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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로 간 분노한 시민들… 촛불집회서 마주한 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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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S로 간 분노한 시민들… 촛불집회서 마주한 민심

    행진 중 '엠X신은 물러가라' 구호 나오기도

    제6차 촛불집회 본대회를 앞둔 지난 3일 오후, 시민들은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 앞에서 깃발을 찢는 퍼포먼스를 벌인 후 KBS 앞으로 이동해 '공정보도'를 요구했다. (사진=전국언론노동조합 영상 캡처)

     

    지난 3일 서울 광화문 광장 일대에서 열린 '모이자! 분노하자! #내려와라 박근혜! 6차 범국민행동' 촛불집회는 예전만큼 마냥 축제의 분위기는 아니었다. "사심이 없었다"는 점을 강조하며 하야도 즉각 퇴진도 아닌 "국회 결정에 맡기겠다"는 입장을 내놓은 박근혜 대통령의 3차 대국민 담화와, 탄핵안 발의 관련해 야당이 보인 분열 등으로 시민들의 분노는 더 거세졌다.

    이같은 분노는 국민의 '눈'과 '귀'가 되어주어야 하지만 그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던 언론에게도 그대로 옮겨갔다. 특히 '공영방송'으로서 더 무거운 공적 책임을 지닌 KBS, MBC에 대한 촛불 민심은 결코 따뜻하지 않았다.

    6차 촛불집회를 앞둔 3일 오후, 시민들은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새누리당 당사를 먼저 찾았다. 새누리당은 대통령의 '즉각 퇴진'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목소리와 무관하게 '4월 퇴진, 6월 조기대선'을 당론으로 채택한 상황이다. 시민들은 탄핵 추진에 제동을 건 새누리당을 강력 비판하며, 새누리당의 대형 깃발을 찢는 퍼포먼스를 실시했다.

    그 이후, 시민들이 간 곳은 바로 공영방송 KBS였다. '박근혜 퇴진', 'KBS 부역자 청산' 등의 손피켓을 든 시민들은 KBS를 비하하는 말인 '개X신'이라는 구호를 외치며 박 대통령의 비선실세 최순실 일가 국정농단 사태를 똑바로 보도하라고 요구했다.

    제6차 촛불집회가 열린 3일 오후, 청운동주민센터 부근에 세워진 KBS 중계차에 시민들이 스티커를 붙여놓은 모습 (사진=김수정 기자)

     

    촛불집회 본대회 무대에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이하 새노조) 성재호 본부장이 올라왔을 때에도 시민들은 반신반의했다. 성 본부장이 박근혜 정권과 새누리당을 비판하는 발언을 하자 일부 시민들은 "왜 KBS 기자가 박근혜를 욕하지?"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성 본부장은 "여러분이 '니들도 공범'이라고 말씀하신 KBS본부 노조위원장이기도 하다. 맞다. 공범이다"라며 "언론이, 특히 공영방송이 제 역할을 했다면 최순실 일가가 어떻게 국정을 농단할 수 있었겠나"라고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성 본부장은 현재 정부여당 편향적인 공영방송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것을 골자로 한 '방송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라는 점을 밝히며 집회에 참석한 야3당 국회의원들에게 "박근혜 탄핵과 함께 이번 정기국회에서 반드시 방송법 개정될 수 있도록, 통과시킬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제6차 촛불집회가 열린 3일 오후, 청운동주민센터 부근에 세워진 KBS 중계차에 한 시민이 붉은 펜으로 '파업 짱!'이라고 써 놓은 모습 (사진=김수정 기자)

     

    성 본부장은 오는 8일부터 공정보도 등을 요구하는 파업에 돌입한다고 하면서 "이 판국에 숟가락 얹는다고 비난하셔도 좋다. 하지만 KBS의 박근혜 체제를 도려낼 수 있도록 응원도 함께 보내달라. 공영방송이 정권의 똥개가 아니라 국민의 충견으로 거듭 태어날 수 있도록 포기하지 않고 싸우겠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그제야 아낌없는 응원의 박수를 보냈다.

    법원 결정으로 길이 열린 청운동주민센터 근처에 세워져 있던 KBS 중계차에는 이번 주에도 수많은 스티커가 붙었다. "박근혜는 당장 물러나라"라는 유인물과 "나라 바꾸는 퀴어", "나라 바꾸는 노동자", "나라 바꾸는 계집" 등의 스티커가 붙었다. 한 시민은 붉은 펜으로 '파업 짱'이라면서 곧 돌입할 파업에 대한 지지를 보내기도 했다.

    MBC의 상황도 녹록지 않기는 마찬가지였다. 본대회 이후 청와대 방향으로 행진할 때, 시민들은 KT 건물 부근에 세워진 MBC 중계차를 보면서 "엠X신(MBC를 비하해 이르는 말)은 물러가라!"라고 연호했다. 행진하는 시민들 일부는 '언론부역자 척결하라', '니들도 공범' 등의 피켓으로 언론에 대한 불신을 나타냈다.

    3일 '뉴스데스크'에서 MBC 기자는 건물 5층 높이의 크레인에 올라가 현장 리포팅을 했다. (사진=MBC '뉴스데스크' 캡처)

     

    MBC는 취재에도 어려움을 겪었다. 서울 170만, 전국 232만이 모인 사상 최대 촛불집회가 열렸으나 기자들은 현장 속을 누비는 대신 건물 5층 높이의 크레인에 올라갔다. 물론 MBC 입장에선 이렇게 수많은 시민들이 모였다는 것을 더 잘 보여주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크레인에 올라탄 MBC 기자 사진을 본 네티즌들은 "무서워서 공중에서 촬영하는 건 처음 봤다", "진정한 '공중'파네" 등의 비판적인 시선을 보냈다.

    또, 청와대 100m 앞 팔탄동에서 '박근혜 즉각 퇴진의 날' 집회가 열렸을 때 일부 시민이 MBC 취재진의 카메라를 '니들도 공범'이라는 붉은 피켓으로 막으며 항의하는 장면이 오마이뉴스 카메라(링크)에 포착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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