 매기면서 일단 육안으로 판단으로 한다''''며 ''''천장을 뜯어볼 수도 없고 내부 인테리어가 있기 때문에 구조물은 드러나는 것도 아니라서 위험 책정에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소방방재청에 따르면 올 상반기 업무 중에 부상을 당한 소방관만 135명.
일선 기관들의 개선 노력 속에서도 반복되는 소방관들의 안타까운 죽음을 없애기 위해 더욱 체계적인 관리방안과 세분화된 안전수칙이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