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헌분교 폐교에 반대하는 학부모가 21일 대전시교육청 앞에서 '길헌분교를 지켜달라'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김정남 기자)
대전의 한 소규모학교 통폐합을 두고 갈등이 커지고 있다.
대전시교육청이 내년 2월 서구 평촌동에 있는 기성초등학교 길헌분교를 폐교할 예정인 가운데 해당 학교 학부모와 지역주민, 시민사회단체들이 폐교를 반대하고 나섰다.
기성초등학교 길헌분교는 전교생이 22명인 작은 학교다.
2개 학년이 한 교실에서 수업을 받고, 조리실이 없어 점심식사는 본교인 기성초등학교에서 가져다 먹는다.
대전시교육청은 규모가 너무 작아 정상적인 교육이 어렵다며 내년 2월 폐교를 추진하고 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현재 1·2학년, 3·4학년, 5·6학년이 각각 한 교실에서 수업시간을 나눠 수업을 받으면서 학습 결손이 빚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운동회나 체험학습 진행도 불가능하고, 또래가 없는 것도 아이들의 성장과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해당학교 학부모들과 지역주민들은 폐교가 '학생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길헌분교 학부모들은 "소규모학교이기 때문에 학생 한 명 한 명이 교사의 관심 속에 눈높이 수업을 받으며 역량을 키울 수 있고, 학생과 학부모들의 만족도도 더 높다"고 반박했다. 소규모학교를 찾아 일부러 이사를 온 사례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역주민들 사이에서는 학교가 사라진다면 가뜩이나 심한 지역 공동화 현상이 더욱 심해질 것이라는 걱정도 크다.
무엇보다 폐교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당사자 의견수렴 과정이 미흡했다고 주장한다.
학부모들은 "두 차례 학부모 설명회가 있기는 했지만 학부모들이 참석하기 어려운 시간대에 열렸고, 동창회와 주민들은 입법예고 전에는 통폐합을 추진하는 것조차 몰랐다"며 "지난 1일 교육감 면담을 요청했지만 현재까지 아무런 답이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한 학부모는 "지난 설명회 때 대전이 타 시도에 비해 통폐합 실적이 적어서 교육부로부터 점검이나 평가를 받을 때 곤란하다는 말을 들었다"며 "교육청 통폐합 실적을 올리고 통폐합 시 지원받는 인센티브 때문에 폐교를 성급히 추진하려는 것 아니냐"고 주장하기도 했다.
대전시교육청 소규모학교 통폐합 기준에는 '학부모 75% 이상 동의' 항목이 있었지만 지금은 삭제된 상태다.
길헌분교 폐교에 반대하는 학부모와 주민들은 21일 대전시교육청을 찾아 설동호 대전시교육감과의 면담을 요구했지만, 교육청 직원들이 입구를 가로막으면서 충돌을 빚기도 했다.
대전시교육청은 지난 5일 길헌분교 폐교 계획을 담은 '대전광역시립학교 설치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입법예고했다.
교육청은 오는 26일까지 의견을 받은 뒤 대전시의회에 조례안을 제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