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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러가라!"… '공정보도' 못해 쫓겨나는 KBS·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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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러가라!"… '공정보도' 못해 쫓겨나는 KBS·MBC

    촛불집회서 촬영팀 철수, 마이크 택 떼고 리포팅하기도

    지난 12일, 서울 도심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퇴진 촉구 집회 당시 KBS 취재차량에는 '하야하라'는 스티커가 붙었다. 또한 '박근혜 퇴진'이라고 쓰인 손피켓이 놓여지기도, '니들도 공범이다'라는 낙서가 쓰여지기도 했다. (사진=고발뉴스 이상호 기자 제공)

     

    공영방송 KBS, MBC 기자들이 거리에서 쫓겨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실세 최순실 씨의 국정농단 행태를 제대로 보도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가운데, 지난 주말 서울 광화문·시청 광장 등 도심에서 열린 집회에서도 시민들의 거센 항의를 받았다.

    ◇ 촬영팀 철수한 KBS, 로고 없이 방송한 MBC

    12일 '모이자! 분노하자! #내려와라 박근혜! 3차 범국민행동' 집회에 참여했던 한 시민이 공개한 영상에 따르면, KBS 기자들은 "물러가라"는 시민들에 막혀 방송을 하지도 못하고 자리를 뜬다.

    시민들은 "너희들도 언론인이냐?", "국민들 앞에 나서지 마라", 부끄러운 줄 알아", "체면이 있어라", "이 시간 동안 니네들이 보도한 거 한 번 봐라", "KBS는 꺼져라", "아니 언론고시 볼 때 얼마나 힘들게 봤어. 기자 펜이 힘을 이긴다고 했는데…", "권력에 아부하지 마시고 소신껏 좀 해 주세요, 알겠어요?" 등의 말을 하며 시종일관 KBS 취재진에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집회 취재를 위해 대기 중이었던 KBS 중계차량에는 '하야하라'라는 스티커가 잔뜩 붙기도 했다. 시민들은 또한 '박근혜는 하야하라', '근혜 탄핵', '박근혜 퇴진' 등의 손피켓을 놓았고 '각성하라', '니들도 공범'이라는 낙서도 남겼다.

    MBC의 상황도 나쁘기는 마찬가지였다. MBC 취재진은 아예 MBC 소속임을 알 수 없게 MBC 로고를 떼고 방송을 해야만 했다. 결국 12일 저녁 메인뉴스 '뉴스데스크'에는 MBC 택 없는 마이크를 들고, 조명도 켜지 않은 채로 광화문 현장을 전하는 리포트가 나갔다.

    이 리포트에선 "MBC뉴스 ○○○ 기자입니다"라는 마무리 멘트도 없었다. 단지 "지금까지 광화문 광장에서 전해드렸습니다"라는 말이 등장했을 뿐이었다.

    MBC는 앞서 지난달 29일 집회에서 시민들의 항의로 쫓겨난 적이 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영상에는 시민들이 MBC 취재진에게 "기레기들이 왜 와 있어?", "기자정신이 없다", "니네가 언론사냐 임마"라고 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 "성난 민심이 이미 KBS를 향하고 있다"

    내부에서는 울분과 자조 섞인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KBS기자협회 전·현직 기자협회장 10명은 14일 공동 성명을 내어, 현재 보도 방향을 지시하는 보도본부장과 보도국장의 퇴진을 촉구했다.

    이들은 "이번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나아가 박근혜 정권 4년 동안 KBS뉴스에 대한 준엄하고도 맹렬한 질타였다. 이 모든 과정은 사진과 동영상으로 옮겨져 KBS는 지금, 조롱과 욕설의 대상으로 전락하고 있다"며 "우리는 이번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한 'KBS 보도참사'의 책임이 김인영 보도본부장과 정지환 통합뉴스룸국장에게 있다고 선언한다"고 밝혔다.

    12일 집회 취재를 하던 KBS 취재진이 시민들의 항의로 카메라를 철수하고 있는 모습 (사진=유튜브 영상 캡처)

     

    이들은 지난주 실시된 KBS기자협회의 '최순실 국정농단 보도참사 관련 보도본부장·뉴스룸 국장(보도국장) 사퇴촉구 결의' 투표 결과를 들어, "대부분의 기자들이 본부장과 국장에 대한 신뢰를 버렸다"며 "보도본부들은 더 이상 역사의 죄인이 되지 말길 바란다"고 경고했다.

    KBS기자협회는 지난 7일부터 10일까지 자사 기자 570여명 전원(간부 포함)을 대상으로 보도본부장과 뉴스룸 국장 사퇴촉구 결의 찬반투표를 벌였다. 11일 발표된 결과에 따르면, 김인영 보도본부장과 정지환 뉴스룸 국장은 응답자의 87.69%(349명)와 89.2%(355명)에게 사퇴를 촉구받았다. 이번 투표에는 총 398명이 참여해 투표율은 69.82%였다.

    20년차 이상 기자들 75명도 같은 날 성명을 내어 "지난 12일 사상 최대 규모의 집회 현장에서 KBS 취재팀에게 '니들도 공범이다'라는 쓴소리가 국민들로부터 날아왔다. 불과 2년 전, '세월호 참사'에 대한 부실한 보도로 경영진이 교체되고 국민들에게 고개를 숙여야 했던 아픔이 재현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고대영 사장을 비롯한 보도책임자들은 공영방송의 주인이 정말 국민이라고 생각하다면 더 이상 조직 내부를 분열시키지 말고 하루 빨리 KBS 뉴스를 정상화하는데 매진하기 바란다. 향후 일어날 모든 책임은 당신들에게 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성난 민심이 이미 KBS를 향하고 있다"고 당부했다.

