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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세'와 '84세'는 왜 불길할까?



책/학술

    '73세'와 '84세'는 왜 불길할까?

    신간 '한자 가족:일상에 숨어 있는 한자의 비밀'

     

    '73세'와 '84세'는 왜 불길할까?

    중국 민간에는 '칠십삼 세와 팔십사 세에는 염라대왕이 데리러 오지 않아도 스스로 간다'는 속담이 전해 내려온다. 즉 73세와 84세는 두 번의 불길한 '고비'라는 뜻이다. 이 말은 도대체 어디에서 유래했을까? 거기에는 중국 고대의 두 성현인 공자와 맹자가 관련이 있다. 공자는 73세에 세상을 떠났고 맹자는 84세에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사람들은 이 두 나이를 모든 사람에게 해당하는 범주로 확대시켜 성인도 내딛지 못한 '고비'이니 보통 사람이야 더 말할 게 없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래서 일반 노인들은 이 나이가 되면 특별히 주의를 기울이고 가족들도 이때가 되면 노인들에게 생신 축하를 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나 저자들은 이는 사람들이 전혀 상관이 없는 상황을 주관적으로 한데 결합시킨 것으로 사실 전혀 과학적 근거가 없다는 견해를 피력한다.

    일상의 한자들에 대한 다양한 궁금증을 흥미롭게 풀어낸 책 '한자 가족'이 출간되었다.
    이 책은 같은 주제의 한자 가족들을 모아 하나의 가족으로 묶고, 그 가족의 구성원이 갖는 공통점과 차이점을 여러 각도에서 보여준다. 더불어 사람의 신체와 관련이 있는 오장육부나 손과 발과 귀와 입이 모두 한자와 어떤 관련을 맺고 있는지도 밝혀냈다. 숫자 속에 들어 있는 옛사람들의 길흉화복에 대한 생각까지 풀어냈다.

    숫자 ‘팔八’에 대한 중국인의 유별난 선호는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전화번호든 차량번호든 숫자 ‘팔’이라면 두 말 않고 대환영이다. 만일 연달아 ‘팔’이 몇 개가 나오면 사람들 대다수가 거금도 아까워하지 않고 떼 지어 몰려든다. 이전에 한동안 뉴스에는 중국의 모 지역에서 ‘팔’이 연달아 나열돼 있는 차량번호판이 최고가에 팔렸다는 보도가 심심찮게 나왔다. 이처럼 ‘팔’은 수많은 중국인의 마음속에 귀한 몸값을 자랑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중국인들이 숫자 ‘팔’을 이처럼 각별하게 대하는 이유는 ‘해음諧音’ 현상과 관련이 있다. 소위 ‘해음’이란 글자와 글자 사이 혹은 단어와 단어 사이의 독음이 같거나 비슷한 것을 말한다. 중국어에서는 해음 현상이 꽤 많다. 그래서 중요한 문화적 현상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가장 전형적인 예로 ‘송종送鍾(시계를 선물하다)’과 ‘송종送終(장례를 치르다)’이 있다. 이 두 단어의 발음이 같아서 중국인들은 시계 선물을 꺼리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외국인들은 이런 금기를 잘 모르기 때문에 간혹은 꽤 난처한 상황을 자아내기도 한다니 주의할 필요가 있겠다.

    그런가 하면 숫자 '팔'은 광둥어의 '발發'과 해음 관계여서 이 숫자는 중국 광둥 지역과 홍콩 등지에서 '번영,부, 사회적 지위'를 의미한다. 베이징 올림픽 개막 시간을 2008년 8월 8일 밤 8시로 정한 것 역시 중국인들이 숫자 '팔'에 부여한 운수대통이라는 신분적 특징에 대한 인식을 충분히 대변해준다.

    죄罪’가 코와 관련이 있다고?

    현재 ‘죄罪’의 글자 형태는 ‘코 비鼻’와 거리가 멀다. 그러나 원래 ‘죄’는 고대에 ‘죄?’ 자로 쓰였다. 『설문해자』에 ‘죄?, 범법야犯法也’라고 나와 있다. ‘죄는 법을 어기는 것이다’라는 뜻이다. ‘죄?’의 상변은 ‘자自’로 코를 의미하며 하변은 ‘신辛’으로 고통스러운 심정을 의미한다. 이 두 한자가 합쳐져서 무서워 마음을 놓지 못하고 고통스러워 코를 찡그린다는 의미를 지니게 됐다. 즉 법률에 저촉된 행동을 한 뒤의 두려운 마음을 드러낸 것이다. 또한 고대에는 죄를 저지른 사람에게 형벌을 내렸는데 그중 코를 베던 ‘의형?刑’이라는 형벌이 있었다.

