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항공우주산업(KAI) 비리를 수사 중인 검찰이 KAI 본사를 압수수색하던 당일 친박 중진 이정현 의원이 회사에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이 지난 7월 경남 사천에 위치한 KAI 본사를 압색했을 당시 이 의원은 사장 응접실에 있었다. 이때 압수수색을 위해 투입된 검찰 수사관들이 이 의원과 맞닥뜨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 의원은 한 방송사 간부의 친형으로, 이들은 조카를 KAI에 부정 입사시켰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이 방송사 간부의 청탁을 받은 하성용 전 사장이 경영지원본부장 이모씨에게 특혜채용을 지시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 하 전 KAI 사장은 해외출장으로 부재중이었다. 이에 따라 다른 이사진이 사장실에서 이 의원에 의전을 제공했다.
검찰과 수사 대상업체, 주요 관련자가 한 공간에서 조우하는 공교로운 상황이 펼쳐진 셈이다. 일각에서는 이 의원이 사장도 없는 회사에 굳이 찾아가야 했던 '특수한 사정'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의구심도 제기됐다.
그러나 이 의원 측은 "국회 국방의원으로서 현장 시찰을 했고, 방위산업계의 현황과 애로점을 청취했다. KAI 방문 뒤 창원으로 이동해 다른 방산업체 2곳을 방문했다"고 반박했다.
KAI 관계자도 "검찰 압수수색 당일 이 의원이 회사를 방문한 것은 맞다. 그러나 이 의원의 방문은 훨씬 이전에 방위산업진흥회를 통해 공문을 주고받는 등 공식 절차로 진행된 일정이다. 아무 문제될 게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서울중앙지법에서는 KAI 경영본부장 이씨에 대한 영장실질심사가 열렸다. 검찰은 이씨에 대한 조사를 마치는 대로 하 전 사장도 소환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