    ◇ "현장에만 나가면 수백명이 꺼지라고 외쳐 카메라 꺼내지도 못하겠다"

    카메라 기자인 MBC 박주일 기자는 '결정을 내려야만 했습니다'라는 글을 보도국 게시판에 올려 현재 MBC 취재진이 겪는 참담함을 전했다.

    박 기자는 "결정을 내려야만 했다. '뗄까… 말까…' 누구에게 물어볼 수도 없고, 물어본다 한들 명쾌한 답이 나올 물음도 아니다"라며 "MBC에 대한 시민들의 분노를 직접 맞닥뜨려본 사람이라면 누구든, 이런 제 고민이 결코 우습게 다가오진 않을 것이다. 그만큼 MBC는 괴리돼 있고, 시민들은 냉담하다"고 말했다.

    박 기자는 "사스마리(주로 경찰서를 돌며 사건사고를 취재하는 일) 십수년을 하면서 웬만한 현장에선 눈하나 깜짝 하지 않았다. 조폭들 패싸움질 하는데 뛰어도 들어봤고, 몰카 찍다 붙잡혀 허리춤에 칼날도 대어봤다. 동일본 대지진 취재로 지금껏 방사능 관리를 받고있지만, 이 정도는 그저 고마운 훈장"이라면서도 "이번엔 너무 두렵다. 현장에만 나가면 수백명이 꺼지라고 외치니, 심장이 벌렁거려 카메라를 꺼내지도 못하겠다"고 고백했다.

    12일 집회를 메인뉴스 '뉴스데스크'에서 단 6꼭지로 처리한 것을 두고도 "2000년대 들어 최대 인파가 모인 집회가 고작 십여분으로 갈음될 수 있는지 모르겠다. 사상 초유의 국정농단에 성난 민심의 외침이 그 시간에 안에 담아지는지 모르겠다. 무엇보다, 담을 의지가 있는지를 모르겠다"며 "시민들은 분노하는데, 왜 분노하는지 보단 마이크 택만 떼고 보려는 지금이다. 카메라 로고도 가리고, 마이크 택도 떼고, 중계차 마크도 없애고… 그럼 도대체 저희는 어디 기자인가"라고 반문했다.

    박 기자는 "시민들에게 듣는 욕설과 질책은 어느 순간 고맙기까지 하다. 고의든 아니든 MBC뉴스로 인해 상처받은 사람들이, 상처를 준 당사자에게 하는 속풀이라면 그저 감사하다"면서도 "기록하는 사람으로서, 현장의 목소리가 너무나 명징해 두려울 뿐"이라고 밝혔다.

    12일 방송된 MBC 뉴스데스크에서는 광화문 광장 집회 현장을 전하면서 MBC 로고를 뗀 채 리포트하는 장면이 나갔다. (사진='뉴스데스크' 캡처)

     

    그러면서 "백여개가 넘는 언론사 중에 유독 MBC에게만 집중되는 외침이다. 특정 집단이 아닌,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지극히 평범한 시민들의 지적이다. 이는 시청률에서도 나타나고, 신뢰도에서도 나타나는 현상이다. 국민들의 경고는 이렇게 분명한데, 과연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나. 잘못된 보도에 대해 책임지는 사람도 없이, 국민들의 공분은 어떻게 감당하나. 그저 지금처럼 액받이가 되어 현장의 시간을 버텨내면 되는 것인가"라고 글을 맺었다.

    MBC의 다른 카메라 기자 역시 "광장에서 언론사가 자사 로고가 새겨진 마이크택을 떼고 뉴스중계 한다는 거. 이 한 장면이 뭘 상징하는지, 구성원들에겐 어떤 의미인지, 얼마나 한심하고 불쌍한 광경인지, 우리 보도국 수뇌부는 알고 있는지 무척 궁금하다"는 글로 보도 책임자들을 비판했다.

    ◇ 안팎에서의 비판에도 꿋꿋한 KBS·MBC

    자사 보도가 더 이상 망가져서는 안 된다고 외치는 내부의 목소리에도, 시민들이 직접 들려주고 보여준 격한 항의에도 KBS와 MBC 수뇌부는 이렇다 할 변화를 보여주고 있지 못하고 있다.

    메인뉴스에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보도 꼭지수가 늘어나고는 있으나, 국면에 결정타를 날릴 만한 무게감 있는 자체 취재 보도는 찾기 어렵다. KBS는 '추적60분', '시사기획 창', '심야토론'에서, MBC는 'PD수첩'에서 해당 이슈를 다뤘지만 '의지를 가지고 하는 적극적인 움직임'이라고 보기에는 부족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오히려 자사 비판에 더 민감하게 대응하고 있다. KBS는 지난 7월 성주 사드 배치 관련 자사 보도 방침을 비판한 전·현직 기자협회장과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이하 새노조) 본부장을 징계에 회부했다. MBC는 '청와대 방송 중단'과 '보도 책임자 사퇴'를 촉구하는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이하 MBC본부)의 비상총회를 막기 위해 셔터를 내려 '물리적 방해'를 했고, 결국 MBC본부는 건물 밖에서 야외 집회를 해야 했다.

    새노조와 MBC본부는 공정방송 요구를 외면하는 사측에 꾸준히 문제제기를 하는 것은 물론, 직접적 행동에 나설 수도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새노조는 14일 성명을 내어 "더 이상 '미안하다', '죄송하다' 말하지 맙시다. 이제 행동과 결과로 보여주자"며 "총파업으로 공영방송의 부역자들을 심판하자"고 밝혔다. MBC본부 조능희 본부장은 앞서 10일 조합원 결의대회에서 "공정방송을 찾기 위한 조합의 역할을 계속 할 것이다. 그러다가 안 되면 결국 행동으로 나설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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