    시간이 흘러 진秦나라 때에 이르러 이 글자의 형태가 ‘진시황秦始皇’의 ‘황皇’자와 거의 비슷해지자 아예 음이 같은 ‘죄罪’ 자로 바꿔 쓰게 됐다. ‘죄罪’ 자의 상변은 ‘망?’으로 그물을 의미하고 하변은 ‘비非’로 그릇된 것을 의미한다. 상하 부분이 모여 법망을 이용해 못된 짓을 한 사람을 체포한다는 의미를 갖게 됐다. 이런 의미는 ‘죄’가 처음에 의미했던 ‘물고기를 잡는 대나무 그물’이라는 뜻과 상당히 거리가 있다.

    입맞춤을 의미하는 ‘친문親吻’의 ‘문吻’은 처음부터 이런 행동을 의미하지 않았다

    사실 ‘입술 문吻’은 처음에 동작이 아닌 다른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설문해자』에 ‘문吻, 구변야口邊也’라고 나와 있다. ‘문은 입의 가장자리다’라는 뜻이다. ‘입술 문吻’과 ‘입술 순唇’에는 미세한 차이가 있다. ‘문’은 처음에는 양쪽 가장자리의 입가만 의미했다. 한편 ‘순’은 전체 입술을 의미한다. 하지만 글자의 의미가 발전하고 변하면서 ‘문’은 이제 주로 어류의 입 부위를 지칭하는 데 쓰인다. 더는 사람의 입술을 의미하지 않게 된 것이다.

    책 속으로

    ‘이二’는 최소의 짝수이자 둘씩 짝을 이뤘음을 의미한다. 우리 주변의 수많은 사물이 두 개로 구성돼 있는데 사람도 두 눈, 두 귀, 두 손, 두 발이 있다. 대립하고 있는 수많은 대상도 하나가 둘로 나뉘어 있다. 상하, 좌우, 동서, 전후, 음양, 정부正否 등이 그렇다. 그래서 사람들은 아주 자연스럽게 하나로 된 사물을 불완전하게 인식하고 두 개가 하나로 조합이 돼야 완벽하고 조화롭다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중국인들은 선물을 보낼 때도 ‘쌍’으로 보내지 ‘하나’로는 보내지 않는다. 떡이나 과자 같은 선물을 할 때도 두 상자로 보내고 술도 두 병을 보낸다. 둘씩 짝을 이루면서 길하고 상서로운 뜻을 담아 보내는 것이다. 특히 결혼식에서는 많은 물건이 짝을 이룬다. 식장의 문에도 크고 붉은 ‘희囍’ 자를 붙이는데 기쁨에 기쁨을 더하고 경사가 겹치라는 함축적 의미를 담고 있다. (191~192쪽)

    반면 서양 사람들은 홀수에 대한 정반대의 생각을 갖고 있다. 그들은 짝수를 불길하게 여기고 분열의 의미로 본다. 러시아 사람들은 홀수와 짝수의 개념에 대해 매우 맹목적인 경향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살아 있는 사람에게 꽃을 보낼 때는 반드시 홀수로 보내야 하고 죽은 사람에게 헌화할 때에만 짝수로 준비한다. 그렇지 않으면 금기를 위반한 것으로 본다고 한다. 한편 이웃인 일본 사람들 역시나 삼, 오, 칠 등 홀수를 편애하고 그중에서도 특히 ‘삼’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다. 결혼식에서 축의금을 전달할 때 ‘3만 엔’이나 ‘5만 엔’ 등을 붉은 종이봉투에 넣는 게 관례라고 한다. 짝수는 둘로 나뉠 수 있기 때문에 일본 사람들은 두 사람의 이별 같은 좋지 않은 이미지를 갖게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198쪽)

    물질의 비중에 대한 고민을 하면서 옛사람들은 점차 물의 부력을 인식하게 됐다. (중략) 옛사람들이 당시 생각했던 지식에 근거해 설명해보자면 나무 같은 물건은 물에 뜨는 반면 금이나 돌 등은 뜨지 않는 이유는 ‘기세’가 다르기 때문이었다. 나무는 ‘기세’가 있고 돌은 ‘기세’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들은 ‘기세’가 없는 사물이 만일 ‘기세’가 있는 사물의 도움을 받는다면 물 위에 뜰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을 간파했다. 이런 현상을 더욱 관찰하고 고민해본 결과 그들은 점차 깨달아갔다. 물을 매개로 다른 종류의 물질이라도 균일한 수위에 넓게 늘어놓으면 그 중량은 분명 같다는 점을 말이다. 선박의 배수량과 적재 중량 사이의 관계를 자세히 살펴보면 옛사람들의 견해는 현대적 개념과도 꼭 들어맞는다. 사람들에게 꽤 익숙한 ‘조충칭상曹沖稱象’이라는 이야기는 이런 역사적인 사실에 대한 가장 유용한 증거가 된다. ‘조충칭상’은 조조의 아들인 조충이 코끼리를 배에 태워 코끼리 무게를 쟀던 데서 유래된 이야기다. (305~30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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